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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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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자리가 정리되고 도연은 잠시 정리할 자료가 있다며 사라졌고, 나는 도진과 둘이 남았다.

"형, 잠깐 베란다에서 바람이나 쐴까요. 마실 거 하나씩 들고요.”

“오, 그거 좋네.”

냉장고를 연 도진은 안을 살펴보더니, 이것저것 제안했다.

"형, 혹시 맥주 마실래요? 누나가 과일맥주를 좋아해서 꽤 있는데.”

“야 인마, 나 아직 미성년자다?”

“크흠, 혹시나 해서 물어봤어요.”

물어본 이유는 짐작이 간다.

빙의 전 몸뚱이가 워낙에 음주가무를 즐기며 사고를 치고 다닌 데다, 도진이 녀석은 그 소문도 알고 있으니 권해본 거겠지.

물론 나 역시 술을 즐기는 편이긴 했지만, 굳이 안 마셔도 되는 상황에 마실 생각은 없다.

"제로 콜라나 하나 꺼내줘라. 요즘 잘 나오더만."

"아아, 넵."

제로 콜라 두 개를 꺼내 들어서는 앞장서는 도진. 드르륵 하며 베란다 문이 열리고, 차분한 분위기의 주택들의 전경이 펼쳐졌다. 솔솔 기분 좋은 바람마저 불어온다.

“부자 동네라 그런지 고즈넉하구만.”

“…그쵸, 저도 아직 적응이 안 돼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13평짜리 반지하 집에 살았는데 말이에요.”

하긴, 갑자기 자기 가족이 수십억 원을 떡하니 가져올 거라고 누가 예상할 수 있겠나. 아마 나 같아도 적응이 안 됐을 거다. 그렇게 바람을 쐬며 음료를 홀짝이는데, 도진이 질문을 던져왔다.

“형, 전부터 항상 궁금한 게 있었는데.”

“어, 뭔데?

“형은 왜 그렇게 세종기 우승을 하고 싶어 하는 거예요? 단순히 '목표는 크게 잡아야지' 같은 느낌은 절대 아닌 것 같아서요.”

“……….”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세종기 우승 못 하면 죽는 병 걸렸다~ 따위의 말을 해봤자 농담으로 생각하겠지.

‘…잠깐, 이제 죽을 확률은 거의 없지 않았나?

생존과 소원권 획득의 또 다른 조건인 '1라운더 지명.' 이건 이미 이룬 거나 마찬가지다.

전문가들 의견을 쓱 하고 둘러보면,늦어도 1라운더 중하위권 선에서는 무조건 뽑힐 것 같다는 의견이 많다.

고생 끝에 투음절맥도 극복하고, 양맥도 뚫어서 태양신맥도 복구시키고, 강호고를 둘이나 녹다운시킨 끝에 1라운더급으로 급부상했다. 전생에서도 이 정도로 치열하게 보냈던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이제 적당히 만족하고 사리면서 즐겜해도 되겠지만, 나는 그럴 생각이 없다.

‘여전히 해보고 싶다, 세종기 우승.

나 개인의 일 때문에 수많은 사람이 얽혀 들어왔고, 처음에는 그들을 단순히 생존을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젠 나와 얽힌 사람들 하나하나의 존재감이 너무나 커졌다.

지금 이 순간을 충실하게 보내며, 갈 수 있는 곳까지 가고 싶어졌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도진이 던진 질문 덕에 그동안 막연했던 생각들이 정리됐다. 하지만 이러한 진심을 입에 담지는 않았다.

‘낯 뜨겁게 시리.

나는 내 본심 대신, 적당히 둘러댈 만한 걸 꺼내 들었다.

“청춘을 걸어볼 만한 목표잖냐, 세종기 정도 되면 말야. 난 올해가 마지막 기회라서 더 간절하기도 하고.”

내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도진.

뭔가 의외라는 반응이다.

“청춘이라, 형한테 그 단어를 듣게 될 줄은 몰랐네요.”

“왜, 안 어울리냐?”

“…솔직히 말하자면, 그렇죠?”

꽈아악!!

“불만 있냐, 임마.”

“크헙, 없어요…!”

헤드락이 걸리자 얼굴이 새파래져서는 탭을 치는 녀석. 낯 가리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농담도 곧잘 하는 녀석. 내년에 내가 없을 때 부주장 정도는 해도 되지 않을까.

그러고 보니, 나 역시 궁금한 게 있었다.

“아, 나도 있다. 궁금한 거.”

“뭔지는 모르겠지만, 형이라면 뭐든 물어봐도 상관없어요. 편하게 하세요.”

“음…, 뭐라고 말해야 하지.”

“……?”

어떤 주제든 별로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의 도진.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입을 뗐다.

“부모님은 지금, 안 계신 거냐…?”

“아….”

“그, 한 번도 뵌 적이 없어서 말야. 가족사진도 안 보이고.”

내 물음에 말을 잃는 녀석.

누가 보면 대뜸 패드립 박는 미친놈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나도 없는 건 매한가지라서 면역이다. 아무튼 이건 한 번쯤 짚고 가고 싶었다.

‘이전에 도연 누나가 말한 적이 있지. 도진이가 정말 힘들게 자랐다고.

이 넓은 집에서 양친 모두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데에는 뭔가 사정이 있을 게 분명하다. 그리고 그것은 역시, 내 짐작대로였다.

“그러고 보니 형한테는 말 한 적이 없었네요. 일단 어머니는 불치병으로 돌아가셨어요. 그게 아마 7년 전쯤일 거에요.”

“…아.”

“그리고, 으음….”

잠시 머뭇거리는 도진.

순간 망설인 듯싶지만, 이내 입을 뗐다.

“한국 야구 협회 도학훈 총재, 혹시 아세요?”

“모를 수가 없지, 아무래도.”

빙의한 후에는 가끔씩 신문에서 보이는 정도지만, 원작 속에서는 엄청난 광폭 행보로 유명했던 총재다.

‘학폭 전력이 있는 선수는 봐주는 것 없이 싸그리 날려버렸지.

그 여파로 고교 톱급 유망주들 중 몇몇이 지명 자체가 취소되었고, 팀 내 학폭 선수들이 여럿 중징계를 받으며 여러 팀의 전력층이 펑펑 터져나갔다.

나름 원작에서도 임팩트가 컸던 사건이라 기억하고 있다. 이름 자체가 꽤 특이하기도 하고.

“그 사람이 저희 아버지예요, 이제는 사실상 남남이지만.”

“뭣……?!”

‘아니, 잠깐….

아귀가 착착 맞는 느낌이다.

대충 시기가 맞았다.

도진이 원작에서 자살했을 시점과 총재가 미쳐 날뛰기 시작한 시점을 맞춰보면 때가 딱 들어맞는다.

“…혹시 자세하게 이야기해줄 수 있겠냐.”

“네, 알겠어요.”

도연과 도진의 아버지인 도학훈.

그는 한국 리그 속 어느 팀의 백업 야수로 활동하며 화목한 가정을 이뤘다.

갓난아기였을 때라 도진은 그 시절을 잘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 당시 어렸던 도연의 눈에는 팀에서 궅은 일을 도맡아 하는 아버지가 가장 멋있어 보였다고 한다.

‘아빠 최고…! 나도 아빠 같은 멋진 야구선수랑 결혼할 거야…!!

‘도연이는 나중에 결혼하기 쉽겠는데? 아빠보다 멋진 선수는 많으니 말이야.

‘나한테는 아빠가 최고야…! 젤루 멋있어!!

‘허허, 기쁘구나. 아버지도 도연이가 최고란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 가정에 불화의 씨앗이 피기 시작하고, 그건 극단적인 형태로까지 치달았다.

쨍그랑!

‘어, 어떻게 당신이 나한테 손찌검을…!

결국 깊어진 부부 싸움의 끝에, 가정의 버팀목이던 도학훈은 아내에게 손찌검을 한 뒤 집을 나갔고 머지않아 다른 여자와 재혼을 해버렸다.

어머니와 덩그러니 남겨진 남매.

불치병에 걸려 나날이 야위어져 가는 어머니. 그러나 아버지는 치료비와 생활비 등을 일절 보내지 않았다고 한다.

‘그 사람은 괴물, 괴물이야….

삐익, 삑, 삐익-

‘엄마, 엄마아……!!

그 뒤부터 남매의 고난은 시작됐다.

외가 쪽은 푼돈 수준의 지원만 할 뿐이고, 아버지 쪽은 어머니의 죽음에도 문상 한 번 오지 않았다.

도연은 중학교 3학년이라는 어린 나이부터, 아르바이트를 몇 개씩이나 뛰며 겨우 남매가 살아갈 돈을 마련했다.

그녀가 20살이 되던 해, 도학훈이 찾아왔다.

“…도연아, 이 아비를 용서해주지 않으련?”

물론 도연은 매몰차게 거절했다.

그때도 힘든 건 매한가지지만, 가장 힘들 때 가족을 내팽개치고 떠난 사람을 도무지 용서할 수 없었다.

‘그래, 그렇구나...

힘없이 처진 어깨로 돌아서는 도학훈.

이 상황을 몰래 지켜보던 도진은 누나 몰래 집 밖을 나서선, 그의 뒤를 몰래 따라갔다.

그리고는 보고 말았다.

아버지의 눈물을.

‘크흑, 큽, 끄윽…….

공원 벤치에 앉아 오열하는 도학훈의 뒷모습. 그것은 어머니가 늘상 외치던 괴물의 뭔가가 아닌, 그저 한 평범한 남자의 모습이었다.

“그때 제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이 조금 들긴 했어요. 물론 그렇다고 해도, 누나가 겪은 고통을 생각하면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는 건 마찬가지지만요.”

“…으음.”

여기도 꽤나 가정사가 복잡하구만.

나도 뭔가가 있다는 생각에는 내심 동의했다.

그렇게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 내다 버린 아들이 학폭으로 자살했다고 그렇게 쥐잡듯이 선수들을 잡을 리는 없지 않을까.

심지어 총재쯤 되면 잃을 것도 많을 텐데 말이다.

‘…이제 일어나지도 않을 일이라 말할 수도 없고.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도진의 어깨를 두드려주는 일뿐이었다.

“고생이 많았겠네.”

“저는 누나한테 업혀 가기만 한 걸요. 대단한 건 누나 쪽이에요.”

패스트 푸드점 알바, 전단지 알바, 고깃집 알바를 동시에 하면서, 반 친구가 버린 참고서로 공부해 늘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덧붙이는 도진.

확실히 대단하긴 하다.

이건 단순히 똑똑하다를 넘어서, 사람 자체가 단단하다는 느낌이랄까.

“대단하네, 도연 누나가 그런 이야기는 안 했거든.”

“굳이 들춰서 이야기하고 다닐 만큼 아름다운 기억은 아니니까요, 아무래도.”

남은 콜라를 후루룩 마시고는 쓰레기통에 집어넣는 도진. 손을 탈탈 턴 녀석은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누구일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누나랑 결혼하게 될 사람은 땡잡은 거 아닐까 싶어요. 그 외모에 생활력도 강하니 내조도 잘 할 테고, 머리도 좋은데다 막대한 재산까지. 이 정도면 1등 신붓감 아닐까요?”

내 눈을 지긋이 보면서 말하는 녀석.

듣고 보니 확실히 남자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는 매력이 많다.

“인정, 그 정도면 탐을 안 낼 남자가 없지.”

내 말에 눈을 번쩍이는 도진.

그리고는 바로 물어온다.

“형은 입후보할 생각 없어요? 형만 생각이 있다면야 제가 잘 이야기해줄 수도 있는데.”

“됐다 임마, 나 같은 골빈 놈이랑 어울리시기엔 너무 아깝잖아.”

“쳇….”

‘뭐, 아무 감정도 안 생긴다고 하면 거짓말이지.

내 간판을 보고 달려드는 여자가 많았던 과거에 대입해봐도, 도도연 정도면 손가락에 꼽을 만큼 예쁜 편이다. 거기에 엄청난 능력까지.

문제는 너무 완벽에 가까운 사람이라는 것. 거기에 4살 차이라는 점까지 더해지니, 일종의 넘을 수 없는 벽 같은 게 느껴진달까.

아무튼 딱 지금 같은 관계가 마음 편하다. 필요할 때 서로 돕고, 도움을 받는 그런 관계 말이다.

그렇게 도도연에 대한 생각을 얼추 정리하는데, 도진이 꽤 흥미로운 이야기를 던져왔다.

“아, 맞다 형. 저희 집에 꽤 재밌는 시설이 하나 있거든요.”

“재밌는 시설?”

“네, 저희 집 옥상에 노천탕을 만들어놨어요.”

“노천탕…!?”

“네, 깨끗한 물에다가 고급 재료들을 섞어서 최적의 온천 조합을 재현했어요. 저도 몇 번 써봤는데, 피로 회복에는 직빵이에요.”

“오호라….”

안 그래도 나는 뜨끈한 물에 몸 담그는 걸 좋아한다. 다만 집이랑 학교에 시설이 없어서 못 하는 것뿐이다.

‘심지어 이 게임, 온천 관련 보정도 있잖아?

좋은 물에 들어가 몸을 담그면 피로 해소가 빨라지는 보정이 더해질 때가 있다. 도진의 말대로라면, 아마 저 노천탕에도 그 효과가 있을 확률이 높다.

서울권에는 제대로 된 곳이 없어서 반 포기했는데 이게 왠 떡이냐. 이건 못 참지.

“형이 오늘 선발투수기도 했고, 많이 피곤할 텐데 바로 가서 이용해봐요. 물은 뎁혀뒀으니까요.”

“오케이, 나 지금 바로 간다?”

오랜만에 들뜨는 기분이다.

나는 다 마신 콜라 캔을 구긴 뒤 쓰레기통에 던지고는, 바로 베란다 문을 드르륵 열었다.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려는데, 혹시나 싶어 물었다.

“지금 노천탕에 아무도 없지?”

“….”

잠시 뜸을 들이는 도진.

녀석은 이내 흐릿하게 웃었다.

“네, 당연히 없죠.”

나는 얼마 안 가 생각했다.

이때 뭔가 알아챘어야 한다고.

“오, 여기인가…!”

진짜로 노천탕 시설이 완비되어 있다. 일본의 그것을 연상시키는 테마인데, 대나무 기둥으로 외벽을 감싸고, 화강암 석재들이 탕 주변을 오밀조밀 감싸고 있다.

‘돈깨나 들었겠는데.

최소 수천 정도는 들었을 것 같다.

확실히 도연이 돈을 많이 벌기는 한 모양.

“크하, 시원하다…”

탕의 중간쯤에 가서 몸을 풍덩 담갔다. 극락이 따로 없구만.

[중상급 노천탕에 몸을 담갔습니다!]

[피로 해소가 20% 빨라집니다.]

‘오오, 예상대로…!

무려 중상급 노천탕이다.

상급 노천탕은 일본 같은 자연 온천이 나는 곳에서나 사용이 가능한 점을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이 정도면 감지덕지다.

‘이거 자주 놀러 와야겠는데?

그렇게 희희낙락하는데, 무언가가 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먼저 온 선객이었다.

“어, 도연 누나?”

먼저 와서 몸을 담그고 있던 도연과 눈이 마주쳤다.

“……!?!”

흔들리는 그녀의 눈동자.

그리고 수건 한 장 걸친 채 탕에 몸을 담근 우리 둘.

나는 그제야 상황을 깨달았다.

“도연 누나…?!”

“성묵아…?!”

화들짝 놀라며 거리를 벌리는 우리 둘. 아니 미친,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상황이야?

“서, 서, 성묵아? 네가 왜 여기에….”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새빨간 얼굴로 말을 더듬는 도연. 나 역시 혼란스럽긴 매한가지다.

“쓰읍, 도진이가 가보라고 했어요. 아무도 없다고….”

“도진이가…, 설마?”

뭔가 짚이는 게 있는 듯한 도연.

나는 일단 이 자리를 빠르게 벗어나려고 했다.

“제 불찰입니다. 미리 확인해봤어야 하는데…, 빨리 나갈게요.”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려고 하는 순간.

“잠깐만.”

타악!

도연이 갑자기 내 팔을 강하게 붙잡았다.

“도연 누나?”

“…성묵아, 잠깐 단둘이 이야기 좀 할래?”

“예?”

“잠깐, 잠깐이면 되니까.”

그녀의 말에 슬쩍 뒤를 돌아보고는, 순간 숨이 멎었다.

부끄러운 듯 한층 상기되어 발그레 달아오른 그녀의 얼굴, 그리고 수건 한장으로 가려지지 않는 폭력적인 몸매.

그리고 그 위에 송골송골 맺힌 물방울까지.

내게는 너무나도 자극적인 장면이다.

찌릿…!!

“………!!”

몸 안에 감도는 찌릿한 감각.

오늘 피칭으로 정기를 다 쓴 것 같았던 하반신에서 신호가 왔다. 마치 ‘오, 이건 못 참지…!!’라고 말하기라도 하듯이. 조금만 자극을 받아도 벌떡 일어날 기세다.

‘젠장, 일 났네….

아마 이대로 여기에 있게 되면, 저번 올리비아 집에서 벌어진 그 참사를 다시 맞이하게 될 거다.

친한 후배의 누나를 보고 커진 걸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니. 상상도 하기 싫은 끔찍한 미래다.

‘그래, 일단은 거절하고 자리를 뜨자.

“성묵아?”

“…예?”

상념에 빠져있던 나를 현실로 다시 끌고 오는 그녀의 목소리. 꽤나 간절한 목소리로 다시 한 번 청해온다.

“아, 안될까…?”

“……!”

젠장, 저렇게 말해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나는 단호하게 딱 잘라 거절하기로 했다.

“…잠깐만입니다.”

아, 시발.

나는 결국 내 본능에 패배했다.

남자란 참으로 슬픈 동물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