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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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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lcome, ST True ]

[ 선수명 True, 홍은설 선수는 오늘부터 1년간 LOCK(League Of Champions Korea) 산하 3부리그, 마스터리그의 미드 라이너로 ST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

[ 어린 나이이니만큼 많은 응원과 사랑 부탁드립니다. ]

ST에서 올린 공식 영입 SNS 글은 곧장 화제가 되었다.

“아니 진짜로?”

“이걸 바로 프로 직행을 하네.”

솔로 랭크에서 잘하더라도 3군 데뷔도 못한 채 각 팀의 아카데미에서 바스러지는 유망주들이 수두룩 빽빽하다.

스크림이나 기타 검증 없이 신인을 바로 프로—3부 리그에서 뛰어도 프로는 프로다—에 몸담게 하는 건 전례 없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썰 좀 풀어줄 수 있어요? 대체 뭐 어떻게 된 거예요?”

ST의 팬인 듀랑은 당연하게도 흥분해서는 은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저번에 그랜드마스터 승격한 직후에, 여러 팀들에서 연락이 왔었어요.”

ST부터 리그 중하위권 팀들의 스카우터들까지 전부 내게 러브콜을 보냈다.

“어? 그럼 혹시 조건 더 좋은 팀들도 있었어요?”

“있었죠.”

내 기억상 이번 시즌 미드가 미국—진짜로 북미로 튀었다—가버린 한 팀에서는 2군 선수 올려 써야 하니 그냥 바로 2군 미드 라이너로 와 달라고도 했었다.

아카데미와 마스터리그를 건너뛰고 바로 2부 리그인 그랜드 리그에서 뛰게 해주겠다는 게 얼마나 파격적인지는 내가 제일 잘 알았다.

특히나 아직 1인칭 시점의 움직임이 어떤지 검증조차 안 된 신인에게 걸기엔 과하게 좋은 조건이긴 했다.

심지어 몇몇 해외 리그 팀에서는 아예 주전 자리를 보장한다고도 했고.

아마 내 실력 때문만은 아니고 외모적인 부분도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겠지만, 여러모로 파격적인 제안은 맞았다.

“근데 다 거절했어요.”

“아니 왜?”

“ST는 안재훈 코치님이 직접 전화하셨거든요.”

“......오.”

—ㅁㅊ

—프라우드 이전에 키보드 록 하던 시절 그 사람임?

—ㅇㅇ

—LOC의 삭제된 기록ㅋㅋㅋ

—아ㅋㅋ VR끼고 싸워야 진짜 록이지

—그 전 기록들은 다 물로켓 아님?

—이런 씹

—긁?

—ㅋㅋㅋㅋㅋㅋ

중소 게임사가 만든 게임이긴 했어도 나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키보드와 마우스만 사용하던 록은, 그 당시에 리그가 존재하긴 했다.

소위 ‘기원전’ 느낌의 고대 록이랄까.

그리고 그 당시 ST의 미드 라이너가 바로 안재훈이었다.

“그분이 엄청 열정적으로 설득하시더라고요.”

“VR 관련해서는 얘기 없으셨어요?”

“그거 관련해서는 내가 다 책임질 테니까 넌 오기만 해라.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참고로 이 정도는 이야기해도 된다고 미리 언질을 받았다.

어찌 됐든 엔터테인먼트적 측면이 특히 더 강한 E-스포츠판에서 이런 사소하다면 사소한 이야기 하나하나가 모여 큰 줄기의 서사로 이어지는 법이니까.

—진짜 재능인가...?

—ST 코치가 전전긍긍하는 대 트 루

—그냥 키보드 록 하는 애 있어서 눈 돌아간 거 아닐?까?

—ㄹㅇㅋㅋ

—근데 솔직히 저 정도 컨트롤이면 1인칭도 잘할 거 같은데

—맞긴함

—차피 보정 있어서 근육 빵빵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결국 걍 반응속도 싸움이지

—반속에서 어린 나이는 무적이고 신이다

—ㅋㅋㅋㅋㅋㅋ

—어린 놈들이 잘하긴 해~

—어허, 년입니다

—엄ㅋㅋ

“근데 진짜로 1인칭 시점 안 써보셨어요?”

“한 두세 판 정도? 친구들이랑 피시방 가서 해본 게 다예요. 그 뒤에 랭크 게임 본격적으로 시작했을 때부턴 안 썼어요.”

“그럼 오늘 방송에서 1인칭 하시는 거 괜찮겠어요?”

“그럼요. 그러려고 부탁드린 건데요 뭐.”

멀티냄비와 듀랑은 이미 프로 계약도 체결한 내가 괜히 익숙하지 않은 VR의 기능을 쓰다가 망신당하지 않을지 걱정하는 듯했지만, 나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이미 계약은 끝났다.

좋은 싫든, 내가 시즌의 절반을 말아먹지 않으면 ST3—ST의 3부리그 팀—는 최소 한 시즌은 나를 써야 한다는 의미다.

내가 괜히 다른 팀 거르고 덥석 계약한 게 아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정말로 말아먹을 생각 따위는 없었다.

“배울 거면 일단 높은 곳에서 부딪혀 봐야죠.”

듀랑은 내 말에 덧붙여 자연스레 방송의 2부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그럴 줄 알고 저희가 준비했습니다. 챌린저 달성 방송에 이어, 이번에는 챌린저들끼리 내전!”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송화면에서 유명 챌린저 9명의 이름과 얼굴이 올라왔다.

—캬

—ㅅㅂ쟤들은 어케 모았냐

—사실상 초대규모 합방이네ㄷㄷㄷ

—한팀 미드 비는거 보면 트루 참전 각이냐

—백퍼지.

—1부 방송이 괜히 챌찍기겠누

—저렇게 모아놨는데 트루가 챌 못 찍을까봐 전전긍긍했던 멀티냄비면 개추

—ㅋㅋㅋㅋㅋ

대충 훑어보니 닉네임만 봐도 챔피언 하나만 주구장창 파서 극한에 도달한 이들이 퍽 많아 보였다.

—챌에 서식하는 장인 새끼들 ㅈㄴ많이 왔네

—저런 애들이랑 1인칭으로 딜교걸면 나 항상 흑백화면만 보던데

—ㅋㅋㅋㅋㅋㅋ

—개무서움 걍

—1인칭 맛 좀 봐야겠지?

—그마들은 뭐 1인칭 안써서 트루한테 쳐발린줄 아누

—근데 오히려 1인칭 쓰면 트루 실력은 떨어질 거 같아서 은근 비벼질 듯

—비벼?

—[블라인드 처리된 댓글입니다.]

—맞으면서 배우는거지 뭐

—굳세고 강하게 커라 트루!

아무튼, 준비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자 여러분들, 이게 바로 협찬받은 히오르 게임즈의 최신형 VR 기기—”

나는 언젠가 경기장에서 봤던 달걀형의 푹신한 요람 의자에 반쯤 누운 채 VR 기기를 썼다.

잠시 느껴지는 붕 뜨는 기분.

잠시 눈을 깜박였을 땐 난 이미 방송실의 컴퓨터 앞에 서 있었다.

“들어오셨죠?”

“네.”

“설정은 일단 여기서 쓰시던 전 프로 선수 셋팅으로 해놨어요.”

확실히 이 공간에는 의자가 없고, 책상은 내가 서서 키보드와 마우스를 조작하기 딱 좋은 높이였다.

...오.

그러고 보니 1인칭으로 바꾸면 두 발로 땅에 딛고 서는 감각을 바로 느끼게 되니 이렇게 게임하는 편이 더 적응하기 쉬울 듯했다.

어차피 가상공간이니 좀 오래 서 있는다고 아프진 않을 테고.

그렇게 잠시 설정 창에서 세부 조정을 하고 있자니, 옆에 포탈 비스무리한 게 생기더니 각양각색의 아바타가 튀어나왔다.

“트루님 맞죠?”

“와...이거 기본 아바타에요? 아무런 커스텀도 안 했어요?”

갑자기 평범한 사람 둘과 오크 하나, 엘프 하나에 둘러싸여 당황하고 있었는데, 저 위에서 익숙한 스트리머, 듀랑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아, 아. 트루님. 저 분들이 오늘 같은 팀 되신 분들이에요.]

어쩐지 그럴 거 같더라.

내 양옆으로 책상이 늘어져 있어서 예상은 했다.

그렇게 시청자들과 나를 위해 간단한 인사가 이어지고, 록에 인생을 건 인간들답게 곧장 게임으로 들어갔다.

“첫판은 쉽게 가실래요?”

“네?”

“저희가 상대하는 상대팀 5명 다 원챔 장인이거든요.”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밴 하는 창 닫고, 그냥 해주실 수 있나요?”

“얼마든지요.”

“저희 오늘 그냥 시키고 싶은 거 다 시켜주세요.”

대체 무슨 말로 꼬신 건지 모르겠지만, 멀티냄비가 혼신의 힘을 다해 모은 인맥은 내 말에 바로바로 따라주었다.

[캬! 노밴! 노밴 나왔어요!]

[리스펙 없어도 이긴다는 마인드! 팀 트루!]

당연하게도 상대팀은 본인들이 인생을 바친 장인픽들을 그대로 뽑았고, 우리는 좀 더 팀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소위 말하는 대회픽을 했다.

그렇게 우리는 뒤틀린 협곡에 들어왔다.

나는 로딩이 끝난 직후 1인칭으로 바꿨다.

첫 게임이고, 어디까지나 기본 목적은 어디까지나 내가 1인칭에 익숙해지는 것이니만큼 미니언 생성도 되지 않은 초반은 무난하게 흘러갔다.

[자 이제 미니언들 라인에 도착!]

[본격적으로 라인전 시작합니다!]

하지만 게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자 상대 미드라이너는 나를 봐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나는 팔 짧은 근거리 챔피언이자, 오직 세상이 끝나도 5초는 살아남는다는 궁 하나 믿고 가는 챔피언이고, 상대는 메이지 중에서도 팔 길기로 소문난 제노스다.

1레벨부터 5레벨까지, 그러니까 궁극기를 찍기 전까진 아무것도 못하고 맞기만 해야 하는 매치업이란 뜻이다.

그 말인즉, 다르게 생각하면 내 연습에 최적화된 상대이기도 했다.

‘이게 맞네.

장인답게 스킬샷이 장난 아니다.

[잘 맞춥니다. 엄청 잘 맞춰요.]

[힘드네요 이거. 상성이 확실히 안 좋아요.]

분명 다른 사람들이 저 챔피언을 플레이했다면 아슬아슬하게 피했을 텐데, 범위 조정 솜씨가 기계급이다.

[저건 일인칭 시점 아니면 피하기 힘들죠.]

[모르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스킬 투사 속도가 매 년마다 빨라지거든요?]

[이게 다 고인물들이 일인칭 시점으로 맨날 피해서 그렇습니다.]

일단 모든 스킬을 한 번씩 다 맞아봤으니, 슬슬 일인칭으로 체험해 볼 때였다.

[오, 트루 님 이번에는 일인칭으로 전환.]

[상대방 센스 있어요. 스킬 같은 순서로 하나씩 다시 써줍니다! 마치 피해보라면 피해보라는 자신감!]

일단 차징 스킬은 상대의 움직임을 끝까지 확인한다.

팔이 조금씩 올라가다 멈추는 그 찰나에 몸을 옆으로 틀었다.

—피익.

아슬아슬하게 상대의 스킬이 빗나간다.

분명 아까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스킬샷이었지만, 내가 달라졌으니 결과도 달라졌다.

[피했고!]

[이번에는 위에서 떨어집니다!]

굳이 바닥에 뜨는 공격 범위를 확인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화면으로 보는 것보다 명확하게 보이는 스킬 사용의 전조 움직임.

그거 하나면 회피는 간단했다.

[또 피했어요!]

—아니 1인칭 거의 안 했다면서

—ㅅㅂ

—저걸 어케피해요

—아까까지 쳐맞은건 장인 기 살려주려고 한거임?

—진짜 키보드랑 마우스가 족쇄 맞다니까?

—솔직히 나 키보드견인데 이번에는 저 말이 맞다

—팩트)다.

나는 상대의 스킬쿨 사이에 다시금 컴퓨터 앞으로 돌아와 대검이 아닌 키보드와 마우스를 쥔 채 시청자들의 채팅을 읽었다.

“그냥 상대 스킬 시전 모션 보이자마자 무빙 치니까 되네요. 원래 이렇게 쉬웠나?”

—??????

—장인 자존심에 스크래치

—ㅋㅋㅋㅋㅋ

—??? : 잘 보고 잘 치면 됩니다

—천재새끼들 하는 말 다 똑같은 거 봐라

—그래 꿀팁을 바란 내가 ㅂㅅ이지

—근데 그와중에 1인칭 풀고 채팅창 읽은 거 실화냐?

—여유 ㅈ되네

“이 좋은 기능을 왜 이제 쓰기 시작했는지 참 슬프네요.”

—니가!

—안! 썼잖아!

—개1씨발

—ㅋㅋㅋㅋㅋㅋ

—‘족쇄’

—VR 기능 안 쓰는 거 때문에 주저했던 스카우터들 개추ㅋㅋ

—아 그때 지를걸! 아 그때 지를걸! 아 그때 지를걸! 아 그때 지를걸! 아 그때 지를걸!

—팩트는 이미 ST가 낚아채갔단거임~

—가장 ㅈ된건 마스터 리그 미드들 아니냐?

—ㄹㅇㅋㅋ

—저거 어케막음

—몰?루

채팅창이 폭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