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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lcome, ST Tru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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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수명 True, 홍은설 선수는 오늘부터 1년간 LOCK(League Of Champions Korea) 산하 3부리그, 마스터리그의 미드 라이너로 ST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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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나이이니만큼 많은 응원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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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에서 올린 공식 영입 SNS 글은 곧장 화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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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진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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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바로 프로 직행을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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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랭크에서 잘하더라도 3군 데뷔도 못한 채 각 팀의 아카데미에서 바스러지는 유망주들이 수두룩 빽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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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림이나 기타 검증 없이 신인을 바로 프로—3부 리그에서 뛰어도 프로는 프로다—에 몸담게 하는 건 전례 없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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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 좀 풀어줄 수 있어요? 대체 뭐 어떻게 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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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의 팬인 듀랑은 당연하게도 흥분해서는 은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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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그랜드마스터 승격한 직후에, 여러 팀들에서 연락이 왔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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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부터 리그 중하위권 팀들의 스카우터들까지 전부 내게 러브콜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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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럼 혹시 조건 더 좋은 팀들도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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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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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상 이번 시즌 미드가 미국—진짜로 북미로 튀었다—가버린 한 팀에서는 2군 선수 올려 써야 하니 그냥 바로 2군 미드 라이너로 와 달라고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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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와 마스터리그를 건너뛰고 바로 2부 리그인 그랜드 리그에서 뛰게 해주겠다는 게 얼마나 파격적인지는 내가 제일 잘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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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아직 1인칭 시점의 움직임이 어떤지 검증조차 안 된 신인에게 걸기엔 과하게 좋은 조건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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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몇몇 해외 리그 팀에서는 아예 주전 자리를 보장한다고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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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내 실력 때문만은 아니고 외모적인 부분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겠지만, 여러모로 파격적인 제안은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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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다 거절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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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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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는 안재훈 코치님이 직접 전화하셨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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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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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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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우드 이전에 키보드 록 하던 시절 그 사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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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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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의 삭제된 기록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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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ㅋㅋ VR끼고 싸워야 진짜 록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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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 기록들은 다 물로켓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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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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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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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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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 게임사가 만든 게임이긴 했어도 나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키보드와 마우스만 사용하던 록은, 그 당시에 리그가 존재하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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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기원전’ 느낌의 고대 록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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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당시 ST의 미드 라이너가 바로 안재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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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분이 엄청 열정적으로 설득하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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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관련해서는 얘기 없으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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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관련해서는 내가 다 책임질 테니까 넌 오기만 해라.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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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이 정도는 이야기해도 된다고 미리 언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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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됐든 엔터테인먼트적 측면이 특히 더 강한 E-스포츠판에서 이런 사소하다면 사소한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여 큰 줄기의 서사로 이어지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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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재능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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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 코치가 전전긍긍하는 대 트 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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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키보드 록 하는 애 있어서 눈 돌아간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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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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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솔직히 저 정도 컨트롤이면 1인칭도 잘할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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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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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피 보정 있어서 근육 빵빵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결국 걍 반응속도 싸움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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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속에서 어린 나이는 무적이고 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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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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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놈들이 잘하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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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 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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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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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진짜로 1인칭 시점 안 써보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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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두세 판 정도? 친구들이랑 피시방 가서 해본 게 다예요. 그 뒤에 랭크 게임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때부턴 안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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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오늘 방송에서 1인칭 하시는 거 괜찮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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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요. 그러려고 부탁드린 건데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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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냄비와 듀랑은 이미 프로 계약도 체결한 내가 괜히 익숙하지 않은 VR의 기능을 쓰다가 망신당하지 않을지 걱정하는 듯했지만,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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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계약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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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싫든, 내가 시즌의 절반을 말아먹지 않으면 ST3—ST의 3부리그 팀—는 최소 한 시즌은 나를 써야 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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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괜히 다른 팀 거르고 덥석 계약한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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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렇다고 해서 정말로 말아먹을 생각 따위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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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울 거면 일단 높은 곳에서 부딪혀 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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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랑은 내 말에 덧붙여 자연스레 방송의 2부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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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줄 알고 저희가 준비했습니다. 챌린저 달성 방송에 이어, 이번에는 챌린저들끼리 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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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송화면에서 유명 챌린저 9명의 이름과 얼굴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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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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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ㅂ쟤들은 어케 모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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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초대규모 합방이네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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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팀 미드 비는거 보면 트루 참전 각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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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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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방송이 괜히 챌찍기겠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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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모아놨는데 트루가 챌 못 찍을까봐 전전긍긍했던 멀티냄비면 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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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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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훑어보니 닉네임만 봐도 챔피언 하나만 주구장창 파서 극한에 도달한 이들이 퍽 많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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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에 서식하는 장인 새끼들 ㅈㄴ많이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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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애들이랑 1인칭으로 딜교걸면 나 항상 흑백화면만 보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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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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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무서움 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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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칭 맛 좀 봐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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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마들은 뭐 1인칭 안써서 트루한테 쳐발린줄 아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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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오히려 1인칭 쓰면 트루 실력은 떨어질 거 같아서 은근 비벼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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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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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처리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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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으면서 배우는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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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세고 강하게 커라 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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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준비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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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러분들, 이게 바로 협찬받은 히오르 게임즈의 최신형 VR 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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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젠가 경기장에서 봤던 달걀형의 푹신한 요람 의자에 반쯤 누운 채 VR 기기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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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느껴지는 붕 뜨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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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눈을 깜박였을 땐 난 이미 방송실의 컴퓨터 앞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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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오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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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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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은 일단 여기서 쓰시던 전 프로 선수 셋팅으로 해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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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이 공간에는 의자가 없고, 책상은 내가 서서 키보드와 마우스를 조작하기 딱 좋은 높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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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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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1인칭으로 바꾸면 두 발로 땅에 딛고 서는 감각을 바로 느끼게 되니 이렇게 게임하는 편이 더 적응하기 쉬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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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가상공간이니 좀 오래 서 있는다고 아프진 않을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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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잠시 설정 창에서 세부 조정을 하고 있자니, 옆에 포탈 비스무리한 게 생기더니 각양각색의 아바타가 튀어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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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님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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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거 기본 아바타에요? 아무런 커스텀도 안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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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평범한 사람 둘과 오크 하나, 엘프 하나에 둘러싸여 당황하고 있었는데, 저 위에서 익숙한 스트리머, 듀랑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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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 트루님. 저 분들이 오늘 같은 팀 되신 분들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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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그럴 거 같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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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양옆으로 책상이 늘어져 있어서 예상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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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시청자들과 나를 위해 간단한 인사가 이어지고, 록에 인생을 건 인간들답게 곧장 게임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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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판은 쉽게 가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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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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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가 상대하는 상대팀 5명 다 원챔 장인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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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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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 하는 창 닫고, 그냥 해주실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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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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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오늘 그냥 시키고 싶은 거 다 시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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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무슨 말로 꼬신 건지 모르겠지만, 멀티냄비가 혼신의 힘을 다해 모은 인맥은 내 말에 바로바로 따라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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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노밴! 노밴 나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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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스펙 없어도 이긴다는 마인드! 팀 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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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게도 상대팀은 본인들이 인생을 바친 장인픽들을 그대로 뽑았고, 우리는 좀 더 팀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소위 말하는 대회픽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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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는 뒤틀린 협곡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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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로딩이 끝난 직후 1인칭으로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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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게임이고, 어디까지나 기본 목적은 어디까지나 내가 1인칭에 익숙해지는 것이니만큼 미니언 생성도 되지 않은 초반은 무난하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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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 미니언들 라인에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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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라인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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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상대 미드라이너는 나를 봐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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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팔 짧은 근거리 챔피언이자, 오직 세상이 끝나도 5초는 살아남는다는 궁 하나 믿고 가는 챔피언이고, 상대는 메이지 중에서도 팔 길기로 소문난 제노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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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레벨부터 5레벨까지, 그러니까 궁극기를 찍기 전까진 아무것도 못하고 맞기만 해야 하는 매치업이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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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인즉, 다르게 생각하면 내 연습에 최적화된 상대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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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맞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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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답게 스킬샷이 장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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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맞춥니다. 엄청 잘 맞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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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드네요 이거. 상성이 확실히 안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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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다른 사람들이 저 챔피언을 플레이했다면 아슬아슬하게 피했을 텐데, 범위 조정 솜씨가 기계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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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일인칭 시점 아니면 피하기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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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스킬 투사 속도가 매 년마다 빨라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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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다 고인물들이 일인칭 시점으로 맨날 피해서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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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모든 스킬을 한 번씩 다 맞아봤으니, 슬슬 일인칭으로 체험해 볼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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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트루 님 이번에는 일인칭으로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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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 센스 있어요. 스킬 같은 순서로 하나씩 다시 써줍니다! 마치 피해보라면 피해보라는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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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차징 스킬은 상대의 움직임을 끝까지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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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이 조금씩 올라가다 멈추는 그 찰나에 몸을 옆으로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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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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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하게 상대의 스킬이 빗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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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아까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스킬샷이었지만, 내가 달라졌으니 결과도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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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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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위에서 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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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바닥에 뜨는 공격 범위를 확인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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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으로 보는 것보다 명확하게 보이는 스킬 사용의 전조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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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하나면 회피는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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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피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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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1인칭 거의 안 했다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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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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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걸 어케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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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까지 쳐맞은건 장인 기 살려주려고 한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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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키보드랑 마우스가 족쇄 맞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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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나 키보드견인데 이번에는 저 말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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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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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대의 스킬쿨 사이에 다시금 컴퓨터 앞으로 돌아와 대검이 아닌 키보드와 마우스를 쥔 채 시청자들의 채팅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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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상대 스킬 시전 모션 보이자마자 무빙 치니까 되네요. 원래 이렇게 쉬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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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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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 자존심에 스크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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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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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잘 보고 잘 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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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새끼들 하는 말 다 똑같은 거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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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꿀팁을 바란 내가 ㅂㅅ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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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그와중에 1인칭 풀고 채팅창 읽은 거 실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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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 ㅈ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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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좋은 기능을 왜 이제 쓰기 시작했는지 참 슬프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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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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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썼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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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1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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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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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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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기능 안 쓰는 거 때문에 주저했던 스카우터들 개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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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때 지를걸! 아 그때 지를걸! 아 그때 지를걸! 아 그때 지를걸! 아 그때 지를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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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는 이미 ST가 낚아채갔단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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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ㅈ된건 마스터 리그 미드들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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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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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어케막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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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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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팅창이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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