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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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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은 쐐기를 박는 홈런을 치고 덕아웃에 돌아와선, 모두의 축하를 받았다. 헬멧을 우다다 두들겨 맞으면서.

"야이씨, 또 홈런이야? 너 혼자 다 해 먹어라 그냥...!"

"성묵 형님, 이제 완전 휴식이신데 좀 세게 맞읍시다!!"

투다다닥!!

"야, 야. 살살 좀 치자 애들아!! 크악!"

다들 운동부라 그런지 손이 상당히 맵다. 흔들리는 골통을 겨우 진정시키며, 성묵은 명신우 감독 옆에 가서 앉았다.

"감독님, 9회말 수비는 좀 빼주시면 안 됩니까?"

"얌마, 당연한 소리를 하고 있어! 오늘 니가 다 해줬는데 한 이닝 수비 빼는 게 대수라고."

“흠, 충성.”

그렇게 9회 말은 덕아웃에서 보내게 된 성묵. 4번 석운강은 외야플라이로 아웃되고, 5번 타자 류지는 오늘 첫 안타를 터트렸다.

"오호라, 이제야 좀 알겠네."

드디어 안타 맛을 본 류지는 씨익 미소 지었다.

다음 타석은 지수용.

그는 입맛을 다시며 타석에 들어섰다.

다시 한번 나비를 반갈죽하는 그 기분을 경험하겠다는 다짐을 하며 들어섰지만, 그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타임, 투수 교체...!”

기린고 감독은 교체 카드를 꺼냈다.

어차피 딱 두타자만 막으면 된다.

세르게이가 지수용과 다시 맞붙었다간 걷잡을 수 없이 점수 차가 벌어질 수 있다는 판단하에 내린 선택이다.

"끄아악, 내 나비가…!!”

담담 일진 노릇 좀 하나 싶었더니, 감독이 투수를 슉 빼버린 상황. 지수용은 결국 3루수 쪽 땅볼로 병살타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문혁고의 정규이닝 공격은 끝.

단 3점 차. 4-1의 스코어.

마지막에 뒤집으려면 뒤집을 수도 있는 스코어지만, 기린고 측 관중들은 상당히 기가 죽은 듯 보였다.

그와 반대로, 문혁고 측은 한창 뜨거운 응원 분위기를 자랑했다.

응원을 계속 주도하는 노아.

승리가 점점 보이기 시작하는 경기 막바지까지도 선수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그녀는 혼신의 힘을 다했다. 땀이 비 오듯 흐르는 데다 화장 고칠 틈도 없지만, 노아는 행복했다.

‘진짜 갈 수 있을지도, 전국…!!

경기는 9회 말에 접어들었다.

동료들과 문혁고 학생들의 응원을 등에 업은 리동혁의 공은 엄청난 효용을 보여주었다.

딱!

[아, 9번 타자 김선웅 선수의 타구가 맥없이 3루로 흘러갑니다! 타카히나 류지 선수가 가볍게 잡고는 1루에 송구합니다. 아웃!]

다음 타자인 1번 김청호.

그는 얼추 느끼고 있다.

경기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갔다는 것을 말이다.

‘…기린고의 한 해가 이렇게 끝나는 건가.

뒤 타자들이 저 괴물 같은 투수 상대로 쳐줄 거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리고 그 또한, 칠 자신이 없었다.

휘리릭!

투웅-!

[김청호의 타구가 2루수 정면! 1루로 가볍게 송구하며 아웃됩니다…!]

[이로써 경기 종료까지 남은 카운트는 단 하나!!]

이 상황에 타석에 들어서는 것은 2번 타자 천즈펑. 그가 다소 긴장된 표정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천즈펑 짜요……!!””

““문혁고 화이팅………!!!””

엄청난 화력을 자랑하던 중국인 관객의 응원 화력도 문혁고 측에 밀리기 시작했다. 믿기지 않는 현실에 그는 이를 꽉 물었다.

“젠장, 반드시 이 천즈펑 님이 역전의 발판을…!”

퍼엉-!!

“스트-라잌!!”

“헙…!!”

금성묵과는 다른 의미로 엄청난 직구가 스트라이크 존 하단에 꽂혔다. 배트를 낼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 굳어버린 천즈펑.

마치 전투 기계 같이 차가운 리동혁과 눈이 마주친 천즈펑은, 순간 흠칫했다.

‘자, 잠깐. 저 녀석 어디선가 본 것 같은 기분이…?

퍼엉!!

“스트라잌!!”

다시 한번 직구가 꽂히며 투 스트라이크. 경기장에는 ‘삼구삼진! 콜이 쩌렁쩌렁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이제 자포자기한 듯 ‘짜요!’도 외치지 않는 중국인 측 관객들. 천즈펑은 아직도 리동혁의 얼굴을 떠올리기 위해 열중이다.

‘서, 설마 평양에서…?!

휘리릭!

퍼엉!!

“스트라이크 아우웃!! 게임 셋!”

[아, 천즈펑 선수 루킹삼진!! 4-1로 승리하며 봄 대회 5차전으로 진출하는 문혁고! 그야말로 파죽지세입니다…!]

[벌써 작년 세종기 진출팀을 두 개나 박살 내는 문혁고입니다! 대체 이 무서운 팀은 어디까지 올라가게 될까요!]

또다시 강호 팀을 이긴 문혁고.

이제 누가 그들을 무시하랴.

당당히 강호들과 맞설 자격을 얻게 된 문혁고 야구부는, 엊그제 창단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존재감을 키워나가고 있었다.

#########

“키야, 수고했다 애들아!!”

“나이스 플레이! 오늘도 쩔었다…!”

경기장 라커룸으로 승리를 자축하는 동료들. 기자 회견을 마치고 돌아온 나는 기뻐하는 선수들에게 간단히 한마디를 남겼다.

“자자, 다들 기쁘고 들뜨는 마음은 아는데. 너무 늦게까지 싸돌아다니지 말고 일찍 일찍 들어가서 컨디션 관리하자.오늘 수고 많았다.”

“네엡…!!”

기합 찬 목소리로 대답하는 후배들.

그런데 뒤에서 궁시렁대는 3학년 녀석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우, 금성묵 저 꼰대시키. 지는 부산에서 즐길 거 다 즐겨놓고 밑에 애들만 쌔리 잡는구만 .”

“흠, 나는 할 수 있는 말이라고 보는데. 물론 성묵이는 꼰대가 맞긴 하지만!”

최아담이랑 류지가 쑥덕대는 게 보인다. 바로 철권제재를 하려고 했더니 쌩하고 도망가는 두 녀석.

최아담은 어차피 너무 빨라서 못 잡고, 류지랑은 육탄전으로 맞붙어봤자 엄대엄이라 한숨만 내쉬고 포기했다.

이게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조언이거늘, 내가 꼰대라니. 역시 나이가 들어봐야 이 금과옥조 같은 조언들이 얼마나 소중했는지 깨닫게 된다니까.

“나 먼저 나간다. 저녁 약속이 좀 있어서.”

“앗, 성묵 형님!! 수고하셨습니다앗!”

넙죽 허리 숙여 인사하는 지수용.

나는 동료들과 적당히 인사를 나누고는 라커룸을 빠져나왔다.

그렇게 좀 걷는데, 멀찍이서 보이는 눈에 띄는 분홍색의 트윈테일 머리. 어딜 봐도 타카히나 노아다.

“아앗, 성묵 오빠!!”

나를 보자마자 폴짝 뛰더니 전력으로 달려오는 노아. 초롱초롱 눈빛을 빛내는 그녀는 쌓아둔 말을 우다다 쏟아냈다.

“꺄아앙…! 오늘도 수고 많았어요!! 오늘 컨디션이 안 좋다고 건너건너 들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잘 던지세요? 특히 위기 상황에서 노빅 선수에게 병살타를 유도하실 때랑, 홈런을 치셨을 때는 소름이 확…!!”

“…노아, 마음은 알겠다만 좀 천천히 말해줘..”

“핫, 제가 너무 흥분했죠…? 너무 신이 나서 그만.”

시무룩한 표정을 짓는 노아.

뭔가 피식 웃음이 나왔다.

“오늘 수고 많았다. 덕분에 힘이 많이 됐어.”

“그쵸? 저 오늘 열심히 했어요!! 헤헤….”

“그래그래, 고맙다 노아.”

“흐흣, 정말 고마우세요?”

“어, 고맙지?”

노아는 갑자기 소악마 같은 웃음을 지었다. 이거 뭔가 불안한데.

“그러면 포상 주세요!”

“포상…?”

“네, 포상이요!”

갑자기 포상이라니.

뭐 밥이라도 사줘야 하는 걸까.

근데 나 돈 없는데…?

“무슨 포상?”

“흐흐흣…….”

소악마처럼 웃고는, 내 가슴팍에 툭 하고 이마를 붙여오는 노아.

“쓰다듬어 주세요!”

“……!”

놀랐다.

이런 식의 포상을 요구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으니까.

‘뭐, 어려운 것도 아니고.

노아가 우리 팀에 하는 공헌을 생각하면, 이 정도는 몇 번이고 해줄 수 있다.

“정말 이걸로 되겠어?”

“네, 당연하죠! 대신 정성껏 해주셔야 해요…!”

“그래그래, 알겠다.”

“꺄하~♬”

그녀의 머리를 잔뜩 쓰다듬어줄 생각으로 왼손을 들었던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쥠 성무쿠.”

“………!?”

갑자기 등장한 불청객에 눈이 희번득해지는 노아. 순간 살기가 지나간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잠깐 이야기가 하고 싶다. 쥠 성무쿠.”

나를 저렇게 부르는 사람은, 역시 단 한명 뿐이다.

“세르게이냐.”

“…그래.”

오늘 기린고의 선발 투수로서, 패전 투수의 멍에를 안게 된 세르게이 라스푸틴. 그가 웬일인지 나를 직접 찾아왔다.

“오늘 멋진 승부였다. 쥠 성무쿠, 너는 확실히 진정한 남자더군.”

“그래, 멋진 승부였다. 세르게이.”

꽈악!

서로의 손을 꽉 쥐며 악수를 나눈 우리 둘.

‘설마 이거 말하려고 따로 찾아온 건가…?

다소 좀 의아했는데, 그건 아닌지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는 세르게이.

“쥠 성무쿠, 혹시 네 녀석. 결혼할 여자가 있나?”

“갑자기…?”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뜬금없는 질문. 옆에서 노아가 화들짝 놀란다. 나는 일단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없다만.”

“그렇다면 내 고향에 있는 내 가족을 소개받지 않겠나. 벌써부터 미녀라고 러시아에 소문이 자자하다.”

“오…?”

나도 남자인지라 좀 솔깃했다.

러시아에 그렇게 미녀가 많다는데 솔직히 좀 궁금하긴 하다.

그런데 잠깐, 뭔가 이상한데.

‘벌써부터 라니?

소문이 자자하면 한 거지, 벌써부터는 또 뭐란 말인가. 뭔가 위험한 냄새가 풀풀 나는데.

“어이 잠깐, 몇 살이냐 그 사람?”

“13살이다만?”

“이거 미친놈 아니야…!!”

자칫 잘못했으면 인터폴에 적색 수배령이 내려질 뻔했다. 사실 뭐, 나이대가 맞았다 한들 여유롭게 국제 연애나 하고 다닐 여유도 없지만서도.

“흠, 생각이 없나 보군. 알겠다, 그럼 이만….”

그대로 떠난 세르게이.

다시 노아와 이야기를 하려고 고개를 돌렸는데-

“노아?”

“흥…!”

왜인지 삐져있다.

뭐지…??

##########

“흠, 좋은 제안이라 생각했는데 부담스러웠던 것인가.”

“저기, 세르게이 씨…!”

수염을 매만지며 터벅터벅 걷는 세르게이. 그런 그를 누군가가 멈춰 세웠고, 세르게이는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누구냐, 너는.”

“안녕, 나는 문혁고 투수 박찬준이라고 하는데….”

“처음 듣는다. 무슨 볼일이냐?”

“조금 뜬금없을 수 있지만, 내게 너클볼을 가르쳐줄 수 있을까?”

“……또인가, 주기적으로 이런 똥파리가 날아드는군.”

질린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세르게이. 그는 단호했다.

“절대 불가, 내가 배운 너클볼은 라스푸틴 가에 대대로 전해지는 비급이다. 아무에게 알려줄 수 없다. 네가 아무리 많은 돈을 가져와도 그것은….”

한창 세르게이가 말을 이어가는데, 박찬준은 그저 조용히 모자를 벗었다.

“사실 성묵이가 너한테 한번 가보라고 했거든. 네가 탈모약에 대해 궁금한 게 많다고 그래서….”

그리고 세르게이의 동공이 미친 듯이 떨리기 시작했다.

“Боже мой(이럴 수가)….”

처음 만나는 동지다.

그동안 숭숭 빠지는 머리털 때문에 정말 고등학생이 맞냐는 소리를 얼마나 들었던가.

그런데 같은 고등학생 탈모 동지를 만나다니. 세르게이는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마저 느꼈다.

“Мой брат(형제여).”

“어, 어어? 뭐라고…?”

“형제여, 너클볼을 배우고 싶다 말했지.”

“응, 그치…?”

“기꺼이 가르쳐주지. 내가 아는 모든 것을.”

“…………!!”

그저 그런 땜빵 투수인 박찬준에게 찾아든 기연. 그가 너클볼을 온전히 자기의 무기로 만들 수 있을 것인지는, 조금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

아까부터 흐르는 침묵.

노아는 여전히 삐져서는 나를 못마땅한 표정으로 보고 있다.

힐끔-

“노아.”

지긋-

“뭐냐, 할 말 있으면 말로 해.”

그러자 뾰루퉁한 표정을 짓는 노아. 이내 불만을 터트리기 시작한다.

“정말, 성묵 오빠…! 너무해요!!”

“어, 뭐가?”

“쓰다듬어주시기로 해놓고, 러시아 미녀 소개해준다니까 헤벌레~ 한 표정이나 지으시고…!!”

입을 헤~ 벌리며 그 표정을 재현한 그녀.

내가 그랬다고…?

“에이, 내가 언제 그랬어.”

“지었거든요! 흥, 어이없어…!”

팩하고 토라지는 노아.

음, 곤란하구만.

‘이건 내가 잘못한 거 같긴 한데.

어떻게 풀어줘야 할까.

고민은 길지 않았다.

‘역시 남자라면 정면 돌파지.

토라진 노아에게 가까이 다가간 나는, 그녀의 머리 위에 손을 살포시 얹었다.

“미안하다,노아.”

사과하며 그녀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그러자 몸을 부르르 떠는 노아.

“……!!”

이내 화들짝 놀라더니 쓱 빠져나갔다. 마치 한 마리의 다람쥐를 보는 듯한 날쌘 동작이었다.

“후아, 후… 곤란해요, 갑자기 이러시면…!!”

“그러면 하지 말까?”

“아뇨, 저 아직 화 안 풀렸어요…!!”

“…?”

내가 영문을 모르겠단 표정을 짓다, 후끈 달아오른 얼굴로 시선을 피하는 노아.

그녀는 이내 내 팔을 붙잡더니, 새빨간 홍시 같은 얼굴로 말했다.

“…마저 쓰다듬어 주세요. 그러면 좀 풀릴 것 같아요.”

“그러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냥 다른 이유는 없고, 하는 짓이 귀여워서.

“그래, 얼마든지.”

슥슥-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무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게 정성껏.

“풀리면 말해. 아직은 시간이 좀 있으니까.”

“네에, 알겠어요….”

내 가슴팍에 이마를 맞대고는 눈을 감은 노아.

“흥흥…♬”

아무래도 화는 풀린 것 같지만, 나는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을 계속 쓰다듬었다. 그것도 꽤나 오랫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