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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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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문혁고, 확실히 심상치 않지?”

“맞아, 이제는 무시할래야 무시할 수가 없을 만큼 존재감이 커졌단 말이지.”

신생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화력과 투수력을 모두 지닌 문혁고. 신생 주제에 강호고에게 어떻게 비비냐! 라고 하기엔 이미 금강고와 기린고를 꺾고 올라온 그들이다.

아무리 대관령고가 강팀이라지만, ‘혹시 문혁고라면…?’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법하다. 문혁고의 돌풍에 대해서는 해설위원들 역시 흥미가 있는지, 경기 시작에 앞서 꽤나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내뱉었다.

[경기에 앞서 각 팀 전력 분석 부터 해보겠습니다. 문혁고 타순의 핵심이라 하면, 역시 ‘금석류 트리오’를 빼놓을 수가 없겠죠?]

[최근 네티즌들이 문혁고의 중심 타순 세타자를 엮어 그렇게 부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현재 서울 시드 클린업 중에 가장 많은 홈런을 합작하고 있죠?]

[예, 금성묵 선수가 6홈런, 석운강 선수가 4홈런, 타카히나 류지 선수가 3홈런으로 총 13개의 홈런을 합작 중입니다…!]

[엄청난 페이스입니다. 문혁고는 고작 4경기밖에 치르지 않았는데요…!!]

나란히 서서 경기장을 바라보는 금성묵, 석운강, 류지를 조명하는 카메라. 이윽고 옆에 근엄하게 서 있는 명신우 감독을 조명한다.

[과거의 멍에를 뒤로 하고, 문혁고의 돌풍을 지휘하고 있는 명신우 감독입니다. 오늘은 타순을 이전 경기와 다르게 약간 손을 봤는데요?]

[예, 대회 중 1번부터 6번까지는 변화를 준 적이 없던 명신우 감독이 이번에는 약간의 조정을 거쳤습니다. 오늘은 류지 선수가 3번, 금성묵 선수가 4번, 석운강 선수가 5번에 배치됩니다! 이유가 있을까요…?!]

[선구안이 좋은 류지 선수를 앞에 붙여서, 최근 엄청난 타격감을 뽐내는 금성묵 선수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이제 다른 타자들에게 우산을 씌울 수 있을 만큼, 금성묵 선수의 존재감이 커진 것도 하나의 이유로 보입니다.]

그 뒤에는 핫산을 조명하는 카메라.

명신우 감독에게 뭐라뭐라 이야기를 듣고 있다.

[아, 오늘의 선발 투수인 1학년 하산 이크발 선수입니다. 지금까지 꽤 좋은 피칭을 보여줬었죠?]

[한빛고와 금강고를 상대로 괜찮은 피칭을 보여줬던 하산 선수입니다만, 오늘 처음으로 진정한 의미로 시험대에 오르게 됐습니다. 과연 서울권 최강 타선이라 꼽히는 대관령고를 상대로 어떤 피칭을 보여줄지…!!]

“핫산아, 딱 4이닝만 던져보자. 4이닝…!”

“네, 감독님!!”

오늘 핫산의 제한 투구 수는 60개.

저번에 타구에 맞은 부상이 온전하게 낫지 않은 만큼, 딱 그만큼이 한계였다.

‘저런 식으로 의사가 정해준 수치는 무조건 지키는 게 좋단 말이지.

게임을 설계할 때 의도한 것인지, 저렇게 한계 투구 수를 전문가가 정해주면 그게 정말로 투수의 한계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 이상은 한구한구 던질 때마다 부상 확률이 곱절로 높아지니 말이다.

“핫산이 4이닝 2실점 정도만 해준다면….”

그 뒤는 막강한 타순이 어떻게든 해줄 거라 믿는 명신우 감독. 어쩔 수 없이 리동혁이 갈리긴 하겠지만, 우선은 어떻게든 오늘 경기에서 이긴 뒤 성묵에게 바통을 넘겨야 한다.

“플레이 볼…!!”

그렇게 시작된 경기.

문혁고와 대관령고의 운명을 결정지을 경기가 시작됐다.

경기가 시작되고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문혁고의 남학생 둘은 급히 종로3가역에서 뛰쳐나왔다. 그들은 종묘 구장을 찾아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

“저쪽이다, 저쪽…!!”

“아오, 왜 성균관에서 안 하는 건데…!”

“고교 야구 하루 이틀 보냐!? 5차전부터는 무조건 종묘잖아!”

“허억, 헉, 시발놈아, 우리 학교에 야구단이 첨 생겼는데 모를 수도 있지….”

성균관 구장으로 착각하여 지하철을 잘못 탄 탓에 도착시간에 늦은 그들. 어느덧 종묘 구장의 입구에 들어서자, 경기장 안에서 울려 퍼지는 함성이 그들의 귀를 때렸다.

“와우씨, 함성소리 뭔데? 이거 벌써 뭔 일 난 거 아니야…!?”

“설마, 금성묵 걔 또 홈런 친 거 아니야…!?”

“오, 그럴 수도 있겠는데?”

후다닥 좌석 통로에 들어가 경기장을 내려다본 둘.

그들은 곧 마주하게 되었다.

기대와 멀리 떨어진, 아주 잔혹한 현실을.

대관령고 : 문혁고

8 : 0

3회 말, 스코어는 8대 0.

만루 홈런을 치고 유유히 베이스를 도는 마초원.

마운드 위의 핫산의 고개가 축 처져있다.

“…뭐, 뭐냐 이 상황은?”

“초반부터 게임 터졌는데…?

문혁고는 초반부터 하염없이 무너져 내렸다.

[아, 하산 이크발 선수. 경기 초반부터 4개의 홈런을 얻어맞습니다…!]

[이번 이닝에 얻어맞은 만루홈런으로 벌써 8점 차, 이건 많이 큰데요.]

[도서관에라도 온 듯이 조용해진 문혁고 측 객석입니다. 벌써 자리를 뜨는 학생들도 뜨문뜨문 보입니다.]

“이히히힝…!!”

홈런을 터트린 뒤 동료들과 말 울음소리 세레모니를 하는 마초원. 너희들의 좋은 시간은 여기까지라고 말하는 듯, 경기 초반부터 대관령고는 엄청난 점수 차로 문혁고를 따돌렸다.

[대충격입니다, 이 정도로 핫산 선수가 무너질 거라는 건 문혁고의 계산에는 없었을 텐데요.]

[충격이 커 보입니다, 문혁고 선수들…!]

물론 대부분의 문혁고 관계자는 예상 못하고 있었지만, 불안감을 가진 사람은 존재했다. 그중에는 당연히 성묵과 도연이 있었다.

‘핫산 저 녀석, 저번 경기에서 보여준 투기를 전혀 찾아볼 수가 없잖아…?

‘하산 선수의 폼이 이전 경기와 미묘하게 달라. 부상 탓에 밸런스가 흔들린 건가…?

무상고 전에서 타구에 맞으며 얻은 약간의 부상이 나비효과를 만들어냈다. 60구 안에 많은 이닝을 소화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핫산에게 경기를 즐기지 못하게 만들었고, 미묘한 어깨의 불편함은 그의 구위를 저하시켰다.

그 결과가 이거다.

3회 말에 스코어는 0:8.

신생 고교에게 전의를 상실하게 만들기엔 충분한 스코어다.

-gg~ 게임 터졌네 씨~발

-이게 야구냐? ㅋㅋㅋㅋㅋ 경기 초반부터 8대떡 ㅋㅋㅋㅋㅋ 눈을 의심했다 ㅋㅋㅋ

-걍 중계 껐다 ㅅㄱ ㅋㅋㅋㅋㅋㅋㅋ 시간 아깝다 ㄹㅇ

-갤주 불쌍해서 어떡하냐 저딴 선발 호소인 외노자 땜에 대회 떨어지곸ㅋㅋㅋㅋㅋㅋ

-솔직히 문혁고 이 정도면 졌잘싸 인정? 신생 치곤 많이 올라왔지 ㅇㅇ

ㄴ 홈런 4방 쳐맞고 떡실신 당했는데 졌잘싸는 니미 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문혁고 응원하는 내 인생이 레전드다 씨발 ㅋㅋㅋㅋㅋ 오늘부로 탈갤함 ㅅㄱ (내일 다시 올 예정)

-감독 저 새끼는 안 빼고 뭐 하냐? 같이 술 마셨나? 핫산 저 새끼랑 같이 손잡고 나가라 좀

“…아웃!”

어찌저찌 수비의 도움으로 3회를 마친 핫산. 넋이 나간 표정으로 덕아웃에 돌아온 핫산은 그대로 덕아웃에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크윽, 흡, 흐윽, 흑…….”

자기 손으로 동료들의 1년을 끝내버렸다는 죄책감. 처음으로 동료들과 야구를 하는 중인 그에게는 너무나 무거운 짐이었다.

“……….”

“……….”

축축 처지는 문혁고의 덕아웃.

도연의 승률 계산식으로도 이미 3%’까지 떨어진 문혁고의 승률.

모두가 ‘여기까지인가’ 라는 생각을 머릿속에 한 번쯤은 하던 그 순간, 성묵이 핫산의 어깨에 손을 짚었다.

“울지마라, 핫산.”

“형…. 그렇지만 저 때문에 팀이….”

“아무도 너 욕 안해, 애초에 네 덕분에 여기까지 온거잖냐. 욕하는 놈 있음 말해, 내가 죽여줄 테니까.”

“성무크 형….”

핫산을 위로한 뒤,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린 성묵. 그의 표정은 결코 포기한 자의 표정이 아니다.

“다들 막막하지? 경기 초반부터 점수 차가 이만큼이나 벌어졌으니까.”

“……….”

“자, 다들 들어봐. 내가 간단한 해결책을 줄 테니까.”

“해결책…?”

“지금 이걸 해결할 수 있다고?”

도무지 답이 안 나오는 상황.

그렇게 모두가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 성묵은 당당히 ‘해결책’을 이야기한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것일까, 모두는 궁금했다.

“뭔데, 어떻게 하면 되는데…?”

다급한 최아담의 질문.

성묵의 답은 간단했다.

“내 앞에 주자 쌓아, 그럼 내가 해결한다.”

“………!!”

참으로 광오한 한마디.

자신의 실력에 대한 압도적인 확신이 없으면 결코 내뱉을 수 없는 말이다.

꿀꺽…!

침을 삼키는 소리가 덕아웃에 울려 퍼진다. 금성묵에게는 이제 저런 말을 해도 될 정도의 무게감이 있다.

‘…성묵 선배는 자기가 한 말을 어긴 적이 없어.

‘확실히 이 녀석, 찬스 때마다 뭔갈 보여준단 말이지.

서로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끄덕이는 문혁고 야구부원들. 벌써부터 포기한 채 졸전을 치르느니, 자신 있게 단언하는 캡틴에게 찬스를 만들어주자고 단결하기 시작했다.

“출루하면 니가 해결한다 이거지? 딱 기다려, 나중에 반찬 투정 하면 뒤진다…!”

“확실히 아직 포기하긴 일러요, 어떻게든 성묵형한테 기회를 만들어 볼게요.”

열의를 품은 채 타자 대기석으로 향하는 아담과 도진의 테이블 세터진. 스코어 8대 0 이라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문혁고는 위대한 반란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