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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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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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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운강과 금성묵의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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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보는 스님들은 금성묵의 피칭에 연신 감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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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는 조그만 것에도 밸런스가 흔들릴 수 있는 민감한 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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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을 던져야 하는 곳 배경엔 으스스한 거대 불상이 내려다보고있고, 양옆에 스님들이 도열해있는 이런 상황에서 투수가 조금도 동요하지 않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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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고교 리그 상위권이라고 손꼽히는 투수들도 이곳에서 몇 구 정도는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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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금성묵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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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이 익숙하다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공을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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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나이에 저 정도의 부동심(不動心)이라니, 장차 크게 될 투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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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저렇게 변주를 주다 보면 제구나 공의 위력이 흔들릴 법도 한데, 대단한 노련함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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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가 중간 지점을 돌파했을 무렵부터, 성묵이 피칭에 이것저것 변주를 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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킥에 딜레이 주기, 트위스티드 딜리버리로 엇박 주기 등. 고교 리그 선수가 공마다 바꿔가며 휙휙 시도하는 것 치고는 그 완성도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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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강 역시 그 점은 높이 샀으나, 다른 스님들과는 생각이 조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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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타자였다면 당했을지도 모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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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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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로서는 이야기가 다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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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에 작은 공을 맞혀야 하는 타자는 어쩔 수 없이 투수의 온갖 타이밍 싸움에 놀아날 수밖에 없는 한 편, 큰 미트로 공을 받는 포수는 결국 투수의 손끝에서 공이 뻗어져 나오는 그 순간에만 타이밍을 맞추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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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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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셉션을 조금 더 깊게 가져간 덕에 공을 던지는 그 순간까지도 왼팔을 머리 뒤에 숨길 수 있었고, 거기서 휘어져 나간 커브의 위력은 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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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상대는 석운강이었고, 그의 미트를 뚫기는 역부족. 그렇게 쌓이고 쌓인 공들은 어느덧 승부의 종막을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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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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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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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공마다 횟수를 외치던 금성묵의 외침은 어느덧 마지막인 30구에 다다랐다. 결과는 완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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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운강을 성묵의 공들을 눈 하나 끔뻑하지 않고 전부 받아냈다. 운강이 내린 평가는 간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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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가 기대되는 투수다. 하지만 당장은 부족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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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직구 원툴 투수였던 금성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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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가 완치되긴 했으나 회복 단계라 구속은 덜 나오는 데다, 커브와 슬라이더는 완성도가 준수한 편이었으나 나쁘게 말하자면 딱 그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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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공은 지금까지 자신을 찾아왔던 투수들과 비교해서 전혀 차별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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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되는 해 홍콩에 돌아가기 전, 자신의 무거운 발걸음을 소림사 밖으로 이끌어 새로운 깨달음을 줄 대단한 투수가 나타나길 바랐지만 아무래도 어려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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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혹시나 해서 왔는데 역시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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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 시주, 좋은 공이었습니다. 충분히 저보다 잘 맞는 포수를 만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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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그렇게 말하며 악수를 하는 와중에, 옆에서 지켜보던 한 스님이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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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어보니 공이 하나가 모자라는군요. 금성묵 시주, 한 구를 아직 던지지 않은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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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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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은 깜짝 놀란듯 공이 담긴 바구니로 후다닥 뛰어갔다. 그리고는 '아차'하는 표정으로 바구니 뒤편에 떨어져 있던 공 하나를 주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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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제가 실수로 공 하나를 빠트린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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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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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말을 꺼낸 스님이 턱을 매만지며 성묵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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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고집할 생각은 없습니다. 운강 스님이 번거로우시다면 마무리해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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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습니다. 규칙은 규칙. 다시 받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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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장하고는 제자리로 돌아가 다시 주섬주섬 포수 장비를 착용하는 운강. 그 모습을 지켜보며 금성묵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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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대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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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작금의 모든 상황을 계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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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금성묵의 몸은 석운강 챌린지를 정공법으로 뚫기엔 실력이 허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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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음절맥에서 막 회복한 탓에 어깨는 아직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았고, 상대방의 약점을 읽는다는 저릿저릿 센서는 정작 야구를 할 때는 써먹을 수가 없는 F등급 스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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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공법으로 뚫기엔 아직 실력이 허접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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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어떻게 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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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긴 뭐야, 방심하게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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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색이 스님이란 사람이 ‘마침 귀찮았는데 개꿀~’ 하고 관둘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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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운강은 내가 어떤 투수인지 대략 판단을 끝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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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두드러지는 장점은 없는 투수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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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상황은 그저 우연히 일어난 누락으로 공 한 개 정도 더 받아주는 보너스 개념으로 생각할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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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컨대, 아무리 고매한 스님이라 할지라도 지금은 방심하지 않을 수가 없는 때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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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등장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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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덕수 할배의 1:1 밀착 과외로 장착한 신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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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그 모습을 드러낼 가장 최적의 타이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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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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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7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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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덕수 할배에게 변화구를 하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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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무시무시하게 진도를 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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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의 지도를 받고 있습니다. 코칭 시 상승 폭이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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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의 지도 특전으로 첫 코칭 구종에 한해 구종 성장 한계 폭이 B->A로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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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련도가 23 상승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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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홀, 방금 공은 좀 쓸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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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효, 칭찬하시니 얼마나 듣기 좋습니까 좀 더 해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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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설치지 말고 공이나 던져. 인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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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음절맥을 치료하며 왼손에 조금 더 온기가 잘 통하게 되어 안 그래도 변화구 훈련 상승도가 더 높아졌는데, 레전드의 코칭까지 받으니 변화구 습득력이 그야말로 하늘 높이 승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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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나는 A등급 변화구를 가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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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커브도 슬라이더도 아닌 신구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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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 얼추 완성이구먼. 이 정도면 내 현역 시절 초창기보단 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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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렇게 빨리 익힐 줄은 몰랐던 덕수 할배의 표정에는 옅은 미소가 띠어져 있었다. 그러나 나는 완성해두고도 반신반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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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배, 이 정도면 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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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놈이 벌써 앓는 소리를 쳐하고 있어. 나 이거 던진다~ 하고 알려줘도 눈에 익히기 전까지는 잡기 힘든 공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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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말 안하고 던지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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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홀, 그 포수가 동 나이대 최고 포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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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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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 웃는 덕수 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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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뒤돌아서며 코를 팽 풀며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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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 할애비가 와도 못 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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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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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의 오른쪽 다리가 크게 키킹 동작을 취했다. 그리고는 마치 꽈배기처럼 허리를 젖혀가며 더 큰 와인드업 동작을 취했다. 마치 이번 한 구에 모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를 쓰겠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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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운강의 타이밍을 빼앗기 위해 성묵이 짤막하게 보여줬던 여러 기술들이, 모두 이 마지막 구에 하나씩 구현되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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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그렇게 많은 공을 던질 수 없을 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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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사납고 비효율적인 투구였으나 단 한 구라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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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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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져진 볼이 쭉 뻗어져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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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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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확 떨어지는 공의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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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이더인가 싶었지만, 뭔가가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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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는 이 정도로 급격히 속도가 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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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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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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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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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이 미친 듯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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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으로 휘어져 나가는 줄 알았던 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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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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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방향으로 훅 꺾여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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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강의 눈이 번쩍 뜨이며 그의 전신이 바쁘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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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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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승부의 결말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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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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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질적인 소리가 사당 내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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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보던 모든 승려의 눈이 번쩍 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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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늘 이 사당 안에서 울려왔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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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강의 청명한 포구음과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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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공이 미트를 벗어나 땅을 구르는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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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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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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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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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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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제 눈을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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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공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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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클 체인지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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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기 어렵기로 수위에 꼽히는 변화구를 금성묵이 완벽하게 구사해낸 것과는 논외로, 운강이 처음으로 투수의 공을 받아내지 못했다는 것에 사원 내가 시끄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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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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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강 저 아이가 공을 놓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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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래신장 캐치가 뚫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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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이 깊어 웬만한 일에 동요하지 않는 높은 승려들도 이번 상황에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 상황에 침착한 것은, 주지 스님 단 한명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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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설계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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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 스님은 이번에도 투구에 앞서 그에게서 무언가를 느꼈다. 전혀 꺾이지 않은 자의 투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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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먼저 이 결과를 예상한 건 그일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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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란 단순히 빠른 공을 던지고, 각이 큰 변화구를 던진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눈앞에 서 있는 구릿빛 피부의 청년이 언젠가 세계 제일의 투수가 될 것임을 그는 내심 직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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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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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잃은 것은 운강 역시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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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부끄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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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상대에게도 방심하지 않으리라 부처에게 다짐했지만 깨버리고 말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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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챌 기회가 없던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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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패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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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강은 땅을 구르는 공을 주워 들고는 꽉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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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부족함을 통감했지만, 마음 한편으로는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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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그 부족함을 채워줄 수 있는 상대를 만난 셈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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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졌군요. 멋진 써클 체인지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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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알아보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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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방금의 그 엄청난 역회전 무브먼트는 제가 본 써클 체인지업 중 수위를 다툴만한 공이었습니다. 포수로서 받을 보람이 있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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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제 공, 받아주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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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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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서 금성묵은 첫 동료로서 자타공인 S급 포수를 손에 넣게 되었다. 둘은 씨익 웃으며 강하게 손을 맞잡고 악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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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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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맞춰 둘에 박수를 보내는 소림사 스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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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운강이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서 많은 경험을 할 기회를 준 성묵에게 진심으로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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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판을 깔고 그들이 물심양면 협력한 것 역시, 운강이 언젠가 고집을 꺾고 바깥에서 새로운 걸 보길 바랐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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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회심의 유망주 영입 프로젝트는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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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만들러 가볼까. 야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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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달콤한 보상을 받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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