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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대회 시상식은 마쳤지만, 아직 우승의 여파는 끝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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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청고를 꺾고 세종기 진출을 확정 지었을 때만큼은 아니지만, 문혁고의 봄 대회 우승에 대한 기사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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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은 문혁고에 돌아가서도 상을 받았다. 이사장은 문혁고 야구부 전원을 단상 위로 불러 모아 시상식을 열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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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혁고 야구부는 창단 첫해, 봄 대회를 우승하고 세종기에 진출하는 어마어마한 공을 세웠습니다. 이에 금성묵 외 야구부 전원에게 이 상을 수여합니다. 상은 대표로 주장인 금성묵 군이 수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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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로 선수단 앞에 나가자, 상패를 쥐여주는 이사장. 우리 둘은 각자 오른손을 내밀어 악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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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하네, 성묵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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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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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표정의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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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야구부의 떡상에 힘입어, 물밀듯 들어오는 후원과 인터뷰에 그는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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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삥 뜯으러 한 번 방문해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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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조만간 지옥 훈련 예정이 있는데, 돈이 깨나 많이 들 예정이라 이사장에게 돈을 뜯어낼 필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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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지. 왜 오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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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들부들 떠는 이사장을 뒤로하고 단상을 내려왔다. 그리고 나는 오늘 학교를 돌아다니며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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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오늘 축제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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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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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평소보다 정신없더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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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같은 반인 류지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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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알고 있었냐, 오늘 축제인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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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나는 성묵이 너보다 훨씬 더 학교에 관심이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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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이다 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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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대뜸 축제 중인 학교에 던져진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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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즐겨본 적이 없어서 꽤나 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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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류지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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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그래서 뭐 할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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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과 애들이 오늘 스파링 부스 운영한다더라, 그거 도장 깨기나 가볼까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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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과 애들이 불쌍하지도 않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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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무도의 길을 걷는 사람이라면, 더 강한 자에게 쳐맞는 경험이 늘 필요한 법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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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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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깡패 집안 아들 입에서 나온 말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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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무도과 애들 곡소리 좀 나오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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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주먹을 맞부딪혀보고 말하는 거지만, 상당히 강한 놈이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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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각자의 길을 간 우리 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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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축제인데 가만히 교실에 있기는 뭐해서 바깥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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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혼자 돌아다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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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복도를 어슬렁거리는데, 바로 아는 사람과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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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냐, 금성묵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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쬐까만 키에, 닭벼슬 머리가 트레이드 마크인 최아담. 녀석이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복도를 서성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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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혜지는 어디 가고 혼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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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내가 걔랑 맨날 같이 다니는 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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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당황하는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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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보아하니 나랑 같은 처지인 것 같아 손을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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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잘됐네, 같이 구경이나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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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흠, 어쩔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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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쓱한 표정으로 수락한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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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담과 복도를 걷는데, 갑자기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질문을 던져오는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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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그러고 보니 너야말로 ‘그녀’는 어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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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라니,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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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겠냐, 당연히 올리비아지. 도시락까지 싸줄 정도로 친하더만, 너야말로 걔는 어디다 두고 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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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학교 못 왔다던데, 촬영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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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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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사장실에서 나오자마자 연락을 해봤는데, 오늘은 사정상 등교하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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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죠? 오늘 청백요리사 관련 특집 촬영이 있어서 학교에는 못 갈 거 같아요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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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마음 같아선 미소녀랑 같이 학교를 돌아다니고 싶긴 하지만, 바빠서 안 된다는데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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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도 오늘은 자기 반 행사 때문에 바쁘다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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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과에서 자체적으로 무슨 찻집 같은 걸 한다고 그랬나. 방문하면 좋은 걸 보여준다고 했으니, 이따가 한번 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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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구만, 난 또 니가 올리비아한테 차인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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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긴 뭘 차여, 애초에 그런 사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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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분명 뭔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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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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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녀석의 눈을 피해 쓱쓱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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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금성묵 선배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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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만 구경하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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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반을 지날 때마다 호객꾼이 달라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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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회를 통해 학교에 날 모르는 사람이 없다 보니, 더더욱 달라붙는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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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하기도 좀 그래서 잠깐이라도 구경한 뒤에 이동하는 걸 반복하는데, 어디선가 목탁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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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똑, 똑, 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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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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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석운강 선배님이 개설한 ‘일일 불교 체험’ 프로그램이네요! 옆 교실에서 하고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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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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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의 설명에 나와 최아담은 놀라서 서로를 쳐다봤다. 운강이 녀석은 언제 이런 걸 또 열었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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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반 친구들이 다소 급박하게 부탁했는데, 선뜻 들어주셨다네요! 소림사 출신 승려가 여는 클래스라 그런지 인기가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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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못 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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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최아담은 후다닥 달려가 옆 교실로 향했다. 슬쩍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자, 승려복을 입고 목탁을 두들기는 운강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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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똑, 똑, 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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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자재보살이 깊은 반야바라밀다를 행할 때, 오온이 공한 것을 비추어 보고 온갖 고통에서 건너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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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비어있다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바로 우리 마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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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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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강이 뭐 한마디 할 때마다 감탄하는 체험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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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에 꽤나 익숙한 얼굴이 하나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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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쟤 핫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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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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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운강에게 종교 건으로 태클을 걸었던 게 미안한 것일까, 직접 불교 클래스에 참여해 이야기를 듣는 중인 핫산. 생각보다 깨어있는 녀석일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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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창 걷는데 어디 한편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온다. 뭔가 싶어 다가가 보니, 우두커니 서서 구경하는 리동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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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혁이였네, 뭐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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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금성묵 동무. 저게 꽤나 흥미로워 보여서 구경 중이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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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의 말에 고개를 돌려보니, 벽면에 다닥다닥 붙은 풍선과 다트를 던지는 학생들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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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트, 던져본 적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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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고개를 젓는 리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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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습니다, 애초에 북에선 저런 걸 보지도 못했으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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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한 번 던져보면 되지, 나랑 커피 내기라도 한 판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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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입니까, 성묵 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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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진심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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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 동무가 사주는 커피, 참으로 기대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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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라, 나한테 이겨보시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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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번뜩이는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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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팀이라 상대로 붙을 일이 없던 우리 둘. 의외의 장소에서 매치업이 형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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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부 금성묵이랑 이동혁이 다트로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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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이건 못 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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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새 몰려드는 구경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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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대회 최고 선발 투수 대 최고 마무리 투수가 맞붙는 건 꽤나 좋은 구경거리인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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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아, 난이도 최상급으로 세팅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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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롸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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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 운영진들은 우리 둘을 위해 세팅 값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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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풍선 개수를 16개로 늘리고, 풍선의 크기를 크게 줄이는 것. 나는 그제야 흡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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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너무 쉬우면 재미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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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트를 받아서 들고는 기준선 밖에 선 나와 리동혁. 그리고는 동시에 다트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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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랏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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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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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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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던진 게 정확히 풍선을 터트린 것과 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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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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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동혁의 다트는 크게 벗어나며 천장에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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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봐도 엄청 강하게 박혔는데, 저거 빼려면 고생깨나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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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감각이군, 감 잡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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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두 번째를 던진 리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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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 팡, 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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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지는 족족 풍선 터지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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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 팡, 파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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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건 내 쪽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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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싯적에 술 먹고 다트 던지는 게 취미였던 나다. 이제 막 던져보는 초짜한테 질 수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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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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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입니다…! 금성묵 선배님이 16개 중 16개! 백발백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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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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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던지는 것 치고는 꽤 괜찮게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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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의 리동혁 쪽을 바라보니, 녀석도 꽤나 잘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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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혁 군이 16개 중 15개! 아쉽게 하나 놓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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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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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실수하긴 했지만, 그 뒤엔 영점을 잡아서 전부 맞히는 데 성공한 리동혁. 확실히 제구력 하나는 탁월한 녀석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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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구려, 금성묵 동무를 이겨보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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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멀었다 인마, 더 정진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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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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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재밌는 구경거리였는지, 박수를 쳐주는 구경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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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승부를 마치고, 리동혁은 자연스럽게 일행에게 합류했다. 우리는 이곳저곳 다니며 먹을 것도 사 먹고, 체험 부스가 있으면 체험도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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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랏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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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도부와의 팔씨름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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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대편 주장의 팔을 단숨에 넘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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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흐, 좋은 승부였다. 금성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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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좋은 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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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를 나눈 뒤 다시 다음 장소로 향한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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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포착한 건 ‘타로 집’이라고 쓰여 있는 장소였는데, 다소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 중인 선객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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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도진 동무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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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맞네. 뭔 얘기 하나 들어나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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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다가가자, 의외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도진을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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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연애운이 최고조일 때가 올해 8월, 그리고 내년 1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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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합니다. 특히 내년 1월이 상대 남성과 이뤄질 절정인데, 그때 적당한 기회만 있으면 그냥 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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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아닌척하더니 도진이도 연애에 관심이 많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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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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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들짝 놀라며 책상 위 종이를 감추는 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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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당황해하는 표정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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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하하. 저도 남자인데 관심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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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재밌는 부분인가 본데, 우리도 계속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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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다 들었어요! 다 같이 나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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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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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빨리 탈출 각을 재는 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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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도진의 손에 끌려 나가는 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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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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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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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로를 보던 여성과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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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녀는 내 눈을 뚫어져라 보더니, 뭔가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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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복(女福)일지, 여난(女難)일지…. 당신의 선택이 모든 걸 가르겠군요.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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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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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모를 말을 들으며 떠난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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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4인팟이 된 일행은 슬슬 지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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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고 보니 노아가 무용과 애들이랑 찻집 같은 거 한다는데 거기나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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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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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을 번쩍이는 최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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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용과라는 단어가 남성에게 주는 울림이라는 게 존재하긴 하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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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내기에 져서 마실 걸 사야했는데, 딱 좋은 것 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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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도 좋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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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멤버들도 동의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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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용과 반이 있는 교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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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자마자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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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런 게 화사함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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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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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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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로 메이드 복을 차려입은 무용과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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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단체로 눈만 껌뻑이며 주변을 둘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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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별천지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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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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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즐기는 최아담과, 얼굴을 붉히며 헛기침하는 리동혁. 도진 정도만 다소 덤덤한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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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서 있는데, 익숙한 얼굴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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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앗, 성묵 오빠! 와주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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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짝 뛰며 기뻐하는 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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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내 뒤의 일행을 발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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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다른 분들도 오셨군요…! 자리를 내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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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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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느껴지는 호칭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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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담과 리동혁이 날 의심쩍은 눈초리로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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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인마, 쟤 류지 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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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 동무, 아무래도 처가가 너무 드센 곳은 추천하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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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래, 헛소리 그만하고 앉기나 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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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손사래를 치며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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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노아가 내준 자리에 앉은 우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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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고급스러운 메뉴판을 가져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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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의 호수 에이드, 열정의 탱고 티, 발레리카노…. 메뉴가 되게 많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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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고르기 쉽지 않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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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이 메뉴판을 보며 고민하는데, 누군가 내 뒤로 살금살금 다가오는 느껴진다. 그리고는 곧 귓가를 간지르는 달콤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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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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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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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며 두 눈을 크게 뜨자, 꺄르르 웃는 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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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제 추천은 첫사랑 딸기 라떼에요…! 그것만 제가 직접 만들고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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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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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딸기를 좋아하는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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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는 지나칠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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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 나는 그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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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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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을 받고 신속하게 사라지는 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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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지나지 않아 음료들이 담긴 트레이들이 나온다. 각자 음료를 받아드는 4인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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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금성묵 딸기 라떼 뭐냐? 딸기청 겁나 많이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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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만듦새가 상당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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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음료들도 다들 특색이 있었지만, 내가 받은 게 확실히 정성이 많이 들어간 게 확 티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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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쪽도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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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테이블 딸기 라떼를 쓱 쳐다봤는데, 내 음료만 유독 재료가 듬뿍 들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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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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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입 쭉 들이키니, 입안에 상큼한 느낌이 가득 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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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이 맛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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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계속해서 마시려는데 주머니 속 전화기가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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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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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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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단은 받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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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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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 군,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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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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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학훈이라고 하는 사람일세. 도연이, 도진이 아비 되는 사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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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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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를 건 사람은 한국 야구 협회장, 도학훈이었다. 안 그래도 도진이 옆에 있던 상황에 전화가 올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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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단둘이 이야기 좀 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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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지금은 학교에 친구들이랑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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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자네 학교 옥상이네만, 잠깐도 힘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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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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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지금은 외부인 통행이 허락되는 시기. 그 시기를 맞춰서 들어온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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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습니다, 지금 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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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네, 기다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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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끊어진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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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딸기 라떼를 쭈욱 빨아들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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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봐야겠다, 급한 일이 좀 생겨서. 너희들은 천천히 즐기다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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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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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행들, 그리고 노아에게 인사를 한 뒤 교실을 떠났다. 그리고는 옥상을 향해 계단을 타고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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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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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 문이 열리자, 난간 앞에서 학교 풍경을 바라보는 한 남자가 보인다. 상당한 덩치의 남자는 내 등장에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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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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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없이 고개를 돌려 나를 보는 도학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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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맞먹는 키에, 상당한 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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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한국 야구계의 정상이라는 권력까지 더해지자, 상당한 포스를 뿜어내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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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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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게 울리는 저음의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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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안경을 스윽 밀어 올리고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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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이야기 좀 하지, 도연이와 도진이. 둘에 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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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게 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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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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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있다’라고 생각은 했지만 확신은 없었던, 이 남자가 감춰둔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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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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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대화가, 그걸 풀어내는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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