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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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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겨우 끝났네….”
거머리같이 질겼던 기자들의 인터뷰 세례가 끝나고, 나는 겨우 자유를 되찾았다.
나에게 뽑아먹을 만큼 뽑아먹었다 생각했는지 이젠 다른 동료들에게 넘어갔는데, 나름 긍정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문혁고가 어떤 곳인지, 다들 궁금해하기 시작했단 증거지.
팀이 건강해지고 있다는 증거라 할 수 있겠다. 나 말고도 견제 대상이 많아지면, 내가 활약할 공간도 더 많아지니 좋기도 하고.
“자, 어디 한 번 보상을 받아보실까?”
손을 쓱쓱 비비며 난 묵혀둔 알림창을 열어보았다. 그리고는 곧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식을 맞이하게 되었다.
[파워 스텟이 B+ -> A로 강화되었습니다!]
[컨택 스탯이 B -> B+로 강화되었습니다!]
[스위퍼 스텟이 B+ ->A로 강화되었습니다!]
“오……!!”
이렇게 기쁠 수가.
타격 주요 스탯이 무려 두 단계나 오른 데다, 스위퍼가 A등급을 찍었다.
특히 파워 A가 가장 기뻤다.
그야, 태양신맥을 얹어 사용해보니 체감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그냥 툭 쳐도 공이 쭉쭉 뻗던데?
이번 경기는 올리비아의 도시락이라는 도핑 수단을 동원해 찍었지만, 이제는 나 혼자만의 힘으로도 파워 S를 찍을 수 있다.
강발 상태 시 파워 S, 컨택 A라는 괴수급 스탯의 재현이 가능해진다는 소리다.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창창한 내 스텟을 생각하면, 앞으로 만날 투수들은 곡소리 좀 날 거다.
“…크하암, 빨리 집 가서 쉬든가 해야지.”
하품이 쩍쩍 나온다.
선발로 나온 경기만큼은 아니지만, 투수와 타자 양쪽으로 모두 경기에 나왔던 만큼 피로도가 상당했다.
게다가 오늘 양 팀을 합쳐 홈런이 두 자릿수가 나왔던 만큼, 도파민이 팡팡 터졌던 지라 모든 게 끝난 지금은 오히려 탈력감이 상당하달까.
샤워나 쓱쓱 하고 버스에 널브러질 생각으로 걷는데, 멀리서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오옷, 금성묵!!”
“역시 너냐, 마초원.”
반갑다는 듯 우다다 달려오는 녀석.
패배한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초롱초롱한 눈을 한 녀석이다.
“크오오!! 젠장, 네 녀석 강하더군. 내 패배를 인정하마!! 팀으로서도, 이도류로서도!”
두 손을 머리 위로 들며 분한 표정을 짓는 마초원. 나는 웃음이 픽 나왔다.
“뭐, 나름 재밌었다. 동족끼리 진검승부를 벌이는 것도 말야.”
“역시!! 네 녀석도 나와 같은 기분일 거라 생각했다! 우리는 통하는 점이 많군…!!”
몸을 부르르 떨며 내 손을 잡고 붕붕 흔드는 녀석. 얼마나 기분 좋은 거냐고….
“크흠, 부끄럽지만 나는 네게 이도류 선배로서 도움 될만한 걸 알려주지 못했다. 내가 더 약했기 때문이지.”
“엄, 굳이 알려줄 필요 없는데?”
“아니!! 그러지 않고서는 도무지 내 두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금성묵, 너는 내 도움을 받을 자격이 있다…!”
“……….”
어떻게든 소매 넣기를 하고 말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마초원. 녀석은 이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한청고를 상대하게 될 거라 들었다, 그건 틀림없겠지?”
“어, 맞아.”
서울의 왕자(王者) 한청고.
육각형 팀의 대표적인 예시로서, 뭐 하나 빠질 것 없는 엄청난 전력의 강호고이다. 오늘 상대한 대관령고 역시 상당한 강팀이지만, 한청고는 전국 최강 라인업에 드는 고교니만큼 급 차이가 꽤 나는 편이라 할 수 있다.
"조심해라, 너희도 강하지만 그 녀석들은 차원이 다르다."
이 녀석이 이런 표정도 지을 수 있을 줄이야. 한청고 선수들을 떠올리기만 해도 꽤 긴장되는 모양이다.
'흠, 작년 봄 대회 결승에서 그냥 먼지 나도록 쳐맞았다고 했던가?'
이미 준결승에서 세종기 진출을 결정짓더라도, 봄 대회 결승은 진출이 결정된 팀끼리 맞붙는다.
이긴 자는 여름에 있을 세종기에서 더 좋은 대진을 가져가기에 전국 최고를 목표로 한다면 충분히 중요한 경기다.
거기서 작년에 대관령고가 한청고에게 콜드 게임 수준으로 얻어맞았다는 걸 듣기는 했다. PTSD가 충분히 남아있을 만하다.
"뭐 뾰족한 수라도 있냐? 너희들이 쓰려고 했던 방법이라든지."
물어보면서도 별 기대는 없다.
게임을 수천 시간 하면서 한청고를 여러 번 상대해봤고, 뚜렷한 공략이랄 게 없이 그냥 깡 스탯으로 찍어눌러야 하는 학교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초원의 입에서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당연히 있다…! 그런 게 없다면 네게 주제넘게 조언하겠다고 오지도 않았겠지!"
"뭔데 그게?"
"우리가 세웠던 전략은 바로...."
딱히 기대되진 않지만 한 번 들어나 볼까. 누가 엿들을까 내 귀에 대고 속닥대는 마초원.
"…오?"
내 눈이 번쩍 뜨였다.
이건 좀 재밌는 이야긴데.
######
'응, 알겠어. 그 부분까지 계산해서 전력 분석해 볼게.'
나는 도연 누나에게 마초원에게 들은 걸 전달해주었고, 그녀는 늦지 않게 한청고 분석 자료를 전달해주겠다며 약속했다.
대회에서 강팀을 때려잡건, 세종기 진출까지 단 1승만 남았건 학교는 가야 한다.
그런데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꽤나 뜨거웠던 이전보다 말이다.
"성묵아, 경기 잘 봤다…!!"
"금성묵 선배님, 결승전에도 꼭 경기장 가서 응원할게요!"
"어,어어. 그러냐, 고맙다, 그래그래…."
복도를 걷는데 이름도 모르는 학생들이 마구 말을 걸어온다. 게다가 무수한 악수 요청까지, 이전에도 이런 건 간간히 있었지만 대관령고까지 이겨버리니 분위기가 남다른 느낌이다.
"마초원 그 녀석의 강속구는 어마어마했지, 하지만 내가 누구냐. 최아담 아니냐!! 바로 깨달았지, 지금이 내 숨겨둔 필살기인 '찍어치기'를 꺼낼 때구나…!!"
"오오옷!!"
자기 친구들에게 썰을 푸는 최아담, 세상 귀찮다는 듯 엎어져 자는 류지, 반 친구들에 둘러싸여 질문 세례를 받는 찬준햄까지.
문혁 야구부의 3학년 라인은 대체로 이런 분위기라 할 수 있겠다. 도진이 녀석에게 듣기로는, 2학년 쪽도 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리동혁이 꽤 의외였지.
원래도 얼음장같이 차가운 분위기의 녀석이었는데, 북한 이슈가 터진 뒤 더욱 주변에서 접근하기 힘들어졌다고.
그런데 그것도 옛날이야기다.
대관령고를 침묵시키는 완벽투를 마친 뒤, 관객석에 연거푸 직각 인사를 한 녀석의 모습에 감명받은 문혁고 학생들이 많다는 모양.
지금만 해도 슬쩍 보니, 꽤 많은 반 친구들이 리동혁의 곁에 붙어 있었다.
“동혁아, 이것도 혹시 물어봐도 돼?”
“얼마든지, 마음껏 물어보시오.”
대부분 질문의 형태인 걸 보면 북한 관련된 게 꽤 궁금한 모양이다. 그런데 걱정도 되는 게 사실이다.
‘질문을 받다 보면 꽤 곤란한 것도 있을 텐데.
“혹시 말할 수 있어? 김정운 개새끼!”
“김정운 개새끼, 육시럴 돼지 놈, 녀석의 혁명적인 뱃살을 탁탁 썰어 굶주린 인민들에게 따뜻한 고깃국을 해줘야….”
‘음, 괜한 걱정이군.
이젠 숨 쉬듯 제 순수를 증명하는 녀석. 리동혁 걱정은 딱히 안 해도 될 것 같다.
나는 교실로 돌아가며, 핸드폰을 켜고는 기사를 확인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 기사를 읽기 위해서다.
‘에고 서치만큼 재밌는 게 또 없단 말이지.
고교야구 탭에 들어가자, 문혁고 관련 기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난 헤드라인을 쭉 읽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8:0 -> 14:11 대역전극, 금성묵의 무력 시위에 힘입어 문혁고 준결승 진출!]
[2홈런 7타점 + 1.2이닝 무실점 금성묵, 만장일치 경기 MVP 선정!]
[대관령고 유휘웅 감독 曰“금성묵을 막지 못한 게 가장 큰 패인.”]
[익명의 스카우터 5인 “문혁고 금성묵에 군침 흘리는 스카우터들 많아.”]
“흐흐, 몸값 올리는 소리가 들리는구만.”
1라운더 지명이 생존 조건 중 하나인 만큼, 나를 주목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건 늘 환영이다.
‘뒷세계에서는 갤주라고 부른다고 했지?
최아담이 자기 이름 검색하다가 알게 됐다면서 말해줬는데, 내가 고교 야구 커뮤니티에선 ‘갤주’라고 불리며 추앙받는다고까지 들었다.
팬이 생기는 건 늘 반가운 일이지만, 거기서 성묵게이, 야스묵, 우효광 등의 이상한 별명까지 붙은 걸 보면 이걸 좋아해야 하는 건가 가끔 생각이 들기는 한다.
‘뭐, 드래프트 시즌 되면 이런 종류의 관심도 큰 힘이 될 테지.
야구의 관심이 하늘을 찌르며, 인터넷 여론을 의식하며 안전한 선택을 하는 스카우터들도 많다고 들었다.
제 소신 없이 시어미질에 휘둘려 선수 뽑는 것부터가 스카우터로선 실격이지만, 아무튼 1라에 뽑혀야 하는 내 입장에선 참 고마운 존재들이라 할 수 있겠다.
아무튼 슬슬 교실로 돌아가려는데, 핸드폰이 지잉하고 울려댔다. 뭔가 싶어서 확인해보니 명신우 감독에게서 온 전화다.
“아, 감독님?”
[“큰일 났다, 성묵아!!”]
“예…!?”
갑작스레 받은 전화.
명신우 감독에게 와달라고 호출받은 장소는, 다름 아닌 병원이었다.
########
“면목이 없군요, 이런 중요한 때에 사고를 당해서….”
병원에 가보니, 이태정 투수코치가 온몸에 붕대를 둘둘 감은 채 병실에 누워있었다.
“감독님, 어쩌다가 이런….”
“뺑소니를 당했다더라, 경찰에게 신고는 해서 잡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다. 목숨에도 지장은 없을 거고.”
“젠장, 하필이면 이럴 때.”
이태정 코치의 역할은 중요하다.
매 경기 등판 예정인 투수들의 미세 조정을 해주는 건 그의 몫이고, 그건 실제로 꽤 투수들에게 크게 도움이 된다.
나조차도 내 폼을 객관적으로 볼 수가 없는 만큼, 한청고 전 선발 등판 전에 그의 도움을 받아야 했는데 교통사고라니.
머리가 띵하다.
운이 없어도 너무 없다.
#####
“네에…!? 이태정 코치님이 교통사고?”
깜짝 놀라는 핫산.
리동혁과 찬준 형 역시 놀라긴 마찬가지. 투수진을 전담해서 봐주던 코치가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큰 사고를 당했는데 동요하지 않기는 아무래도 힘들 것이다.
“병문안이라도 가봐야 하는 것 아니오?”
“아니, 너희가 그럴 줄 알고 내가 대표로 다녀왔어. 자기는 괜찮으니 괜히 마음 쓰지 말고 다음 경기 준비에 집중해달라더라.”
“으윽, 코치님….”
슬픈 표정의 찬준 형님.
슬퍼하고만 있을 시간은 없다.
투수 코치가 없는 상황이라면, 내가 그 자리를 메꾸는 수밖에.
‘일단 투수조 전원 다 준비시키는 게 맞아.
한청고 상대로 점수를 주지 않는 건 상상 이상으로 어렵다. 상대 약점을 철저하게 후벼파는 팀이니만큼, 자연히 투구 수가 늘어나 체력소모도 엄청날 터.
나와 리동혁 만으로 경기를 끝낼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아직 20구 정도 투구 수가 남은 핫산, 너클볼로 변수를 만들 수 있는 찬준 형님까지 모조리 준비시키는 게 맞다.
“일단 옷 좀 챙겨 입자, 다 같이 갈 곳이 있으니까.”
“.......?”
의문부호를 띄우는 투수조 동료들. 나는 감독에게 양해를 구한 뒤, 녀석들을 데리고 구장 밖의 한 장소로 향했다.
“…덕수 투구장?”
“와, 딱 봐도 오래되어 보이네요!”
신기한 듯 두리번대는 녀석들.
내가 이곳을 찾은 건, 여기 시설을 잠깐 빌려 쓰기 위함이다.
아직도 ‘당분간 닫읍니다’ 팻말이 붙어있는 걸 보면, 한동안 돌아오지 않을 모양이다.
지도해줄 이태정 코치가 있을 때는 굳이 올 필요가 없지만, 다른 일반인들에게 방해받지 않으며 프라이빗한 훈련을 하기엔 이만한 곳이 없다.
드르륵!
“자, 애들아. 창문 넘어서 들어가자고.”
“성무크 형, 괘, 괜찮은 거 맞아요? 이거 불버푸 침입인 게!”
“괜찮아 인마, 내가 먼저 들어갈 테니까 따라서 들어와.”
그렇게 쑥하고 창문에 내 상반신을 집어넣었는데,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
하얗게 센 머리에 꼬장꼬장한 눈매, 내가 아는 사람과 아주 많이 닮았다.
“…덕수 할배?”
부산 컵스의 레전드 투수 마덕수.
지금은 아무도 찾지 않는 이 덕수 투구장을 치매노인 코스프레 행세하며 운영 중이던 그가 날 어이없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육시럴, 금성묵이 너 거기서 뭐 하냐?”
“어, 음, 할아버지 없는 동안 투구장 좀 쓰려고.”
“이런 쌍노무 새키가…!!”
따악!!
“쿠흐억…!!”
덕수 할배의 회초리에 정수리를 얻어맞은 나는 땅바닥을 떼굴떼굴 굴렀다. 아니, 이건 좀 많이 억울한데.
“아니, 할배…! 자리 비운다면서요…!!”
“방금 돌아왔다, 쌍놈아. 쯧쯧, 어린놈의 자식이 못된 것만 배워선.”
혀를 끌끌 차는 할배.
그는 창문 밖으로 눈을 흘기더니, 손가락을 까닥였다.
“거기, 밖에 우두커니들 서 있지 말고 들어와라.”
“…?!”
일행이 있는 걸 눈치챈 모양.
눈치를 보던 투수진 동료들이 이내 창문 위에 발을 올렸다. 그러기 무섭게 떨어지는 불호령.
“이런 못 배워먹은 놈들!! 내가 언제 창문으로 들어오라고 했냐…!! 정문으로 냉큼 들어왔!!”
“예, 옙!!”
노친네라곤 믿기 힘들 정도의 기색에 화들짝 놀라선 달려가는 녀석들. 이내 우리들은, 마덕수의 사무실에서 다 같이 모여 고해성사의 장을 가졌다.
“흠, 그러니까. 네가 핫삼.”
“하산입니다, 할아버지!”
“니가 이동훈이.”
“…이동혁입니다.”
“너가 뭐더라, 음. 차박구?”
“박찬준입니닷...!!”
“다들 비슷하구만 뭘.”
“………???”
치매 노인 코스프레 하다 보니 정말로 기억력 감퇴라도 온 것일까. 자기 좋을 대로 이름을 불러대는 마덕수 할배.
“금성묵이, 니놈 새끼가 제일 나쁜 놈이여. 아무 것도 모르는 핏덩이들이나 데리고, 끌끌….”
“커흠.”
그가 뭐라고 하던간에, 나는 전혀 예상치 못한 그의 등장에 길 가다 복권이라도 주운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이제 슬슬 시동을 걸어볼까.
“할배,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귀찮게스리, 뭔데?”
“여기서 훈련 좀 해도 됩니까? 방해는 안 할게요.”
“이 고즈넉한 곳에 젖비린내 나는 고등학생이 네 놈이나 있는데, 어떻게 방해를 안 하겠단 게야? 쯧쯔….”
혀를 끌끌 차며 뒷짐을 지고 물러나는 덕수 할배. 그러나 이내 쓱 우리 쪽을 보더니, 못내 허락하는 그다.
“니들 쪼대로 해라, 나는 좀 쉬려니까 찾지 말도록.”
그러고는 휴게실로 쓱 가버리는 할배. 나는 그가 사라지기 무섭게, 주먹을 꽉 쥐고 쾌재를 불렀다.
“좋아쓰…!!”
“........!?”
내 반응에 깜짝 놀라는 동료들.
덕수 할배는 그저 훈련을 허락한 것뿐이지만, 내가 크게 기뻐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저 할배, 말년에 심심한 지 꽤 남한테 관심이 많단 말이지.
내가 있는 상황이라 치매 노인 코스프레도 못 하는 상황에다, 여기서 훈련을 허락한 이상 계속 우리가 눈에 밟힐 수밖에 없다.
덕수 할배쯤 되는 레전드 투수에게 아직 고삐리인 우리들이 성에 찰 리가 없다.
한창 심심한 때에 미숙한 냄새를 풀풀 풍겨대는 피칭을 보다 보면, 차마 훈수를 두지 않고는 몸이 근질거려서 참을 수 없겠지.
“금성묵 동무, 여기서 훈련할 수 있게 된 게 그렇게 좋은 일이오?”
“여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여기 누가 있느냐가 중요한 거지.”
“.......??”
내 말에 더욱 의아해하는 녀석들. 나는 굳이 마덕수의 정체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직접 느끼는 게 빠를 테니.
아마 지나가다 툭 한마디만 던져도 ‘뭔가 다르다’라는 걸 느끼게 될 거다.
“자, 애들아. 몸 풀자...!!”
가장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마주친 우연, 그걸 과연 기연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인가.
잊고 있던 레전드의 복귀에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나는 투수조 동료들과 훈련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