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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가 없군. 어찌 소국(小國)의 사람이 대국(大國)의 일에 끼어든단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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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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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게 우리나라에 야구 배우러 유학 왔다는 놈이 내뱉은 말이라니. 참으로 어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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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뽕 심한 놈들은 사고방식 자체가 다르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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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관의 조선 역시 현실과 마찬가지로 명(明)과 청(淸)을 상국으로 모신 역사가 있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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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차이가 조금 있다면, 현실의 조선보다 야구를 빌미로 이득을 쪽쪽 뽑아먹은 점 정도일까. 실력 좋은 야구 교관을 사신으로 파견하며 막대한 금은보화를 받아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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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발상지인 한국에게서 엑기스 교육을 받은 중국은 야구의 수준이 상당히 높아졌고, 소림사 등을 비롯한 구파일방의 문파들이 야구를 훈련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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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독재국가가 그렇듯이 다 말아먹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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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중국의 지도자가 된 마오쩌둥은 각 무림 문파들이 높은 야구 실력으로 인기를 얻는 것을 못마땅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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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문화대혁명을 촉발하며 야구에 대해서도 ‘저 공은 해로운 공이다.’ 라는 한마디를 남겼고, 홍위병들은 온갖 깽판을 치며 야구를 하지 못하게 깽판을 치며 중국 야구를 수백 년 뒤로 후퇴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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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주석이 ‘야구 굴기’를 선언하며 수조 원의 돈을 때려 박고는 있지만, 그다지 결과가 좋지 않아 같은 중화권 나라들인 홍콩, 대만의 선수들까지 자국 대표팀으로 꼬시고 있는 상황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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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지들 나라 야구 교육이 개판인 건 아는지 돈 있는 녀석들은 다 한국 유학을 온다고 그랬나. 아마 공산당 간부의 아들인 이 녀석도 마찬가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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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소국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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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잠시 턱을 매만지고는, 나지막하게 한마디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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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너네 국제전에서 우리 이긴 적 있나? 중국 야구 개 못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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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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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부릅뜨는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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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정곡을 찔린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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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아시아의 야구 강호라는 자부심이 있는 중국이지만, 국제대회가 열린 이후 그 어떤 연령대에서도 한국 야구를 이긴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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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시 주석님이 계획한 ‘야구 굴기’가 무사히 끝난다면, 한국 따윈 앞으로 수백 년간 중국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야구의 근원지는 중국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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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또 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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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개가 짖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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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관에서 세종이 야구 만든 건 아프리카 원주민도 알 정도로 공인된 사실인데, 대체 뭔 헛소리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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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궁금하긴 해서, 뭐라고 개소리를 하나 한번 들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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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중국을 상국으로 모신 한국의 왕이 야구를 만들었다면, 그건 중국이 만든 것이나 다름없지. 암, 그렇고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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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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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는 진짜 답이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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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확인할 게 있어 두리번대며 주변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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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돌아다니는 사람 없고, CCTV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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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이 사람 안 다니는 한적한 곳으로 장소를 정한 덕에, 아주 고맙게 됐다. 어디 설계 한 번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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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짱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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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짜, 짱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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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는 데는 1초가 필요하지만, 상대를 하루종일 기분 나쁘게 할 수 있다는 마법의 단어. 실제로 듣자마자 녀석은 개발작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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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건방진 빵즈 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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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녀석이 발끈하건 말건,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녀석이 한 행동들을 하나씩 세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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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보자. 운강이한테 헛소리, 소국이 어쩌고 또 헛소리, 역사까지 왜곡한 데다 이제는 중국어로 쌍욕까지…. 평소라면 그냥 안 넘어가는데, 많이 봐줬다. 무릎 꿇고 사과 딱 한 번 하자. 그럼 봐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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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소리, 사과받아야 할 건 내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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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안 한다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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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어서 내게 사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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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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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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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차기에 복부를 걷어차인 녀석은 그대로 나동그라졌다. 경기를 앞두고 상대팀에게 얻어맞을 줄은 몰랐는지, 믿을 수 없는 눈으로 바라보는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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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럭, 이 빵즈 녀석이 감히, 중화민국 당 간부의 삼대독자인 이 천즈펑 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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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씨팔, 거 말 많네. 아빠한테 일러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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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네 놈의 선수 생활은 이제 끝이다! 아버지는 물론 당장 모두에게 알려서 이 경기에서도 몰수패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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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증거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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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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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거 있냐고. 여기 목격자도 없고, CCTV도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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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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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을 홱홱 돌아보고는 놀라는 녀석. 아까 확인했다시피, 주변에는 아무도 없다. 급기야는 운강이에게 삿대질 하는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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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운강, 네 이놈. 같은 중화 인민끼리 어딜 입을 다물고 있는 거냐! 어서 이 녀석의 폭력 행위를 나와 같이 야구 위원회에 증명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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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승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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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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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지랄이란 지랄은 다 해놓고 운강이가 지 편을 들어줄 거라 생각한 건가. 참 편하게도 살아온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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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으윽, 네 놈들이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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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있었군, 천즈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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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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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천즈펑의 위로 지는 거대한 그림자. 엄청난 떡대를 지닌 금발의 러시아인 포수, 드미트리 노빅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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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자, 집합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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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노빅! 잘 왔다. 어서 저 녀석들에게 본때를 보여주도록 해라. 특히 저 빵즈 녀석은 나를 폭행했으니 더 뜨거운 맛을 보여주도록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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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TV가 없는 걸 이제는 역이용하겠다는 듯, 바로 노빅의 덩치 뒤에 숨는 녀석. 그러나 노빅은 한숨만 푹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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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급한 일이다. 그런 사사로운 일은 나중에 따지고 일단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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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이 자식, 내 말을 뭐로 들은 거냐. 지금 당장 저 막돼먹은 놈들에게 조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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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빅은 결국 손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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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팀인 천즈펑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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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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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으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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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해라, 천즈펑. 참는데도 정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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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의 머리를 한 손으로 꽉 붙잡고 악력으로 짓누르는 노빅. 아무래도 쌓인 게 상당히 많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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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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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엄청난 힘에 안색이 새하얘지며 노빅의 팔을 탁탁 치는 천즈펑. 노빅은 손에 힘을 풀며 쓴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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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놈 똥 닦아주는 것도 지겹다. 제발 시비 좀 그만 걸고 다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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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업, 허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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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려나선 가쁜 숨을 내쉬는 녀석. 그대로 뒷걸음질 치더니, 쌩하고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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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 빵즈 놈과 홍콩 놈. 용서치 않겠다. 경기 때 두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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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그 이상의 중뽕을 보여준 녀석은 그렇게 사라졌다. 그렇게 자리에 남게 된 것은 나와 운강, 그리고 상대 팀인 노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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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빅은 머리를 긁적이더니 나와 운강에게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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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게 됐군. 저 녀석이 저러는 것도 하루 이틀 일이 아니라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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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야 뭐 적으로 한 번 만나면 그만인데, 같은 팀이라 힘드시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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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마라, 후…. 저 녀석 아버지가 뿌리는 후원금 때문에 어찌나 간섭이 심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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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안에서도 상당한 패악질을 부린 모양. 이거 원, 아무리 이쪽 업계가 돈의 영향이 크다지만 저건 좀 힘들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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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뭐, 너희 둘의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금성묵과 석운강. 맞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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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영광인데, 러시아 대표인 드미트리 노빅님이 다 알아봐 주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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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너만 해도 금강고를 박살 낸 초신성인데다 석운강 이 녀석도 홍콩 대표잖냐? 유망주 순위도 나보다 훨씬 높고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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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 게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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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이 영입 조건으로 전국 유망주 랭킹 20위 권 내의 선수를 데려오라 할 때 한 번 본 뒤로 까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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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노빅이 랭킹 50위 정도였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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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게이는 10위권 후반대, 천즈펑은 100위 권 간당간당 정도였을 거다. 이쯤 되면 한가지 드는 의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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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어느 정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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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 선발 맞대결로 쓰러트린 청현고의 임태율이 30위 권 후반대, 금강고 장태산이 20위 초반대다. 대충 그사이 어딘가이지 않을까 싶은데, 조만간 갱신될 때 한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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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살 좀 던져달라고, 금성묵. 요즘 손맛을 통 못 봤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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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살은, 니 저번 경기 홈런 친 거 다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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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들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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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를 으쓱하고는 씩 웃는 녀석. 우리 둘에게 손을 내민 녀석은 사람 좋은 얼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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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좋은 경기 펼쳐보자고, 너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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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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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냐, 잘 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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꽈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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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는 손을 강하게 맞잡고는 갈 길을 갔다. 이제부터는, 야구장에서 적으로 만나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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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에게 합류하는 길에, 나는 석운강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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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운강아. 아무리 그래도 때린 거는 좀 너무하다고 생각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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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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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에 잠시 고민하는 기색인 운강. 녀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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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오히려 금성묵 시주에겐 감사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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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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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시주가 하지 않았다면, 제 쪽에서 참지 못하고 손이 나갔을 겁니다. 그리고는 심마(心魔)에 빠졌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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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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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그랬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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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세상만사에 초연한 운강이지만, 아직 수양이 부족하다 보니 참지 못하는 두 가지 주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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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 하나가 불교를 까는 거고, 나머지 하나가 홍콩을 욕하는 거다. 특히 중국인이 직접 긁으면 그 효과가 몇 배로 배가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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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강이가 칠 바에는 내가 하는 게 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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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 성격이면 증거가 없었어도 자수했을 게 뻔하다. 불필요한 폭력을 행사했으니 죗값을 치르겠다 어쩌구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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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 중국인 때문에 대회 기간 동안 주전 포수를 잃을 수는 없는 노릇. 동료도 지키고 스트레스도 풀고, 일석이조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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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다, 일석삼조로 정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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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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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열기가 오른 운강의 모습을 보아하니, 분노했을 때 파워와 컨택을 한 랭크씩 올려주는 S등급 스킬 마승(魔僧)이 발동된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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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경기, 꽤 볼만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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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전원 집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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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동료들을 불러 모았다. 그러자 일사불란하게 모이는 녀석들. 둥글게 모인 동료들에게 어깨동무하며, 나는 솔직한 한마디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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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아, 일단 나 말해둘 게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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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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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오늘 컨디션 최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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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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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어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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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뜸 불길하기 그지없는 말을 꺼내자 깜짝 놀라는 동료들. 물론 진실을 말할 순 없다. 새벽 내내 아랫도리가 가라앉지 않아서 잠을 못 잤다고 어떻게 말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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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든 필사적으로 둘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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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뭐, 그런 날 있잖냐. 아무 이유 없이 컨디션 안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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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읍, 큰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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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우려를 표하는 동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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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난 별거 아니라는 듯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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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나 질 생각은 없거든. 너네도 마찬가지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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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식이, 뭐 당연한 소릴 하고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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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성묵 형. 여기까지 와서 질 생각 따윈 추호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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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긍하며 한마디씩 덧붙이는 최아담과 도도진. 나는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한마디를 동료들에게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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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너희 수비만 믿고 팍팍 맞을 거다. 뒤는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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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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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런 말 할 줄은 몰랐는지 놀라는 동료들. 그러나 녀석들은 곧 씩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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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죠, 성묵 형님. 외야는 제게 맡기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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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냐, 그렇게까지 말하는 데 이 형님이 힘 좀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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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준 글러브를 팡팡 두들기며 자신하는 지수용과 목을 풀며 웃음 짓는 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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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빙의했을 때는 그저 막막했지만, 어느덧 뒤를 맡길 수 있는 동료가 여럿 생겼다. 솔직히 좀 든든한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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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리동혁한테 가기 전까지 7이닝은 먹어야 할 테고, 2실점 정도로만 어떻게든 막아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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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가 현실적인 목표로 보인다. 태양신맥은 강발(強勃)을 기준으로 하면 최대 유지 시간 3이닝에 스위치 1번, 그 정도가 한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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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면 충분히 할만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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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 로테를 돌 때 항상 좋은 컨디션에만 올라갈 수도 없는 법. 이것보다 더 안 좋을 때도 많이 올라가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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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조차 퀄리티 있는 피칭을 보여주는 게 진정한 에이스의 역할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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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가자 새끼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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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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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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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들과 함께, 더 높은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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