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쏴아아아-
굵어진 빗줄기.
한창 비가 내리는 종묘 구장에서는 문혁고와 한청고의 경기가 한창이다.
7회를 마무리한 성묵.
비가 오는 탓에 동료들에게 티는 내지 않았지만, 지금 그는 온몸에서 땀이 주륵주륵 흐르고 있다.
‘후우, 졸라 힘드네. 시부랄.’
금강고 전의 두배 이상은 태양신맥을 쓰고 있는 느낌이다.
이렇게 펑펑 써댔는데도 아직 몸이 버텨주는 게 신기할 정도.
정말로 올리비아에겐 감사하지 않을 수가 없다고 느끼는 성묵이다.
‘이번에는 좀 점수가 나 줘야 하는데.’
슬슬 성묵의 다음도 생각을 해야 한다. 현재 투구 수는 92구.
딱 한 이닝.
8회까지가 딱 성묵이 쥐어짜 낼 수 있는 한계선.
그렇다면 여기서 그릴 수 있는 그림은 다음과 같다.
‘8회에 한점도 주지 않고, 타자들이 딱 한점 정도만 어떻게든 내준다.’
그 뒤를 리동혁이 이어받아 세이브를 이루면, 문혁고는 그토록 바라던 세종기에 진출하게 된다.
‘…나 참, ’
입으로 나불대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다.
지금은 한점 뽑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상황. 류한울은 7회에도 미친 퍼포먼스를 뽐내는 중이다.
뻐엉-!!
“스트라이크 아우웃…!!”
[아, 너무 강합니다! 류한울…!! 벌써 13삼진! 이번에도 점수를 내지 못하는 문혁고!]
[볼넷을 하나 내주긴 했지만, 7이닝 동안 문혁고 타순을 꽁꽁 묶어놓는 류한울입니다!]
그러나 엄청난 피칭을 보여주는 류한울. 그는 84구의 공을 던지며 다소 쌩쌩한 모습을 보여줬다.
환하게 웃으며 마운드를 내려오는 류한울의 모습을 보며 최아담은 의문을 품었다.
“…뭐지? 저 녀석이나 금성묵이나 투구 수 차이가 크게 나는 것도 아닌데 금성묵 쪽이 훨씬 지쳐 보여.”
“비슷한 투구 수여도, 한청고를 상대로 던지는 공은 부담감 자체가 다르지 않겠소? 한 구 한 구 들어가는 체력 차이가 족히 1.5배는 날 것이오.”
“……!!”
리동혁의 답변에 놀라는 최아담.
팀 차이에서 오는 부담감을 금성묵은 지금 홀로 짊어지고 있다. 동료로서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게 분할 따름.
“제길, 그럼 거의 150구에 육박하는 피로도를 느끼고 있단 건가….”
“아마도 그럴 것이오. 게다가 이 비, 심상치 않구려.”
“…확실히.”
어느덧 쏟아지는 내리는 비.
이닝은 8회 초, 문혁고의 수비.
성묵의 봄 대회 마지막 이닝이 시작됐다.
퍼엉!!
“스트라잌 아우웃!!”
“젠장!!”
9번 타자 권석준을 삼진으로 잡은 성묵.
다음 타자는 1번 타자 한결.
“썅, 무조건 나간다.”
잔뜩 기합을 넣고 타석에 들어선 타자.
그는 초구부터 성묵의 직구를 강하게 때려봤으나-.
“큭…!!”
배트를 타고 찡하게 울려오는 손끝.
타구는 속절없이 1루수 방향으로 향했다.
[아, 한결 선수! 쳤습니다…! 1루수 쪽으로 흘러가는 땅볼!]
이태경의 수비력이라면 무난히 아웃시킬 수 있는 평범한 땅볼. 그러나 마치 고속도로라도 뚫린 듯, 공은 무참히 이태경의 가랑이 사이를 타고 쌩 지나갔다.
“!!!”
[아앗, 이태경 선수의 가랑이 사이로 흐르는 볼…!! 여기서 치명적인 실수가 터집니다!]
[우익수 이동혁 선수가 달려옵니다만, 빠른 주자 한결 선수는 1루 돌아 2루로! 세잎, 세이프입니다!!]
“우와아악……!!”
한청고 측 관중석에서 터져 나오는 함성.
중요한 상황에서 득점권에 빠른 주자를 내보내는 치명적인 실책.
이태경은 풀이 죽은 듯 고개를 떨궜다.
해설진은 방금 상황을 다시 보기로 돌려봤다.
[방금 상황은 이태경 선수의 1루수 실책으로 기록이 됩니다…! 다시 한번 보겠습니다!]
[아, 지금 보시면 1루수 쪽 잔디가 물을 잔뜩 머금고 있거든요? 타구가 그 부분을 지나면서 바운드가 확 죽은 걸로 보입니다…!!]
비가 꽤 강하게 오는 탓에 잔디 곳곳에 물이 고인 곳이 생겼고, 그 탓에 불규칙 바운드가 만들어지며 실책이 터져버렸다.
“성묵 선배, 죄송합니다….”
“괜찮아 임마, 막으면 되지.”
그렇게 태경의 등을 툭툭 두들겨 주고는 다시 마운드에 오른 성묵. 그는 2번 타자 정우진을 맞아, 써클 체인지업을 적극 활용했다.
부웅!!
“스트라이크 아우웃!!”
그렇게 아웃 카운트는 2아웃.
문혁고 멤버들은 목소리 높여 ‘하나만 더!!’를 외쳤다.
하지만 지금 기회를 놓칠 생각이 없는 한청고.
지친 상황에 굵게 내리는 빗줄기로 공의 위력이 이전보다 약해진 성묵.
컨택에 일가견이 있는 최혁수는 그 부분을 노렸다.
따악-!
[아앗! 최혁수!! 우익수 앞에 뚝 떨어지는 안타…!]
[2루 주자 한결 선수는 3루에! 설마 홈까지 도전하나요!!]
하지만 페이크 동작을 잘 취했던 우익수 리동혁.
그는 3루와 2루 중간 부분에서 한결의 시간을 낭비하는 데 성공했고, 거기에 그의 강견이 더해지자 한결을 3루에 묶어낼 수 있었다.
[한결 선수는 3루에서 멈춰서는군요! ]
[최혁수의 적시타로 어느덧 2사 1,3루! 한청고에게 절호의 찬스가 주어집니다…!!]
“최혁수, 최혁수, 최혁수……!!”
“…후우, 후.”
[이렇게 되면, 방금 전 이태경 선수의 실책이 더더욱 뼈아픈데요.]
[예, 아웃 카운트 하나면 이 위기도 없었을 테니까요. 많이 지쳐 보이는 금성묵 선수입니다!]
이제 정말로 한계에 다다른 성묵.
그래도 딱 한 명.
타자 딱 한명까지는 어떻게든 상대해볼 수 있다.
물론 그 타자가 박태제라는 건, 꽤나 곤란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짝짝짝짝짝-
““박태제 홈런!!””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한청고 측의 박태제 응원.
그는 이번에야말로 성묵의 공을 쳐 내겠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남은 스위치는 딱 한 번, 그게 마지막이야.’
호흡을 가다듬는 성묵.
박태제는 굵은 빗줄기 사이로 마운드 위의 성묵을 노려봤다.
‘직구를 노린다.’
전 타석에 성묵의 세 가지 종류의 직구에 완전히 당한 박태제다.
그 잔상은 분명히 남아있다.
이대로 당하고만 있기엔, 국가대표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이번 타석에야말로 공략하리라고 이를 가는 박태제.
‘비 덕분에 구종을 좁힐 수 있겠어.’
비가 내린 뒤부터, 이전에는 잘 들어가던 성묵의 커브와 스위퍼가 영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걸 감안하면 남은 건 직구와 써클 체인지업.
성묵이 써클 체인지업을 초구에 카운트 잡는 용도로는 거의 쓰지 않는 것까지 감안하면, 역시 직구가 온다고 봐야 한다.
‘어떤 직구를 던지던, 기필코 때려내 주마.’
이번에야말로 공략을 자신하는 박태제. 성묵이 키킹하며 초구를 던졌다. 그리고 그는 배트를 내지 못했다.
퍼엉-!!
“스트라잌!!”
“…흠.”
과감하게 박태제를 상대로 제일 약한 구종인 커브를 존 안에 집어넣은 성묵. 까짓거 비 좀 내린다고 변화구 제구에 애먹을 거라는 편견은 버리라고 말하는 듯했다.
그리고 던져진 제2구.
퍼엉-!!
“……볼!”
“후우.”
156km의 몸쪽 직구.
하이 패스트볼에 박태제의 배트가 반쯤 뽑혀 나와 멈췄다. 석운강이 1루심을 향해 어필해봤지만, 심판의 판단은 노스윙. 카운트는 1-1.
따악!!
“………!!”
성묵의 제3구를 때려낸 박태제.
좌측으로 크게 뻗어나간 타구는 파울라인 관중석으로 쏙 들어갔다.
“휘유, 식겁했네.”
방금은 스위퍼가 밋밋하게 들어갔다.
비 오는 날은 이게 문제다.
공이 내 말을 듣지 않을 확률이 평소보다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
그렇다고 안 던질 수도 없는 게, 직구 말고 나머지는 컨트롤이 되지 않는 걸 티 내는 순간 타자와의 승부에서 극도로 불리해진다.
여러모로 투수에겐 곤란한 상황.
성묵은 박태제를 낚기 위해 변화구를 던져봤지만, 그는 속속들이 잘 골라냈다.
어느덧 카운트는 3-2 풀카운트.
금성묵과 박태제는 같은 생각을 했다.
‘직구로 끝낸다.’
‘…노리는 건 직구.’
노림수의 일치.
보통 타자가 압도적으로 유리해야 할 상황이나, 성묵을 상대로는 그렇지 않았다.
‘직구의 종류는 세 종류, 어떤 게 날아오지?’
성묵이 오늘 보여준 직구는 다양했다.
평범한 150km의 직구와 160km의 강속구, 그리고 155km가량의 라이징 패스트볼까지.
타자에게 선택지를 강요하는 성묵의 스위칭 패스트볼. 체력 소모를 감안하고 쓴 방법이지만, 박태제의 머릿속에 혼란을 주기엔 충분했다.
여기서 성묵이 택한 건, 제 4의 선택지였다.
“…스위치.”
[태양신맥에 의한 스탯 변화가 초기화됩니다.]
[제구 스텟이 B+ -> A로 강화됩니다!]
[제구 스텟이 A-> A+로 강화됩니다!]
[직구 스탯이 A-> A+로 강화됩니다!]
처음으로 제구 스탯을 강화한 성묵.
그가 노리는 곳은 바깥쪽 낮은 코스.
지금까지는 의도적으로 박태제의 몸쪽으로 공을 던졌다. 몸쪽 공이 단단히 각인된 상황에, 존 바깥쪽 끝부분에 직구를 꽂아 넣을 수 있다면?
‘좋은 타구는 절대 못 만들지.’
쏴아아아-
이제는 시야를 가릴 정도로 짙게 내리는 비. 이것조차도 성묵의 마지막 공에 힘을 실어줄 거라 확신했다.
크게 와인드업 한 성묵. 1루 주자는 자동 스타트를 끊었고, 그가 마지막 공을 던졌다.
“후읍…!!”
바깥쪽 존을 향해 핀포인트로 날아가는 공. 박태제는 배트를 냈으나, 거기엔 약간의 머뭇거림이 묻어있었다.
‘멀다…!’
그럼에도 그의 직감이 말했다.
이건 그냥 보낼 수 없는 공이라고. 그렇기에 배트를 끝까지 휘둘렀으나-.
딱!
생각이 많은 채로 휘두른 배트로는 성묵의 공을 멀리 날려 보낼 수 없었다. 타구는 내야와 외야, 중간쯤 어딘가에 하늘 높이 떠버렸다.
“큭……!!”
완전히 당했다.
박태제는 배트를 땅바닥에 내동댕이치며 1루를 향해 뛰었다.
공을 잡기 위해 뛰어가는 최아담.
서경수, 지수용 역시 공을 향해 뛰어갔다. 그러나 셋 모두는 높게 솟아오른 타구를 보며, 같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젠장, 시야 확보가 안 돼…!!’
타구 포착을 위해 고개를 들자 굵은 빗방울이 눈을 그대로 때리고, 높이 솟구친 공은 먹구름이 낀 하늘에 가려졌다.
정상적인 타구 판단이 제대로 안 되는 상황. 셋은 그 와중에도 최대한 공을 쫓아 움직였으나-.
토옹!
야속하게도 공은 세 명의 수비 사이에 뚝 떨어지고 말았다.
[아앗…!! 이걸 아무도 잡지 못합니다! 3루 주자 홈으로! 이미 스타트를 끊은 1루 주자는 3루 돌아 홈으로!!]
“이익……!!”
급하게 공을 주워든 지수용이 홈으로 송구했지만, 1루 주자 최혁수는 이미 홈인. 공을 놓친 셋은 허무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궜다.
[스코어는 2-0! 드디어 0의 균형을 깨는 한청고입니다!!]
[여기서 결정적인 실수가 나오네요! 무슨 상황일까요…!?]
[아마 날씨 탓에 제대로 타구 판단이 안 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방금은 그러한 악조건을 떠나 무조건 잡아줬어야 하는 타구였습니다…!!]
[8회 초에 한청고에게 2점, 이건 너무나도 큽니다!!]
“…마음에 안 드는군.”
2루에 서서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서 있는 박태제.
결과적으론 행운의 안타로 2타점을 만들어 냈지만, 그는 이런 식으로 출루하길 원하지 않았다.
스스로가 금성묵에게 완패했다고 생각했기에 더더욱 그랬다. 뾰루퉁한 얼굴의 박태제를 보며, 성묵은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주 배때지가 불렀구만.”
졸지에 점수를 내주게 된 성묵 입장에선 배부른 소리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성묵의 감동적인 호투에 힘입어 한청고와 8회까지 비비고 있던 문혁고. 이런 식으로 어이없게 균형이 깨져버린 탓에, 고야갤은 당연히 활활 불타올랐다.
-야이 개새끼들아!!!!!!!!!!!!!!!!!!!!!!!!!!!!!!! 뭐 하는데 씨발!!!!!!!!!!!!!!!!!!!!!!!!!!!!
-갤주 혼자 야구하는데 저 버러지 새끼들 뭐함??? 아오 ㅅㅂ
-아 고혈압 도졌다;; 누가 엠뷸런스좀 불러줘라 부탁한다
ㄴ지금 이 경기 보면서 쓰러지는 환자 속출해서 남는 병상이 없다고 함;;;
-터질 게 터졌네…. 갤주 진짜 저런 수비 데리고 8회까지 꾸역꾸역 0점 막은 거 자체가 레전드다…
ㄴ아니 근데 경기장 비 ㅈㄴ 많이 옴 높이 뜬 타구면 안 보일만 함
ㄴ비 때문에 안 보인다고? 그럼 한청고 수비 애들은 뭐 신이냐? 보이지도 않는 공을 걔들은 왜 잡는데?
ㄴ 걍 경험치 차이임 ㅇㅇ 저 중에 경험치 많이 먹은 수비수 하나라도 있었음 잡았다
-8회까지 비 쳐맞으면서 역투한 갤주만 불쌍하지 ㅋㅋㅋㅋㅋ 저게 팀이냐? 그냥 서커스단이지 ㅋㅋㅋㅋㅋ
-쟤네 땜에 갤주 방어율 0점 깨졌네 ㅅㅂ 지금 자책점 2점인가 그러면??
ㄴ ㄴㄴㄴㄴㄴ 한결은 1루수 실책으로 출루한 거라 1점만 자책점임
ㄴ 그래도 봄 대회 방어율 0.38이네. 0점으로 끝냈으면 좋았을 텐데 ㄲㅂ
ㄴ지금 뒷타자 카를로스라 불펜이 분식회계 하면 방어율 더 오를 수도 있음;;
-갤주 혼자 어떻게든 버스 태우고 있었는데 어림도 없지 ㅋㅋㅋㅋ 바로 버스 기사 폭행해 버리기~~~
-ㅅㅂ... 갤주 역투에 쥰내 감동받고 있었는데 갑자기 지옥으로 떨어지네...
ㄴ아직 희망 버리지 마라... 9회 공격 남았다...
ㄴㄴ시발 9회에 류택진 올라올 텐데 뭘 희망을 버리지 말래 ㅋㅋㅋㅋㅋ
ㄴㄴ 점수는 못 내더라도 최소한 0대0으로 비비고 있어야 했음; 리드 따인 순간 답 없음
분위기가 한청고 측으로 넘어간 상황.
이제 성묵의 몸 상태는 한계.
공을 던질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명신우 감독이 공을 든 채 마운드에 올랐다.
"…성묵아, 수고했다."
"나 참, 이런 식으로 이닝 중간에 내려가고 싶진 않았는데 말이죠."
"그러게, 나도 올라오고 싶진 않았다…."
슬픈 표정으로 성묵의 어깨를 두들기는 명 감독. 그는 오늘 성묵이 에이스로서의 책무를 다했음을 알고 있다. 방금 일어난 일은 차마 성묵이 어떻게 할 수 없는 자연재해라는 것까지도 말이다.
[아, 금성묵 선수가 내려갑니다! 7.2이닝 115구에 13삼진 2실점 1자책! 오늘 에이스로서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줬습니다...!]
[아직도 아쉽습니다. 방금 전 그 플레이만 아니었다면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친 채 교대될 수 있었을 텐데요. 금성묵 선수의 뒤를 이어 올라오는 선수는 문혁고의 수호신, 이동혁 선수입니다!]
"동무, 수고 많았소."
"…뒤는 부탁한다, 리동혁."
“걱정 마시오, 그 누구도 홈을 밟을 수 없을 테니.”
몸을 가누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이는 성묵이 휘청이며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문혁고 측 학생들은 대부분 직감했다.
지금 성묵의 모습이, 고교야구에서 그의 마지막 등판이 될 확률이 굉장히 높다는 것을.
"성묵 씨…."
눈가에 물기가 맺힌 올리비아.
고군분투하며 녹초가 된 성묵의 모습을 지켜보는 건 너무나도 가슴이 아팠다.
“오빠….”
노아의 눈가에도 눈물이 핑 돌았다.
그녀는 아직은 눈물을 흘릴 때가 아니라 생각하며 눈가를 슥 닦았고, 덕아웃으로 돌아오는 성묵을 향해 응원을 유도했다.
"금성묵, 금성묵, 금성묵...!!"
에이스에 보내는 찬사.
성묵은 눈앞이 흐린 와중에도,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관중들의 목소리 하나만큼은 또렷하게 들렸다.
"…이거 원, 카메라만 없었어도 눈물 찔끔 나왔겠는데."
털썩!
거의 쓰러지듯 벤치에 앉은 성묵.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감독님, 죄송한데 너무 피곤해서 조금만 졸게요."
"…그래, 편히 쉬어라."
그리고는 고개를 푹 떨구는 성묵.
그동안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온 듯했다. 문혁고 선수들은 그가 행여 쉬는 데 방해될까, 작은 목소리도 내는 걸 조심했다.
[금성묵 선수가 지명타자 자리로 옮기며 그라운드에서 빠지고, 이동혁 선수가 빠진 우익수 자리를 하산 이크발 선수가 채웁니다!]
[여기서 이 이상 실점은 정말로 되돌릴 수가 없습니다! 2사 주자 2루 상황에 타자는 카를로스 위스덤! 이 위기를 이동혁 선수가 막아낼 수 있을 것인가...!]
'내 타석에 언더핸드 투수라니, 제정신인가?'
언더 킬러로 이름을 떨친 카를로스.
그는 의문을 품으면서도, 문혁고의 그 만용에 기필코 값을 치르게 해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리동혁은 그가 지금까지 상대해온 잠수함들과는 격이 달랐다.
휘리릭!
퍼엉-!
"스트라이크…!!"
휘리릭!
딱!
"파울!"
'뭔 놈의 싱커 각이...!!'
엄청난 회전수로 꺾여 들어오는 싱커.
분명히 한 번 봤음에도,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 변화무쌍함이다.
인상을 찌푸리는 카를로스.
그가 싱커를 머릿속에 되새기며 다시 타석에 들어서자, '그 공'이 등장한다.
쉬릭!
'솟구친다...!?'
퍼엉-!!
"스트라이크 아우웃...!!"
“왓더…!!?”
리동혁의 신무기, 업슛.
마덕수의 코칭으로, 커브의 심화 구종으로 익히는 데 성공한 업슛에 카를로스의 배트가 허무하게 돌며 8회 초가 끝이 났다.
[아앗! 이 공은 뭔가요…!! 공이 마치 승천하는 듯이 올라갑니다!!]
[업슛, 업슛이군요! 최근에는 익히는 투수가 거의 없는 구종으로 알고 있는데, 이동혁 선수가 익히고 있었군요!]
[강타자 카를로스 위스덤을 잡아내며 이닝을 마치는 이동혁…!! 이제 경기는 8회 말로 향합니다!]
이제 문혁고에 남은 공격 기회는 단 두 이닝. 꽤나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쏴아아--
“푸핫핫…!”
“할아버지, 감기 걸리셔요! 제 우산 같이 써요…!”
관중석에서 거세게 내리는 비를 맞으며 씩 웃는 마덕수. 보다 못한 옆의 학생이 그에게 우산을 씌워준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는 문혁고 덕아웃 측에 시선을 떼지 않았다.
“끌끌, 위기로구나. 이제 어떻게 할 게냐?”
힘을 다 소진해 마운드에서 내려온 데다, 꾸벅꾸벅 졸고 있음에도 그의 시선에는 여전히 성묵이 담겨 있다.
마덕수의 감이 말하고 있다.
이 경기를 결정짓는 건, 여전히 금성묵이 될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