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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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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삼삼오오 모여 경기를 지켜본다.

경기를 치르면 몰라도, 이렇게 다 같이 보는 건 퍽 오랜만이었다.

[때리고! 또 때리고!]

[쿵! 쾅! 그대로 원딜의 머리도 땅으로 박히면서!]

[에이스!]

5판 3승선제에서 결국 5번째 경기까지 간 끝에서야, 플레이오프 1라운드의 결말이 보였다.

“끝났네.”

“DS 게이밍 체급이 여기서 떨어질 수준이 아니긴 하지.”

나는 마지막으로 팝콘을 한움큼 쥐어 입에 털어 넣고선 손을 물티슈로 닦았다.

“이거 쓰레기통.”

“직접 버려 이 인간아.”

“네가 젤 가깝잖아. 대신 오늘은 탑으로 진 건 안 놀릴게.”

“......”

플루크 녀석은 한숨을 쉬더니 결국 물티슈를 받아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 던져넣었다.

[5세트 접전 끝에! DS 게이밍이 결국 2라운드로 진출합니다!]

정규 시즌 3위 팀인 KTT는 무난히 6위 팀 다윈 게이밍을 잡아냈고, 4위였던 DS 게이밍은 지금의 경기로 5위팀에게 승리를 거두고 우리와 만나게 되었다.

그렇게, 플레이오프 1라운드가 끝났다.

“이러면 죄 다 정배대로 갔네?”

“뭐, 팀 간 격차가 심하잖냐.”

“우리가 저 밑에 있을 때도 있었는데. 참.”

“다시 내려가기 싫으면 우승이나 해야 할걸. 다음 시즌에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은설이는 최소 2군으로 콜업될 테니까.”

우리 팀 서폿, 벨의 말에 다들 고개를 주억거렸다.

“올라가도 우리 잊지 않을 거지?”

“결승전까지 잘해서 같이 올라갈 생각이나 해요.”

듣기로는 어차피 그랜드 리그에 있는 ST 선수들이 다음 시즌에는 죄 다 LOCK 내 하위권 팀이나 해외팀으로 이적한다는 말이 많다.

그런 만큼 기회는 비교적 열려 있었다.

아예 이번 시즌처럼 그랜드 리그로 현 3군인 우리를 올리고, 아카데미 선수들로 새로운 3군을 만들어도 딱히 이상하지 않다.

“뭐, 그런 미래 지향적인 얘기는 좀 나중에 하고. 일단 상대할 팀이나 다시 보자.”

옥스는 복잡한 얘기는 알고 싶지 않다는 듯, 라이브 영상을 뒤로 돌려 DS 게이밍의 경기를 다시 틀었다.

“여기서 상대 밴픽 다 확인한 건 좀 크긴 하다.”

“그러게.”

리그와 플레이오프의 패치 버전이 다르다 보니, 티어 정리가 어수선하다.

그런 와중에 5판 3선승제에서 5판을 전부 치르며 상대가 몸소 보여준 사례는 귀중한 정보다.

특히나 DS 게이밍이 생각하는 밴픽의 기조와 무엇을 먼저 고를지에 대한 우선 순위를 알 수 있는 건 확실한 이점이었고.

특히 챔피언 폭이 가뜩이나 우리 쪽이 넓은데, 상대가 이렇게 본인 속을 뒤집어 다 보여주면 밴픽은 더 쉬워진다.

감독님 입이 귀에 걸릴지도 모르겠다.


플레이오프 2라운드가 시작되는 당일.

애초에 딱 두 경기밖에 안 하는 만큼, 주말 하룻밤이면 2라운드에 진출한 네 팀의 운명이 결정된다.

물론 여기서 진다고 해서 바로 탈락은 아니고 패자 부활전이 있는 터라 여유는 있지만, 원래 이런 건 깔끔하게 세 판 연속 이기는 게 속 편하다.

“얘들아, 컨디션은 어떠니?”

안재훈 감독님은 ST1 시절 코치로 일하면서 경험이 많은 만큼, 긴장이라고는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았다.

‘밴픽에서 사고 날 일은 없을 거 같고...

물론 사고가 나도 내가 강제로 방향성을 틀어버릴 거긴 하지만, 그런 일이 없는 게 최고니까.

“지금 긴장한 사람 손?”

“너 빼고 다.”

플루크의 대답에 모두가 덩달아 맞장구를 쳤다.

“쟨 간이 뭘로 되어있을까.”

“그러게요.”

“일단 우리랑 같은 소재는 아닐걸. 자세를 봐라. 자세를.”

“다 들리거든요.”

내가 좀 의자에 편히 누워있긴 하지만, 그렇게까지 특이한 건 아니란 말이다.

무조건 경기 시작 전까지 미리 협곡 한 바퀴를 돌아봐야 한다던 인간이나, 매번 모니터랑 키보드 위치 맞춘다고 자를 가지고 다니던 사람들보다야 평범하다.

“들으라고 하는 말인데? 비법 좀 알려줘 봐.”

그런 게 있었으면 고민도 안 했지.

“그냥 많이 겪어보면 돼요.”

한 십 년 정도.

겸사겸사 우승 트로피도 몇 개 들어주고.

“선수분들, 이제 입장 준비해 주세요!”

나는 굳이 더 말하지 않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결승 진출전도 가기 싫은데, 패자 부활전은 절대 사양이었다.

무조건 직행 티켓을 딸 거다.


[자! 플레이오프 2라운드의 시작을 알리는 ST와 DS 게이밍의 1세트 경기 곧 시작합니다!]

[아레나로 선수들 입장하네요!]

[1라운드에 이어 2라운드도 응원의 열기, 아주 뜨겁습니다!]

[그럼 경기 지금 바로 밴픽부터 만나보시죠!]

눈앞에 떠오른 밴픽창.

그리고 익숙한 공간.

“일단 준비한 대로 밴하자.”

감독님의 목소리와 함께, 상체 삼인방은 바로 초식 헌터 챔피언을 주르르 밴했다.

상대 헌터는 기본적으로 초식형 챔피언을 잘 다루는만큼, 칼대칼 싸움으로 유도하면 유리한 건 우리다.

[마오이카, 아이본, 그리고 세주까지 바로 밴.]

[다들 전체적으로 지원과 전투 호응에 능한 챔피언들이죠? 지속력 좋은 챔피언들을 바로 밴해버리는 ST.]

상대는 우리의 밴 카드를 보고 그대로 탑에서 OP픽 소리 듣는 럼불, 그 다음 원딜에서 하나, 마지막으로 내서스를 밴했다.

[어어? 마지막 밴이 약간 특이합니다?]

[이건 보통 쌍포를 쓸 때 하는 거거든요? 우리 카이팅 할 거니까 내서스 너, 쇠약 걸지 마! 이런 겁니다!]

[DS 게이밍이 대놓고 쌍포를 선택하네요!]

그렇게 시작된 픽.

“일단 브이 가져올게요.”

원딜 챔피언이 많이 나올 거라고 대놓고 언급한 세 번째 밴 카드다.

일점사든 추격이든 도가 튼 챔피언 하나 가져오는 게 무난했다.

[브이! 주먹 하나로 다 된다!]

[요즘 티어가 많이 오른 챔피언이죠! ST가 무난한 선픽을 가져갑니다!]

상대는 우리의 픽을 예상했는지, 고민 없이 챔피언을 픽했다.

[우리 초반 지이인짜 강하게 가져갈 건데, 너희 버틸 수 있어? 이렇게 물어보고 있습니다!]

[DS 게이밍이 레넥턴과 더불어 미드에 트리스타를 픽합니다.]

“오케이. 예상대로 가져갔네. 창현이랑 은설이. 우리 준비한 거 픽하자.”

감독님의 말에 우리도 빠르게 픽을 챙겼다.

[미드에는 한국 미드라이너들의 영원한 친구, 아제르! 그리고 원딜은 케이틀랜이 나오네요!]

[ST 쪽에서도 대답이 나옵니다. 미드에서는 버텨 줄게! 대신 바텀에서 골드 많이 벌어!]

[요즘 패치버전에서 좋은 원딜 중 하나죠? 치명타 아이템의 버프 수혜를 정통으로 받은 챔피언 중 하나입니다.]

애초에 공격성 강한 원딜인 스트라이크다.

그러니 갱 위험을 감수하고 라인전을 조금 더 강하게 가져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미드야 뭐.

지겹도록 써본 챔피언이다.

이미 팔다리가 잘린 챔피언이라지만, 나중 가면 머리까지 구역 나눠서 따버린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도 LOCK 미드 라이너들은 잘만 쓰고 다녔다.

그러니 지금 패치 버전을 생각하면 어떤 구도든 반반, 그 이상을 갈 자신이 있었다.

한편, DS 게이밍은 세 번째 픽으로 AD 미드 챔피언과 궁합이 좋은 릴리안을 가져갔다.

원래라면 여기서 케이틀렌에 대응하는 원딜이 나와야겠지만, 아마 여기서 헌터 챔피언이 더 잘리면 본인 팀 헌터의 챔피언 풀에서 더 할 게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벌써 두 번째 밴 시간.]

[ST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이거 일단 스몰러 자르죠?”

우리도 어느 정도 후반을 바라보는 조합이다 보니, 괜히 저런 잘못 만든 게임사의 실수같은 챔피언 넘겨줬다간 지금 OP픽이고 뭐고 간에 그냥 후반에 바로 챔피언이 녹아버리는 불상사가 생길 수 있다.

“그래. 일단 그건 잘라야겠다.”

감독님의 동의 하에 드래곤 녀석은 이번 세트에 등장 불가가 됐다.

[이번에는 DS 게이밍이 브라운과 랠을 밴.]

[이건 쌍포가 싸우기 껄끄러운 상대기도 한 만큼 그냥 시원하게 밴을 해버립니다.]

“블츠 밴 해줘.”

그리고 우리의 마지막 밴 카드는 벨과 스트라이크의 요구에 따라 그랩 챔피언인 블리츠에 사용했다.

이렇게 밴 카드 사용이 모두 끝나고, 상대는 일단 서포터인 레오난을 가져갔다.

예상한 대로 이니시가 부족한 상태라 남은 것 중 괜찮은 녀석을 가져간 모양이다.

특이하게 원딜을 맨 마지막에 뽑는 꼴이 된 것부터, 우리가 어느 정도 상대의 밴픽을 말리는데 성공했다는 의미니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상대 원딜이 누구든 간에 우리 탑은 준비가 되어 있다.

“탑은 준비한 대로?”

“네.”

스트라이크는 플루크의 말에 따라 챔피언을 골랐다.

[올리프]

일단 도끼 던지면서 들어가면, 레넥턴이든 레오니든 상대 CC기 전부 무시하면서 딜하는 쌍포 먼저 갈라버릴 수 있다.

[올리프가 대포를 막 썰어줄 거야!]

[한 번 날뛰면 궁극기 꺼질 때까지 아무도 못 막습니다!]

[가능한 건 오직 강력한 한방! 일점사로 끝내지 못하면 그대로 달려들게 될 올리프가 탑에 등장합니다!]

그리고 남은 서폿 자리에는 라인전 강하게 가져가기로 한 김에 아예 못을 박았다.

[럭산나까지 등장!]

[이러면 바텀 버틸 수 있나요?]

[DS 게이밍 헌터는 바텀에 살아야 해요!]

[이러면 악어가 썩어버리는데요?]

[어쩔 수 없습니다. 안 그러면 현 패치에서는 진짜 대충 해도 저 두 조합이 너무 강합니다.]

갑자기 분주해진 반대편에선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자얀을 픽했다.

아예 후반을 바라보는 방향성으로 돌린 듯했다.

물론 바라던 상황은 아니었을 테니 상대팀의 얼굴을 보지 않아도 상황이 어떤지는 훤히 보였다.

“바텀 라인전 폭파!”

“알겠으니까 좀 잘해서 포탑 골드도 뜯어오고 그래.”

“당연하지.”

스트라이크랑 벨은 신나서 배경 소리를 아주 풍부하게도 채웠다.

[ DS Drag -> ST Strike ]

[ DS Drag -> ST Bell ]

"......"

단지 상대방의 킬 주머니도 든든하게 채워줬다는 게 문제라면 문제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