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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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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방과 후.

아빠 차를 타고 나를 본의 아니게 저격했던 스트리머가 보내준 건물 앞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오네.

여기가 LOCK에서 뛰는 선수들 개인 유튜브도 관리를 많이 하는 편이라 그런가, 여러모로 친숙한 곳이었다.

“혼자 올라갈 수 있지?”

“응.”

어차피 차 타면 집까지 얼마 걸리지도 않는 터라 아빠는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똑. 똑.

흐릿하게나마 남아있는 기억을 뒤져 스트리머가 말했던 방송실을 노크하자, 곧장 문이 열렸다.

“응?”

다만 문을 연 사람은 멀티냄비가 아니라 방송 초창기에 한두 번 랭크 게임에서 만났던 스트리머, 듀랑이었다.

아무래도 둘이 친분이 있었나 보다.

“그, 트루님?”

“네. 저 맞아요.”

“와......”

슬슬 이런 시선도 익숙해졌다.

이쯤 되면 사람들이 날 보고 반응하는 걸 보는 재미도 없잖아 있었다.

그는 잠시 나를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정신을 차렸는지 방송실에 마련된 테이블로 나를 안내해주었다.

“일단 앉으세요. 명원이, 아니, 멀티냄비가 지금 세팅 중이라 좀 시간이 필요하네요. 저기 간식 있으니까 많이 드시고.”

“감사합니다.”

“뭘요. 덕분에 마스터 찍먹도 했던 제가 더 고맙죠.”

그는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안쪽에서 낑낑대며 방송 세팅 막바지인 멀티냄비를 불렀다.

“야, 게스트 오셨다!”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는 하던 걸 대충 내려놓고선 고개를 돌려 나와 눈을 마주치자마자 후다닥 테이블 앞으로 내달려왔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스트리머 멀티냄비입니다!”

어째 초대받은 나보다 합방을 제의한 인간이 더 떨고 있었다.

“일단 혹시 약간이라도 문제가 될까 봐 컴퓨터는 생방송으로 아예 본체를 포맷하는 과정을 송출 중이고, 마우스랑 키보드는 괜찮으시다고 하셨어도 제가 일단 여러 개 챙겨오긴 했습니다.”

선반 한쪽에 있는 각종 키보드와 마우스를 보니 준비 열심히 한 모양이다.

“VR 기기는요?”

“암요. 선수들이 쓰는 최신형이 저희 방송실 안쪽에 하나 있거든요. 해명 방송 끝나고 챌린저들과 게임 할 때는 그거 쓰시면 됩니다.”

방음재가 빼곡하게 붙어 있는 한쪽 벽의 앞에는 그의 말처럼 선수들이 쓰는 달걀 형태의 커다란 의자와 더불어 척 보기에도 비싸 보이는 VR 기기가 있었다.

“한번 선수들이 쓰던 거 써보고 싶었는데. 마침 잘됐네요.”

장인은 도구 탓을 하지 않는다지만, 기왕이면 좋은 것 써서 나쁠 건 없으니까.


[ 여중생 그랜드마스터, 키보드 장인 TRUE 초대석 ]

방송 제목과 함께 대기방이 생성되자마자 시청자 수가 우르르 늘어났다.

—ㅎㅇ

—이것만 기다리고 있었으면 개추

—불금에 장인초대석은 못참지

—어떻게 장인이 쓰는 도구가 족쇄ㅋㅋ

—어허 ‘키보드’

—ㅋㅋㅋㅋㅋㅋㅋ

—트루 빨간약 떴냐?

—마스크 안쓰면 감다살인데 과연

물론 방송이 바로 시작되진 않았다.

—저거 뭐임?

—컴퓨터 포맷하는 화면인데?

—핵의심 해명도 한 번 더 확실하게 하는 대트루

—멀티냄비도 열일하누

—안하면 그대로 사죄방송 박고 자숙 6개월임

—ㄹㅇㅋㅋ

캠에 간간히 얼굴을 비추는 멀티냄비는 마이크를 켜놓은 만큼 방송 세팅을 하면서도 시청자들에게 간간히 오늘 방송 홍보를 부탁했다.

덕분에 시청자는 점점 늘어났다.

—근데 진짜 무서운건 핵 아니란 거 완전히 확정 나면 여중생이 키보드랑 마우스로 그마 찍었다는게 팩트가 된다는거임

—쉐에에엣

—진짜 단어 조합 ㅈ같이 안어울리는게 웃음벨이네

—팩트) 트루는 여기 오기 전에도 몰래 솔랭을 돌렸다

—이김?

—ㅇㅇ그래서 아마 방송하면서 솔랭 한두 판 더 이기면 챌임.

—ㄷㄷㄷㄷㄷ

—여중생 챌린저 가냐?

—세계최초각이다

—오늘 친구들이랑 약속 다 파토내고 이거보고 있다

—예아

—인생 ㅆㅆㅅㅌㅊ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갑자기 송출되던 조용한 환풍기 소리에 다른 이들의 목소리가 섞였다

—캬

—왔다

—트루눈나

—기대해도 되는거지?

—딱대

그렇게 컴퓨터의 포맷이 완료되자, 실시간 캠 화면이 잠시 꺼졌다가 이내 다시 켜졌다.

“자, 멀티냄비입니다. 여기 덤으로 듀랑도 왔고요.”

—나

—락

—나

—락

—나

—새1끼들아 당장 트루님님님눈나 안불러오냐?

—ㄹㅇㅋㅋ

—감다뒤

“에헤이. 알겠어요. 알겠어.”

듀랑은 괜히 헛기침을 한번 하고선 시청자들이 원하는 멘트를 치기 시작했다.

“오늘 모셔보실 분은, 다들 아시죠? 여중생 최초 그랜드마스터, 그리고 오늘 챌린저 달성을 위해 이 자리에 오신 트루, 홍은설 양입니다!”


“중학교 3학년, LOC 프로 목표인 현 그마 홍은설, 닉네임 트루입니다.”

캠 화면의 범위 안에 들어오자, 준비된 인사를 읊었다.

물론 내 시청자들이 으레 그렇듯 내 인사말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와

—와

—씹

—미친

—헤으응 눈나

—생각보다 더 예쁜데

—이상형이에요~

—[블라인드 처리된 댓글입니다]

—미친놈들아 얘 중딩이라고

—크르릉 못참겠다

—[블라인드 처리된 댓글입니다]

듣기로는 채팅창 관리 매니저만 셋을 두고 있다고 했는데, 그들조차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채팅 올라가는 속도가 미쳐 날뛰고 있었다.

“자, 오늘 방송은 총 2부로 진행할 겁니다.”

다행히 전부 다 방송 베테랑이었기에, 분위기도 적당히 챙기면서 시청자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때려넣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1부는 핵 해명도 할 겸 트루님이 키보드로 솔랭을 돌리신다고 합니다.”

“컴퓨터 싹 다 포맷하고 록만 깔아놨고, 키보드랑 마우스는 냄비 부탁으로 제가 집에서 들고 온 거라 의심의 여지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오늘 2연승 하면 자그마치 챌린저 승급이 예정되어 있죠.”

—와

—여중생 챌 찍는걸 직관각이네

—그것도 키보드ㅋㅋㅋ로

—사실 키보드는 대단한 입력장치 아닐까?

—정보) 트루가 약파는 거에 속아서 키보드로 겜하던 새끼들 티어 지1랄난 지 오래다

—ㅋㅋㅋㅋ간간히 록갤에 올라오는 꼬라지 보면 걍 웃김

—??? : 당신은 트루가 아닙니다

—ㄹㅇㅋㅋ

나는 바로 LOC 아이콘을 클릭해 로그인 화면을 열었다.

“그럼 바로 시작할게요. 챌린저 승급할 때까지 돌릴 거니까 그냥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게 좋으시죠?”

—이거지

—솔랭 악귀 어디 안 갔누

—ㅋㅋㅋㅋㅋ

—평균 스트리밍 시간 일당 7.5시간의 전설

—이딴게...중딩?

—무서워오

—그냥 집중력이 말이 안되더라

큐를 잡는 사이 나는 설정으로 들어가 적당히 감도 조절을 했다.

“혹시 더 세밀하게 조절할 필요 없어요? 아니면 좀 긴장된다거나?”

“뭐, 제가 이런 거에 영향을 크게 받지는 않아서.”

정말 세밀한 감도 조절이 없으면 게임 못하겠다는 선수들도 봤지만, 나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애초에 선수 생활을 처음 시작하고 나서부터 주변 환경이 휙휙 바뀌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디서든 살아남기 위해 그런 종류의 세밀함은 머릿속에서 신경 끈 지도 퍽 오래됐다.

그리고 시청자 수 15,000명쯤이야.

LOC 월드컵 결승전 현장에 있었던 수많은 팬들에 비하면 간에 기별도 안 갔다.

아무튼, 한창 사람들이 게임을 하는 시간대인 만큼, 첫 게임은 퍽 빠르게도 잡혔다.

“사실 여기 오면서 첫 판은 무슨 챔피언으로 할지 골랐었거든요?”

그래서 시청자들이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기 전에 바로 1픽을 박았다.

[ 내가 등장할 때가 왔군요. ]

메이지 챔피언에 속하긴 하지만 사실상 암살자 계열에 가까운 환술사다.

“이 챔피언이 진짜 컨트롤로 보여주고 설명해 줄 게 좀 많거든요.”

특히나 VR로 플레이하는 이들에게 그다지 선호되지 않는 부류의 챔피언이란 점에서 더 그랬다.

속박 CC기가 존재하긴 하는데, 문제는 상대가 1인칭 보정을 받으면 그걸 피하기 너무 쉬워진다.

심지어 원래 상대가 속박에 걸리기까지 대기 시간이 있어서 일정 거리 이상 벗어나면 속박에 걸리기 전에 시전 자체가 무효되기도 했다.

그러니 판정을 생각하고 좀 더 컨트롤에 신경 써야 한다.

지금처럼.

“자, 여기서 S키를 누르시면 챔피언이 멈추거든요?”

—오

—나 왜 이거 기능 몰랐냐

—ㅋㅋㅋㅋㅋㅋ

—1인칭으로 칼챔들고 싸우는데 시점 변환 쳐 해서 s누를 시간이 어디 있누

—사실 발 안움직이면 똑같이 되긴 하는데

—되겠냐

—피하려다가 스텝 꼬이고 개같이 다 쳐맞는거 국룰이긴 해

“지금 라인전 할 때 보시면 상대가 미니언이랑 저를 스킬로 동시에 맞추고 싶어 하니까 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다가 사거리 바로 밖에서 이런 식으로.”

—타닥.

상대 챔피언은 내가 프로신에서 지겹도록 봤고, 해봤던 챔피언 중 하나다.

사거리 정도는 굳이 줄자 대고 안 그어도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직후 그대로 들어가서 서로 평타를 교환하고, 확정 데미지를 주는 Q를 던진 뒤 그대로 무빙을 시도하는 상대를 끝까지 지켜보다 속박을 날려 맞춘다.

내 속박 사거리가 상대 주력 스킬보다 약간 긴 만큼 가볍게 상대의 공격을 피하면서 다시금 직진해 거리를 좁힌다.

그렇게 라인 한 가운데서 멈춰버린 상대에게 스킬을 퍼붓고, 나는 그대로 미니언 라인이 형성된 내 진영으로 복귀했다.

“상대가 집 안 갔다 오면 킬각이네요.”

—?????

—교수눈나 진도가 너무 빨라요

—키보드 쓰는 법 배울 수 있다면서요

—일단 S누르는 것까진 이해함

—속박 씹 저거 뭐 당연한 듯이 맞추네

—저거 판정 개씹구린걸로 유명한데ㅋㅋㅋ

—심지어 상대 스킬은 다 피함

—진짜 ㅈㄴ헬퍼같음

—좌우무빙 치는거 뭐냐

—저런 무빙 처음 본다ㄹㅇ

—1인칭 회피보단 투박한데 나름 피할거 다 피함

—피지컬 개지리네

“집 안 갔죠? 그럼 킬이에요.”

이미 눈치챘어도 늦었다.

상대는 양심도 없이 저 체력바 상태로 미니언 골드를 챙기려 했으니 벌을 받을 필요가 있었다.

이번에는 평타를 치지 않고 바로 스킬로 상대에게 접근하고, 그대로 속박을 먼저 넣는다.

그리고 여기서 아주 잠시 동안의 플래시 심리전.

—팟!

타이밍을 맞춰 서로 동시에 플래시 주문을 시전한다.

속박은 풀리지 않은 채 상대를 제대로 묶었다.

이제 직전의 딜교로 경험치 이득을 본 덕에 생긴 레벨 격차를 이용하면.

[ 퍼스트 킬! ]

[ True -> 벤조피렌실험쥐 ]

"참 쉽죠?"

라인전은 이걸로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