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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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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릉….

아무 방문객도 없는 동물원.

도도진은 거대한 시베리안 호랑이가 갇힌 그물망 앞에 서 있다.

여전히 그에게는 관심을 전혀 보이지 않는 호랑이, 저 녀석에게 관심을 가지게 하려면 이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니. 간덩이가 배 밖으로 나오지 않은 이상 할 수 없는 짓이다.

그러나 그때, 류지가 했던 말이 머릿속에서 되뇌어졌다.

‘야구를 위해선 목숨을 걸어도 좋다고 생각할 뿐이야.

"…제기랄."

마음가짐의 정도가 다르다.

눈앞의 현생이 힘들다고 목숨을 끊으려 했던 자신과는 목숨을 대하는 태도 자체가 다르다, 그런 생각에 도진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지난 경기, 팀에 어떤 도움도 주지 못했어.'

동료들이 힘을 합쳐 세르게이를 공략하는 동안, 도진은 번번이 찬물만 뿌리며 찬스를 끊었다. 아직 갈 길은 먼데 벌써부터 실력의 한계가 보이기 시작한다.

'앞으로 더 높은 곳에 간다면, 나는 걸림돌이 될지도.'

냉정한 현실이다.

재능이 반짝이는 다른 동료들에 비해, 도진 자신은 특출난 무언가가 없음을 자각하고 있다.

빛나는 사람은 아니어도 된다. 그러나 동료들이 나아가게 될 길에서, 자신이 걸림돌이 되는 것만큼은 싫었다.

"후우, 후..."

마음을 먹은 듯 숨을 크게 들이쉬는 도도진. 그는 결국 헐렁한 그물망을 들어 올리고는, 그 안으로 쏙 들어갔다.

그르릉...

침입자가 들어온 것을 눈치챈 시베리안 호랑이, 그가 어슬렁거리며 다가오기 시작했다. 흠칫 놀라며 제자리에 멈춰선 도진.

호랑이와 두 눈을 마주친 그는 머리가 새하얘지는 것을 느꼈다. 그만큼 맨몸으로 백수의 제왕과 마주친다는 것은, 현대인이 잊고 있었던 사냥감의 기분을 다시금 떠오르게 만들어주었다.

크르르릉!!

"..........!!"

흠칫 놀라며 한 걸음 물러선 도진, 그의 머리에서 경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등을 돌려 도망치라는 신호 말이다.

그러나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

여기서 물러나게 되면, 앞으로 겪게 될 수많은 여정 속에서 도태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 어차피 성묵형에게 빚진 목숨…!'

스스로가 쓸모없는 인간이라 생각하던 그 때, 성묵이 손을 내밀어 주고 필요로 한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그렇다면 한 번 성묵을 위해 목숨을 걸어봐도 된다는 생각으로 나아갔다. 앞으로 한걸음, 두걸음, 세걸음.

크르릉…!!!

다가오지 말라고 말하는 듯한 호랑이의 위협에도 도진은 다가갔다. 그리고 눈을 똑바로 마주쳤다.

"허억, 허억....."

가쁜 숨이 나온다.

뼛속까지 스미는 극한의 공포.

류지가 이런 존재와 정면으로 마주쳐서, 기세 싸움을 하고 이겼다고 생각하니 새삼 그릇의 차이가 느껴진다. 하지만 도진은 공포를 느끼는 와중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르릉…

그렇게 영겁처럼 느껴지던 긴 시간이 지나고, 호랑이는 뒤돌아섰다. 그 정도면 잘했다라고 말하듯이.

​우리 안에 혼자 남겨진 도진.

그는 다리에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았다.

“하아, 하, 끝났다….”

이기고 난 뒤에 솟구치는 쾌감.

그리고 몸에 흐르는 기묘한 기운, 마치 정말로 어떤 기운이 몸에 깃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도도진의 선구안 포텐셜이 A+ -> S로 강화됩니다!]

[도도진의 선구안 스텟이 A-> A+로 강화됩니다!]

가끔 존재한다.

본인에게 주어진 재능을 초월해 한계치를 뚫는 선수가, 성묵이 놀란 것 역시 원작에서조차 거의 보지 못했던 ‘한계 초과’ 문구를 보았기 때문이다.

자신이 기대 이상의 엄청난 발전을 이뤄냈음을 모르고 있는 도진은, 숨을 헐떡이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맑네, 오늘따라."

시간은 흘러, 5차전 당일.

꽤 많은 사람이 오늘의 결전지인 ‘종묘사직 구장’ 앞에 몰려있다. 줄여서 종묘 구장으로 흔히 부르는 이곳은 선조가 지은 구장으로서, 평소에는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다 특별한 날에만 경기가 열린다.

"그 특별한 날 중 하나가, 바로 서울 시드의 8강전 이상부터라는 말이죠…!"

이미 쭉정이는 걸러지고 강한 자만 살아남은 상황, 오늘 이 신성한 종묘 구장에서 열리는 경기는 문혁고와 대관령고의 경기다. 오늘의 경기를 보기 위해 인산인해를 이루는 경기장 앞.

문혁고 야구부원들을 위해 음료수를 사러 구장 밖에 나온 노아와 신혜지. 다소 노아에 비해서는 야구 관련 지식이 부족한 신혜지가 질문을 던졌다.

“근데 궁금한 게, 왜 대관령 고등학교가 서울 시드야? 대관령은 강원도에 있잖아?”

“후흣, 좋은 질문이네요…!! 간단히 말하자면 대관령 고는 너무 강해서 쫓겨난 거예요.”

“…너무 강해서?”

"네, 대관령고는 강원도 시드에 있을 때 70년 연속 세종기에 진출했다고 해요!! 이 정도면 짐작이 되시나요?"

"7, 70년 연속...!?"

아무리 강팀이어도 미끄러지는 해가 존재한다. 그게 선수층이 매년 갈리는 고교 팀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런데 한 고교가 특정 시드에서 70년 연속으로 세종기에 진출한다?

이건 같은 시드 소속 고교들이 앓는 소리를 충분히 낼 만하다. 무조건 한 자리는 대관령 고에 빼앗기는 현실에 지역 위원들과 야구 위원회는 기민한 논의를 가졌고, 그 결과 대관령 고의 서울시드 유배가 결정됐다.

강원권의 다른 고교들은 환호성을 내질렀고, 대관령고는 강원도 토착 고교인 우리가 왜 서울 시드로 가야 하냐며 불만을 표했다.

하지만 불만도 잠시.

서울에서도 그 특유의 강함을 뽐내자,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관심과 짭짤한 후원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결국 대관령고는 자본주의의 위대함에 '서울 최고...!'를 외쳤다고. 학교는 여전히 강원도 대관령에 존재하나, 대회 참가는 서울에서 하는 기형적인 형태를 유지 중이다.

“대관령고가 그렇게 강해…?”

“대관령고의 전통적인 특징이라 하면, 말을 타면서 다져진 엄청난 하체에서 나오는 ‘파워’에요. 별명이 살아 숨 쉬는 홈런 공장이라는 말도 나오니까요...!”

어릴 때부터 대관령의 드넓은 초원에서 말을 타고 다니며 탄탄한 다리를 가지게 된 대관령고 학생들. 1번부터 9번까지가 홈런을 생산할 수 있는 거포 군단이 이 학교의 특징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4명, 매해 '사대천왕'이라는 직책은 가장 강한 타자 네명에게 주어진다.

그리고 그 넷에게는 막중한 책임이 주어진다. 바로, 경기장을 들어갈 때 '말을 타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뭐, 그런 미친 전통이 있어...!?"

“처음엔 서울 시드에 유배될 때 항의 목적으로 했던 건데, 사람들이 쿨하다고 좋아해 주니까 퍼포먼스 느낌으로 변모됐다고 해요…!!”

심지어 대관령고 학생들은 그 사대천왕에 들기 위해 매해 피 터지는 경쟁한다는 설명까지 덧붙이자, 신혜지는 까무러치듯 놀랐다.

“21세기 한국에 그런 학교가!?”

컬쳐쇼크를 받은 신혜지.

노아의 설명이 끝나기 무섭게,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투그닥, 투그닥…!!

“오, 온다…!!”

“대관령고 사대천왕!!”

종묘 구장 앞에 모인 수많은 인파.

그들의 시선이 도로 위에 집중됐다.

히이이잉...!!

“흐음, 아무쪼록 도착인가. 종묘 구장.”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사대천왕의 말석.

중국 청소년 대표팀의 중심 타자인 하후동이다.

과거 삼국시대에 활약한 위나라의 장수, 애꾸눈으로 유명한 하후돈의 자손인 그는 한쪽 눈에 흰색 안대를 차고 있다.

"뭐야, 저거. 설마 자기 조상님처럼 한쪽 눈이 안 보이는 건가...?"

"아아, 그건 아니고 눈병 걸렸대요! 눈이 약해서 꽤 자주 걸리는 편이라고 해요."

"……."

그다음은 사대천왕의 2석과 3석의 차례. 상사와 부하 관계라는 느낌을 풀풀 풍기며 두 명의 남자가 말을 타고 등장했다.

“칸의 행차를 보러 많은 이들이 찾아왔군요, 이 정도의 응원 인파라면 오늘도 낙승입니다.”

“방심은 금물이다 알탄, 오늘 상대인 문혁고의 기세는 심상치 않아.”

"예, 명심하겠습니다."

사대천왕의 2석인 보르긴 테무르, 그리고 3석인 알탄. 둘은 몽골의 유학생이다.

특히 보르긴은 그 유명한 몽골의 정복자, 징기스칸의 핏줄을 잇고 태어난 자다. 알탄은 보르긴의 보좌인으로서 그를 따르는 중이다.

​투그닥, 투그닥!

히히히이잉!!!

마지막으로 등장한 한 남자.

우렁차게 포효하는 말의 위에 올라타며 등장한 자는 대관령고 일인자, 에이스와 4번 타자를 모두 겸하고 있는 마초원이다.

“우오오, 마초원이다...!!”

“저 녀석이 대관령의 야생마, 마초원!!”

대관령고가 근 10년 이내 배출한 선수 중 가장 스타성이 뛰어난 선수로 꼽히는 마초원. 그는 육포를 질겅질겅 씹으며 양팔을 벌리며 이 상황을 만끽했다.

"크흐, 종묘 구장은 언제 와도 짜릿짜릿하단 말야!"

말갈기처럼 빛나는 갈색 장발 머리를 휘날리며 숨을 들이쉬는 마초원. 그는 이내 신이 났는지, 말고삐를 잡아당기며 한바탕 달릴 준비를 했다.

“자, 한 번 달려볼까…!”

“멈춰라, 마초원!!”

이히히힝!!

동료 하후동의 목소리에 급제동을 건 마초원. 기분 좋게 질주하는 걸 방해받은 그는 버럭하며 하후동에게 따졌다.

“젠장, 하후동 네 녀석!! 내 질주를 막다니, 제정신인 거냐…!!”

그럴듯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니라면 각오하라는 듯 눈을 부릅뜨는 마초원, 하후동은 당당하게 표지판을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는 어린이 보호 구역이다. 시속 30km 이상으로 달리면 과태료를 물게 되어있지.”

“과, 과태료…!”

마초원이 흠칫했다.

빈털터리 촌놈인 그에게 속도위반 과태료는 큰 부담이다. 작년 대회에도 성난 망아지처럼 달리다가 과태료를 문 경험이 있는 마초원 입장에서는, 저 표지판만큼 무서운 게 없었다.

“젠장, 어째서냐...! 어린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천천히 달리라니, 오히려 어린 나이부터 말과 어우러지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 아닌가…!”

"………."

태클 걸 구석이 한둘이 아니지만, 마초원 같은 바보에게 설명해봤자 소용없다 생각하는 사대천왕 동료들. 알탄은 헛기침하며 적절한 핑곗거리를 늘어놓았다.

“서울의 가벼운 공기를 마시고 자란 아이들은 뼈의 밀도가 약하다. 대초원에서 강하게 자란 아이들과는 비교할 수 없지.”

“아하, 그런 것인가…! 약한 자를 보호하는 것은 강자의 덕목!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지…!”

선뜻 수긍한 마초원.

그는 말고삐를 늘어뜨리며 속도를 늦췄다.

'…마초원 이 녀석이 바보라서 다행이군.'

나머지 셋 모두가 한마음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이렇게 종종 믿음직하지 못한 모습을 대거 노출하는 마초원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게 있었다.

‘마초원은 우리 팀의 에이스다.

그 사실을 대관령고의 그 누구도 의심하지 않는다. 각자 본국에서 최고 소리를 들으며 자라온 사대천왕 멤버들이지만, 모두 그의 실력 하나는 결코 의심하지 않았다.

“자,자!! 한 번 들어가 볼까!”

구장 관리인의 안내에 따라 선수 입장 통로로 들어간 대관령고 사인방. 말에서 내린 마초원은 후다닥 달리며 필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바짝 엎드려서는 코를 킁킁대기 시작한다.

“후하, 이 종묘 구장의 흙내음. 신성한 곳이라는 느낌이 물씬 풍긴단 말이지…!!”

흙냄새를 맡고는 다시 일어나 외야로 향하는 마초원, 그는 이번에도 바닥에 납작 엎드려선 풀의 흔들림을 관찰했다.

“…오늘 바람이 심상치 않아, 큰 거 한방 나오겠는데!?”

들뜬 목소리로 일어난 마초원.

그는 구장을 둘러보더니, 곧 재밌는 걸 발견했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그가 찾은 대상은 다름 아닌 금성묵이다.

“우왁, 금성묵이잖아…!!”

우다다 달리기 시작한 마초원.

그는 반대편 덕아웃에 측에서 캐치볼을 하던 금성묵에게 뒤도 안 재고 달려들어 양손을 잡았다.

“네 녀석이 금성묵이구나, 맞지…!!”

“…뭐냐, 마초원?!”

경기 전 뜬금없이 자길 찾아올 거라 예상치 못한 성묵은 적당히 놀란 반응이다. 그도 그럴 게, 이유가 있었다.

‘얘가 누구한테 이렇게까지 관심 갖는 녀석이 아닐 텐데?

워낙에 멍청한 녀석이라 사람 이름 외우는 것도 제대로 못 하는 게 마초원이다. 그런 녀석이 금성묵을 콕 짚어서 다가오다니, 이 상황이 신기할 수밖에 없다.

“네 녀석의 소식은 들었다. 내 뒤를 따라 이도류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것 말이다…!!”

“뭐…?”

뒤따라온 하후동과 알탄이 이마를 탁 짚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하는 반응이다.

투타 양면에서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는 마초원의 비교 대상으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게 바로 금성묵이다.

홈런도 성묵이 더 많이 치고 있고, 방어율도 더 낮지만 마초원은 결코 자신이 아래라는 생각하지 않았다.

‘대초원에서 3살 때부터 말을 타며 하체를 단련한 전사인 내가, 누군가의 아래일 리가 없지…!!

스스로의 강함을 믿어 의심치 않는 마초원, 그는 자신의 이도류 후배인 성묵에게 도움을 주기로 마음먹었다.

“내 후배 격인 너에게 지도라도 해주는 게 마땅한 예의겠지!! 오늘 내게 네 최선의 공을 던져봐라! 그러면 내가 너의 미래에 도움이 될만한 조언을 주도록 하겠….”

“나 오늘 선발 투수 아닌데?”

“뭣……!?”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전광판을 쳐다보는 마초원. 거기에는 확실히 성묵의 이름이 아닌, ‘하산 이크발’이라는 이름이 쓰여있었다.

“금성묵, 네 이놈…! 사나이로 태어났다는 놈이 어찌 맞대결을 포기하고 도망을…!”

“미친놈아, 너도 오늘 선발 투수 아니잖아.”

퍼억!!

“쿠흐악…!!”

하후동과 알탄에게 철권제재를 당하고 땅을 구르는 마초원. 어지간히 성묵의 공이 쳐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의 동료들은 하나같이 미안한 표정으로 성묵에게 고개 숙였다.

“미안하다, 우리 팀 에이스가 좀 많이 바보라서.”

“…사과하지, 눈에 보이는 그대로다.”

그렇게 질질 끌려가는 마초원.

성묵은 머리를 긁적이고는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2선발 간의 맞대결이라.”

종묘 구장에서 벌어지는 힘 대 힘의 대결. 오늘은 각 팀의 에이스가 선발 등판하지 않는 만큼, 다소 타격전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음, 대충 팀당 두어개 정도는 터지려나.

대략적인 예상을 해본 성묵.

그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곧 이곳 종묘 구장에서, 상상을 초월한 핵전쟁이 벌어지리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