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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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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기기를 낀 순간.
‘이런 느낌이구나.
몸이 붕 뜨는 느낌이 잠시 들더니, 이내 피시방이 아닌 단출한 방 한 칸으로 이동해 있었다.
그 와중에 익숙한 입력 인터페이스인 마우스와 키보드는 방 한가운데 놓인 책상 위에 고이 모셔져 있다.
모니터가 없다는 사실에 약간 의아해하긴 했지만, 곧이어 켜진 스크린 화면같은 방 한쪽을 가득 채운 화면을 보니 더 이상의 불안감은 없었다.
언제나처럼 화면 속에 놓여있는 LOC의 아이콘을 더블클릭하고, 들어가기 전 알아뒀던 학교 친구들의 음성 채팅 채널에 접속했다.
[아이디는 True#Silver ]
물론 길게 말하진 않았다.
내가 한마디 하면 저쪽에서 십수 문장은 내뱉을 게 분명했으니까.
일면식도 없는 여자애가 게임 하자는 말에 홀랑 넘어가서 게임하는 녀석들에게 자제력을 바라는 건 무리다.
물론 그렇다고 저 상태로 놔둘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만.
‘원래 실력이 전부지 뭐.
프로든 인터넷 방송이든 하다못해 지금처럼 친구 사이에서조차, 게임 내에서는 게임 잘하는 녀석이 왕이다.
아무튼, 마우스와 키보드 감도 조절을 마치니 어느새 나는 자유랭크 5인큐에 초대되어 있었다.
방장은 당연히 랭크가 가장 높은 정지환이었다.
물론 나는 저 녀석을 다른 이름으로 기억한다.
...플루크.
LOCK(League Of Champions Korea), 그러니까 한국 1군 리그 5회 우승, 시즌 중간에 있는 초청전 형식의 국제전 2회 우승과 더불어 MVP를 밥 먹듯이 받던 녀석.
하지만 사람들이 그에게 붙인 수식어는 그 성적과 영 딴판이었다.
—플루크(뽀록) 시즌조차 없는 새끼.
본인 입장에서야 플루크라는 닉네임 자체를 광어의 영문명에서 따왔다고 하지만, 뽀록으로 일컬어지는 플루크랑 같은 스펠링이라 반박할 구멍도 없었다.
물론 저렇게 어지간한 저주보다 나쁜 수식어를 달게 된 이유야 당연하게도.
LOC 월드컵이 없으니까.
정확히는 결승전은 한 세 번 갔다.
두 번은 중국팀한테 떨어지고, 나머지 한 번, 그러니까 업데이트 중지 공지 직전 열린 마지막 월드컵에서 나한테 패배해 평생 LOC 월드컵과는 인연이 없게 되었었다.
LOC의 역사에서 비운의 선수는 많았지만 굳이 말하자면 마지막 비운의 선수라고나 할까.
추억에 잠겨 있다 보니 큐는 금세 잡혔다.
화면이 벽 한 면을 가득 채우는 만큼, 상대방의 솔로 랭크 티어와 전적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밴픽창 옆에 딸려 있었다.
우리는 탑부터 그랜드마스터, 다이아, 실버, 다이아, 다이아.
참고로 나는 당연하게도 실버를 맡고 있다.
랭크 게임을 아직 안 돌려봤으니 선수 덕질에 빠져 있던 시절의 내가 받은 배치 티어를 가지고 있는 게 그리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아무튼, 상대는 다이아, 다이아, 마스터, 다이아, 마스터다.
“...상대 미드 마스터 아니야?”
“지환 너 때문에 MMR 조정한다고 상대 개 빡세잖아!”
“지랄.”
팀 수준의 총량을 맞추기 위해서인지, 나는 뜬금없이 마스터가 잡혀버렸다.
“...너 진짜 미드 할거야?”
지환이는 내가 라인전 싸움부터 탈탈 털릴까 봐 바꾸는 걸 제의했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니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내가 너보다 미드 잘해.”
삼만이 넘는 관중들 앞에서 검증된 사실이니 믿어도 된다.
“실버가?”
“......곧 탈출할 거거든?”
탈출이 아니라 아예 로켓 쏴서 챌린저까지 쭉 내달릴 거다.
당연하게도 저 녀석은 내 말을 믿지 않았으나, 어차피 곧 있으면 알게 될 일이었다.
그러니 바로 박았다.
[저거 맞냐?]
[은설님님님께서 하고 싶으시다고 하셨어.]
[저거랑 어울리는 서포터 추천좀.]
내 픽창에 뜬 건 머리를 깔끔하게 올려묶은 여자 암살자 챔피언.
소위 말하는 피지컬과 판단이 중요한 칼챔 중 하나다.
“나 VR 끼고 하는 첫판이니까 좀 익숙해지게 다들 반반만 가줘.”
음성 채널이 픽을 했을 때보다 퍽 시끄러워졌다.
[첫판이라면서 암살자 챔을 박아?]
[난 모르겠다 그냥 즐겨.]
[반반?]
[지환이한테 하는 말이겠지.]
[하긴.]
애초에 탑 대결이 성립이 안 되는 티어 차이다.
마음만 먹으면 저 녀석이 상대방을 말려 죽일 수도, 그냥 간식 꺼내먹듯 킬 할 수도 있는 수준인 만큼, 탑차이로 게임이 터지는 건 원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넌 그냥 든든한 거 해.”
“......캐리 안 해줘도 돼?”
“그럴 거면 게임 왜 해?”
“......”
다행스럽게도 아직 그 길고 긴 건 없으니 든든한 거라고 하면 진짜 든든하기만 하고 딜은 없는 탱챔들이 전부였다.
지환은 내가 뭘 어떻게 하나 보기라도 하려는 건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그냥 잠자코 내가 시키는 대로 픽을 했다.
그리고 나머지야 뭐. 어차피 각자 라인의 티어가 비슷비슷해서 딱히 추가로 말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게임이 시작되었다.
* * *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게임이 시작한 순간부터 목적은 승리다.
물론 트롤들의 목적은 다를 수도 있겠으나, 일단 5인큐를 돌린 시점에서 팀에 트롤은 없을 테니까.
...아닌가?
지환이 보기엔, 실버인 은설이 무슨 자신감인지 마스터 티어 미드 라이너한테 딜 교환을 거는 것부터 사실상의 트롤이라 봐도 무방하지 않나 싶긴 했다.
‘도와줄 수도 없고.
사실 상대의 무빙만 보더라도, 그가 무슨 챔피언을 하든지와 관계 없이 상대를 찍어 누르고 어디든지 돌아다닐 수 있긴 했다.
하지만 그러면 은설의 말을 어긴 게 된다.
...게임 넘어가기 전까지만 지켜본다 진짜.
손쓸 수 없는 시점이 되기 이전에 수습해 이긴다면, 그녀도 나름 이 게임에 대해 본격적인 흥미를 붙일 수도 있고 자신도 승리를 얻으니 나쁘지 않을 터였다.
그리고 그런 생각은 4명 모두 비슷했다.
[퍼스트 킬!]
분명 그랬을 터였는데.
[True -> 집가고싶다]
게임 시작한 지 채 오 분도 되지 않아 뜬 킬로그는, 지환을 포함한 4명의 생각과 전혀 다른 방향이었다.
* * *
LOC라는 게임에 인생을 바친 만큼, 첫 킬로그를 확인한 순간 전율이 들었다.
‘움직임이 가벼워.
쿼터뷰 시점에서 전투 진입 직전 1인칭으로 바꾸자, 말 그대로 나는 뒤틀린 협곡의 미드 라인에서 상대와 대치하고 있었다.
굳이 스킬 버튼을 누를 필요도 없이, 생각만 하면 쿨타임이 남아있지 않는 한 곧바로 움직이는 몸, 그리고 움직임에 있어 더 유연하고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클릭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한 곡선형 움직임도 너무나 유려하게 가능했다.
‘일단 스킬 쓸 때 움직임 보정은 확실하고...회피 한정으로는 이쪽이 반응하기 편하네.
논타겟 스킬을 맞출 때는 하늘 위에서 보는 쿼터뷰 시점이 편할 때도 있다.
그렇지만 회피는 좀 다른 경우였다.
스킬 회피를 위해서는 반응속도와 예측이 중요하다.
그런데 1인칭 시점은 키보드나 마우스를 거치지 않고 뇌에서 바로 이동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만큼 반응 속도도 빨랐고, 예측까지 갈 것도 없이 상대가 스킬을 쓰려는 전조 동작을 1인칭 시점으로 보니 회피조차 너무나도 쉬웠다.
‘프로들은 그럼 전부 이 정도 반응은 한다고 봐야겠고...
남은 건 쿼터뷰 시점과 1인칭 시점의 빠른 전환과 혼용에 대해 익숙해지는 것뿐이다.
물론 그걸 대신해 줄 허수아비는 눈앞에 있는 상대 챔피언, 방패병이었다.
[True -> 집가고싶다]
그렇게, 그는 채 십 분이 지나기도 전에 안전한 후방으로의 빠른 이동을 몇 번이고 시전했다.
물론 자의는 아니었다.
* * *
그렇게 빠른 항복을 받아내며 연달아 두세 판을 이겼고, 나는 록을 껐다.
여기서 더 하기엔 각자 시간이 부족했다. 다들 뭐 학원을 빠져도 된다고들 하던데, 그건 내 양심에 찔렸다.
“아니 진짜 실력 뭐야?”
“나랑 듀오 해줘!”
“제발 마스터 가게 해주세요...”
대충 몰려드는 녀석들은 여자 친구들 방패로 쳐내고 기지개를 켰다.
평소보다 이상하게 몸이 찌뿌둥했다.
“나머지는 집 가서 연습해보면 되겠다.”
“잘 놀았어?”
“우리 학교 애들 록 나름 잘하던데?”
같이 해준 애들 들으라고 한 말 맞다.
녀석들은 뭔가 이게 아닌데—따위의 표정을 짓다가도, 내 말을 듣자 금세 헤실거렸다.
어디까지나 딱 아마추어 기준이지만, 그래도 처음에 내 고집에 어울려줬으니 이 정도 칭찬이야 몇 번이고 해줄 수 있었다.
[True#Silver : 28/0/7]
나는 마지막 판의 결과창을 닫고선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려다—
“어?”
그대로 다시 주저앉았다.
“남자애들 불러 모아서 게임 하더니, 이젠 몸개그도 해?”
큭큭대며 웃는 은채의 말에, 나는 다시금 자리에서 일어나려 시도했지만 몸에 힘이 잘 안 들어갔다.
“......너 진짜 록 처음 하는 거구나.”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본 지환은 충격받은 얼굴로 내게 물어왔다.
“정확히는 이거 머리에 끼고 하는 게 처음이지.”
“알아. 너 지금 몸 상태 보니까 그런 것 같아.”
“내 몸 상태가 뭐?”
“너 저 VR 기기 주의 사항 안 읽었지?”
“...아마?”
일단 기억에 없었다.
빠르게 아직 시간이 남은 컴퓨터에서 검색창을 켜고 VR 기기 주의 사항을 쭉 읽어 내려갔다.
“체력이 부족한 상태나 기타 특수 이유로 과도한 사용 시...근육통 및 전신 통증?”
이건 또 뭐야.
“기기가 온몸에 전기 자극을 주거든.”
복잡한 과학 이론은 넘어가고 간단히 말하자면.
기초 근력과 체력이 충분한 상태에서 플레이를 하면 몸이 전기 치료 받은 것 마냥 조금씩 튼튼해지고, 몸 상태가 저질이면 내 꼴이 난다는 소리였다.
“...씁.”
나는 문득 내 몸을 훑었다.
하얀 피부, 가느다란 다리, 말랑말랑한 살, 들어갈 데 들어가고 튀어나올 데 튀어나온 몸.
하지만 유일하게 코빼기도 안 보이는 하나.
“프로 지망하고 싶으면 근력이랑 기초 체력부터 길러.”
"......"
아무래도 아빠한테 사 달라고 가장 먼저 졸라야 하는 건 최신형 VR기기가 아니라 운동 장비인가 보다.
어쩐지 경기 직관 할 때 프로게이머들 체격이 내 기억이랑 다르더라니.
“그리고 너 진짜 프로 하려고?”
“너 탑 설설 하면서 내 라인전 내내 구경했으니 알 거 아니야?”
“......그럼, 관심 있으면 여기 한 번 연락해 봐.”
지환은 잠시 고민하더니 속 주머니에서 명함 하나를 내게 건넸다.
“밀키웨이 S......”
“담당 스카우터 명함이야. 너 정도면—”
나는 채 말이 끝나기도 전에 명함을 녀석의 주머니 안에 다시 쑤셔 넣었다.
“절대. 안. 가.”
최고의 선수가 있을 곳은 ST 뿐이다.
언제나.
“그러니까 너도 거기 가지 말고 그냥 ST 아카데미 탑으로 와.”
“뭐?”
“LOC 월드컵. 우승 시켜줄게.”
최소한 지금보단 가능성이 높을 거다.
내가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