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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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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이 태양신맥을 키며, 4회 말을 깔끔하게 막아내고 경기는 5회 초로 접어들었다. 타석에 들어서는 건 6번 타자 지수용.
“좋아, 한 번 가볼까…!”
그는 신이 나 있었다. 그는 좋은 투수가 던지는 훌륭한 변화구들을 보는 것을 좋아했고, 그 공들을 때려내는 건 더 좋아했다.
세르게이의 초구.
나풀나풀 날아드는 너클볼이 홈플레이트를 향해 날아온다.
부웅!
“스트라이크…!!”
크게 헛돌아간 그의 방망이.
“으앗………!!”
그러나 지수용은 활짝 웃었다.
그 누구보다도 행복한 표정으로 활짝.
[아, 뭐죠! 지수용 선수 웃습니다…!?]
[지수용 선수 얼굴에서 웃음꽃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자신감의 표현일까요?!]
타석에서 타자가 활짝 웃는 건 좀처럼 보기 힘든 상황. 채팅창의 유저들 역시 의문에 빠지긴 마찬가지다.
-뭐고 이 또라이 새끼는 ㄷㄷ
ㄴ진심으로 행복한 표정인데 ㅋㅋㅋㅋㅋㅋ
ㄴ그냥 칠 엄두도 안 나서 해탈한 거 아님?
ㄴㅇㅇ 그런 듯. 딱 봐도 이걸 어떻게 치냐고 웃는 거잖슴
대체로 유저들이 지수용의 표정을 ‘자포자기’로 가닥을 잡고 있었지만, 그건 전혀 틀린 해석이었다.
그는 그저 어릴 적 추억을 떠올렸다.
그것도 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아주 행복한 추억을 말이다.
“와앗, 이걸 잊고 있었다니…!!”
지수용의 유치원생 시절.
어머니를 따라 시골에 내려갔던 어느 날, 그는 해바라기밭에서 나풀나풀 날아다니는 나비 떼를 보았다.
‘와아, 나비다…!
어린 마음에 우다다 밭으로 달려간 지수용. 그는 나비들 사이에서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하하, 수용이가 나비가 마음에 들었나 보네.
곧 환하게 웃던 부모의 표정은 금세 딱딱하게 굳었다. 짐승 같은 운동신경을 타고난 지수용은 나비의 불규칙한 움직임에 적응해서는, 한번 점프할 때마다 나비를 한마디씩 손아귀에 붙잡았다.
찌이익!
‘와아, 엄마, 아빠! 이거 봐요…! 나비가 반으로 갈라져요!
‘수, 수용아…!?
부모님들이 상황을 믿지 못하고 굳어있는 사이, 지수용은 거의 십여마리 가까운 나비들은 전부 갈라버렸다.
집에 돌아간 뒤 엉덩이를 찰싹 맞으며 눈물을 쏙 뺀 뒤로 그런 짓은 하지 않았지만, 그날의 기억은 그에게 임팩트가 상당히 크게 남아있었다.
‘혼돈 속의 질서, 불규칙 속의 규칙….
그게 수용이 동물이나 곤충 등의 생물을 좋아하게 된 계기다. 그는 문혁고의 타자들 중, 예측 불가한 움직임에 대해 이해도가 가장 높았다.
“후읍…!!”
제2구를 던지는 세르게이.
나풀대는 너클볼을 보며, 지수용은 황홀한 기분이었다.
“와아….”
나비처럼 날아드는 공을 보며 생각했다. 다시 한번, 그날 나비를 쪼개버린 순수한 날의 추억을 경험해보고 싶다고. 그의 배트가 그 어느 때보다도 깔끔한 곡선을 그렸다.
따악…!!
“…이 맛이야!!”
변화무쌍한 공을 정확히 배트 정중앙에 맞힌 지수용. 맞자마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과를 확신했다. 이건 무조건 담장을 넘어갔다고.
[아, 지수용의 타구가 쭉쭉 뻗습니다! 큽니다! 큽니다앗…!!]
[중앙 담장 전광판을 맞추는 대형 홈런…!! 지수용 선수가 한점 더 도망가는 솔로 홈런을 뽑아냅니다!!]
-아니 미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와 스윙 졸라 이쁘네. 그냥 받아놓고 후려버림 ㄷㄷㄷ
-사실은 견적 다 내고 웃고 있었던 것임~~
-??: 아아, 너의 너클볼. 고작 이 정도였던 거냐
-문혁고에 또라이는 갤주 한 명인줄 알았는데, 지수용 얘도 한 똘끼 하네
-ㄹㅇ 실실 쪼개다가 바로 홈런 갈기는 놈은 처음 본다
꽤 놀란 반응을 보이는 고야갤의 유저들. 피홈런이 거의 없는 세르게이에게서 무명의 타자가 홈런을 뽑아낼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으리라.
“멋진 홈런입니다. 지수용 시주…!!”
“수용아, 개 쩔었다 진짜!!”
석운강과 서경수를 필두로, 지수용의 헬멧을 두들기며 축하해주는 동료들. 성묵 역시 수용의 헬멧을 퉁 치며 축하해주는데, 뭔가가 이상했다.
“흐흐흐…….”
‘뭐야, 얘 마약이라도 빨았나?
꽤 위험해 보이는 지수용의 상태. 그때 성묵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지수용의 파워가 B+ ->A로 상승합니다!]
[지수용의 선구가 B+-> A로 상승합니다!]
“엥……!?”
뜬금없는 능력치 상승.
방금 타석이 선수 개인에게 있어 엄청난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는 소리다. 성묵은 이런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어 어안이 벙벙했다.
‘아니, 딱히 뭐 특별한 상황도 아니었는데?
아무리 그가 게임 고인물이라 한들, 지수용이 나비를 찢어버린 추억을 회상하며 타격 스킬을 각성한 걸 추측할 수는 없는 노릇.
어찌 됐든 솔로 홈런으로 한 점 더 도망간 문혁고. 2-0으로 리드한 상황에서 성묵이 다시 한번 마운드에 올랐다.
뻐엉...!!
“스트라이크 아우웃...!!”
“우효오…!!”
태양신맥의 발동과 동시에 삼진을 잡아내며, 포효를 내지르는 성묵.
그에 관객들 또한 환호했다.
“크하, 언제 외치나 했다...!”
“그거 들으러 왔다고 어이!!”
성묵의 미친 개성에도 어느새 익숙해진 것인지, 즐기기 시작한 관중들이다.
물론 성묵이 지금까지 ‘우효!’를 외치지 않은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는 건 아니다.
‘아 시발, 까먹었다.
그냥 컨디션이 안 좋은 탓에 까먹어버린 것뿐이다. 기왕 이렇게 된 거 태양신맥을 킨 뒤에 다시 외치기 시작한 성묵.
그는 5회 말에 만난 타자들을 죄다 삼진으로 잡아내며 뒤늦게 3우효를 적립했다. 그걸 본 세르게이는 꽤나 자극을 받은 듯 보인다.
“뭐야, 쥠 성무쿠…! 혼자 재밌는 걸 하는 거냐!”
그에 질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세르게이. 녀석은 최아담을 삼진으로 돌려세우고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흡, 흡, 흡!”
장기예프가 춘 것으로 유명한 코사크 춤이라 불리는 러시아 춤을 추는 세르게이. 물론 반응은 그닥 좋지 않았다.
-ㄷㄷ 감다뒤 행동;;
-그냥 이 새끼는 남의 눈치를 아예 안 봄 ㅋㅋㅋㅋㅋㅋ
-세르게이한테 찬성표 준 새끼들? 걍 접시물에 코 박아라 ㅇㅇ
ㄴ 그거 난데, 지금 물 떠올 테니까 조금만 기다리셈 ㅠ.ㅠ
-아아, 갤주님. 당신이 갤주라서 참 다행입니다….
그렇게 금방 이닝이 교대되며 6회 말.
다시 마운드에 오른 성묵에게 시련이 닥쳐왔다.
따악!
유격수 옆쪽으로 뻗어져 나가는 강습 타구. 아담이 바닥을 쓱 미끄러지며 공을 잡아내며, 금세 1루로 송구하려 했지만.…
“뭐, 뭐야 이거!”
공이 글러브에 끼여서는 빠지질 않는다. 아담은 난생처음 겪는 상황에 심히 당황했다.
[아! 최아담 선수, 글러브에서 미처 공을 빼지 못합니다...!!]
[뒤늦게 던져보지만 타자 주자는 1루에서 세이프! 선두타자가 출루하는 기린고입니다!]
[캐칭은 좋았지만 운 없이 글러브에 공이 끼어버렸군요. 이 타구는 유격수 실책으로 기록됩니다.]
차마 면목이 없는 최아담.
그는 성묵에게 손을 들어 사과했다.
“…야, 금성묵. 미안하다, 이건 처리했어야 하는데.”
“됐어 인마, 다음에 만회하면 되지.”
아담의 어깨를 팡팡 두들기며 기린고 측 덕아웃을 바라보는 성묵. 이번에도 뭔가 낌새를 느낀 성묵이다.
'이거, 아무래도 작전 걸 것 같은데.'
아니나 다를까.
다음 타자는 희생번트를 대어왔다.
한가지 문제가 있다면.
토옹!!
"엇…!?"
번트가 꽤 강하게 맞은 탓에 1루수 쪽으로 공이 붕 떴는데, 하필 앞으로 대시하던 1루수 이태경의 키를 넘어가 버린 것이다. 사태를 지켜보던 성묵은 고성을 내질렀다.
"도진아, 1루 커버!"
"네 형…!!"
1루 커버를 들어오던 도도진이 급히 공을 잡아서 1루 베이스를 찍어보았지만.이미 늦었다.
"세잎, 세잎…!!"
"큭…."
[아! 타자 주자 세이프...! 실책성 플레이가 연이어 터집니다. 방금은 1루수 이태경 선수가 다소 급했죠?]
[예, 방금은 공이 떴을 때 대시 속도를 정상적으로 줄였다면 병살까지도 만들 수 있었던 타구거든요? 아직 1학년 선수라 이런 면에서는 경험 부족이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으으, 성묵 선배님. 죄송합니다...."
"괜찮아 임마, 기죽지 말고."
투수는 무적이 아니다.
특히 수비가 도와주지 않는 날은 더더욱 그렇다.
토옹!
[기린고 덕아웃은 여기서 다시 한번 번트! 1사 23루 상황을 만듭니다!]
[병살을 노리기 위해 2번 타자 천즈펑 선수를 걸러서 만루를 만듭니다…!]
따악!
[아, 우익수 뜬공을 만들어내는 성규진 선수! 3루 주자 태그업! 2루 주자는 3루까지 향합니다!!]
[스코어는 2대 1! 한 점 차이로 턱밑까지 추격하는 기린고입니다…!!]
‘…쩝, 이건 어쩔 수가 없다.
성묵은 안타 하나 맞지 않았다.
그러나 수비가 실책을 두 개나 저지른 데다 상대 팀이 대놓고 번트 딸깍! 희생 플라이 딸깍! 플레이로 나온다면 점수를 주지 않기 힘들다. 특히 상대 타자가 컨택률이 높은 교타자라면 더더욱 그렇다.
해설 위원들 또한 착잡한 표정의 성묵을 조명했다.
[이번 실점은 금성묵 선수 입장에선 다소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거든요?]
[네, 맞습니다. 한가지 다행인 점이라면, 득점한 주자가 야수 실책으로 출루했기에 여전히 금성묵 선수의 방어율은 여전히 0점입니다…!]
보통은 실점하면 방어율이 오르는 게 정상이지만, 방금은 야수 실책으로 기록되어 자책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스카우터가 봤을 때 예쁜 스텟을 뽑기 위해서라면, 졸렬한 스탯 관리 마저 불사할 성묵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겠다.
[문혁고가 이 이상 추가 실점을 하는 건 위험합니다! 2사 1,3루에 타석에 다시 들어서는 것은 4번 타자 드미트리 노빅!]
하필이면 이 상황에 타석에 들어선 것이, 파워 하나는 톱급인 장타자인 드미트리 노빅이다. 세 번째 만나는 만큼, 이전만큼 쉽게 물러나지는 않을 게 분명하다.
꽤 긴장한 채 로진을 탁탁 털던 성묵.
그는 보고 말았다.
1루에 서 있는 천즈펑의 존재를 말이다.
“빵즈 녀석, 내가 기필코 네 놈의 콧대를….”
똥 마려운 강아지 마냥 1루에서 왔다리, 갔다리 몸을 가만히 두질 못하는 녀석. 무조건 도루해서 2루를 차지하겠다는 필사적인 각오가 엿보인다.
‘이거이거, 날로 먹을 수도 있겠는데…?
성묵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착한 중국인은 죽은 중국인뿐이라고 하던가. 성묵은 어디 한 번, 그 말이 정말인지 시험해 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