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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은 끝났지만, 본업은 지금이 한창이다.
“이거 이기면 우리 전반기 전승이다!”
마스터 리그는 1라운드와 2라운드로 나뉘고, 그렇게 결정된 상위 스플릿 팀들은 플레이오프를 통해 우승팀을 가린다.
그리고 오늘은 1라운드의 마지막 경기.
이기면 전반기에 우리를 이긴 팀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자, 상대 팀들에게 최소한 매치 패배 한 번씩 선물해 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후반기, 그러니까 2라운드라고 해 봐야 일주일 뒤면 시작되는 만큼 기선 제압에 있어 한없이 중요한 경기라 할 수 있겠다.
특히나 그게 ST의 영원한 라이벌이라면 더더욱.
‘밀키웨이라.’
팀 자체만 본다면 3부 리그 멤버라기엔 차고 넘치는 체급이다.
ST를 이기겠다고 공격적인 투자로 유망주를 쓸어갔다던 대표적인 팀이 바로 저 팀이니까.
전생에 2군, 3군에 있을 때 밀키웨이를 그렇게 많이 만났는데도 딱 한 번 잡아봤으니 말 다한 거다.
당장 지금도 마스터 리그의 유이한 매치 무패팀 중 하나다.
ST는 매치패도 없고, 저쪽은 세트 패배는 몇 번 해서 순위표에선 우리가 부동의 1위지만. 결국 맞대결에서 모든 게 결정된다.
오늘 누가 이기느냐에 따라 순위표가 바뀐다.
‘뭐, 그래도 한 명은 없으니...’
가장 위협적이었고, LOCK에서는 절대자마냥 군림했던 플루크가 ST에 왔다.
이맘때 즈음에 플루크가 밀키웨이 S 아카데미 쪽에서 유망주로 떠오르고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ST3의 명실상부한 탑이 되었으니 여러모로 아이러니하다.
아무튼, 상대 전력은 약화되고 우리 쪽은 조금이나마 강화되었다고 봐도 좋으니 딱히 긴장되진 않았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오늘 경기를 이기고, 순위표를 굳건히 하는 것 뿐이다.
“오늘 컨디션 안 좋은 사람 있어? 없지?”
감독님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우리들을 훑어봤다.
“라이벌 팀 경기라고 생각할 필요 없고, 그냥 오늘도 이긴다는 마인드로. 알지?”
“넵!”
“좋아. 그러면 가자.”
마침 대기실에서 나오라는 신호도 떨어졌겠다, 우리는 주저 없이 경기장으로 향했다.
[LOCK 산하 마스터 리그 1라운드 최종전!]
[DS 게이밍과 DFN 파이트의 대결이 끝난 지금, 대미를 장식하는 건 영원한 라이벌. 영원한 숙적.]
[ST와 밀키웨이 S의 경기! 지금 시작됩니다!]
아무리 하부 리그라고는 하지만 나름 빅매치라 그런지 관중들이 가득 찬 건 물론이요, 중계진의 분위기부터 어딘가 들뜬 모습이었다.
[ST의 미드라이너! 현재 ST의 상승세를 이끄는 선봉장이자 지휘자! 트루입니다!]
나는 천천히 걸어 들어가며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경기장의 메인 스테이지와 가까워지는 매 순간마다 울려 퍼지는 환호는, 이게 단순히 방구석에서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니란 것이 느껴지게 한다.
‘...더 큰 곳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그리고 그러기 위해선, 여기서 힘겨워할 수는 없다.
그렇게 무대 위에 감독님을 포함한 모두가 올라오고, 동시에 기기를 가동했다.
[선수들 준비 다 됐고! 기기에 문제 없습니다!]
관중들의 환호성은 고스란히 들리지만, 적당히 느껴지는 부유감과 허공에 뜬 밴픽창이 게임이 시작했음을 알려준다.
[ ST 대 밀키웨이 S의 경기, 지금 시작합니다!]
[먼저 밴픽부터 보시죠!]
밴픽은 1라운드에서는 우리가 블루 진영에서 선픽을 하게 되어 있다.
“준비한 대로 자르자.”
OP픽-밸런스가 어긋날 정도로 현 패치에서 좋은 챔피언-을 먼저 깔끔하게 잘라 두 개만 남긴다.
선픽인 대신 한 챔피언만 골라야 하는 블루 진영, 후픽인 대신 두 챔피언을 고를 수 있는 레드 진영.
블루의 장점은 밴픽 자체를 리드할 수 있다는 거고, 기본적으로 내 챔피언 풀이 유망주들 기준으로나 1군 프로들 기준으로나 비정상적으로 넓은 만큼 OP픽들을 하나씩 나눠 먹는 방식으로 다 잘라버리면 기분 좋은 쪽은 우리다.
[이러면 밀키웨이, 선택해야 합니다.]
[그렇죠? 아예 하나씩 먹을지, 아니면 밴 카드 두 개를 OP픽 두 개에 쓸지 골라야 합니다. 하나만 닫는 건 코치들 직무유기에요.]
아니나 다를까, 상대는 OP픽을 놔두고 헌터가 쓸 수 있는 챔피언 중 공격적인 것들을 집중적으로 밴해버렸다.
“일단 선픽으로 카이스 가져올게요.”
원래대로면 초반이 약해야 하는 챔피언임에도 패치 잘못 해서 초반은 무상성, 후반은 압도적인 캐리가 가능한 원딜 챔피언 중 하나다.
무지성으로 스킬 눌러서 상대 진영으로 돌진만 안 하면 어지간해서는 후반을 책임지는 챔피언이랄까.
[ST, 플루크 선수가 카이스를 선픽으로 가져오는군요.]
[ST의 평소 승리 플랜이라면 아예 트리스타 같은 챔피언을 미드로 가져와 트루 선수에게 딜링을 맡겨도 될 텐데, 오늘의 접근은 약간 다릅니다.]
[이 선택이 어떻게 이어지게 될지, 한번 보겠습니다.]
상대는 무난하게 남은 현 OP픽 중 하나인 징키를 골랐다.
둘 다 후반 밸류로는 알아주는 편이지만, 단순 라인전만 따지면 우리 쪽이 기분이 약간 더 좋은 편이다.
그리고 남은 픽으로는 현 메타에서 그나마 쓰일 수 있는 헌터 챔피언 중 한타부터 소규모 교전까지 좋은 짜오란을 가져갔다.
“씁. 이러면 나 뭐 해야 하냐.”
대놓고 저격을 당한 옥스는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이 정도는 이미 예상 범위 내였다.
“누가 먼저 부러지나 시험 한번 해 보죠 뭐.”
“뭘 시키려고.”
“든든한 세주요.”
“........쩝.”
어차피 탱커 하나는 필요하다.
칼챔도 잘렸으니 옥스는 잠자코 탱커 챔피언이자 근접 챔피언들과 궁합이 잘 맞는 세주를 골랐다.
[여기서 든든한 거 하나?]
[나쁘지 않죠. ST의 다음 밴픽이 약간 걱정되긴 합니다만,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아요.]
“지환아, 탑은 다음 밴픽 턴으로 넘길까?”
“아뇨. 괜찮아요.”
감독님의 걱정이 무색하게, 플루크 녀석은 주저 없이 팀의 세 번째 픽을 확정지었다.
[곰 중에 곰! 천 번 찔린 그 곰!]
[곰은 사람을 찢어! 3픽에서 의외의 픽인 익스베어가 등장합니다!]
평타 기반이기에 세주와 잘 맞으면서 상대 원딜과의 거리를 좁혀 들어갈 수 있는 속도와 궁극기까지.
이번 라운드에서 처음 고르긴 하지만, 이론 상 나쁘지 않다.
그리고 나는 저 녀석이 무슨 챔피언을 고르든 라인전에서 밀리는 꼴을 본 적이 없었다.
[자 이러면 진짜 재미있어지는데요?]
[일단 ST는 원딜, 탑, 정글 완성, 밀키웨이도 잠시 고민하다가 곧이어 돌덩이 말파를 골랐습니다. 돌은 찢기 좀 힘들죠!]
[서로 박아! 이런 느낌의 밴픽, 이거 진짜 먼저 박는 쪽이 이기나요?]
서로 절대 빼지 않는 밴픽.
순식간에 두 번째 밴 시간이 다가왔고, 이번에 우리는 미드 챔피언을 여럿 밴했다.
“상대 서폿 밴한다.”
“그럼 쟤들 미드에서 고를 거 뻔하네.”
“...은설이 너 진짜 그거 할 거냐?”
“각 나왔잖아요. 그럼 해야죠.”
밴 시간이 끝나고 상대의 픽 시간.
[밀키웨이가 트리스타를 골랐습니다!]
[우린 쌍포야! 너희 뭐 할건데? 그렇게 말하는 모습! 지금 미드 챔피언 고를 게 참 애매한데요!]
물론 나한테는 해당 안 되는 말이다.
“야쇼 뽑아줘.”
“...난 모르겠다.”
스트라이크는 헛웃음을 지으며 내 요구대로 챔피언을 픽했다.
[으아아아! 여기서 이걸 골라요!]
[아니 쌍포를 가동한 밀키웨이 앞에 이론상 카운터가 나타납니다!]
[바람이 내 곁에 있을지! 아니면 죽음이 내 곁에 있을지! 야쇼가 마스터 리그에서 369일만에 다시 등장합니다!]
[저번 년도에 쓰인 것마저 미드 야쇼 아니고 원딜이었어요! 심지어 졌어요!]
[이거 진짜 어떻게 되나요?]
그렇게 충격의 밴픽 속에서, 남은 서폿들 또한 빠르게 픽을 가져갔다.
[자, 이렇게 밴픽 끝났습니다!]
[ST는 난 앞으로 돌진할 거다! 그렇게 말하며 전부 돌진에 일가견 있는 챔피언, 그리고 밀키웨이는 쌍포를 가동했습니다!]
[ST 대 밀키웨이, 첫 세트 지금 시작합니다!]
“하나, 둘, 셋!”
“ST 화이팅!”
첫 시작은 무난했다.
[세주가 돌진하고! 야쇼가 때리고!]
[얼어! 얼어버려! 그대로 퍽퍽 때리면서! 플래시까지 써보지만 맞플래시로 퍼스트 킬!]
[ST가 픽의 이유를 보여주며 미드에서 점수를 얻어갑니다!]
초반의 강점을 살려 상대 쌍포의 핵심인 트리스타를 한 번 잘라준 건 좋았다.
탑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돌덩이도 잡았고.
하지만 문제는 슬슬 각 팀 원딜이 다 커가는 시점에서 발생했다.
—슈우웅!
카이스를 하는 모든 원딜이 받는 유혹.
스트라이크가 그걸 못 참았다.
[비사아아앙! ST 비사아아앙!]
[여기서 갑자기 스트라이크가 발사해버리면 어떡합니까! 집중포화를 맞고 순식간에 죽어서 시체도 안 남았어요!]
“아니, 이게. 다 잡는 각이었는데.”
아주 어림 반 푼 어치도 없는 각은 아니었다. 상대 원딜부터 뒷라인 쪽의 체력이 반 이하로 갈려 있거나 간당간당했으니까.
하지만 문제는 우리 팀 원딜은 반피도 아니고 그냥 체력 자체가 거의 없다는 거였다.
한편, 그렇게 원딜이 우물로 여행을 떠나고.
별다른 오더 없이 생존 신고와 스트라이크의 사과 아닌 사과만 들리는 걸 생각해보면 상황이 얼마나 급박하게 흘러가는지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앞라인을 잡고 버티려던 플루크는 쌍포의 집중포화에 플래시로 벽을 넘어가서 겨우 살았다.
세주는 잠시 오더가 없으니 어디 이상한 곳에서 돌아다니다가 상대 서폿이랑 정글한테 고루고루 맞고 있었고.
물론 그것도 오래 못 갔다.
[으아아! 플루크 시야에 걸렸고! 곧바로 죽습니다! 곧이어 세주까지!]
[이러면 트루까지 양쪽에서 싸 먹히는 구도에요!]
[천라지망을 펼쳐라! 아무도 못 빠져나간다!]
서폿인 벨은 이미 한 번 죽고 여기 다시 오고 있지만, 내가 끌어야 하는 시간이 퍽 길다.
차분히 생각할 시간은 없다.
시야가 사라지기 직전까지의 상대의 인원 배치를 생각해 최선의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이거 빠져나갈 수 있나요!]
[벨 선수가 지원을 오긴 하는데, 이거 어떻게 버텨요!]
일단 옥스가 부활하기까진 시간이 좀 필요하지만 그게 상대 헌터 혼자서 대형 몬스터를 혼자 처치할 정도의 충분한 시간은 아니다.
고로 대형 몬스터를 이번 턴에 무조건 먹어야만 하는 상대는 둘 이상을 내게 배치할 수 없다.
‘...피하면 어떻게 될 것도 같은데.’
상대 서포터의 하늘에서 떨어지는 CC기는 아까의 교전에서 빠졌으니, 지금 내가 신경 써야 할 건 상대 서폿이 검을 내질러 내게 스턴을 거는 일반 스킬, 그리고 나를 밀어내는 상대 미드의 궁극기다.
다행히 둘 다 내 스킬 중 하나인 높은 바람 장막에 막힌다.
“갈 때까지 버틸 수 있어?”
“한번 딜교 좀 볼게.”
스킬을 이용해 나를 추적하는 상대와의 거리부터 좁힌다.
부쉬에서부터 미니언을 타면서 Q를 한 대.
그대로 상대 서폿에게 다가간다.
서포터의 스턴 스킬은 플래시로 빼고, 이번에는 트리스타에게 빠르게 접근한다.
—쾅!
그리고 상대의 궁극기 소리가 들리는 그 순간, 잠시 일인칭으로 전환 후 장막 시전과 동시에 다시 키보드를 이용해 Q를 누르고, 다시금 일인칭으로 전환해 쿨타임이 채 돌지 않은 Q를 시전한다.
원래대로라면 시전이 안 돼야 정상이지만, 원래 되는데 안 막으면 잡기술인 법이다.
순식간에 튀어나가는 바람.
—투웅!
이제 더 고민할 건 없다.
바람 가는 대로 몸을 맡기며 궁극기를 시전한다.
[ST True -> Milkyway S Envy]
스트라이크가 미처 마무리하지 못한 상대를 기어코 마무리하고, 상대의 지원이 오기 전 적절하게 도착한 벨의 도움을 받아 서포터까지 잡아냈다.
[으아아아아아! 천라지망이 찢겼어요!]
[그물 이거 왜 이렇게 약해요! 바람에 그대로 날아갔습니다!]
[이러면 계산이 어떻게 되나요?]
[부활한 플루크가 텔레포트로 타워 2차 밀고! 스트라이크도 1차를 밀어버리고 2차까지 미니언 밀어 넣었습니다. 라인 관리 깔끔해요.]
[그리고 그 상황에서 곧 있으면 남작이 나오는군요!]
[트리스타 부활까지 사십 초나 남았는데 이거 어떡하나요.]
[이러면 ST는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 질 생각 따위는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