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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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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대회 시상식은 마쳤지만, 아직 우승의 여파는 끝난 게 아니다.
한청고를 꺾고 세종기 진출을 확정 지었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문혁고의 봄 대회 우승에 대한 기사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우리들은 문혁고에 돌아가서도 상을 받았다. 이사장은 문혁고 야구부 전원을 단상 위로 불러 모아 시상식을 열어줬다.
“문혁고 야구부는 창단 첫해, 봄 대회를 우승하고 세종기에 진출하는 어마어마한 공을 세웠습니다. 이에 금성묵 외 야구부 전원에게 이 상을 수여합니다. 상은 대표로 주장인 금성묵 군이 수여하겠습니다.”
대표로 선수단 앞에 나가자, 상패를 쥐여주는 이사장. 우리 둘은 각자 오른손을 내밀어 악수를 했다.
“축하하네, 성묵군.”
“예, 감사합니다.”
환한 표정의 이사장.
최근 야구부의 떡상에 힘입어, 물밀듯 들어오는 후원과 인터뷰에 그는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모양이다.
‘조만간 삥 뜯으러 한 번 방문해야겠군.
안 그래도 조만간 지옥 훈련 예정이 있는데, 돈이 깨나 많이 들 예정이라 이사장에게 돈을 뜯어낼 필요가 있었다.
“뭐, 뭐지. 왜 오한이….”
부들부들 떠는 이사장을 뒤로하고 단상을 내려왔다. 그리고 나는 오늘 학교를 돌아다니며 알게 됐다.
“미친, 오늘 축제였어?”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어쩐지 평소보다 정신없더라니.
나는 같은 반인 류지에게 물었다.
“너 알고 있었냐, 오늘 축제인 거?”
“설마! 나는 성묵이 너보다 훨씬 더 학교에 관심이 없다고.”
“자랑이다 인마.”
아무튼 대뜸 축제 중인 학교에 던져진 상황.
이런 걸 즐겨본 적이 없어서 꽤나 어색하다.
나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류지에게 물었다.
“너 그래서 뭐 할 건데?”
“무도과 애들이 오늘 스파링 부스 운영한다더라, 그거 도장 깨기나 가볼까 싶은데.”
“…무도과 애들이 불쌍하지도 않냐?”
“자고로 무도의 길을 걷는 사람이라면, 더 강한 자에게 쳐맞는 경험이 늘 필요한 법이지.”
“나원참.”
저게 깡패 집안 아들 입에서 나온 말이라니.
오늘 무도과 애들 곡소리 좀 나오겠군.
직접 주먹을 맞부딪혀보고 말하는 거지만, 상당히 강한 놈이란 말이지.
아무튼 각자의 길을 간 우리 둘.
나름 축제인데 가만히 교실에 있기는 뭐해서 바깥으로 나왔다.
‘일단 혼자 돌아다녀 볼까.
그렇게 복도를 어슬렁거리는데, 바로 아는 사람과 마주쳤다.
“뭐냐, 금성묵이냐?”
쬐까만 키에, 닭벼슬 머리가 트레이드 마크인 최아담. 녀석이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복도를 서성이고 있다.
“신혜지는 어디 가고 혼자 있어?”
“뭣, 내가 걔랑 맨날 같이 다니는 줄 알아…?!”
갑자기 당황하는 녀석.
상황 보아하니 나랑 같은 처지인 것 같아 손을 내밀었다.
“그럼 잘됐네, 같이 구경이나 하자고.”
“…크흠, 어쩔 수 없지.”
머쓱한 표정으로 수락한 녀석.
최아담과 복도를 걷는데, 갑자기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질문을 던져오는 녀석.
“야, 그러고 보니 너야말로 ‘그녀’는 어쩌고?”
“그녀라니, 누구?”
“누구겠냐, 당연히 올리비아지. 도시락까지 싸줄 정도로 친하더만, 너야말로 걔는 어디다 두고 왔냐?”
“오늘 학교 못 왔다던데, 촬영 때문에.”
“아….”
이미 이사장실에서 나오자마자 연락을 해봤는데, 오늘은 사정상 등교하지 못했다고 한다.
[어쩌죠? 오늘 청백요리사 관련 특집 촬영이 있어서 학교에는 못 갈 거 같아요 ㅜ.ㅜ]
나도 마음 같아선 미소녀랑 같이 학교를 돌아다니고 싶긴 하지만, 바빠서 안 된다는데 어쩌겠는가.
‘노아도 오늘은 자기 반 행사 때문에 바쁘다고 했지.
무용과에서 자체적으로 무슨 찻집 같은 걸 한다고 그랬나. 방문하면 좋은 걸 보여준다고 했으니, 이따가 한번 가봐야겠다.
“그랬구만, 난 또 니가 올리비아한테 차인 줄 알았지.”
“차이긴 뭘 차여, 애초에 그런 사이 아니다.”
“흠, 분명 뭔가 있는데….”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녀석.
나는 녀석의 눈을 피해 쓱쓱 걸어 나갔다.
“오, 금성묵 선배님이다…!!”
“한 번만 구경하고 가세요!”
한 반을 지날 때마다 호객꾼이 달라붙는다.
이번 대회를 통해 학교에 날 모르는 사람이 없다 보니, 더더욱 달라붙는 느낌이랄까.
거절하기도 좀 그래서 잠깐이라도 구경한 뒤에 이동하는 걸 반복하는데, 어디선가 목탁 소리가 들려왔다.
똑, 똑, 똑, 똑-
“이건…?”
“아, 석운강 선배님이 개설한 ‘일일 불교 체험’ 프로그램이네요! 옆 교실에서 하고 있을 거예요!”
“……!?”
후배의 설명에 나와 최아담은 놀라서 서로를 쳐다봤다. 운강이 녀석은 언제 이런 걸 또 열었다냐.
“같은 반 친구들이 다소 급박하게 부탁했는데, 선뜻 들어주셨다네요! 소림사 출신 승려가 여는 클래스라 그런지 인기가 많아요…!”
이건 못 참지.
나와 최아담은 후다닥 달려가 옆 교실로 향했다. 슬쩍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자, 승려복을 입고 목탁을 두들기는 운강이 보인다.
똑, 똑, 똑, 똑-!
“관자재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오온이 공한 것을 비추어 보고 온갖 고통에서 건너느니라.”
"텅 비어있다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바로 우리 마음처럼…."
“오오…!”
운강이 뭐 한마디 할 때마다 감탄하는 체험객들.
그 사이에 꽤나 익숙한 얼굴이 하나 보인다.
“뭐야, 쟤 핫산 아냐?”
“와, 진짜네….”
과거에 운강에게 종교 건으로 태클을 걸었던 게 미안한 것일까, 직접 불교 클래스에 참여해 이야기를 듣는 중인 핫산. 생각보다 깨어있는 녀석일 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한창 걷는데 어디 한편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온다. 뭔가 싶어 다가가 보니, 우두커니 서서 구경하는 리동혁이 보인다.
“동혁이였네, 뭐하냐?”
“아, 금성묵 동무. 저게 꽤나 흥미로워 보여서 구경 중이었소.”
녀석의 말에 고개를 돌려보니, 벽면에 다닥다닥 붙은 풍선과 다트를 던지는 학생들이 보인다.
“다트, 던져본 적 있어?”
내 말에 고개를 젓는 리동혁.
“없습니다, 애초에 북에선 저런 걸 보지도 못했으니 말입니다.”
“그럼 한 번 던져보면 되지, 나랑 커피 내기라도 한 판 할까?”
“진심입니까, 성묵 동무?”
“당연히 진심이지.”
“…성묵 동무가 사주는 커피, 참으로 기대되는군요.”
“오호라, 나한테 이겨보시겠다?”
눈을 번뜩이는 녀석.
같은 팀이라 상대로 붙을 일이 없던 우리 둘. 의외의 장소에서 매치업이 형성됐다.
“야구부 금성묵이랑 이동혁이 다트로 붙는다…!!”
“오오, 이건 못 참지……!!”
금새 몰려드는 구경꾼들.
봄 대회 최고 선발 투수 대 최고 마무리 투수가 맞붙는 건 꽤나 좋은 구경거리인 모양이다.
“애들아, 난이도 최상급으로 세팅 바꿔!”
“롸져…!!”
부스 운영진들은 우리 둘을 위해 세팅 값을 바꿨다.
바로 풍선 개수를 16개로 늘리고, 풍선의 크기를 크게 줄이는 것. 나는 그제야 흡족했다.
‘그래, 너무 쉬우면 재미가 없지.
다트를 받아서 들고는 기준선 밖에 선 나와 리동혁. 그리고는 동시에 다트를 던졌다.
“으랏챠…!”
“흡…!”.
팡!
내가 던진 게 정확히 풍선을 터트린 것과 달리…
푹!
리동혁의 다트는 크게 벗어나며 천장에 꽂혔다.
딱 봐도 엄청 강하게 박혔는데, 저거 빼려면 고생깨나 하겠다.
“…이런 감각이군, 감 잡았소.”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두 번째를 던진 리동혁.
팡, 팡, 팡…!!
던지는 족족 풍선 터지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팡, 팡, 파방!
그리고 그건 내 쪽도 마찬가지.
소싯적에 술 먹고 다트 던지는 게 취미였던 나다. 이제 막 던져보는 초짜한테 질 수는 없지.
파앙!
“끝입니다…! 금성묵 선배님이 16개 중 16개! 백발백중입니다!”
“휘유.”
오랜만에 던지는 것 치고는 꽤 괜찮게 던졌다.
옆의 리동혁 쪽을 바라보니, 녀석도 꽤나 잘 던졌다.
“이동혁 군이 16개 중 15개! 아쉽게 하나 놓쳤습니다…!”
“으음….”
처음엔 실수하긴 했지만, 그 뒤엔 영점을 잡아서 전부 맞히는 데 성공한 리동혁. 확실히 제구력 하나는 탁월한 녀석이구만.
“아쉽구려, 금성묵 동무를 이겨보고 싶었는데.”
“아직 멀었다 인마, 더 정진하도록.”
짝짝짝…!!
나름 재밌는 구경거리였는지, 박수를 쳐주는 구경꾼들.
그렇게 승부를 마치고, 리동혁은 자연스럽게 일행에게 합류했다. 우리는 이곳저곳 다니며 먹을 것도 사 먹고, 체험 부스가 있으면 체험도 해봤다.
“으랏챠…!!”
유도부와의 팔씨름 대결.
나는 상대편 주장의 팔을 단숨에 넘겨버렸다.
“크흐, 좋은 승부였다. 금성묵.”
“그래, 좋은 승부였다.”
악수를 나눈 뒤 다시 다음 장소로 향한 우리들.
우리가 포착한 건 ‘타로 집’이라고 쓰여 있는 장소였는데,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 중인 선객이 있었다.
“저거 도진 동무 아닙니까?”
“어, 맞네. 뭔 얘기 하나 들어나 볼까.”
가까이 다가가자, 의외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도진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연애운이 최고조일 때가 올해 8월, 그리고 내년 1월이다?”
“정확합니다. 특히 내년 1월이 상대 남성과 이뤄질 절정인데, 그때 적당한 기회만 있으면 그냥 콱!”
“오호, 아닌척하더니 도진이도 연애에 관심이 많았구만?”
“………!!”
화들짝 놀라며 책상 위 종이를 감추는 도진.
이렇게 당황해하는 표정은 처음이다.
“아, 하하. 저도 남자인데 관심은 있죠.”
“한창 재밌는 부분인가 본데, 우리도 계속 들어보자.”
“아뇨, 다 들었어요! 다 같이 나가죠…!”
“……?”
재빨리 탈출 각을 재는 도진.
그렇게 도진의 손에 끌려 나가는 와중.
“…….”
싱긋!
타로를 보던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녀는 내 눈을 뚫어져라 보더니, 뭔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여복(女福)일지, 여난(女難)일지…. 당신의 선택이 모든 걸 가르겠군요. 후후….”
“………?”
의미 모를 말을 들으며 떠난 우리들.
어느새 4인팟이 된 일행은 슬슬 지치기 시작했다.
“아, 그러고 보니 노아가 무용과 애들이랑 찻집 같은 거 한다는데 거기나 갈까.”
“무용과……!!”
눈빛을 번쩍이는 최아담.
무용과라는 단어가 남성에게 주는 울림이라는 게 존재하긴 하는 모양.
“안 그래도 내기에 져서 마실 걸 사야했는데, 딱 좋은 것 같소.”
“네, 저도 좋은 것 같아요.”
나머지 멤버들도 동의 완료.
우리는 무용과 반이 있는 교실로 향했다.
문을 열자마자 느꼈다.
바로 이런 게 화사함이라는 것을.
“…………!!”
“어서 오세요~!”
단체로 메이드 복을 차려입은 무용과 학생들.
우리는 단체로 눈만 껌뻑이며 주변을 둘러봤다.
“이게 별천지구만…!”
“흠, 흠….”
대놓고 즐기는 최아담과, 얼굴을 붉히며 헛기침하는 리동혁. 도진 정도만 다소 덤덤한 반응이다.
그렇게 서 있는데, 익숙한 얼굴이 등장했다.
“꺄앗, 성묵 오빠! 와주셨군요…!!”
폴짝 뛰며 기뻐하는 노아.
이내 내 뒤의 일행을 발견한다.
“아하! 다른 분들도 오셨군요…! 자리를 내어드릴게요!”
“………?”
묘하게 느껴지는 호칭의 차이.
최아담과 리동혁이 날 의심쩍은 눈초리로 쳐다봤다.
“너 인마, 쟤 류지 동생이다…?”
“성묵 동무, 아무래도 처가가 너무 드센 곳은 추천하기가….”
“뭐래, 헛소리 그만하고 앉기나 해라.”
나는 손사래를 치며 부정했다.
아무튼 노아가 내준 자리에 앉은 우리들.
나름 고급스러운 메뉴판을 가져다준다.
“백조의 호수 에이드, 열정의 탱고 티, 발레리카노…. 메뉴가 되게 많은데?”
“으음, 고르기 쉽지 않군요.”
셋이 메뉴판을 보며 고민하는데, 누군가 내 뒤로 살금살금 다가오는 느껴진다. 그리고는 곧 귓가를 간지르는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주인님.”
“………!?”
놀라며 두 눈을 크게 뜨자, 꺄르르 웃는 노아.
“후후, 제 추천은 첫사랑 딸기 라떼에요…! 그것만 제가 직접 만들고 있거든요!”
“오호라.”
안 그래도 딸기를 좋아하는 나다.
이거는 지나칠 수 없지.
“오케이, 나는 그걸로.”
“네에~!!”
주문을 받고 신속하게 사라지는 노아.
얼마 지나지 않아 음료들이 담긴 트레이들이 나온다. 각자 음료를 받아드는 4인방.
“와, 금성묵 딸기 라떼 뭐냐? 딸기청 겁나 많이 들었는데.”
“…오, 만듦새가 상당하군요.”
각자 음료들도 다들 특색이 있었지만, 내가 받은 게 확실히 정성이 많이 들어간 게 확 티가 났다.
‘다른 쪽도 그런가?
다른 테이블 딸기 라떼를 쓱 쳐다봤는데, 내 음료만 유독 재료가 듬뿍 들어있다.
“어디 한 번….”
한입 쭉 들이키니, 입안에 상큼한 느낌이 가득 찬다.
‘캬, 이 맛이지!
그렇게 계속해서 마시려는데 주머니 속 전화기가 울린다.
“……응?”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나는 일단은 받아보았다.
“여보세요?”
[금성묵 군, 맞나?]
“네, 맞습니다만.”
[나는 도학훈이라고 하는 사람일세. 도연이, 도진이 아비 되는 사람이네.]
“………!”
전화를 건 사람은 한국 야구 협회장, 도학훈이었다. 안 그래도 도진이 옆에 있던 상황에 전화가 올 줄이야.
[잠깐 단둘이 이야기 좀 할 수 있겠나?]
“제가 지금은 학교에 친구들이랑 있어서….”
[지금 자네 학교 옥상이네만, 잠깐도 힘든가?]
“……!”
안 그래도 지금은 외부인 통행이 허락되는 시기. 그 시기를 맞춰서 들어온 듯하다.
“좋습니다, 지금 가지요.”
[알겠네, 기다리지.]
그리고 끊어진 전화.
나는 딸기 라떼를 쭈욱 빨아들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봐야겠다, 급한 일이 좀 생겨서. 너희들은 천천히 즐기다 가.”
“엥, 갑자기…?”
나는 일행들, 그리고 노아에게 인사를 한 뒤 교실을 떠났다. 그리고는 옥상을 향해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끼이익-
옥상 문이 열리자, 난간 앞에서 학교 풍경을 바라보는 한 남자가 보인다. 상당한 덩치의 남자는 내 등장에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바라본다.
“……….”
말없이 고개를 돌려 나를 보는 도학훈.
나와 맞먹는 키에, 상당한 덩치.
거기에 한국 야구계의 정상이라는 권력까지 더해지자, 상당한 포스를 뿜어내는 그였다.
“왔는가?”
낮게 울리는 저음의 목소리.
그는 안경을 스윽 밀어 올리고는 말했다.
“잠깐 이야기 좀 하지, 도연이와 도진이. 둘에 관해서.”
‘…올 게 왔군.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뭔가 있다’라고 생각은 했지만 확신은 없었던, 이 남자가 감춰둔 비밀.
“좋습니다.”
지금 이 대화가, 그걸 풀어내는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