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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방과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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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차를 타고 나를 본의 아니게 저격했던 스트리머가 보내준 건물 앞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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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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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LOCK에서 뛰는 선수들 개인 유튜브도 관리를 많이 하는 편이라 그런가, 여러모로 친숙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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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올라갈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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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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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차 타면 집까지 얼마 걸리지도 않는 터라 아빠는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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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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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릿하게나마 남아있는 기억을 뒤져 스트리머가 말했던 방송실을 노크하자, 곧장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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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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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문을 연 사람은 멀티냄비가 아니라 방송 초창기에 한두 번 랭크 게임에서 만났던 스트리머, 듀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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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둘이 친분이 있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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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트루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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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 맞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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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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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이런 시선도 익숙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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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사람들이 날 보고 반응하는 걸 보는 재미도 없잖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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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잠시 나를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정신을 차렸는지 방송실에 마련된 테이블로 나를 안내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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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앉으세요. 명원이, 아니, 멀티냄비가 지금 세팅 중이라 좀 시간이 필요하네요. 저기 간식 있으니까 많이 드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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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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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요. 덕분에 마스터 찍먹도 했던 제가 더 고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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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안쪽에서 낑낑대며 방송 세팅 막바지인 멀티냄비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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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게스트 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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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하던 걸 대충 내려놓고선 고개를 돌려 나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후다닥 테이블 앞으로 내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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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서 반갑습니다! 스트리머 멀티냄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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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초대받은 나보다 합방을 제의한 인간이 더 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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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혹시 약간이라도 문제가 될까 봐 컴퓨터는 생방송으로 아예 본체를 포맷하는 과정을 송출 중이고, 마우스랑 키보드는 괜찮으시다고 하셨어도 제가 일단 여러 개 챙겨오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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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반 한쪽에 있는 각종 키보드와 마우스를 보니 준비 열심히 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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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기기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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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요. 선수들이 쓰는 최신형이 저희 방송실 안쪽에 하나 있거든요. 해명 방송 끝나고 챌린저들과 게임 할 때는 그거 쓰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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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음재가 빼곡하게 붙어 있는 한쪽 벽의 앞에는 그의 말처럼 선수들이 쓰는 달걀 형태의 커다란 의자와 더불어 척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VR 기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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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선수들이 쓰던 거 써보고 싶었는데. 마침 잘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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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은 도구 탓을 하지 않는다지만, 기왕이면 좋은 것 써서 나쁠 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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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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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중생 그랜드마스터, 키보드 장인 TRUE 초대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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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제목과 함께 대기방이 생성되자마자 시청자 수가 우르르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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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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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 기다리고 있었으면 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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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에 장인초대석은 못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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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장인이 쓰는 도구가 족쇄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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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 ‘키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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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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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 빨간약 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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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안쓰면 감다살인데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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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방송이 바로 시작되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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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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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포맷하는 화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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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의심 해명도 한 번 더 확실하게 하는 대트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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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냄비도 열일하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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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하면 그대로 사죄방송 박고 자숙 6개월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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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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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에 간간히 얼굴을 비추는 멀티냄비는 마이크를 켜놓은 만큼 방송 세팅을 하면서도 시청자들에게 간간히 오늘 방송 홍보를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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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시청자는 점점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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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진짜 무서운건 핵 아니란 거 완전히 확정 나면 여중생이 키보드랑 마우스로 그마 찍었다는게 팩트가 된다는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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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에에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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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단어 조합 ㅈ같이 안어울리는게 웃음벨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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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트루는 여기 오기 전에도 몰래 솔랭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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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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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그래서 아마 방송하면서 솔랭 한두 판 더 이기면 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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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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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챌린저 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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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최초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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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친구들이랑 약속 다 파토내고 이거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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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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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ㅆㅆㅅㅌ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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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갑자기 송출되던 조용한 환풍기 소리에 다른 이들의 목소리가 섞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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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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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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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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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해도 되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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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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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컴퓨터의 포맷이 완료되자, 실시간 캠 화면이 잠시 꺼졌다가 이내 다시 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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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멀티냄비입니다. 여기 덤으로 듀랑도 왔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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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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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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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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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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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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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1끼들아 당장 트루님님님눈나 안불러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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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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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다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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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헤이. 알겠어요.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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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랑은 괜히 헛기침을 한번 하고선 시청자들이 원하는 멘트를 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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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모셔보실 분은, 다들 아시죠? 여중생 최초 그랜드마스터, 그리고 오늘 챌린저 달성을 위해 이 자리에 오신 트루, 홍은설 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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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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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3학년, LOC 프로 목표인 현 그마 홍은설, 닉네임 트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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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 화면의 범위 안에 들어오자, 준비된 인사를 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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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내 시청자들이 으레 그렇듯 내 인사말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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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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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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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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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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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으응 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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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더 예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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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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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처리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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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놈들아 얘 중딩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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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르릉 못참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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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처리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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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로는 채팅창 관리 매니저만 셋을 두고 있다고 했는데, 그들조차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채팅 올라가는 속도가 미쳐 날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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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늘 방송은 총 2부로 진행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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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전부 다 방송 베테랑이었기에, 분위기도 적당히 챙기면서 시청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때려넣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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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는 핵 해명도 할 겸 트루님이 키보드로 솔랭을 돌리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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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싹 다 포맷하고 록만 깔아놨고, 키보드랑 마우스는 냄비 부탁으로 제가 집에서 들고 온 거라 의심의 여지 전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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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오늘 2연승 하면 자그마치 챌린저 승급이 예정되어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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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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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챌 찍는걸 직관각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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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키보드ㅋㅋㅋ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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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키보드는 대단한 입력장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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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트루가 약파는 거에 속아서 키보드로 겜하던 새끼들 티어 지1랄난 지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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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간간히 록갤에 올라오는 꼬라지 보면 걍 웃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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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신은 트루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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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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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로 LOC 아이콘을 클릭해 로그인 화면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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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바로 시작할게요. 챌린저 승급할 때까지 돌릴 거니까 그냥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게 좋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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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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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랭 악귀 어디 안 갔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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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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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스트리밍 시간 일당 7.5시간의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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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딴게...중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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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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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집중력이 말이 안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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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를 잡는 사이 나는 설정으로 들어가 적당히 감도 조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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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더 세밀하게 조절할 필요 없어요? 아니면 좀 긴장된다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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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제가 이런 거에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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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세밀한 감도 조절이 없으면 게임 못하겠다는 선수들도 봤지만, 나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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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선수 생활을 처음 시작하고 나서부터 주변 환경이 휙휙 바뀌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디서든 살아남기 위해 그런 종류의 세밀함은 머릿속에서 신경 끈 지도 퍽 오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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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시청자 수 15,000명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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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 월드컵 결승전 현장에 있었던 수많은 팬들에 비하면 간에 기별도 안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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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한창 사람들이 게임을 하는 시간대인 만큼, 첫 게임은 퍽 빠르게도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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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여기 오면서 첫 판은 무슨 챔피언으로 할지 골랐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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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시청자들이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기 전에 바로 1픽을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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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등장할 때가 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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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지 챔피언에 속하긴 하지만 사실상 암살자 계열에 가까운 환술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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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챔피언이 진짜 컨트롤로 보여주고 설명해 줄 게 좀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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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VR로 플레이하는 이들에게 그다지 선호되지 않는 부류의 챔피언이란 점에서 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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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박 CC기가 존재하긴 하는데, 문제는 상대가 1인칭 보정을 받으면 그걸 피하기 너무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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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원래 상대가 속박에 걸리기까지 대기 시간이 있어서 일정 거리 이상 벗어나면 속박에 걸리기 전에 시전 자체가 무효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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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판정을 생각하고 좀 더 컨트롤에 신경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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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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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여기서 S키를 누르시면 챔피언이 멈추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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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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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왜 이거 기능 몰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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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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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칭으로 칼챔들고 싸우는데 시점 변환 쳐 해서 s누를 시간이 어디 있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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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발 안움직이면 똑같이 되긴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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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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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하려다가 스텝 꼬이고 개같이 다 쳐맞는거 국룰이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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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라인전 할 때 보시면 상대가 미니언이랑 저를 스킬로 동시에 맞추고 싶어 하니까 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다가 사거리 바로 밖에서 이런 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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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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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챔피언은 내가 프로신에서 지겹도록 봤고, 해봤던 챔피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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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거리 정도는 굳이 줄자 대고 안 그어도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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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직후 그대로 들어가서 서로 평타를 교환하고, 확정 데미지를 주는 Q를 던진 뒤 그대로 무빙을 시도하는 상대를 끝까지 지켜보다 속박을 날려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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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박 사거리가 상대 주력 스킬보다 약간 긴 만큼 가볍게 상대의 공격을 피하면서 다시금 직진해 거리를 좁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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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라인 한 가운데서 멈춰버린 상대에게 스킬을 퍼붓고, 나는 그대로 미니언 라인이 형성된 내 진영으로 복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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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집 안 갔다 오면 킬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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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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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눈나 진도가 너무 빨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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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보드 쓰는 법 배울 수 있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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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S누르는 것까진 이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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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박 씹 저거 뭐 당연한 듯이 맞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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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판정 개씹구린걸로 유명한데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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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상대 스킬은 다 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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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ㅈㄴ헬퍼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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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우무빙 치는거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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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런 무빙 처음 본다ㄹ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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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칭 회피보단 투박한데 나름 피할거 다 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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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컬 개지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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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안 갔죠? 그럼 킬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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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눈치챘어도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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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는 양심도 없이 저 체력바 상태로 미니언 골드를 챙기려 했으니 벌을 받을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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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평타를 치지 않고 바로 스킬로 상대에게 접근하고, 그대로 속박을 먼저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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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기서 아주 잠시 동안의 플래시 심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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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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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밍을 맞춰 서로 동시에 플래시 주문을 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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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박은 풀리지 않은 채 상대를 제대로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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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직전의 딜교로 경험치 이득을 본 덕에 생긴 레벨 격차를 이용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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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퍼스트 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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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ue -> 벤조피렌실험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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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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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인전은 이걸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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