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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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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경기장도 나쁘지 않지만, 언제나 이 작은 크기의 아레나는 향수를 자극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마스터 리그에 오래도록 남아있을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었지만.

[자,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마스터 리그 2라운드, ST와 KTT의 경기가 곧 시작될 예정입니다!]

[선수들 환호와 함께 입장! 전통의 후원사 더비라 그런지 열기 아주 후끈합니다!]

이제는 익숙해진 기기를 머리에 얹고, 눈을 감았다 떴다.

[자! 밴픽 시작합니다!]

“일단 바텀 두 개 다 잘라.”

첫 밴 턴에는 괜히 나눠 먹느니 어쩌느니 보단, 그냥 바텀의 OP픽을 자르고, 미드에서 계수 버프로 원래도 사기였지만 더 사기 소리 듣는 주문력 기반 암살자 챔피언—아킬라—을 밴했다.

그러자 상대는 헌터 챔피언들을 우르르 밴하는 것으로 응수했다.

“이러면 미리 헌터 뽑아야 되나?”

“아니, 그냥 놔두고, 나 미드 뽑을게.”

그렇게 밴픽 첫 턴에 양 팀의 미드, 바텀이 완성됐다

그리고 곧 시작된 두 번째 턴.

[아, 이러면 대놓고 옥스 선수 저격입니다.]

[이 선수가 육식 헌터는 잘 다루는데, 풀때기들은 아직 증명이 안 됐어요!]

[사실 헌터라는 포지션 이름부터가 몬스터 잘 잡고, 잘 싸우라고 있는 포지션이긴 합니다만, 프로에서는 다른 만큼 선수 절단기 포지션이라고도 불리는데 과연 옥스, 어떤 선택을 할까요.]

[일단 KTT로서 공략 가능한 최선의 수를 뒀습니다.]

“나 뭐 하면 되지.”

“마오이카 해.”

남자들의 땀내나는 탑 싸움.

그리고 헌터의 캐리.

솔로 랭크에서도 믿으면 안 되고, 팀 게임에서는 허상 그 자체인 것들이다.

“원래 이기려고 게임하는 거야.”

전통과 역사의 딸깍 챔피언이 출격할 때였다.


[ST True -> KTT Roll]

클릭 한 번.

킬 한 번.

[누가 내가 풀떼기를 못 다룬대!]

[옥스 선수 신나고, 트루 선수는 그냥 날아다닙니다!]

[트루 선수에겐 상대 시야가 보이나요? 그냥 뚜벅뚜벅 가서 지시하고, 킬을 먹습니다!]

상대가 전략을 대체 어떻게 짠 건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미리 지시해 벨이 진영 사이 강가 시야를 어거지로 한 번 잡아두니, 상대 헌터가 카정을 왔었다.

나는 라인을 굳이 밀지도 않고 바로 뒤틀린 숲으로 들어가 상대를 옥스와 함께 잡아냈고, 게임은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이게 사실 트루 선수한테 로밍 가지 말라고 라인 클리어가 좋은 챔피언을 선택한 KTT인데, 아까 숲에서 사고 난 뒤로는 트루가 라인 긁기만 해도 미니언이랑 경험치 적당히 먹을 수 있고, 오히려 KTT 미드는 점점 라인 지우개 원툴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심지어 KTT는 로밍도 그렇게 안 좋아요. 이거 어떡하나요?]

[망한 겁니다. 솔직히 어지간해서는 해 보긴 할 텐데, 조합이 너무 어려워요. ST는 딸깍만 하면 지금처럼 킬이 복사되고, KTT는 많이 노력해야합니다.]

유감스럽게도 노력한다고 최선의 수가 나오는 건 아니었다.

사실 상대의 조합을 카운터치려는 것도 아니고, 개인을 말리기 위해 내놓는 전술에는 언제나 하자가 있기 마련이다.

그 단점히 여실히 드러나는 경기였다.

[후픽한 탑을 빼면 주도권이란 게 KTT에게 존재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플루크도 점점 단단해지는데, 이러면 KTT는 탑과 헌터를 뚫을 수가 없어요!]

앞 포지션을 둘이서 단단하게 잡고, 상대가 CC기에 걸리면 미호를 뽑은 내가 매혹으로 연계하고 풀 콤보를 박아 넣는다.

그리고 고작 그것만으로도, 대다수의 챔피언은 녹아서 속박당한 그 자리가 무덤이 됐다.

특히나 미드 라인에서 열린 최후의 한타에서 이 부분이 더 두드러졌다.

[속바아아악! 그대로 차렷!]

[갑자기 뒤에서 튀어나온 마오이카에 대응 실패한 KTT!]

[이거 싸먹히는 각입니다!]

[그대로 싸먹히면서—!]

내가 여우 구슬로 상대 원딜까지 긁어버리자, 그대로 KTT의 초상화는 전부 흑백으로 변했다.

[미드 라인으로 쭉 진격하는 ST!]

[이렇게! 넥서스 파괴되면서 ST가 앞서갑니다!]

[ST는 멈추지 않습니다. 이미 리그에서 군림하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픽을 깎고 발전하는 ST! 이 팀을 대체 어떻게 막나요!]


[아, KTT. 두 번째 밴픽은 빠르게 전략을 수정해 왔습니다.]

[어차피 못 막는다. 그러니까 그냥 포, 대포, 더 많은 공격! 그냥 쏘면 누군가는 맞는다!]

옥스 저 인간이 깎아온—이라고 말하기에도 어폐가 있다만—초식형 챔피언이 저거 하나뿐이었지만, 상대는 그걸 모르는 터라 밴픽의 기조가 바뀌었다.

“이러면 진짜 꺼낼 만 한데?”

내가 이렇게만 말했는데, 플루크 녀석은 벌써부터 띠모 초상화를 픽창에 올려놨다.

[오오...오오아아악!]

[이거 진짜예요?]

[이게 왜 픽창에 올라오나요!]

“일단 나는 지금 밴픽 보니까 한 번은 해봐도 좋다고 생각하는데, 고르는 건 둘째 치고 포지션은 어디가 좋을까.”

감독님은 그걸 또 진지하게 받아주신다.

“은설아, 너 한번 해 볼래?”

“...제가요?”

“응. 네가 하면 뭐든 결과가 잘 나올 거 같아서. 그리고 다른 원딜 챔피언도 잘 하던데. 카이팅 할 수 있지?”

저 챔피언을 픽하는 것과 더불어 나한테 짬처리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부터, 감독님도 범부랑은 대략 백오십 하고도 칠만 광년은 떨어져 있는 듯하다.

“아니, 애초에 왜 띠모를 픽하는 게 기정 사실인데요?”

다른 챔피언 픽하면 더 쉽게 이길 수 있다. 괜히 솔로 랭크에서조차 외면받는 챔피언이 아니란 말이다.

“이렇게 이상한 걸로 정규 시즌에 이겨 놔야 플레이오프 밴픽이 편해지거든.”

“......”

스크림도 그렇고 경기도 그렇고.

소위 말하는 ‘약팔이’다.

온갖 이상한 픽으로 이겨놓고 상대가 그에 맞춰서 준비해 오면 정석픽을 들고 정색하고선 패버리는 게 그리 이상한 상황은 아니긴 하다.

단지 문제는 온갖 이상한 픽이 난무하는 경기가 왜 지금이어야 하냐는 거다.

‘아닌가?

생각해 보니 지금부터 7연패쯤 해도 플레이오프 진출은 확정이라 감독님의 저 과도한 실험 정신이 이상하진 않았다.

그리고 아무래도, 이번 판은 내 로밍을 의도적으로 막고 바텀의 자립심을 기르시려는 모양이다.

“그럼 시간 거의 다 됐으니까 그냥 픽할게요.”

그렇게,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 띠모 준위! 출격합니다! ]

나는 모르겠다.

[으아아아아! 이거 진짜로 나왔어요!]

[협곡의 귀여운 너구리! 찢어 죽이고 싶은 챔피언 1위에 빛나는 띠모 준위가 부쉬에서 나와 기어코 마스터 리그에 얼굴을 비춥니다!]

[이 친구, 기록이 아예 없습니다! 마스터 리그는 밴픽률 제로! LOCK 까지 올라가더라도 고대 기록을 뒤져야 한두 번 나올까 말까에요!]

[ST3의 협곡 실험실이 열렸습니다! 안재훈 코치, 아니, 감독이 원래부터 실험적인 픽을 좋아하긴 했지만, 이건 진짜 규격 외입니다.]

그 뒤로는 쓰레시와 카이스까지 픽하면서 우리는 모든 라인 조합을 완성했다.

“대신 옥스는 세주나 해.”

“...내가 말 꺼낸 건데 왜 재미는 은설이가 보냐?”

나도 그게 궁금하다.


첫 라인전은 의외로 무난했다.

나오고 또 나오는 우리 트리스타와의 라인전은 의외로 간단했다.

그냥 서로 멀찍이 떨어져 미니언 먹다가, 만약 상대가 스킬로 점프해 들어오면 실명 하나 걸어주고 평타만 열심히 때리면 됐다.

[아니 이거 왜 딜교를 트리스타가 지나요?]

[어쨌든 이 띠모라는 게, 탑에서 주로 놀던 친구거든요? 그래서 탑에서야 항상 찢기는 신세지만 미드라면 말이 조금 다릅니다.]

[그리고 사실 다른 거 제쳐두고 트루의 거리 조절이 예술입니다.]

[저 친구는 원딜 했어도 어지간히 잘했을 겁니다. 트리스타가 정신을 못 차리네요.]

실명, 그리고 W스킬에 달린 이동 속도 증가까지 합쳐지니, 상대가 화났다는 게 눈에 보였다.

록에서 최고의 CC기는 딸피고, 두 번째는 띠모라는 말이 맞는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6레벨이 되고 궁극기를 쓸 수 있게 되었지만 미드는 평화롭기만 했다.

물론 그 반동으로 바텀이 작살났다.

[상체는 평화로운데 바텀 라인 왜 이런가요!]

[또다시 더블 킬! KTT 바텀 성장세가 무섭습니다!]

초반의 사기 챔프 대결에서 상대적 열세인 카이스라는 걸 고려하지 않은 건지, 아니면 쓰레시의 그랩이 맞아서 흥분한 건지.

달려들었던 스트라이크와 벨은 그대로 갱까지 맞고 죽어버렸고, 그걸 한 번 더 반복하니 바텀 힘 차이가 심각하게 났다.

“우리 이거 후반 봐야겠다.”

옥스가 웬일로 맞는 말을 했다.

“어차피 후반 가면 우리가 이겨. 천천히 해. 천천히.”

플루크는 그렇게 말하면서 상대 탑과 싸우다가, 바텀이랑 똑같이 갱을 맞고 죽었다.

“창현이 형, 탑 갱 안 와요?”

“아. 맞다.”

“......”

내가 띠모를 많이 안 해본 터라 어쩔 수 없이 오더가 줄어드니, 하나씩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KTT는 다른 걸 할 게 아니라 감독님이랑 술이나 한 잔 걸치면서 어느 챔피언이 좋다 따위의 헛소문이나 퍼뜨리는 게 전판의 헌터 5밴보다 효율적일 거다.

실제로 지금 점점 게임이 이상해지고 있으니까.

[감히 띠모를 미드에 꺼내?]

[너희는 좀 맞자! KTT가 전판과 달리 이번에는 상대를 밀어넣고 온갖 전리품을 챙겨나갑니다!]

[그에 반해 띠모와 카이스는 성장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이네요!]

그렇게 우리는 탑과 헌터의 고혈을 빨았다.

[으아아! 너는 살아!]

[플루크가 앞에서 대신 맞아주면서 폭사했어요!]

[하지만 띠모는 그런 거 신경 안 씁니다. 그냥 룰루랄라 W 키고 우물로 돌아갑니다!]

[그 와중에 옆에서 박아준 옥스의 세주도 곧장 플루크 따라 갔습니다.]

[근데 그래도 불리한 와중에 2차 타워는 다 지키고 있습니다. 아무리 챔피언이 이상해도, 운영 실력 어디 안 가네요!]

불리한 상황에서의 라인 관리가 얼마나 힘든지는 내가 잘 안다.

상대에게 그걸 강제하기도 했고, 내가 직접 하기도 했으니까.

그만큼 다른 것도 아니고 그냥 버티기만 하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면, 기회는 오기 마련이었다.

[배에 힘 꽉 주고 버텨!]

[KTT의 남작 버프도 곧 끝납니다!]

[이제 슬슬 카이스랑 띠모의 버섯이 아픈 시점이에요! 결국 상대 후퇴하고 미드 억제기 하나와 이차 타워 하나로 어떻게든 피해를 최소화합니다!]

[KTT 끝내진 못하고 뒤로 빠집니다. 다들 귀환 준비!]

그리고 그 순간.

[ST True -> KTT Roll]

상대 원딜이 터졌다.

“...나 아무것도 안했는데?”

문득, C자 부쉬에 숨겨뒀던 버섯이 생각났다.

[으아아아아! 이게 뭔가요!]

[이렇게 허무하게 제압 골드가 넘어갑니다!]

[안전하게 집 가려고 부쉬에 들어갔는데, 독버섯이 있었네요!]

[서폿 뭐해! 시야 안 잡고 뭐했어!]

[원딜이 외쳐보지만 서폿은 이미 집 가고 없어요.]

[이게 바로 띠모다! 트루가 우물에서 멈춰 갑자기 띠모로 춤을 추네요!]

원딜의 제압골은 언제 먹어도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