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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겨우 끝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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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머리같이 질겼던 기자들의 인터뷰 세례가 끝나고, 나는 겨우 자유를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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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뽑아먹을 만큼 뽑아먹었다 생각했는지 이젠 다른 동료들에게 넘어갔는데, 나름 긍정적인 현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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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혁고가 어떤 곳인지, 다들 궁금해하기 시작했단 증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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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이 건강해지고 있다는 증거라 할 수 있겠다. 나 말고도 견제 대상이 많아지면, 내가 활약할 공간도 더 많아지니 좋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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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어디 한 번 보상을 받아보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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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을 쓱쓱 비비며 난 묵혀둔 알림창을 열어보았다. 그리고는 곧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식을 맞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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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스텟이 B+ -> A로 강화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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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택 스탯이 B -> B+로 강화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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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퍼 스텟이 B+ ->A로 강화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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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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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기쁠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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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격 주요 스탯이 무려 두 단계나 오른 데다, 스위퍼가 A등급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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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파워 A가 가장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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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태양신맥을 얹어 사용해보니 체감이 엄청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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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툭 쳐도 공이 쭉쭉 뻗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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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경기는 올리비아의 도시락이라는 도핑 수단을 동원해 찍었지만, 이제는 나 혼자만의 힘으로도 파워 S를 찍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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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발 상태 시 파워 S, 컨택 A라는 괴수급 스탯의 재현이 가능해진다는 소리다. 앞으로도 발전 가능성이 창창한 내 스텟을 생각하면, 앞으로 만날 투수들은 곡소리 좀 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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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하암, 빨리 집 가서 쉬든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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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이 쩍쩍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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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로 나온 경기만큼은 아니지만, 투수와 타자 양쪽으로 모두 경기에 나왔던 만큼 피로도가 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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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오늘 양 팀을 합쳐 홈런이 두 자릿수가 나왔던 만큼, 도파민이 팡팡 터졌던 지라 모든 게 끝난 지금은 오히려 탈력감이 상당하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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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나 쓱쓱 하고 버스에 널브러질 생각으로 걷는데, 멀리서 익숙한 얼굴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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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옷, 금성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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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너냐, 마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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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는 듯 우다다 달려오는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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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한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초롱초롱한 눈을 한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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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오오!! 젠장, 네 녀석 강하더군. 내 패배를 인정하마!! 팀으로서도, 이도류로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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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을 머리 위로 들며 분한 표정을 짓는 마초원. 나는 웃음이 픽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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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나름 재밌었다. 동족끼리 진검승부를 벌이는 것도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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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네 녀석도 나와 같은 기분일 거라 생각했다! 우리는 통하는 점이 많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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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부르르 떨며 내 손을 잡고 붕붕 흔드는 녀석. 얼마나 기분 좋은 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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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흠, 부끄럽지만 나는 네게 이도류 선배로서 도움 될만한 걸 알려주지 못했다. 내가 더 약했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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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 굳이 알려줄 필요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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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러지 않고서는 도무지 내 두 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금성묵, 너는 내 도움을 받을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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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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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소매 넣기를 하고 말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마초원. 녀석은 이내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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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청고를 상대하게 될 거라 들었다, 그건 틀림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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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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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왕자(王者) 한청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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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각형 팀의 대표적인 예시로서, 뭐 하나 빠질 것 없는 엄청난 전력의 강호고이다. 오늘 상대한 대관령고 역시 상당한 강팀이지만, 한청고는 전국 최강 라인업에 드는 고교니만큼 급 차이가 꽤 나는 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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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해라, 너희도 강하지만 그 녀석들은 차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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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이 이런 표정도 지을 수 있을 줄이야. 한청고 선수들을 떠올리기만 해도 꽤 긴장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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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작년 봄 대회 결승에서 그냥 먼지 나도록 쳐맞았다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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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준결승에서 세종기 진출을 결정짓더라도, 봄 대회 결승은 진출이 결정된 팀끼리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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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긴 자는 여름에 있을 세종기에서 더 좋은 대진을 가져가기에 전국 최고를 목표로 한다면 충분히 중요한 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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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작년에 대관령고가 한청고에게 콜드 게임 수준으로 얻어맞았다는 걸 듣기는 했다. PTSD가 충분히 남아있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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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뾰족한 수라도 있냐? 너희들이 쓰려고 했던 방법이라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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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어보면서도 별 기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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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수천 시간 하면서 한청고를 여러 번 상대해봤고, 뚜렷한 공략이랄 게 없이 그냥 깡 스탯으로 찍어눌러야 하는 학교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초원의 입에서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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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있다…! 그런 게 없다면 네게 주제넘게 조언하겠다고 오지도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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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데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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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세웠던 전략은 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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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기대되진 않지만 한 번 들어나 볼까. 누가 엿들을까 내 귀에 대고 속닥대는 마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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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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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이 번쩍 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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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좀 재밌는 이야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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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알겠어. 그 부분까지 계산해서 전력 분석해 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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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연 누나에게 마초원에게 들은 걸 전달해주었고, 그녀는 늦지 않게 한청고 분석 자료를 전달해주겠다며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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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에서 강팀을 때려잡건, 세종기 진출까지 단 1승만 남았건 학교는 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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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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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뜨거웠던 이전보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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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아, 경기 잘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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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 선배님, 결승전에도 꼭 경기장 가서 응원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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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어. 그러냐, 고맙다, 그래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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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를 걷는데 이름도 모르는 학생들이 마구 말을 걸어온다. 게다가 무수한 악수 요청까지, 이전에도 이런 건 간간히 있었지만 대관령고까지 이겨버리니 분위기가 남다른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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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초원 그 녀석의 강속구는 어마어마했지, 하지만 내가 누구냐. 최아담 아니냐!! 바로 깨달았지, 지금이 내 숨겨둔 필살기인 '찍어치기'를 꺼낼 때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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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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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친구들에게 썰을 푸는 최아담, 세상 귀찮다는 듯 엎어져 자는 류지, 반 친구들에 둘러싸여 질문 세례를 받는 찬준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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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혁 야구부의 3학년 라인은 대체로 이런 분위기라 할 수 있겠다. 도진이 녀석에게 듣기로는, 2학년 쪽도 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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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동혁이 꽤 의외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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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도 얼음장같이 차가운 분위기의 녀석이었는데, 북한 이슈가 터진 뒤 더욱 주변에서 접근하기 힘들어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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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것도 옛날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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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고를 침묵시키는 완벽투를 마친 뒤, 관객석에 연거푸 직각 인사를 한 녀석의 모습에 감명받은 문혁고 학생들이 많다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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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만 해도 슬쩍 보니, 꽤 많은 반 친구들이 리동혁의 곁에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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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혁아, 이것도 혹시 물어봐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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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든지, 마음껏 물어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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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질문의 형태인 걸 보면 북한 관련된 게 꽤 궁금한 모양이다. 그런데 걱정도 되는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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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을 받다 보면 꽤 곤란한 것도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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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말할 수 있어? 김정운 개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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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운 개새끼, 육시럴 돼지 놈, 녀석의 혁명적인 뱃살을 탁탁 썰어 굶주린 인민들에게 따뜻한 고깃국을 해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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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괜한 걱정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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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숨 쉬듯 제 순수를 증명하는 녀석. 리동혁 걱정은 딱히 안 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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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교실로 돌아가며, 핸드폰을 켜고는 기사를 확인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 기사를 읽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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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 서치만큼 재밌는 게 또 없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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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 탭에 들어가자, 문혁고 관련 기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난 헤드라인을 쭉 읽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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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 14:11 대역전극, 금성묵의 무력 시위에 힘입어 문혁고 준결승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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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홈런 7타점 + 1.2이닝 무실점 금성묵, 만장일치 경기 MVP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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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고 유휘웅 감독 曰“금성묵을 막지 못한 게 가장 큰 패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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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명의 스카우터 5인 “문혁고 금성묵에 군침 흘리는 스카우터들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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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 몸값 올리는 소리가 들리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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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라운더 지명이 생존 조건 중 하나인 만큼, 나를 주목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건 늘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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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세계에서는 갤주라고 부른다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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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담이 자기 이름 검색하다가 알게 됐다면서 말해줬는데, 내가 고교 야구 커뮤니티에선 ‘갤주’라고 불리며 추앙받는다고까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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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 생기는 건 늘 반가운 일이지만, 거기서 성묵게이, 야스묵, 우효광 등의 이상한 별명까지 붙은 걸 보면 이걸 좋아해야 하는 건가 가끔 생각이 들기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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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드래프트 시즌 되면 이런 종류의 관심도 큰 힘이 될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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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관심이 하늘을 찌르며, 인터넷 여론을 의식하며 안전한 선택을 하는 스카우터들도 많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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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소신 없이 시어미질에 휘둘려 선수 뽑는 것부터가 스카우터로선 실격이지만, 아무튼 1라에 뽑혀야 하는 내 입장에선 참 고마운 존재들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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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슬슬 교실로 돌아가려는데, 핸드폰이 지잉하고 울려댔다. 뭔가 싶어서 확인해보니 명신우 감독에게서 온 전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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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감독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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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일 났다, 성묵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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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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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받은 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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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신우 감독에게 와달라고 호출받은 장소는, 다름 아닌 병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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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목이 없군요, 이런 중요한 때에 사고를 당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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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가보니, 이태정 투수코치가 온몸에 붕대를 둘둘 감은 채 병실에 누워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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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 어쩌다가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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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소니를 당했다더라, 경찰에게 신고는 해서 잡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거다. 목숨에도 지장은 없을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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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하필이면 이럴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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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정 코치의 역할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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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경기 등판 예정인 투수들의 미세 조정을 해주는 건 그의 몫이고, 그건 실제로 꽤 투수들에게 크게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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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조차도 내 폼을 객관적으로 볼 수가 없는 만큼, 한청고 전 선발 등판 전에 그의 도움을 받아야 했는데 교통사고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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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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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없어도 너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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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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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이태정 코치님이 교통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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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라는 핫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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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동혁과 찬준 형 역시 놀라긴 마찬가지. 투수진을 전담해서 봐주던 코치가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큰 사고를 당했는데 동요하지 않기는 아무래도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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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문안이라도 가봐야 하는 것 아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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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너희가 그럴 줄 알고 내가 대표로 다녀왔어. 자기는 괜찮으니 괜히 마음 쓰지 말고 다음 경기 준비에 집중해달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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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윽, 코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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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표정의 찬준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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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퍼하고만 있을 시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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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코치가 없는 상황이라면, 내가 그 자리를 메꾸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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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투수조 전원 다 준비시키는 게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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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청고 상대로 점수를 주지 않는 건 상상 이상으로 어렵다. 상대 약점을 철저하게 후벼파는 팀이니만큼, 자연히 투구 수가 늘어나 체력소모도 엄청날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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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리동혁 만으로 경기를 끝낼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아직 20구 정도 투구 수가 남은 핫산, 너클볼로 변수를 만들 수 있는 찬준 형님까지 모조리 준비시키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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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옷 좀 챙겨 입자, 다 같이 갈 곳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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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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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부호를 띄우는 투수조 동료들. 나는 감독에게 양해를 구한 뒤, 녀석들을 데리고 구장 밖의 한 장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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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 투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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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딱 봐도 오래되어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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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듯 두리번대는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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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곳을 찾은 건, 여기 시설을 잠깐 빌려 쓰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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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당분간 닫읍니다’ 팻말이 붙어있는 걸 보면, 한동안 돌아오지 않을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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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해줄 이태정 코치가 있을 때는 굳이 올 필요가 없지만, 다른 일반인들에게 방해받지 않으며 프라이빗한 훈련을 하기엔 이만한 곳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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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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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애들아. 창문 넘어서 들어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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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무크 형, 괘, 괜찮은 거 맞아요? 이거 불버푸 침입인 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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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인마, 내가 먼저 들어갈 테니까 따라서 들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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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쑥하고 창문에 내 상반신을 집어넣었는데,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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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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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센 머리에 꼬장꼬장한 눈매, 내가 아는 사람과 아주 많이 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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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 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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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컵스의 레전드 투수 마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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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아무도 찾지 않는 이 덕수 투구장을 치매노인 코스프레 행세하며 운영 중이던 그가 날 어이없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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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시럴, 금성묵이 너 거기서 뭐 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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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음, 할아버지 없는 동안 투구장 좀 쓰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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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쌍노무 새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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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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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흐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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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 할배의 회초리에 정수리를 얻어맞은 나는 땅바닥을 떼굴떼굴 굴렀다. 아니, 이건 좀 많이 억울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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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할배…! 자리 비운다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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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돌아왔다, 쌍놈아. 쯧쯧, 어린놈의 자식이 못된 것만 배워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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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를 끌끌 차는 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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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창문 밖으로 눈을 흘기더니, 손가락을 까닥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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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밖에 우두커니들 서 있지 말고 들어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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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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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이 있는 걸 눈치챈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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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를 보던 투수진 동료들이 이내 창문 위에 발을 올렸다. 그러기 무섭게 떨어지는 불호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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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못 배워먹은 놈들!! 내가 언제 창문으로 들어오라고 했냐…!! 정문으로 냉큼 들어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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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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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친네라곤 믿기 힘들 정도의 기색에 화들짝 놀라선 달려가는 녀석들. 이내 우리들은, 마덕수의 사무실에서 다 같이 모여 고해성사의 장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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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러니까. 네가 핫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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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입니다,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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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이동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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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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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가 뭐더라, 음. 차박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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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준입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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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비슷하구만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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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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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노인 코스프레 하다 보니 정말로 기억력 감퇴라도 온 것일까. 자기 좋을 대로 이름을 불러대는 마덕수 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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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이, 니놈 새끼가 제일 나쁜 놈이여. 아무 것도 모르는 핏덩이들이나 데리고, 끌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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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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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뭐라고 하던간에, 나는 전혀 예상치 못한 그의 등장에 길 가다 복권이라도 주운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이제 슬슬 시동을 걸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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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배,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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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찮게스리,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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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훈련 좀 해도 됩니까? 방해는 안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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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즈넉한 곳에 젖비린내 나는 고등학생이 네 놈이나 있는데, 어떻게 방해를 안 하겠단 게야? 쯧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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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를 끌끌 차며 뒷짐을 지고 물러나는 덕수 할배. 그러나 이내 쓱 우리 쪽을 보더니, 못내 허락하는 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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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들 쪼대로 해라, 나는 좀 쉬려니까 찾지 말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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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휴게실로 쓱 가버리는 할배. 나는 그가 사라지기 무섭게, 주먹을 꽉 쥐고 쾌재를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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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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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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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반응에 깜짝 놀라는 동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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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 할배는 그저 훈련을 허락한 것뿐이지만, 내가 크게 기뻐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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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할배, 말년에 심심한 지 꽤 남한테 관심이 많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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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있는 상황이라 치매 노인 코스프레도 못 하는 상황에다, 여기서 훈련을 허락한 이상 계속 우리가 눈에 밟힐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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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 할배쯤 되는 레전드 투수에게 아직 고삐리인 우리들이 성에 찰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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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심심한 때에 미숙한 냄새를 풀풀 풍겨대는 피칭을 보다 보면, 차마 훈수를 두지 않고는 몸이 근질거려서 참을 수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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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 동무, 여기서 훈련할 수 있게 된 게 그렇게 좋은 일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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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여기 누가 있느냐가 중요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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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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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더욱 의아해하는 녀석들. 나는 굳이 마덕수의 정체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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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직접 느끼는 게 빠를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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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지나가다 툭 한마디만 던져도 ‘뭔가 다르다’라는 걸 느끼게 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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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애들아. 몸 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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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마주친 우연, 그걸 과연 기연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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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있던 레전드의 복귀에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나는 투수조 동료들과 훈련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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