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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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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치지 않는 종묘 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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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 시설이 잘 되어있는 만큼 경기 진행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나, 군데군데 물이 고인 곳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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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경기는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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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너먼트인 특성상 다시 일정을 잡기 어려운 만큼, 폭우고 지랄이고 어떻게든 경기는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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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상황 속에서, 오늘 한청고의 마운드를 든든히 지켰던 류한울은 결국 류지의 홈런에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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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체되어 등장한 투수는 우완 사이드암의 박철민. 그는 석운강을 저격하기 위해 차강훈 감독이 꺼낸 카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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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한청고의 셋업맨 박철민 선수가 등판합니다…! 고교 평균 방어율은 2.38로 준수한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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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km 중반대의 속구와 포크볼이 특기인 선수죠! 석운강 선수는 공을 좀 더 유심히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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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운강, 저 녀석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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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혁고가 후공인 만큼 큰 거 한 방 맞는 순간 경기 종료다. 류택진 길들이기고 뭐고 경기에 져 버리면 답이 없다. 아마 높은 확률로 경질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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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을 보면, 저 녀석은 사이드암의 오프스피드 볼에는 약하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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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다른 구종에 비해 약한 것뿐이지, 아주 못 친다는 건 아니지만 차강훈 감독에게는 그 정도 빈틈이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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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박철민에게 마운드에 오르기 전, 볼넷을 줘도 좋으니 철저하게 변화구를 존 밖으로 빼며 배트를 유인할 것을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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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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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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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비가 굉장히 많이 내리는 상황, 이제 막 마운드에 오른 투수가 영점을 잡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상대 타자는 전국구 거포 석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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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 존 안으로 공이 몰려버렸다간 곧바로 굿바이 홈런이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투수의 머릿속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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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포크볼이 의도한 것 보다 조금씩 더 빠졌고, 석운강은 어렵지 않게 볼을 골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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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 온 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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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넷으로 걸어 나간 석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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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타자는 오늘 5번 타자라는 중책을 맡은 지수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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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흠…!! 이 경기는 내가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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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김을 내뿜으며 타석에 들어선 지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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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타자인 만큼, 우완 사이드암을 상대로는 큰 이점을 가지고 있는 상황. 여기서 차강훈 감독은 다시 한번 교체를 감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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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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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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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이 빠진 지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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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야구도 아니고, 뎁스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인 고교 야구에서 이렇게 공 몇 개 던지고 투수를 바로 빼버리는 건 처음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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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여기서 박철민 선수를 바로 뺍니다! 류택진 선수를 내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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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군요! 좌완 오버핸드 서정우 선수를 냅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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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민까지는 우타자인 석운강을 저격하기 위해 그렇다 쳐도, 좌타자가 2명 깔린 상황에까지 류택진을 내지 않은 걸 의아해하는 해설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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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류택진 선수는 ‘세이브 상황이 아니면 등판하지 않는다.’라고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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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박한 위기 상황에도 무조건 지켜지는 원칙이라니. 이런 게 쌓여 강호고를 만드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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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에 침도 안 마른 채 억빠를 하는 해설위원들. 속으로는 ‘뭐 이런 개뼈다귀 같은 원칙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고교야구판에서 오랫동안 해설하고 싶으면 한청고 쯤 되는 거물 학교를 디스하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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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우 선수도 만만한 선수가 결코 아닙니다! 고교 통산 방어율은 무려 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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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커브볼이 인상적인 투수죠? 어지간한 팀에 가면 특급 마무리로 기용될 특급 불펜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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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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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커브볼을 던져대는 서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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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쉽지 않은 볼이었지만, 지수용은 최대한 집중력을 올려 공을 때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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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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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용 쳤습니다…!! 아아, 중견수 정우진 선수가 제자리에 서서 잡습니다. 잔루는 1루! 이제 연장전으로 돌입하는 한청고와 문혁고의 세종기 결정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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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가 이 경기가 연장까지 갈 거라고 생각했을까요…!! 일단 저는 못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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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가 이곳 종묘 구장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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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혁고 야구부의 창단 이래 첫 연장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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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이렇게 중요한 무대에서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아무튼 리동혁이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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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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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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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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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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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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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동혁의 상대는 9번 타자 권석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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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능형 포수로 유명한 그는 다른 타자들만큼 홈런을 잘 치는 것도, 엄청난 컨택 능력을 갖춘 것도 아니지만 감독의 의도 하나는 기막히게 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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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강훈 감독의 오더는 다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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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혁고에서 우리 한청고에 대항할 만한 투수는 딱 두 명, 금성묵과 이동혁이 전부다. 나머지는 전부 투수 같지도 않은 새끼들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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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인즉슨, 최대한 빠르게 리동혁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린다면 한청고에게 득점의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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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준은 출루할 생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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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한가지 목표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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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기게 리동혁을 물고 늘어져, 투구 수를 늘리는 것. 그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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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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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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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측 파울라인 바깥으로 빨랫줄처럼 향하는 타구. 3루수인 류지가 훌쩍 다이빙하며 잡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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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앗, 타카히나 류지…!! 그림 같은 다이빙 캐치! 이동혁 선수를 돕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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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석준 선수에게 끈질기게 시달리던 이동혁 투수거든요! 이 아웃 카운트 하나는 소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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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 동무, 나이스 플레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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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냐, 고생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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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 덕분에 아웃을 잡긴 했다지만, 이제부터가 고난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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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타순은 돌고, 1번 타자 한결부터 한청고의 타선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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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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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동혁의 투구 수는 35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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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한계 투구 수를 넘은 상태인데, 지금 그의 상대는 한청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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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이상의 피로감이 그의 몸을 짓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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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 동무, 정말 대단하구려. 이런 압박감을 8회까지 버텨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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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제구가 생명인 언더핸드 투수다. 무겁게 내리는 빗줄기 탓에 체온을 빼앗겨 더 빨리 지치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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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타자 한결은 그런 리동혁의 흔들림을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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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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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유간을 완벽하게 가르는 안타…!! 안타입니다! 여기서 대도 한결 선수가 1루에 진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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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 맛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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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석을 향해 쓱 세레모니를 던지며 자축하는 한결. 이제 다음 타자는 2번 타자 정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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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동혁 시주, 싱커볼로 병살타를 노려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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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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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운강의 오더대로 싱커볼을 던진 리동혁. 그러나 이미 한계에 다다른 그의 몸은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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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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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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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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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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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해서 들어가는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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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제구를 잡아보려 했지만, 악력이 풀려버린 리동혁은 그대로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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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 온 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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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후욱, 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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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쁜 숨을 내쉬며 모자를 쓱 벗었다가 눌러 쓰는 리동혁. 투구수는 어느덧 48구. 그는 자신의 체력 부족을 통감하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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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기서, 문혁고의 명신우 감독이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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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명신우 감독이 나옵니다…!! 투수 교체로 보이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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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벽의 마무리를 내리고 등장하는 투수. 모두가 불펜을 향해 시선을 집중했다. 그리고 등장한 투수는 꽤 의외의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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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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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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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년 선발 투수, 핫산이 긴장감 가득한 표정으로 마운드를 향해 뛰어왔다. 그의 등장에 현장의 문혁고 학생들도, 고야갤 유저들도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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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황에 하산을 쓴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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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투수가 없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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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지친 리동혁을 밀어붙이는 게 낫지 않냐는 소리까지 하는 관중들. 고야갤은 더더욱 난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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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ㅆㅂ 이 상황에 홈런 공장장 실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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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 때문에 대관령고전 때 핵전쟁 벌어진 거 아닌가? 그때 기록이 어땠는지 기억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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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ㅈㄴ 충격적이라 기억함 3이닝 8실점 4피홈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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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돌겠네 ㅋㅋㅋㅋㅋㅋ 배팅 머신이 쟤 대신 선발등판 해도 그거보단 잘 던질듯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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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와 심각하네 ㅆㅂ 그 정도면 그냥 투수 호소인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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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카스 트리오 한테 백투백투백 쳐맞고 떡실신 할 듯 ㄹ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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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이게 진짜 확률 높은 게, 한청고 중심 타선이 작대기 직구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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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작대기 직구? 그거 완전 핫산 아님?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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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신우 저 새끼 게임 던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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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여기까지 온 것도 졌잘싸긴 함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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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그건 맞지 ㅋㅋㅋㅋㅋ 한청고도 솔직히 쫄렸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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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한청고 간담 서늘하게했도르 수상 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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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라 떠들던, 핫산은 마운드에 올랐다. 리동혁은 그런 핫산을 보며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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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동무, 미안하오. 뒤를 지켜줘야 할 내 책무를 다하지 못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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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혀크 형,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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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동혁의 어깨를 잡고 위로한 핫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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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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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제가 은혜를 갚을 차례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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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늘 핫산의 뒤에는 리동혁이 등판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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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 마음의 빚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는 핫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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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사 주자 1,2루의 빅 찬스…!! 여기서 타석에 들어서는 건 한청고의 타격 기계 최혁수 선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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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제 선수에게 가려지기는 했지만, 최혁수 선수의 클러치 능력도 어마무시하거든요? 과연 하산 이크발 선수와 어떤 승부를 펼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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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두두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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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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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를 때리는 빗줄기를 툭툭 털고는 숨을 내쉬는 핫산. 그가 키킹을 하더니, 초구를 손에서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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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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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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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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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한 속도의 강속구가 존에 들어왔다. 나름 놀라며 전광판을 본 최혁수에게 160km라는 숫자가 눈에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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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구부터 160km…!! 본인의 최고 구속을 갱신하는 하산 이크발 선수!! 어떻게 된 일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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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선발과 불펜의 차이인 걸로 보입니다! 체력 안배가 필요 없는 만큼, 풀파워로 뻥뻥 던지면 구속이 당연히 더 잘 나올 수 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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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만큼 체력이 좋지는 못한 핫산이다. 그 제한적 체력 안에서 이닝을 길게 이끌고 가야 하니 선발 등판 때는 전력투구를 거의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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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늘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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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정해준 그의 실전 투구 수의 한계는 이미 얼마 안 남은 상황. 아마 두 타자 정도 상대하면 전부 소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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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산은 그 두 명의 타자에게 원 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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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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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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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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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산의 직구를 때려냈으나, 아슬아슬하게 파울라인 밖으로 나가 최혁수가 아쉬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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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트는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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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운강이 존 아래로 뚝 떨어지는 스플리터를 두어차례 주문했으나, 최혁수의 배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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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풋내기 같은 스플리터에 내가 낚일 것 같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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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식 웃음까지 나오는 최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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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미 노림수를 하나로 좁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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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너 그거밖에 없잖아, 작대기 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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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투피치인 핫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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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플리터를 존 안에 넣기는 무서울 테고, 남은 선택지는 오로지 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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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혁수가 혓바닥으로 입술을 쓱 핥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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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같은 외노자가 뭔 야구냐, 공사장에서 벽돌이나 나르면 딱이겠구만. 순순히 내 결승타의 제물이나 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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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대망의 5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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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혁수는 존 안으로 빠른 공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 쾌재를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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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하, 그럴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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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배트를 내는데, 뭔가가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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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냐. 이 무브먼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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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대기처럼 날아와야 할 직구가, 그의 몸쪽으로 뱀처럼 휘는 것이 아닌가. 당황하며 궤도를 수정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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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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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앗! 이 타구가 2루수를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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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루수가 유격수에게 토스! 또다시 유격수는 1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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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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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듯이 1루로 질주하는 최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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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의 발보다, 공이 더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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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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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같은 4-6-3 병살타!! 하산 이크발 선수가 위기를 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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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아악, 씨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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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무시하던 외노자에게 졌다는 사실에 분개하는 최혁수. 핫산은 소심한 샤우팅을 내지르며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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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야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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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심 성묵처럼 멋있게 내지르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핫산. 그가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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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스 피칭, 핫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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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오오오!! 어디서 그런 대단한 투심을 익혀온 거냐, 핫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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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핫,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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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한 환대를 받으며 덕아웃에 들어간 핫산은 동료들의 칭찬이 꽤나 기뻤다. 그리고 가장 기쁜 이유는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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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 많았소, 하산 동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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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동혀크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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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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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강하게 손을 맞잡으며 악수하는 둘. 두 투수의 유대감이 한층 더 깊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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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 초를 무실점으로 막아낸 문혁고…!! 이 분위기면 문혁고에게도 기회가 올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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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맞습니다! 야구는 흐름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지금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 찬스에 그 누구보다 강한 타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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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회 말 공격에 돌입한 문혁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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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타자는 바로 이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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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아웃에서 나오며 우람한 등짝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관중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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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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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 금성묵, 금성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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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혁고 학생들이 그 어느 때보다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연호하는 그 이름. 문혁고의 캡틴이자 에이스, 중심 타자인 그가 타석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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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고교 홈런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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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기 홈런 역시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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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타자의 오오라를 넘실대며 타석에 들어선 성묵. 그는 엄청난 무게감을 자랑하며, 타격 자세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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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무슨 위압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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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을 꿀꺽 삼킨 투수 노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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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큰 거 한방이면 경기는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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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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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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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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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천둥소리마저 들려오는 10회 말의 종묘 구장. 성묵은 흉흉한 기세가 담긴 눈빛으로 마운드를 노려봤다. 언제든 투수를 물어뜯을 준비가 되어있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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