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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경기장도 나쁘지 않지만, 언제나 이 작은 크기의 아레나는 향수를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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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렇다고 해서 마스터 리그에 오래도록 남아있을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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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마스터 리그 2라운드, ST와 KTT의 경기가 곧 시작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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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 환호와 함께 입장! 전통의 후원사 더비라 그런지 열기 아주 후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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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익숙해진 기기를 머리에 얹고, 눈을 감았다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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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밴픽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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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바텀 두 개 다 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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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밴 턴에는 괜히 나눠 먹느니 어쩌느니 보단, 그냥 바텀의 OP픽을 자르고, 미드에서 계수 버프로 원래도 사기였지만 더 사기 소리 듣는 주문력 기반 암살자 챔피언—아킬라—을 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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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상대는 헌터 챔피언들을 우르르 밴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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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미리 헌터 뽑아야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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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냥 놔두고, 나 미드 뽑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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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밴픽 첫 턴에 양 팀의 미드, 바텀이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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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곧 시작된 두 번째 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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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러면 대놓고 옥스 선수 저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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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선수가 육식 헌터는 잘 다루는데, 풀때기들은 아직 증명이 안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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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헌터라는 포지션 이름부터가 몬스터 잘 잡고, 잘 싸우라고 있는 포지션이긴 합니다만, 프로에서는 다른 만큼 선수 절단기 포지션이라고도 불리는데 과연 옥스, 어떤 선택을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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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KTT로서 공략 가능한 최선의 수를 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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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뭐 하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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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이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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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의 땀내나는 탑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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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헌터의 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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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랭크에서도 믿으면 안 되고, 팀 게임에서는 허상 그 자체인 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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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기려고 게임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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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역사의 딸깍 챔피언이 출격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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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 True -> KTT Ro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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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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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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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가 풀떼기를 못 다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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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 선수 신나고, 트루 선수는 그냥 날아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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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 선수에겐 상대 시야가 보이나요? 그냥 뚜벅뚜벅 가서 지시하고, 킬을 먹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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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전략을 대체 어떻게 짠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미리 지시해 벨이 진영 사이 강가 시야를 어거지로 한 번 잡아두니, 상대 헌터가 카정을 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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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라인을 굳이 밀지도 않고 바로 뒤틀린 숲으로 들어가 상대를 옥스와 함께 잡아냈고, 게임은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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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사실 트루 선수한테 로밍 가지 말라고 라인 클리어가 좋은 챔피언을 선택한 KTT인데, 아까 숲에서 사고 난 뒤로는 트루가 라인 긁기만 해도 미니언이랑 경험치 적당히 먹을 수 있고, 오히려 KTT 미드는 점점 라인 지우개 원툴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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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KTT는 로밍도 그렇게 안 좋아요. 이거 어떡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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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한 겁니다. 솔직히 어지간해서는 해 보긴 할 텐데, 조합이 너무 어려워요. ST는 딸깍만 하면 지금처럼 킬이 복사되고, KTT는 많이 노력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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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스럽게도 노력한다고 최선의 수가 나오는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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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상대의 조합을 카운터치려는 것도 아니고, 개인을 말리기 위해 내놓는 전술에는 언제나 하자가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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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단점히 여실히 드러나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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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픽한 탑을 빼면 주도권이란 게 KTT에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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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플루크도 점점 단단해지는데, 이러면 KTT는 탑과 헌터를 뚫을 수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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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포지션을 둘이서 단단하게 잡고, 상대가 CC기에 걸리면 미호를 뽑은 내가 매혹으로 연계하고 풀 콤보를 박아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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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고작 그것만으로도, 대다수의 챔피언은 녹아서 속박당한 그 자리가 무덤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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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미드 라인에서 열린 최후의 한타에서 이 부분이 더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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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바아아악! 그대로 차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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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뒤에서 튀어나온 마오이카에 대응 실패한 K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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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싸먹히는 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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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싸먹히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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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우 구슬로 상대 원딜까지 긁어버리자, 그대로 KTT의 초상화는 전부 흑백으로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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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 라인으로 쭉 진격하는 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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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넥서스 파괴되면서 ST가 앞서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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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는 멈추지 않습니다. 이미 리그에서 군림하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픽을 깎고 발전하는 ST! 이 팀을 대체 어떻게 막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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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KTT. 두 번째 밴픽은 빠르게 전략을 수정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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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못 막는다. 그러니까 그냥 포, 대포, 더 많은 공격! 그냥 쏘면 누군가는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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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 저 인간이 깎아온—이라고 말하기에도 어폐가 있다만—초식형 챔피언이 저거 하나뿐이었지만, 상대는 그걸 모르는 터라 밴픽의 기조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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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진짜 꺼낼 만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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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만 말했는데, 플루크 녀석은 벌써부터 띠모 초상화를 픽창에 올려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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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오오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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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진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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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왜 픽창에 올라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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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는 지금 밴픽 보니까 한 번은 해봐도 좋다고 생각하는데, 고르는 건 둘째 치고 포지션은 어디가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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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은 그걸 또 진지하게 받아주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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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설아, 너 한번 해 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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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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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네가 하면 뭐든 결과가 잘 나올 거 같아서. 그리고 다른 원딜 챔피언도 잘 하던데. 카이팅 할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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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챔피언을 픽하는 것과 더불어 나한테 짬처리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부터, 감독님도 범부랑은 대략 백오십 하고도 칠만 광년은 떨어져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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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애초에 왜 띠모를 픽하는 게 기정 사실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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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챔피언 픽하면 더 쉽게 이길 수 있다. 괜히 솔로 랭크에서조차 외면받는 챔피언이 아니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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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상한 걸로 정규 시즌에 이겨 놔야 플레이오프 밴픽이 편해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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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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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림도 그렇고 경기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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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말하는 ‘약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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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이상한 픽으로 이겨놓고 상대가 그에 맞춰서 준비해 오면 정석픽을 들고 정색하고선 패버리는 게 그리 이상한 상황은 아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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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문제는 온갖 이상한 픽이 난무하는 경기가 왜 지금이어야 하냐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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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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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 지금부터 7연패쯤 해도 플레이오프 진출은 확정이라 감독님의 저 과도한 실험 정신이 이상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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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무래도, 이번 판은 내 로밍을 의도적으로 막고 바텀의 자립심을 기르시려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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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시간 거의 다 됐으니까 그냥 픽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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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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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띠모 준위! 출격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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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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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 이거 진짜로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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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곡의 귀여운 너구리! 찢어 죽이고 싶은 챔피언 1위에 빛나는 띠모 준위가 부쉬에서 나와 기어코 마스터 리그에 얼굴을 비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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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 기록이 아예 없습니다! 마스터 리그는 밴픽률 제로! LOCK 까지 올라가더라도 고대 기록을 뒤져야 한두 번 나올까 말까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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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3의 협곡 실험실이 열렸습니다! 안재훈 코치, 아니, 감독이 원래부터 실험적인 픽을 좋아하긴 했지만, 이건 진짜 규격 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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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는 쓰레시와 카이스까지 픽하면서 우리는 모든 라인 조합을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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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옥스는 세주나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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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 꺼낸 건데 왜 재미는 은설이가 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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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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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라인전은 의외로 무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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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오고 또 나오는 우리 트리스타와의 라인전은 의외로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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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서로 멀찍이 떨어져 미니언 먹다가, 만약 상대가 스킬로 점프해 들어오면 실명 하나 걸어주고 평타만 열심히 때리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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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거 왜 딜교를 트리스타가 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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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이 띠모라는 게, 탑에서 주로 놀던 친구거든요? 그래서 탑에서야 항상 찢기는 신세지만 미드라면 말이 조금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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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실 다른 거 제쳐두고 트루의 거리 조절이 예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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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친구는 원딜 했어도 어지간히 잘했을 겁니다. 트리스타가 정신을 못 차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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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 그리고 W스킬에 달린 이동 속도 증가까지 합쳐지니, 상대가 화났다는 게 눈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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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에서 최고의 CC기는 딸피고, 두 번째는 띠모라는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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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6레벨이 되고 궁극기를 쓸 수 있게 되었지만 미드는 평화롭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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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반동으로 바텀이 작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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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체는 평화로운데 바텀 라인 왜 이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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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더블 킬! KTT 바텀 성장세가 무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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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의 사기 챔프 대결에서 상대적 열세인 카이스라는 걸 고려하지 않은 건지, 아니면 쓰레시의 그랩이 맞아서 흥분한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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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들었던 스트라이크와 벨은 그대로 갱까지 맞고 죽어버렸고, 그걸 한 번 더 반복하니 바텀 힘 차이가 심각하게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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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거 후반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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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스가 웬일로 맞는 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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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후반 가면 우리가 이겨. 천천히 해.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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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크는 그렇게 말하면서 상대 탑과 싸우다가, 바텀이랑 똑같이 갱을 맞고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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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현이 형, 탑 갱 안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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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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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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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띠모를 많이 안 해본 터라 어쩔 수 없이 오더가 줄어드니, 하나씩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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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T는 다른 걸 할 게 아니라 감독님이랑 술이나 한 잔 걸치면서 어느 챔피언이 좋다 따위의 헛소문이나 퍼뜨리는 게 전판의 헌터 5밴보다 효율적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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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금 점점 게임이 이상해지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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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띠모를 미드에 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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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는 좀 맞자! KTT가 전판과 달리 이번에는 상대를 밀어넣고 온갖 전리품을 챙겨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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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반해 띠모와 카이스는 성장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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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는 탑과 헌터의 고혈을 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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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 너는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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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크가 앞에서 대신 맞아주면서 폭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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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띠모는 그런 거 신경 안 씁니다. 그냥 룰루랄라 W 키고 우물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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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옆에서 박아준 옥스의 세주도 곧장 플루크 따라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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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래도 불리한 와중에 2차 타워는 다 지키고 있습니다. 아무리 챔피언이 이상해도, 운영 실력 어디 안 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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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리한 상황에서의 라인 관리가 얼마나 힘든지는 내가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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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에게 그걸 강제하기도 했고, 내가 직접 하기도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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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다른 것도 아니고 그냥 버티기만 하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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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보면, 기회는 오기 마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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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 힘 꽉 주고 버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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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T의 남작 버프도 곧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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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슬슬 카이스랑 띠모의 버섯이 아픈 시점이에요! 결국 상대 후퇴하고 미드 억제기 하나와 이차 타워 하나로 어떻게든 피해를 최소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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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T 끝내진 못하고 뒤로 빠집니다. 다들 귀환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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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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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 True -> KTT Ro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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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원딜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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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무것도 안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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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C자 부쉬에 숨겨뒀던 버섯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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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아아! 이게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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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허무하게 제압 골드가 넘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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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하게 집 가려고 부쉬에 들어갔는데, 독버섯이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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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폿 뭐해! 시야 안 잡고 뭐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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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딜이 외쳐보지만 서폿은 이미 집 가고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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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바로 띠모다! 트루가 우물에서 멈춰 갑자기 띠모로 춤을 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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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딜의 제압골은 언제 먹어도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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