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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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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아아-

비가 그치지 않는 종묘 구장.

배수 시설이 잘 되어있는 만큼 경기 진행에는 문제가 없어 보이나, 군데군데 물이 고인 곳이 보인다.

아무튼 경기는 계속된다.

토너먼트인 특성상 다시 일정을 잡기 어려운 만큼, 폭우고 지랄이고 어떻게든 경기는 끝내야 한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오늘 한청고의 마운드를 든든히 지켰던 류한울은 결국 류지의 홈런에 무릎을 꿇었다.

교체되어 등장한 투수는 우완 사이드암의 박철민. 그는 석운강을 저격하기 위해 차강훈 감독이 꺼낸 카드다.

[아, 한청고의 셋업맨 박철민 선수가 등판합니다…! 고교 평균 방어율은 2.38로 준수한 편입니다!]

[140km 중반대의 속구와 포크볼이 특기인 선수죠! 석운강 선수는 공을 좀 더 유심히 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석운강, 저 녀석은 위험하다.

문혁고가 후공인 만큼 큰 거 한 방 맞는 순간 경기 종료다. 류택진 길들이기고 뭐고 경기에 져 버리면 답이 없다. 아마 높은 확률로 경질되겠지.

‘기록을 보면, 저 녀석은 사이드암의 오프스피드 볼에는 약하단 말이지.

물론 다른 구종에 비해 약한 것뿐이지, 아주 못 친다는 건 아니지만 차강훈 감독에게는 그 정도 빈틈이면 충분했다.

그는 박철민에게 마운드에 오르기 전, 볼넷을 줘도 좋으니 철저하게 변화구를 존 밖으로 빼며 배트를 유인할 것을 지시했다.

퍼엉-!!

“볼…!!”

그러나 비가 굉장히 많이 내리는 상황, 이제 막 마운드에 오른 투수가 영점을 잡기는 쉽지 않다. 게다가 상대 타자는 전국구 거포 석운강.

혹여 존 안으로 공이 몰려버렸다간 곧바로 굿바이 홈런이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투수의 머릿속에 있었다.

그 결과 포크볼이 의도한 것 보다 조금씩 더 빠졌고, 석운강은 어렵지 않게 볼을 골라냈다.

“베이스 온 볼스…!!”

볼넷으로 걸어 나간 석운강.

다음 타자는 오늘 5번 타자라는 중책을 맡은 지수용이다.

“크흠…!! 이 경기는 내가 끝낸다…!”

콧김을 내뿜으며 타석에 들어선 지수용.

좌타자인 만큼, 우완 사이드암을 상대로는 큰 이점을 가지고 있는 상황. 여기서 차강훈 감독은 다시 한번 교체를 감행했다.

“투수 교체…!!”

“…엥?”

얼이 빠진 지수용.

프로 야구도 아니고, 뎁스가 상대적으로 약한 편인 고교 야구에서 이렇게 공 몇 개 던지고 투수를 바로 빼버리는 건 처음 봤다.

[아! 여기서 박철민 선수를 바로 뺍니다! 류택진 선수를 내는 걸까요?]

[아니군요! 좌완 오버핸드 서정우 선수를 냅니다! 어떻게 된 걸까요…!!]

박철민까지는 우타자인 석운강을 저격하기 위해 그렇다 쳐도, 좌타자가 2명 깔린 상황에까지 류택진을 내지 않은 걸 의아해하는 해설진들.

[아, 제보가 들어왔습니다…! 류택진 선수는 ‘세이브 상황이 아니면 등판하지 않는다.’라고 하는군요!]

[급박한 위기 상황에도 무조건 지켜지는 원칙이라니. 이런 게 쌓여 강호고를 만드는 걸까요…!!]

입에 침도 안 마른 채 억빠를 하는 해설위원들. 속으로는 ‘뭐 이런 개뼈다귀 같은 원칙이…?’라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고교야구판에서 오랫동안 해설하고 싶으면 한청고 쯤 되는 거물 학교를 디스하긴 힘들었다.

[서정우 선수도 만만한 선수가 결코 아닙니다! 고교 통산 방어율은 무려 1.93…!]

[날카로운 커브볼이 인상적인 투수죠? 어지간한 팀에 가면 특급 마무리로 기용될 특급 불펜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휘익!

강력한 커브볼을 던져대는 서정우.

결코 쉽지 않은 볼이었지만, 지수용은 최대한 집중력을 올려 공을 때려냈다.

따악!

[지수용 쳤습니다…!! 아아, 중견수 정우진 선수가 제자리에 서서 잡습니다. 잔루는 1루! 이제 연장전으로 돌입하는 한청고와 문혁고의 세종기 결정전입니다…!]

[그 누가 이 경기가 연장까지 갈 거라고 생각했을까요…!! 일단 저는 못 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명승부가 이곳 종묘 구장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문혁고 야구부의 창단 이래 첫 연장전.

그걸 이렇게 중요한 무대에서 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아무튼 리동혁이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따악!

“파울…!”

따악!!

“파울!!”

“후우, 후우….”

리동혁의 상대는 9번 타자 권석준.

지능형 포수로 유명한 그는 다른 타자들만큼 홈런을 잘 치는 것도, 엄청난 컨택 능력을 갖춘 것도 아니지만 감독의 의도 하나는 기막히게 소화했다.

차강훈 감독의 오더는 다음과 같았다.

‘문혁고에서 우리 한청고에 대항할 만한 투수는 딱 두 명, 금성묵과 이동혁이 전부다. 나머지는 전부 투수 같지도 않은 새끼들 뿐이지.

그 말인즉슨, 최대한 빠르게 리동혁을 마운드에서 끌어내린다면 한청고에게 득점의 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권석준은 출루할 생각이 없다.

그저 한가지 목표뿐이다.

끈질기게 리동혁을 물고 늘어져, 투구 수를 늘리는 것. 그것뿐이다.

따악!

“……아웃!”

좌측 파울라인 바깥으로 빨랫줄처럼 향하는 타구. 3루수인 류지가 훌쩍 다이빙하며 잡아냈다.

[아앗, 타카히나 류지…!! 그림 같은 다이빙 캐치! 이동혁 선수를 돕습니다!]

[권석준 선수에게 끈질기게 시달리던 이동혁 투수거든요! 이 아웃 카운트 하나는 소중합니다!]

“류지 동무, 나이스 플레이요.”

“오냐, 고생 많다.”

류지 덕분에 아웃을 잡긴 했다지만, 이제부터가 고난의 시작이다.

[다시 한번 타순은 돌고, 1번 타자 한결부터 한청고의 타선이 시작됩니다…!!]

“후우, 후….”

리동혁의 투구 수는 35구.

이미 한계 투구 수를 넘은 상태인데, 지금 그의 상대는 한청고.

상상 이상의 피로감이 그의 몸을 짓눌렀다.

“금성묵 동무, 정말 대단하구려. 이런 압박감을 8회까지 버텨냈다니….”

안 그래도 제구가 생명인 언더핸드 투수다. 무겁게 내리는 빗줄기 탓에 체온을 빼앗겨 더 빨리 지치는 상황.

1번 타자 한결은 그런 리동혁의 흔들림을 놓치지 않았다.

따악!

[삼유간을 완벽하게 가르는 안타…!! 안타입니다! 여기서 대도 한결 선수가 1루에 진출합니다!]

“음, 이 맛이지.”

관중석을 향해 쓱 세레모니를 던지며 자축하는 한결. 이제 다음 타자는 2번 타자 정우진.

‘…리동혁 시주, 싱커볼로 병살타를 노려봅시다.

끄덕-

석운강의 오더대로 싱커볼을 던진 리동혁. 그러나 이미 한계에 다다른 그의 몸은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퍼엉-!

“…볼!”

퍼엉-!

“…볼!”

연속해서 들어가는 볼.

어떻게든 제구를 잡아보려 했지만, 악력이 풀려버린 리동혁은 그대로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었다.

“베이스 온 볼스…!!”

“후우, 후욱, 후우…….”

가쁜 숨을 내쉬며 모자를 쓱 벗었다가 눌러 쓰는 리동혁. 투구수는 어느덧 48구. 그는 자신의 체력 부족을 통감하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리고 여기서, 문혁고의 명신우 감독이 나섰다.

[아, 명신우 감독이 나옵니다…!! 투수 교체로 보이는데요!]

철벽의 마무리를 내리고 등장하는 투수. 모두가 불펜을 향해 시선을 집중했다. 그리고 등장한 투수는 꽤 의외의 얼굴이다.

“저건……!”

“하산…!?”

1학년 선발 투수, 핫산이 긴장감 가득한 표정으로 마운드를 향해 뛰어왔다. 그의 등장에 현장의 문혁고 학생들도, 고야갤 유저들도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 상황에 하산을 쓴다고…!?”

“아무리 투수가 없다지만!!”

차라리 지친 리동혁을 밀어붙이는 게 낫지 않냐는 소리까지 하는 관중들. 고야갤은 더더욱 난리였다.

-와 ㅆㅂ 이 상황에 홈런 공장장 실화냐?

-쟤 때문에 대관령고전 때 핵전쟁 벌어진 거 아닌가? 그때 기록이 어땠는지 기억하는 사람?

ㄴㅈㄴ 충격적이라 기억함 3이닝 8실점 4피홈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돌겠네 ㅋㅋㅋㅋㅋㅋ 배팅 머신이 쟤 대신 선발등판 해도 그거보단 잘 던질듯 ㅇㅇ

ㄴ와 심각하네 ㅆㅂ 그 정도면 그냥 투수 호소인 아님?????

-박카스 트리오 한테 백투백투백 쳐맞고 떡실신 할 듯 ㄹㅇ

ㄴ 이게 진짜 확률 높은 게, 한청고 중심 타선이 작대기 직구 하나는 기가 막히게 잘 팸

ㄴ 작대기 직구? 그거 완전 핫산 아님? ㅋㅋㅋㅋㅋㅋㅋ

  • 병신우 저 새끼 게임 던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솔직히 여기까지 온 것도 졌잘싸긴 함 ㅋㅋㅋㅋ

ㄴ그건 맞지 ㅋㅋㅋㅋㅋ 한청고도 솔직히 쫄렸을 듯

ㄴ한청고 간담 서늘하게했도르 수상 ㄷㄷㄷ

누가 뭐라 떠들던, 핫산은 마운드에 올랐다. 리동혁은 그런 핫산을 보며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하산 동무, 미안하오. 뒤를 지켜줘야 할 내 책무를 다하지 못했소….”

“동혀크 형, 괜찮아요.”

리동혁의 어깨를 잡고 위로한 핫산.

그는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젠 제가 은혜를 갚을 차례에요.”

그동안 늘 핫산의 뒤에는 리동혁이 등판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

오늘은 그 마음의 빚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는 핫산이다.

[1사 주자 1,2루의 빅 찬스…!! 여기서 타석에 들어서는 건 한청고의 타격 기계 최혁수 선수입니다!!]

[박태제 선수에게 가려지기는 했지만, 최혁수 선수의 클러치 능력도 어마무시하거든요? 과연 하산 이크발 선수와 어떤 승부를 펼칠지…!!]

투두두둑-

“후우.”

모자를 때리는 빗줄기를 툭툭 털고는 숨을 내쉬는 핫산. 그가 키킹을 하더니, 초구를 손에서 뿌렸다.

뻐엉--!!

“스트라이크…!!”

“…!”

상당한 속도의 강속구가 존에 들어왔다. 나름 놀라며 전광판을 본 최혁수에게 160km라는 숫자가 눈에 박혔다.

[초구부터 160km…!! 본인의 최고 구속을 갱신하는 하산 이크발 선수!! 어떻게 된 일일까요!]

[아마 선발과 불펜의 차이인 걸로 보입니다! 체력 안배가 필요 없는 만큼, 풀파워로 뻥뻥 던지면 구속이 당연히 더 잘 나올 수 밖에요…!!]

성묵만큼 체력이 좋지는 못한 핫산이다. 그 제한적 체력 안에서 이닝을 길게 이끌고 가야 하니 선발 등판 때는 전력투구를 거의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라…!

의사가 정해준 그의 실전 투구 수의 한계는 이미 얼마 안 남은 상황. 아마 두 타자 정도 상대하면 전부 소모된다.

핫산은 그 두 명의 타자에게 원 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낼 작정이다.

따악!

“파울……!”

“아오!!”

핫산의 직구를 때려냈으나, 아슬아슬하게 파울라인 밖으로 나가 최혁수가 아쉬움을 토로했다.

카운트는 0-2.

석운강이 존 아래로 뚝 떨어지는 스플리터를 두어차례 주문했으나, 최혁수의 배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런 풋내기 같은 스플리터에 내가 낚일 것 같냐?

피식 웃음까지 나오는 최혁수.

그는 이미 노림수를 하나로 좁혔다.

‘어차피 너 그거밖에 없잖아, 작대기 직구!

사실상 투피치인 핫산이다.

스플리터를 존 안에 넣기는 무서울 테고, 남은 선택지는 오로지 직구.

최혁수가 혓바닥으로 입술을 쓱 핥았다.

‘너 같은 외노자가 뭔 야구냐, 공사장에서 벽돌이나 나르면 딱이겠구만. 순순히 내 결승타의 제물이나 되라고.

이제 대망의 5구.

최혁수는 존 안으로 빠른 공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 쾌재를 내질렀다.

‘핫하, 그럴 줄 알았지…!!

그렇게 배트를 내는데, 뭔가가 이상하다.

‘뭐, 뭐냐. 이 무브먼트는…!!

작대기처럼 날아와야 할 직구가, 그의 몸쪽으로 뱀처럼 휘는 것이 아닌가. 당황하며 궤도를 수정하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따악!

[아앗! 이 타구가 2루수를 향합니다…!]

[2루수가 유격수에게 토스! 또다시 유격수는 1루로!]

“이이익……!!”

미친 듯이 1루로 질주하는 최혁수.

그러나 그의 발보다, 공이 더 빨랐다.

“아웃……!!”

[그림 같은 4-6-3 병살타!! 하산 이크발 선수가 위기를 넘깁니다!!]

“끄아악, 씨발…!!”

자신이 무시하던 외노자에게 졌다는 사실에 분개하는 최혁수. 핫산은 소심한 샤우팅을 내지르며 기뻐했다.

“으야아앗…!!”

내심 성묵처럼 멋있게 내지르고 싶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핫산. 그가 얼굴이 새빨개진 채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나이스 피칭, 핫산…!!”

“크오오오!! 어디서 그런 대단한 투심을 익혀온 거냐, 핫산!!”

“하핫,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무수한 환대를 받으며 덕아웃에 들어간 핫산은 동료들의 칭찬이 꽤나 기뻤다. 그리고 가장 기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수고 많았소, 하산 동무.”

“아! 동혀크 형…!!”

짝!

서로 강하게 손을 맞잡으며 악수하는 둘. 두 투수의 유대감이 한층 더 깊어지는 순간이다.

[10회 초를 무실점으로 막아낸 문혁고…!! 이 분위기면 문혁고에게도 기회가 올 것 같은데요!]

[네, 맞습니다! 야구는 흐름 아니겠습니까. 게다가 지금 타석에 들어서는 타자. 찬스에 그 누구보다 강한 타자입니다!!]

10회 말 공격에 돌입한 문혁고.

첫 타자는 바로 이 남자.

덕아웃에서 나오며 우람한 등짝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관중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온다.

“우와아아아악………!!”

“금성묵, 금성묵, 금성묵……!!!”

문혁고 학생들이 그 어느 때보다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연호하는 그 이름. 문혁고의 캡틴이자 에이스, 중심 타자인 그가 타석에 들어섰다.

현재 고교 홈런 1위,

끝내기 홈런 역시 1위.

강타자의 오오라를 넘실대며 타석에 들어선 성묵. 그는 엄청난 무게감을 자랑하며, 타격 자세를 잡았다.

‘시발, 무슨 위압감이…!

침을 꿀꺽 삼킨 투수 노진수.

여기서 큰 거 한방이면 경기는 끝이 난다.

쏴아아-

쿠르릉…!!

“……….”

어느새 천둥소리마저 들려오는 10회 말의 종묘 구장. 성묵은 흉흉한 기세가 담긴 눈빛으로 마운드를 노려봤다. 언제든 투수를 물어뜯을 준비가 되어있다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