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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여기는 기린고와 문혁고의 봄 대회 4차전 경기가 열리는 국립 성균관 구장입니다. 전 캐스터 안준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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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해설자 이해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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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 중인 관중들을 보여주는 드론 캠. 상당한 수의 관객이 경기장을 채우는 중인데, 금세 모든 관중석이 찰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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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성균관 구장은 무려 만원을 기록했습니다…! 이 경기에 쏟아진 엄청난 관심이 절로 체감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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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훌륭한 두 팀 간의 격돌이니만큼 관중이 많은 게 당연합니다만, 기린고 측 간판선수들의 국적이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인구수가 많은 국가들인게 한몫하는 것 같습니다. 특히 천즈펑 선수의 영향력 덕분에 중국인이 많이 보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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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고의 유격수이자 핵심 타자인 천즈펑은 중국 내에서도 상당한 인기를 자랑했다. 한국에서도 일관적으로 중국 우월주의적 발언을 내뱉는 탓에 더 인기가 많은 것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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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탓에, 한국 야구팬들은 그를 극도로 싫어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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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천즈펑 이 새끼 좀 그만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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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 꼴 보기 싫어서 문혁고 응원함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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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관객 또한 상당합니다. 신생 야구부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의 관중 동원력을 보여주는 문혁고!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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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기로는 문혁고의 응원 또한 대단하다고 하는데요. 응원단 특유의 댄스 영상이 벌써 조회수 100만을 돌파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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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터는 노아의 영상을 간략히 언급했다. 이미 문혁고에 있어 야구부 경기는 이번 학기의 하나의 컨텐츠로 자리 잡았고, 출석 인정을 허가해준 이사장만 피눈물을 흘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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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혁고의 학생들만 응원을 왔다고 보기엔 다른 한국인 관객도 상당수 있었는데, 그들 중 대다수는 한국 고교야구 갤러리, 즉 ‘고야갤’ 유저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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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이 경기는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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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현 갤주’인 성묵과 ‘전 갤주 후보’였던 세르게이가 맞붙는 경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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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얘가 진짜 아깝지. 비호감 행동만 좀 덜 했어도 갤주로 인정받았을 건데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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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도 좋고 예능감도 좋고, 투표 몇 표만 더 받았어도 통과 됐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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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간의 갤주 자리 공백에 세르게이가 그 왕좌를 차지하지 못한 걸 많은 유저가 아쉬워하는 상황에, 성묵이 그 자리를 먹으며 세르게이와 맞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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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TV로 경기를 지켜보던 유저들조차 이 경기만큼은 참지 못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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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 게이 vs 세르게이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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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ㅂ 갤주 매치 어떻게 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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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미 연차 박고 성균관 왔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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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솔직히 갤주에 비하면 범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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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의 그녀들 또한 이 경기에 집중하긴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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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짝 기합을 넣고 응원전을 준비 중인 노아, 긴장한 채 관중석에 앉은 도연, 몸살 탓에 오지는 못했지만 생중계로 응원 중인 올리비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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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이 경기의 승패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서까지 이긴다면, 정말로 문혁고는 서울권 시드의 폭풍의 핵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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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경기 시작합니다…! 1번 타자 최아담이 세르게이 라스푸틴을 상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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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감 가득한 첫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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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은 대기석에서 세르게이의 스탯을 한 번 읽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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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구경 한 번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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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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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세르게이 라스푸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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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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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19세 (고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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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84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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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무게: 81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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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기린 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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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요승妖僧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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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기 상황에서 볼의 무브먼트가 더욱 강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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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 능력치 (*포텐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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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투 스리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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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 S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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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구: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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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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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위: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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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구: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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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너클: S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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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고속 너클: A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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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너클볼러인가, 체력이랑 너클 몰빵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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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너클볼러들이 저랬다. 너클의 숙련도에 몰빵해야만 진정한 너클볼러가 될 수 있기에, 다른 스텟의 발전도가 여타 투수에 비해 매우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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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적인 부분은 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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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구 스텟이 C인데, 너클의 스텟이 그걸 아득히 초월한 S등급인 게 사실 상식과는 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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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클볼 재능은 변화구 재능이랑 아예 다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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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구에 재능이 있다고 너클볼도 잘 던지는 게 절대 아니다. 그저 ‘너클볼’ 자체에 재능이 있는지가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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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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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드업 후에 초구를 던지는 세르게이. 그가 던진 공은 마치 한 마리의 나비처럼 너풀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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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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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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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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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도 예상할 수 없는 카오스 그 자체. 최아담은 얼이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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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너클볼을 처음 보면 다들 그런 반응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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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 노빅은 최아담의 표정을 보고 다시 한번 느린 너클을 주문했다. 이번에도 역시 나풀대며 날아오는 너클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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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걸 어떻게 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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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으로 욕을 내뱉은 최아담. 여기서 그가 내린 선택은 심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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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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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번트를 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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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아아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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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루를 향해 기습적으로 번트를 날린 최아담은 1루를 향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포수인 노빅이 급히 주워들어 강한 어깨로 송구해봤지만, 이미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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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잎, 세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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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쯥, 엄청 빠르네 저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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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치 있는 플레이로 경기 시작부터 주자 1루를 만들어낸 최아담. 그가 덕아웃을 향해 어퍼컷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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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라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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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석에서 최아담의 이름을 부르며 환호한다. 기분이 좋은지 어깨를 으쓱하는 최아담. 시작부터 꽤 괜찮은 흐름을 가져가는 문혁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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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아! 잠깐 이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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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감독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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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최대한 아담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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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타자인 도도진이 감독의 작전을 들으며 타석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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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구에 아담 형이 2루로 도루할 수 있게 포수를 방해하고, 그 뒤엔 희생 번트로 3루로 보내라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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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두 가지를 한 타석에서 다 할 수 있는 타자는 잘 없지만, 도진은 작전 수행 능력(B)이라는 스킬까지 따로 가질 정도로 작전 상황에 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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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번트 모션으로 낚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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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는 슬래시 동작으로 포수의 2루 송구를 방해할 예정이다. 분명히 그럴 예정이었으나 도진은 초구를 보고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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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담 선수, 초구부터 뜁니다. 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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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밖으로 빠지며 일어난 노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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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담의 도루를 간파하고는 피치아웃을 행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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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세르게이 선수! 공을 아예 밖으로 뺍니다! 포수 노빅이 잡아서 재빠르게 2루로 송구합니다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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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담이 바로 뛸 것을 예상했다는 듯, 공을 아예 밖으로 빼내서는 2루로 송구하는 포수 노빅. 게다가 세르게이는 평소에는 던지지도 않는 직구를 도루 저지를 위해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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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정교한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플레이는, 문혁고 입장에선 참 곤란한 결과를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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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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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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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템포 차이로 도루사 당한 2루에 엎어져서는 땅을 쾅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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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흐름 싸움이라고 했던가. 주자가 없어져 수행할 작전이 사라진 도진은 너클볼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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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읍, 내 1사 3루 찬스 어디 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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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외야 플라이 하나 때리고 타점을 먹는 딸깍 플레이를 하려고 했던 성묵은 입맛만 다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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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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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 선수 쳤습니다만! 우익수가 천천히 달려가 잡아냅니다. 1회를 깔끔하게 막아내는 세르게이 라스푸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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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아직은 내게 안 된다.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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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성묵을 잡고는 더 기뻐하는 세르게이. 나름의 친근감 표시인 듯 보였다. 성묵은 직접 본 그의 너클에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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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읍, 진짜 지랄맞네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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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하면 어느 정도 공략에 도움이 되는 타 구종들과 달리, 너클은 던지는 투수도, 받는 포수도 어디 갈지 모르는 공이라 유독 공략하기가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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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아직 이닝은 많이 남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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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공략할 수 없는 건 아니다. 경기가 진행될수록 분명 약점이 보일 거라 확신하는 성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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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 교대되며 문혁고의 수비로 1회 말 시작합니다. 마운드 위에 선 것은 문혁고의 에이스, 금성묵 선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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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경기 엄청난 피칭을 보여주며 많은 고교야구팬들의 눈을 사로잡은 금성묵 선수인데요. 과연 오늘은 어떤 피칭을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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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 타자 삼인방을 모아둔 기린고의 유천명 감독. 그는 선수들에게 한 가지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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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 적극적으로 직구를 노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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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은 직구 구사 비율이 상당히 높은 피처다. 그건 태양신맥으로 기어를 올리기 전인 경기 초반 역시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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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녀석은 전형적인 슬로우 스타터! 초반에 점수를 많이 벌어두는 게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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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금성묵을 높게 평가해 초반에 점수를 쥐어짜내기로 한 유천명 감독이다. 그렇게 타석에 들어선 것은 기린고의 리드오프, 좌타 쌕쌕이 김청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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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 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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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드업하며 초구를 던진 성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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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지없이 타자의 배트가 돌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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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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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강한 타구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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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루 선상으로 높게 가는 빨랫줄 같은 타구. 이대로 안타가 되나 싶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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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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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진이 높이 점프하더니, 공을 낚아채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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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문혁고의 2루수 도도진 선수가 엄청난 점프 캐치를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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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은 초구를 아예 노려쳤거든요? 김청호 선수가 탄식하며 돌아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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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아, 나이스 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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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도움이 돼서 다행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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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 캐치 후 땅바닥에 벌러덩 눕게 된 도진이 성묵의 손을 붙잡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마운드에 돌아가려는데, 귀를 먹먹하게 만드는 큰 함성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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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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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즈펑 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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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중국인 관객들의 함성이 성균관 구장에 울려 퍼집니다! 다들 ‘짜요!’라는 단어를 외치고 있는데, 혹시 무슨 뜻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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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어로는 ‘아자!’라는 뜻인데, 중국인들이 누군가를 응원할 때 가장 많이 외치는 단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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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그렇군요…! 몰랐던 시청자분들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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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빵즈 녀석, 감히 나를 쳤겠다. 아버지에게도 맞아본 적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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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대며 타석에 들어서는 천즈펑. 그는 기필코 이번 타석에서 출루하리라는 열의를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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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 직구를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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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드업 하며 초구를 뿌린 성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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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 공은 직구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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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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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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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쳇, 커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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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트를 잡는 커브를 종종 던진다고 듣긴 했다. 그렇다면 다음 공이라도 직구가 올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렇게 성묵은 제2구를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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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 바로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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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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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레이트 근처에서 도망치듯 바깥으로 떨어지는 스위퍼, 천즈펑의 배트가 크게 헛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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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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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한 표정을 짓는 천즈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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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은 그저 씨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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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 노리는 게 너무 티 나잖아,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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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고삐리라 그런가 감정 숨기는 게 너무 미숙하다고 생각하는 성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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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까지 원하면, 하나 주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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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와인드업 하고 3구를 던지는 성묵. 천즈펑이 그렇게 노리고 있던 직구였다. 의심의 여지 없이 배트가 돌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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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야말로 빠른 공, 우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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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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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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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높이의 하이 패스트볼에 배트가 그대로 돌아간 천즈펑. 헛스윙 삼구삼진으로 물러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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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구삼진!! 금성묵 선수가 천즈펑 선수를 공 세 개로 돌려세웁니다!! 좌절하는 중국 관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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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이 천즈펑을 잡아내자, 반대로 기뻐하는 한국 측 관객들. 그 중에선 ‘고야갤’ 유저들이 특히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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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캬 ㄷㄷ 역시 갤주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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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다 개 시원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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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펑~~!! (천즈펑 엄마 속 터지는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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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윽, 두고 보자. 빵즈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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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대며 덕아웃으로 들어가는데, 팔짱을 낀 채 천즈펑 앞에 서 있는 세르게이. 그는 천즈펑의 어깨에 손을 탁 짚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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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쥠 성무쿠에게 진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중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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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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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팀이라는 게 남의 팀 선수를 올려 치고, 자기 이름도 제대로 부르지 않으니 순간 열이 뻗친 천즈펑. 그래서 길길이 화를 낼까 싶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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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좀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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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에 세르게이가 기행을 일삼다 보니, 뭔 짓을 할지 무서워 자연히 분노 조절이 된 천즈펑. 그는 다소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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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천즈펑이다. 이번에는 기억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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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알겠다. 중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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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기억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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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고 덕아웃에서 절규가 울려 퍼지는 동안, 성묵은 뒷 타자 역시 깔끔하게 잡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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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 선수, 써클 체인지업으로 성규진 선수를 중견수 뜬공으로 잡아내며 이닝을 끝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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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변화구 운용이 괜찮은데요? 저번 경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금성묵 선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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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게 한 이닝을 막아낸 성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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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내용이 좋아서인지, 전문가들조차 그의 컨디션이 좋지 않은 걸 눈치채지 못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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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 내서 뭐 좋을 거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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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더 여유로운 척, 걸음걸이나 행동거지에 더 신경을 쓰고 있는 성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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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부분까지 노력한 효과가 있었을까. 그는 뒤의 이닝 역시 무실점 피칭을 이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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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 삼진입니다…! 금성묵 선수가 이번 이닝에도 기린고를 무실점으로 돌려세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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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초반은 팽팽한 투수전 양상으로 흘러가는데요! 다시 상위 타순부터 시작하는 문혁고가 이번 이닝에는 점수를 낼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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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경기는 4회 초, 주자 없는 1아웃의 상황에 성묵이 타석에 들어섰다. 그는 타격 장갑을 매만지며 숨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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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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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과거의 기억을 되짚어보았다. 현역 시절, 너클볼러를 만났을 때의 기억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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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때 몇 번 만나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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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클볼의 전설로 꼽히는 투수들을 타석에서 몇 번 만나본 성묵. 그렇기에 자신이 없지는 않았다. 감만 한 번 잡으면 때려낼 수 있다는 자신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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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 선수, 아직 방어율 0.00을 기록 중인 투수 기록에 비해 주목을 덜 받고 있지만 타석에서도 타율 5할 8푼 3리, 5홈런이라는 엄청난 성적을 기록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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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홈런 랭킹 최상위권에 위치해 있는데요. 무려 같은 팀 4번 타자인 석운강 선수보다 많은 홈런을 치고 있습니다! 과연 이번 타석에서도 유의미한 결과를 보여줄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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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신맥이랑 운강, 류지 덕분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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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타순에 석운강, 류지같은 강타자들이 위치한 덕분에, 우산효과로 성묵에게 정면승부를 하는 투수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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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덕분에 홈런을 쏠쏠하게 쳐낸 성묵이다. 차차 견제가 들어오겠지만, 당분간은 든든한 우산 아래에서 꿀을 빨고 싶은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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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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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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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풀나풀 날아드는 너클볼이 스트라이크 존에 꽂혔다. 성묵은 배트를 붕붕 돌리며 그들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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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승부를 피할 생각은 없는 모양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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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한 눈빛으로 성묵과 눈을 마주치는 세르게이. 홈런 순위 상위권이건 뭐건, 인정한 친구와 진심으로 맞붙고 싶어 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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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 다시 한번 그냥 너클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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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레절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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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저은 세르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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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단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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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쥠 성무쿠에게 내 다양한 무기를 보여주겠다…! 그리고 이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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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으, 고집 하나는 세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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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절레절레 젓고는 포구 자세를 잡은 노빅. 그렇게 던져진 2구. 130km대 속도에 이르는 고속 너클이 존을 향해 날아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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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대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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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성묵은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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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배터리 간의 일련의 의사소통에서, 이 공이 올 것을 얼추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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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다, 세르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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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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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크게 뜨는 세르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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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의 배트가 불을 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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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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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 선수 쳤습니다! 이거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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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은 하늘 높이, 쭉쭉 뻗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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