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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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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방문객도 없는 동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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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진은 거대한 시베리안 호랑이가 갇힌 그물망 앞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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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그에게는 관심을 전혀 보이지 않는 호랑이, 저 녀석에게 관심을 가지게 하려면 이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니. 간덩이가 배 밖으로 나오지 않은 이상 할 수 없는 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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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때, 류지가 했던 말이 머릿속에서 되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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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위해선 목숨을 걸어도 좋다고 생각할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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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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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가짐의 정도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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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의 현생이 힘들다고 목숨을 끊으려 했던 자신과는 목숨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다르다, 그런 생각에 도진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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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경기, 팀에 어떤 도움도 주지 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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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이 힘을 합쳐 세르게이를 공략하는 동안, 도진은 번번이 찬물만 뿌리며 찬스를 끊었다. 아직 갈 길은 먼데 벌써부터 실력의 한계가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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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더 높은 곳에 간다면, 나는 걸림돌이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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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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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능이 반짝이는 다른 동료들에 비해, 도진 자신은 특출난 무언가가 없음을 자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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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나는 사람은 아니어도 된다. 그러나 동료들이 나아가게 될 길에서, 자신이 걸림돌이 되는 것만큼은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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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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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먹은 듯 숨을 크게 들이쉬는 도도진. 그는 결국 헐렁한 그물망을 들어 올리고는, 그 안으로 쏙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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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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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입자가 들어온 것을 눈치챈 시베리안 호랑이, 그가 어슬렁거리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흠칫 놀라며 제자리에 멈춰선 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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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와 두 눈을 마주친 그는 머리가 새하얘지는 것을 느꼈다. 그만큼 맨몸으로 백수의 제왕과 마주친다는 것은, 현대인이 잊고 있었던 사냥감의 기분을 다시금 떠오르게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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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르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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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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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칫 놀라며 한 걸음 물러선 도진, 그의 머리에서 경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등을 돌려 도망치라는 신호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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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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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물러나게 되면, 앞으로 겪게 될 수많은 여정 속에서 도태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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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어차피 성묵형에게 빚진 목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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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가 쓸모없는 인간이라 생각하던 그 때, 성묵이 손을 내밀어 주고 필요로 한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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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한 번 성묵을 위해 목숨을 걸어봐도 된다는 생각으로 나아갔다. 앞으로 한걸음, 두걸음, 세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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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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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지 말라고 말하는 듯한 호랑이의 위협에도 도진은 다가갔다. 그리고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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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억, 허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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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쁜 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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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스미는 극한의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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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지가 이런 존재와 정면으로 마주쳐서, 기세 싸움을 하고 이겼다고 생각하니 새삼 그릇의 차이가 느껴진다. 하지만 도진은 공포를 느끼는 와중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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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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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영겁처럼 느껴지던 긴 시간이 지나고, 호랑이는 뒤돌아섰다. 그 정도면 잘했다라고 말하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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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안에 혼자 남겨진 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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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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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하,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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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고 난 뒤에 솟구치는 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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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몸에 흐르는 기묘한 기운, 마치 정말로 어떤 기운이 몸에 깃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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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진의 선구안 포텐셜이 A+ -> S로 강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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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진의 선구안 스텟이 A-> A+로 강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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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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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에게 주어진 재능을 초월해 한계치를 뚫는 선수가, 성묵이 놀란 것 역시 원작에서조차 거의 보지 못했던 ‘한계 초과’ 문구를 보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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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기대 이상의 엄청난 발전을 이뤄냈음을 모르고 있는 도진은, 숨을 헐떡이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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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네, 오늘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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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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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흘러, 5차전 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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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많은 사람이 오늘의 결전지인 ‘종묘사직 구장’ 앞에 몰려있다. 줄여서 종묘 구장으로 흔히 부르는 이곳은 선조가 지은 구장으로서, 평소에는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다 특별한 날에만 경기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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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특별한 날 중 하나가, 바로 서울 시드의 8강전 이상부터라는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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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쭉정이는 걸러지고 강한 자만 살아남은 상황, 오늘 이 신성한 종묘 구장에서 열리는 경기는 문혁고와 대관령고의 경기다. 오늘의 경기를 보기 위해 인산인해를 이루는 경기장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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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혁고 야구부원들을 위해 음료수를 사러 구장 밖에 나온 노아와 신혜지. 다소 노아에 비해서는 야구 관련 지식이 부족한 신혜지가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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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궁금한 게, 왜 대관령 고등학교가 서울 시드야? 대관령은 강원도에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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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흣, 좋은 질문이네요…!! 간단히 말하자면 대관령 고는 너무 강해서 쫓겨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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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강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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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대관령고는 강원도 시드에 있을 때 70년 연속 세종기에 진출했다고 해요!! 이 정도면 짐작이 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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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0년 연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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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강팀이어도 미끄러지는 해가 존재한다. 그게 선수층이 매년 갈리는 고교 팀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한 고교가 특정 시드에서 70년 연속으로 세종기에 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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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같은 시드 소속 고교들이 앓는 소리를 충분히 낼 만하다. 무조건 한 자리는 대관령 고에 빼앗기는 현실에 지역 위원들과 야구 위원회는 기민한 논의를 가졌고, 그 결과 대관령 고의 서울시드 유배가 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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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권의 다른 고교들은 환호성을 내질렀고, 대관령고는 강원도 토착 고교인 우리가 왜 서울 시드로 가야 하냐며 불만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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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불만도 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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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도 그 특유의 강함을 뽐내자,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관심과 짭짤한 후원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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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대관령고는 자본주의의 위대함에 '서울 최고...!'를 외쳤다고. 학교는 여전히 강원도 대관령에 존재하나, 대회 참가는 서울에서 하는 기형적인 형태를 유지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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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고가 그렇게 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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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고의 전통적인 특징이라 하면, 말을 타면서 다져진 엄청난 하체에서 나오는 ‘파워’에요. 별명이 살아 숨 쉬는 홈런 공장이라는 말도 나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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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대관령의 드넓은 초원에서 말을 타고 다니며 탄탄한 다리를 가지게 된 대관령고 학생들. 1번부터 9번까지가 홈런을 생산할 수 있는 거포 군단이 이 학교의 특징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4명, 매해 '사대천왕'이라는 직책은 가장 강한 타자 네명에게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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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넷에게는 막중한 책임이 주어진다. 바로, 경기장을 들어갈 때 '말을 타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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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런 미친 전통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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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서울 시드에 유배될 때 항의 목적으로 했던 건데, 사람들이 쿨하다고 좋아해 주니까 퍼포먼스 느낌으로 변모됐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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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대관령고 학생들은 그 사대천왕에 들기 위해 매해 피 터지는 경쟁한다는 설명까지 덧붙이자, 신혜지는 까무러치듯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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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한국에 그런 학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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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쳐쇼크를 받은 신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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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의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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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그닥, 투그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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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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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고 사대천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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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구장 앞에 모인 수많은 인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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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시선이 도로 위에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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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이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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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아무쪼록 도착인가. 종묘 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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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사대천왕의 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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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청소년 대표팀의 중심 타자인 하후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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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삼국시대에 활약한 위나라의 장수, 애꾸눈으로 유명한 하후돈의 자손인 그는 한쪽 눈에 흰색 안대를 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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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저거. 설마 자기 조상님처럼 한쪽 눈이 안 보이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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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그건 아니고 눈병 걸렸대요! 눈이 약해서 꽤 자주 걸리는 편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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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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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은 사대천왕의 2석과 3석의 차례. 상사와 부하 관계라는 느낌을 풀풀 풍기며 두 명의 남자가 말을 타고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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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의 행차를 보러 많은 이들이 찾아왔군요, 이 정도의 응원 인파라면 오늘도 낙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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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은 금물이다 알탄, 오늘 상대인 문혁고의 기세는 심상치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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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명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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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대천왕의 2석인 보르긴 테무르, 그리고 3석인 알탄. 둘은 몽골의 유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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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보르긴은 그 유명한 몽골의 정복자, 징기스칸의 핏줄을 잇고 태어난 자다. 알탄은 보르긴의 보좌인으로서 그를 따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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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그닥, 투그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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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히이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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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등장한 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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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차게 포효하는 말의 위에 올라타며 등장한 자는 대관령고 일인자, 에이스와 4번 타자를 모두 겸하고 있는 마초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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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오오, 마초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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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녀석이 대관령의 야생마, 마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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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고가 근 10년 이내 배출한 선수 중 가장 스타성이 뛰어난 선수로 꼽히는 마초원. 그는 육포를 질겅질겅 씹으며 양팔을 벌리며 이 상황을 만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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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흐, 종묘 구장은 언제 와도 짜릿짜릿하단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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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갈기처럼 빛나는 갈색 장발 머리를 휘날리며 숨을 들이쉬는 마초원. 그는 이내 신이 났는지, 말고삐를 잡아당기며 한바탕 달릴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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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한 번 달려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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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춰라, 마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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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히히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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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하후동의 목소리에 급제동을 건 마초원. 기분 좋게 질주하는 걸 방해받은 그는 버럭하며 하후동에게 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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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하후동 네 녀석!! 내 질주를 막다니, 제정신인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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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듯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면 각오하라는 듯 눈을 부릅뜨는 마초원, 하후동은 당당하게 표지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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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어린이 보호 구역이다. 시속 30km 이상으로 달리면 과태료를 물게 되어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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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 과태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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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초원이 흠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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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털터리 촌놈인 그에게 속도위반 과태료는 큰 부담이다. 작년 대회에도 성난 망아지처럼 달리다가 과태료를 문 경험이 있는 마초원 입장에서는, 저 표지판만큼 무서운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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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어째서냐...! 어린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천천히 달리라니, 오히려 어린 나이부터 말과 어우러지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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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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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클 걸 구석이 한둘이 아니지만, 마초원 같은 바보에게 설명해봤자 소용없다 생각하는 사대천왕 동료들. 알탄은 헛기침하며 적절한 핑곗거리를 늘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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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가벼운 공기를 마시고 자란 아이들은 뼈의 밀도가 약하다. 대초원에서 강하게 자란 아이들과는 비교할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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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그런 것인가…! 약한 자를 보호하는 것은 강자의 덕목!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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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뜻 수긍한 마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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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말고삐를 늘어뜨리며 속도를 늦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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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초원 이 녀석이 바보라서 다행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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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셋 모두가 한마음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이렇게 종종 믿음직하지 못한 모습을 대거 노출하는 마초원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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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초원은 우리 팀의 에이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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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실을 대관령고의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각자 본국에서 최고 소리를 들으며 자라온 사대천왕 멤버들이지만, 모두 그의 실력 하나는 결코 의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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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자!! 한 번 들어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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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장 관리인의 안내에 따라 선수 입장 통로로 들어간 대관령고 사인방. 말에서 내린 마초원은 후다닥 달리며 필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바짝 엎드려서는 코를 킁킁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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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하, 이 종묘 구장의 흙내음. 신성한 곳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긴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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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냄새를 맡고는 다시 일어나 외야로 향하는 마초원, 그는 이번에도 바닥에 납작 엎드려선 풀의 흔들림을 관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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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바람이 심상치 않아, 큰 거 한방 나오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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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뜬 목소리로 일어난 마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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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구장을 둘러보더니, 곧 재밌는 걸 발견했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그가 찾은 대상은 다름 아닌 금성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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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왁, 금성묵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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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다다 달리기 시작한 마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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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반대편 덕아웃에 측에서 캐치볼을 하던 금성묵에게 뒤도 안 재고 달려들어 양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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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녀석이 금성묵이구나,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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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냐, 마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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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 뜬금없이 자길 찾아올 거라 예상치 못한 성묵은 적당히 놀란 반응이다. 그도 그럴 게,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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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가 누구한테 이렇게까지 관심 갖는 녀석이 아닐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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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에 멍청한 녀석이라 사람 이름 외우는 것도 제대로 못 하는 게 마초원이다. 그런 녀석이 금성묵을 콕 짚어서 다가오다니, 이 상황이 신기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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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녀석의 소식은 들었다. 내 뒤를 따라 이도류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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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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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따라온 하후동과 알탄이 이마를 탁 짚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하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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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타 양면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마초원의 비교 대상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게 바로 금성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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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도 성묵이 더 많이 치고 있고, 방어율도 더 낮지만 마초원은 결코 자신이 아래라는 생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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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초원에서 3살 때부터 말을 타며 하체를 단련한 전사인 내가, 누군가의 아래일 리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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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강함을 믿어 의심치 않는 마초원, 그는 자신의 이도류 후배인 성묵에게 도움을 주기로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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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후배 격인 너에게 지도라도 해주는 게 마땅한 예의겠지!! 오늘 내게 네 최선의 공을 던져봐라! 그러면 내가 너의 미래에 도움이 될만한 조언을 주도록 하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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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오늘 선발 투수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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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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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전광판을 쳐다보는 마초원. 거기에는 확실히 성묵의 이름이 아닌, ‘하산 이크발’이라는 이름이 쓰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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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 네 이놈…! 사나이로 태어났다는 놈이 어찌 맞대결을 포기하고 도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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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놈아, 너도 오늘 선발 투수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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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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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흐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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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후동과 알탄에게 철권제재를 당하고 땅을 구르는 마초원. 어지간히 성묵의 공이 쳐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의 동료들은 하나같이 미안한 표정으로 성묵에게 고개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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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다, 우리 팀 에이스가 좀 많이 바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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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하지, 눈에 보이는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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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질질 끌려가는 마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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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은 머리를 긁적이고는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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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선발 간의 맞대결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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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묘 구장에서 벌어지는 힘 대 힘의 대결. 오늘은 각 팀의 에이스가 선발 등판하지 않는 만큼, 다소 타격전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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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대충 팀당 두어개 정도는 터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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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적인 예상을 해본 성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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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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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이곳 종묘 구장에서, 상상을 초월한 핵전쟁이 벌어지리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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