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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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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의 함성.

그리고 진격하는 ST 선수들.

“끝났네.”

“이거 끝낼 수 있어?”

“옆 미니언 어그로 안 끌면.”

그리고 당연하게도 저 정도 수준의 선수들이 그런 실수를 할 리는 없었다.

[한 명, 그리고 또 한 명!]

[줄줄이 소시지처럼 밀키웨이의 선수들이 다시 죽어가고! 쌍둥이 타워도 날아갑니다!]

[그대로 넥서스까지—지지!]

[1세트는 ST가 먼저 차지하며 기세를 올립니다!]

선수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사라지고, 사람들은 잠깐의 쉬는 시간에 밖으로 나갔다.

“이거 너무한 거 아니야?”

그 와중에 은채는 옆에서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보고 화를 냈다.

“뭐 보는데?”

“록갤.”

“......거긴 또 어떻게 알아?”

“방송 시청자들이 맨날 채팅창에 치길래 한 번 들어가 봤었어.”

다행스럽게도 그녀의 핸드폰에 보이는 갤러리에는 로그인이 되어있지도, 고정 닉네임도 아니었다.

대충 봐도 한 번 보다는 많이 들락거린 것 같긴 했지만.

사실 선수들도 은근 아닌 척하지만, 경기 끝나면 인터넷을 떠돌면서 본인 활약상 찾아보는 게 당연한 시대다.

기성 스포츠도 그럴진대, 하물며 온라인이니 인터넷이니 하는 이스포츠야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나도 가끔 찾아본 적도 있었고.

하지만 원래 이런 빅매치가 있는 날에는 굳이 그곳으로 들어가 봐야 분탕을 치러 온 인간들만 넘쳐나는 법이다.

“이거 봐봐. 이게 말이 돼?”

오늘도 궁존야띵ㅋㅋㅋ

—그냥 미드 골드부터 cs까지 다 쳐발려도 가자미롤만 맡으면 나머지 넷이 해결해 준다니까?

└팩트)다

└저 넷은 진심 ㄹㅈㄷ네

└ㅋㅋㅋㅋㅋㅋ

└개추

└나이먹고 못해진게 아니고 원래 못한게 뽀록난것일뿐

└그럼 ㅅㅂ 그런 새끼한테 방금 진 필리독은 뭐가 되는데

└둘 다 딸피잖아

└지금까지 한 번 빼고 필리독 부품이 안 좋았던 거지

└ㄹㅇㅋㅋ

└아니 ㅅ1발 첫 인베때 필리독이 트리플킬 쳐먹고 딜교 성립이 안되는 걸 버틴 프라우드 생각은 안하네

└응 그거 반대였으면 더 빨리 졌어

└프라우드<--먹어도 킬값 못함

└토르는 신이야

└ㄹㅇㅋㅋ

나는 다음 글을 눌러보지도 않은 채 그대로 인터넷창을 지웠다.

“자, 은채야. 외워?”

“뭐를?”

“저기 있는 사람들 중에 거의 구십 프로는 브실골이야.”

“...아하.”

역시 빠르게 납득하는 모습이 전교권 학생답다.

“은설이는 둘째치고 나보다 록도 모르는 인간들이 저러는 거야?”

“그것도 있고, 사실 작성자는 그냥 분탕을 치고 싶은 거겠지.”

설마 저 플레이가 진짜 의미 없고 다른 팀원들만 잘해서 ST가 승리했다고 생각하진 않을 거다.

하지만 저렇게 쓰는 게 더 관심이 가고, 어그로를 끌어모을 수 있으니 그렇다.

“은설이 칭찬할 때는 엄청나게 잘해줘서 좋은 곳인 줄 알았는데...”

“내가 한 세트라도 못하는 날에는 나야말로 물어뜯기 제일 좋은 대상일걸.”

여중생에, 스트리밍도 하고, 벌써 3부 리그 데뷔를 한 데다가 사람들도 모두 내 실력를 찬양하고 있다.

거꾸로 말하자면.

한 번이라도 부진한 순간 들개들이 달려들 최적의 배경이라는 의미다.

“엑. 그럼 나 이제 여기 안 볼래.”

“나 우승할 때만 가서 봐.”

어찌 됐든 록도 스포츠인 만큼 성적은 절대적이다.

실력이야 완전 압도적인 모습을 뽐내지 못하면 날조가 가능하지만, 우승컵이랑 우승 기록은 록이 망해도 평생 안 사라진다.

그런 만큼, 분탕을 치는 인간들도 기를 못 펴는 순간이 바로 우승 직후다.

은채가 접속한 횟수 대충 세어 보니, 아예 못 들어가는 건 이미 글러버린 것 같다.

그러니 차라리 상대적으로 건전한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게 나아 보였다.

[자, 바로 밴픽 시작했고, 선수들 진지합니다!]

[이거 매치포인트거든요? 이번에 지면 다음 매치까지 진 팀 팬분들은 잠 못 잡니다.]

[과연 3세트로 넘어갈지, 아니면 ST가 오랜만에 밀키웨이를 셧다운 시킬지!]

[지금부터 밴픽 시작합니다!]

각자 준비한 게 있었는지, 밴픽은 거침이 없었다.

주어진 시간을 다 쓰는 경우는 고사하고, 서로 시간을 채 반도 쓰기 전에 밴픽을 끝마쳤다.

[자, 이제 선수들 뒤틀린 협곡으로 진입했고!]

[경기—시작합니다!]

첫 세트와 달리 딱히 모여 다니지 않고 서로 자리를 잡은 채 대치하는 상황.

아무래도 전판처럼 화끈한 초반 싸움은 없다고 보는 게 맞다.

[아, 카메라가 시선을 돌립니다!]

[선수들이 멈춰 있어서 지루한가요? 관중석을 비추네요!]

그리고 그 화면 속에는 내가 있었다.

자연스레 손을 흔드니, 관중들 사이에서 환호가 간간히 들려왔다.

유니폼 흔드는 사람도 있는 걸 보니, 아까 사인받은 사람들도 퍽 많나 보다.

[아아! 요즘 유명한 선수가 오셨군요!]

[마스터 리그 최연소, 그리고 최초의 여성 미드라이너!]

[ST의 트루 선수가 오늘 이 자리에 계셨군요!]

옆에 있던 은채는 언제 가지고 왔는지 응원의 메시지가 적힌 종이를 옆에서 흔들면서 덩달아 자연스레 얼굴도 가렸다.

[마스터 리그는 분명 휴식기일텐데도 이렇게나 록에 관심이 많은 트루 선수네요!]

[이렇게 해야 무패를 이어가나 봅니다.]

[그래서 트루 선수, 오늘 경기 결과 어떻게 될 것 같나요!]

나는 살며시 웃으며 한 손으로는 V를, 다른 한 손으로는 주먹을 쥐어 앞으로 내밀었다.

[아! 역시 당연한 질문이었네요!]

[하하. 필리독 선수의 영입 제안도 거절한 것처럼, 오늘 스코어도 단호하게 2대 0을 예상합니다!]

참고로.

나는 허언은 안 한다.


[자 이렇게 오늘 두 번째 넥서스까지 파괴되면서!]

[ST가 1라운드 1위를 굳건하게 유지합니다!]

[LOCK의 영원한 별, ST입니다!]

경기가 끝났다.

스코어는 내 예상대로 2대 0.

두 번째 세트는 인게임마저도 압도적인 승리였다.

“걱정을 아예 안 한 표정이네?”

“이길 줄 알았으니까.”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ST가 맛이 가기 시작한 건 이번 시즌 막바지다.

LOC 월드컵 결승전에서 패배해 준우승만 계속하기 전까지, ST의 무력과 운영은 압도적일 거다.

라이벌전의 변수가 걱정이었던 것뿐이지, 사실 밀키웨이에게 승리하는 게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란 의미였다.

그리고 LOC 월드컵 부분은 내가 어떻게 할 수가 없으니 넘어가야 하고.

프라우드의 문제도, 그렇다고 다른 선수들의 문제도 아니었기에 더 그랬다.

지금 LOCK 순위표 저 밑에 있던 팀이 갑자기 치고 올라와 플레이오프 진출에 우승까지 한다고 하면 누가 믿을까.

올해는 그냥 온 우주의 억제력이 그 팀의 우승을 돕는 수준일 거다.

‘마스터 리그부터 우승해야지.

어차피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두면 또 상황이 바뀔 테니 그때 다시 생각하는 게 속 편했다.


경기장에서 돌아온 늦은 저녁.

“오늘 경기 다들 잘 보셨죠?”

나는 현장에서 시간상 어쩔 수 없이 스트리밍을 끊었었기에, 그 마무리를 위해 집에서 다시 방송을 켰다.

—왔구나

—끼잉끼잉 기다렸어 트루눈나

—숨 더 막히게 해줘...

—저거 쓴 새1끼들 중에 오늘 온 놈들 있다고 생각하니 어지러워용

—ㅋㅋㅋㅋㅋㅋ

—호러 아니냐

—ㄹㅇㅋㅋ

—트루 팬사인회 사고 없이 마무리된 게 기적이누...

“오늘은 이해해드릴게요. 매니저님이 유니폼도 다 팔렸다고 하셨거든요.”

—진짜 다 팔림?

—라이브 볼 때 엄청 무더기로 있던데

—ㄹㅇ이게 팔리네

—심지어 그냥 종이에 사인받아간 사람은 더 많다는거임

—ㄷㄷㄷㄷㄷ

—트루햄 인기 실?화임?

“그래서, 오늘 경기 보시면서 어떠셨어요?”

—1세트 개쫄렸다

—ㄹㅇㅋㅋ

—근데 2세트 시작 직후에 화면에 트루 ㅈㄴ길게 잡아줘서 2세트 까먹고 그부분만 몇 번이나 돌려봄

—나 2세트는 하이라이트로 봤다

—ㅋㅋㅋㅋㅋ

—그저 트황바라기들

—일단 팬미팅 문제는 안 일으킨 새끼들...

—[블라인드 처리된 채팅입니다]

—팬덤 GOAT

—ㄹㅇㅋㅋ

“제 친구가 알려줬는데, 오늘 프라우드 선수가 이니시 건 걸 놀리는 분이 계시더라고요?”

—친구가 옆에 그 사람임?

—ㅅㅂ어쩐지 내가 안 되더라

—이거 부정뽑기야!

—다음 라운드 경기표 100장씩 뿌려라 트루야

—ㄹㅇㅋㅋ

역시 화면에 친하게 찍힌 순간이 있어서 은채도 얼굴이 팔린 모양이다.

나는 침착하게 준비해 둔 말을 꺼냈다.

“일단 그거 뽑기는 진짜 랜덤이 맞아요.”

—뭐뭣

—못믿으면 개추~

—ㅋㅋㅋㅋ

“아니 시청자님들, 님들이 채팅을 조금 예쁘게만 꾸며주셨어도 경쟁률이 15대 1은 아니었겠죠.”

내 평균 시청자 수를 생각해 보면 이 경쟁률은 거저 수준이다.

—엄

—ㅋㅋㅋㅋㅋㅋ

—3000명이 넘게 봤는데 경쟁률 15대 1ㅋㅋㅋㅋ

—할말이 없누...

—트루 친구면 욕도 안했을테니 ㅇㅈ하긴 한다

“그리고 진짜 못 믿으시겠으면, 상처받은 친구 위해서 데려갔다고 생각해주세요.”

어차피 죽어도 주작 소리 할 인간들을 위해 마지막 방패도 가동했다.

—뭔 상처

—여기서 개인사를 꺼내

—치트키 안 통한다

—친구 개인사 알빠임?

—ㄹㅇㅋㅋ

“그 친구 친오빠가 밀키웨이 엔비에요.”

—Aㅏ

—완전히 이해했어

—트루한테 개털린 걔?

—밀키웨이S3군의미드라이너이자1라운드에서트루한테털린밀키웨이의엔비라고 해주세요

—악질쉑ㅋㅋㅋ

—??? : 오빠는 왜 내 친구처럼 못해?

—근데 기분전환으로 데려가서 밀키웨이 또 패는 모습 보여주면 그게 더 악질 아님?

—ㅋㅋㅋㅋㅋㅋㅋ

—엄ㅋㅋ

—그래도 비싼 값 줘도 못 보는 경기 직관하셨잖아 한잔해

—트루야 다음번에는 티켓 더 많이 가져와다오

—젭알

그렇게 채팅을 정리—제압—한 나는, 하던 말을 계속하기 위해 화면으로 오늘 경기 영상을 틀었다.

“자, 지금부터 프라우드 선수의 이니시부터 시작해서 오늘 경기 해설해 드릴 테니까 록갤이랑 다른 커뮤니티에 똑바로 퍼 나르세요. 아시겠죠?”

—ㅋㅋㅋㅋㅋㅋ

—아ㅋㅋ우상이 욕먹는건 못참지

—근데 쟤 분석 시작하면 1시간은 할 텐데

—ㅈ됐네

—빨리 퍼나르면 일찍 끝내줄수도 있을 듯

—당장 캡쳐준비한다

—ㄱㄱㄱㄱㄱ

이제 슬슬 시청자들도 익숙해졌는지, 그만하라고는 안 한다.

눈치 빠른 인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