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931 lines
23 KiB
Markdown
931 lines
23 KiB
Markdown
|
||
버스를 타고 동물원에 내렸지만,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동료들. 당장 내일이 경기인데 대뜸 호랑이랑 눈싸움이나 하라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
||
|
||
|
||
|
||
“이거 왜 하는지 아는 사람?”
|
||
|
||
|
||
|
||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금성묵 시주는 아십니까…?”
|
||
|
||
|
||
|
||
“성묵 선배님, 이거 괜찮은 거 맞습니까…? 한마디 하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
||
|
||
|
||
|
||
내가 이 훈련을 추진시킨 장본인인 줄도 모르고 내게 볼멘소리를 털어놓는 운강과 도진. 나는 시치미를 뚝 떼고 모두를 달랬다.
|
||
|
||
|
||
|
||
“물론 이상하지. 근데 얘들아, 내가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
|
||
|
||
|
||
|
||
“부탁…?”
|
||
|
||
|
||
|
||
“명신우 감독님, 문혁고 오시기 전까지 억까란 억까는 다 당하셨던 분들이야. 분명 이것도 겉으로 보기엔 도움이 안 될 것 같고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우리 감독님이다. 일단 믿고 따라보자.”
|
||
|
||
|
||
|
||
“……….”
|
||
|
||
|
||
|
||
다들 생각에 잠긴 동료들.
|
||
|
||
멀리서 명 감독이 ‘니 억까가 제일 심해 인마!!’하는 눈으로 보는 듯했지만 나는 눈을 쓱 피했다.
|
||
|
||
|
||
|
||
“넵! 일단 열심히 해보겠습니다앗…!!”
|
||
|
||
|
||
|
||
“그래 뭐, 한 번 해보기나 하자고.”
|
||
|
||
|
||
|
||
지수용과 최아담이 수긍하며 한마디씩 거들자 일단 알겠다는 듯 고개를 주억이는 동료들. 나는 그렇게 모두를 데리고 동물원 안으로 들어갔다.
|
||
|
||
|
||
|
||
[범호 동물원]
|
||
|
||
|
||
|
||
표지를 따라 들어가는 우리들.
|
||
|
||
그런데 뭔가가 이상하다는 걸 다들 느낀 모양이다.
|
||
|
||
|
||
|
||
“여기 사람이 왜 이렇게 없냐?”
|
||
|
||
|
||
|
||
“그러니까, 관람객도 안 보이고 사람도 거의 안 보여.”
|
||
|
||
|
||
|
||
대략 10분 정도 걸어서 들어갔을까. 여러 층층이 나누어진 동물의 우리가 보였다. 그런데 그게 꽤나 특이했다.
|
||
|
||
|
||
|
||
“저거, 전부 호랑이 아니야?”
|
||
|
||
|
||
|
||
대략 세 개의 층으로 나눠진 구역의 케이지. 그 안에 각각 호랑이가 들어있다. 보통은 한 구역에 한 종류의 동물만 있는 걸 감안하면 굉장히 특이한 구조다.
|
||
|
||
|
||
|
||
“잠깐만, 이게 끝?”
|
||
|
||
|
||
|
||
더 이상 뻗어지는 길이 없는 걸 보아하니 저게 끝인 모양. 나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
||
|
||
|
||
|
||
‘아니, 뭔 놈의 동물원이…?’
|
||
|
||
|
||
|
||
동네 산책로보다도 작은 부지에 호랑이만 덜렁 넣어놓고는 나 동물원이요, 이렇게 영업 중이라니. 손님이 왜 없나 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다.
|
||
|
||
|
||
|
||
그래도 다들 살이 포동포동 올라온 걸 보니, 밥 주는 직원은 있는 모양.
|
||
|
||
|
||
|
||
“뭐, 훈련하기엔 이게 더 낫지 않겠어?”
|
||
|
||
|
||
|
||
류지 말대로 이게 훈련엔 나을지도 모르겠다. 버글대는 관람객들 속에서 눈싸움을 해야 했다면, 현타가 씨게 왔을 테니까.
|
||
|
||
|
||
|
||
“자, 다들 앞으로 모여보자…!”
|
||
|
||
|
||
|
||
선수들을 집합시키는 명 감독. 그는 곧 가방에서 품 안에 꽉 차는 크기 정도의 기계를 꺼내 들었다.
|
||
|
||
|
||
|
||
그 기계를 알아본 도도진이 말했다.
|
||
|
||
|
||
|
||
“비전 고스트…?”
|
||
|
||
|
||
|
||
동체 시력을 검사하는 첨단장비 비전 고스트. 이건 현대에는 없는 물건이지만 이 세계관에선 좀 더 편하게 선구 능력을 측정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
||
|
||
|
||
|
||
스텟창을 보는 게 제일 정확하지만 이거로도 근사치는 측정할 수 있어 많은 야구 전문가들이 애용하고 있다고.
|
||
|
||
|
||
|
||
“자, 한명씩 나와서 측정해봐. 오래 안 걸리니까 급할 필욘 없어.”
|
||
|
||
|
||
|
||
그 말에 따라 한명씩 측정하는 선수들. 측정 결과는, 확실히 선구안 스텟에 따라 척척 갈라졌다.
|
||
|
||
|
||
|
||
A- 타카히나 류지, 도도진
|
||
|
||
B-석운강, 지수용, 리동혁
|
||
|
||
C-금성묵, 최아담, 서경수
|
||
|
||
그 이하- 이태경, 핫산
|
||
|
||
|
||
|
||
네 개의 그룹으로 나뉘었지만, 일단 C 이하는 전부 통합되어 세 개의 그룹으로 분류가 완료됐다.
|
||
|
||
|
||
|
||
명 감독은 헛기침하고는 선수들에게 오더를 내렸다.
|
||
|
||
|
||
|
||
“자, 각자 나온 측정값에 따라 다른 호랑이에게 간다. A조는 맨 위의 시베리안 호랑이, B조는 암컷 백호, C조는 일반 호랑이 쪽으로 가도록.”
|
||
|
||
|
||
|
||
그 분류에 따라 각자 구역으로 향하는 선수들. 호랑이 우리 근처로 간 우리는 깜짝 놀랐다.
|
||
|
||
|
||
|
||
“아니 이거, 펜스가 아니라 그물망이잖아…?”
|
||
|
||
|
||
|
||
호랑이쯤 되는 맹수를 가둬놓는 건데, 펜스를 쳐두지 않았다. 우리 전체를 그물망으로 쳐두었을 뿐이다. 그물망 자체는 튼튼해 보이지만, 필요 이상 가까이 접근한다면 충분히 호랑이와 닿을 수도 있을 것 같다.
|
||
|
||
|
||
|
||
호랑이 우리 근처엔 쭉 그어진 동그란 선과 ‘가까이 다가오지 마십시오. 사고 발생 시 책임지지 않습니다.’ 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
||
|
||
|
||
|
||
내 선구 스텟은 C+.
|
||
|
||
C등급으로 퉁쳐진 덕분에 평범한 호랑이 쪽으로 갔다. 배정된 C등급 케이지엔 대략 2마리의 호랑이가 들어있다. 딱히 납득은 안 되어도 미션 자체가 눈싸움이니 호랑이와 눈을 마주쳐보는 선수들.
|
||
|
||
|
||
|
||
그들은 이내 깜짝 놀랐다.
|
||
|
||
눈이 마주친 호랑이가 눈을 피하지 않은 채로 자신들의 눈을 뚫어져라 응시했기 때문이다.
|
||
|
||
|
||
|
||
“오…?!”
|
||
|
||
|
||
|
||
“진짜?”
|
||
|
||
|
||
|
||
일단 매치업이 성사된 만큼 붙어보는 선수들. 그러나 붙는 족족 백수의 왕 호랑이에게 하나같이 탈탈 털렸다.
|
||
|
||
|
||
|
||
“흐으읍…!!”
|
||
|
||
그나마 C조에선 서경수가 선방 중이었지만….
|
||
|
||
|
||
|
||
크르르릉!!
|
||
|
||
|
||
|
||
표정을 찡그리며 포효하는 호랑이의 기세에 밀려 눈을 깜빡이고 말았다. 서경수는 머리를 탁 짚으며 고개를 저었다.
|
||
|
||
|
||
|
||
“크윽, 주장. 이거 쉽지 않은데요.”
|
||
|
||
|
||
|
||
“흐음….”
|
||
|
||
|
||
|
||
확실히 맹수 아니랄까 봐 그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나는 패배한 서경수를 제치고 호랑이 쪽으로 다가갔다.
|
||
|
||
|
||
|
||
“……….”
|
||
|
||
|
||
|
||
그르릉….
|
||
|
||
|
||
|
||
낮은 울음소리를 내며 나와 눈을 마주친 호랑이. 아마 이대로 가만히 싸우면 쉽지 않을 거다. 하지만 사람도 아니고 호랑이랑 굳이 정정당당하게 싸울 필요 뭐 있겠는가.
|
||
|
||
|
||
|
||
“우아아아아악………!!!”
|
||
|
||
|
||
|
||
엄청난 고함을 지르며 호랑이에게 우다다 달려갔다. 그러자 깜짝 놀라며 눈을 깜빡이는 호랑이.
|
||
|
||
|
||
|
||
나는 눈싸움에 이기자마자 후다닥 금지선 밖으로 나갔다. 괜히 호랑이 밥이 되고 싶지는 않걸랑.
|
||
|
||
|
||
|
||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호랑이는 내 야바위에 당한 게 분한 건지 ‘그르르릉!’ 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로 그다음부터 동료들이 날 따라 해봐도 혼쭐만 나며 실패할 뿐.
|
||
|
||
|
||
|
||
띠링!
|
||
|
||
|
||
|
||
[히든 피스를 발견하였습니다!]
|
||
|
||
[‘일반 호랑이’와의 눈싸움에서 승리하였습니다!]
|
||
|
||
[선구 스텟이 C+ ->B로 상승합니다!]
|
||
|
||
|
||
|
||
‘오, 나이스…!’
|
||
|
||
|
||
|
||
이거 한 번 했다고 무려 선구 스텟이 하나씩이나 점프했다. 누가 개사기 훈련법 아니랄까 봐, 효과도 엄청나다.
|
||
|
||
|
||
|
||
“감독님, 비전 고스트 한 번만 빌려주십쇼!”
|
||
|
||
|
||
|
||
“어어, 그래!!”
|
||
|
||
|
||
|
||
동기부여를 위해선, 이게 효과가 있다는 걸 입증하는 게 가장 직빵이다.
|
||
|
||
|
||
|
||
삐이익-!
|
||
|
||
|
||
|
||
“오오, 성묵아. 네 동체시력이 C등급에서 B등급으로 올라갔다…!!”
|
||
|
||
|
||
|
||
“……!?”
|
||
|
||
|
||
|
||
모두가 놀란 눈으로 날 쳐다봤다. 눈의 움직임을 트레킹하여 능력을 측정하는 비전 고스트의 특성상, 대충한다거나 조작이 어렵다.
|
||
|
||
|
||
|
||
그런데 내가 모두에게 보여줬다.
|
||
|
||
이 잠깐의 훈련으로 동체 시력이 크게 상승했음을 말이다.
|
||
|
||
|
||
|
||
“뭐야, 어떻게 되먹은 건데!?”
|
||
|
||
|
||
|
||
“저게 말이 돼…?”
|
||
|
||
|
||
|
||
머리로 이해하려니 혼란이 오는 동료들. 하지만 재빠르게 몸으로 실천하는 놈들도 있었다.
|
||
|
||
|
||
|
||
“에라 모르겠다…!!”
|
||
|
||
|
||
|
||
열의를 불태우며 호랑이와 붙기 시작하는 녀석들. 이제 속속들이 히든 피스의 꿀을 빠는 녀석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
||
|
||
|
||
|
||
[서경수 님의 선구 스텟이…]
|
||
|
||
[이태경 님의 선구 스텟이…]
|
||
|
||
[김정훈 님의 선구 스텟이…]
|
||
|
||
|
||
|
||
대부분 선구 스텟이 안 좋았던 친구들 위주로 좋은 소식이 들려온다. 하긴, 제일 약한 호랑이는 이기기 쉬운 편이니 그럴 만도 하다.
|
||
|
||
|
||
|
||
‘아, 백호 쪽도 한 번 가볼까.’
|
||
|
||
|
||
|
||
나는 B등급 선구안을 받은 녀석들이 있는 쪽으로 향했다.
|
||
|
||
|
||
|
||
“……….”
|
||
|
||
|
||
|
||
“……….”
|
||
|
||
|
||
|
||
그러자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녀석들. 지수용만 헤벌레 해서는 백호를 쳐다보고 있고, 나머지는 뭔가 영 안 풀리는 듯한 표정이다.
|
||
|
||
|
||
|
||
“뭐야, 우두커니 서가지고. 훈련 안 해?”
|
||
|
||
|
||
|
||
“성묵 형님, 그게 말입니다…!”
|
||
|
||
|
||
|
||
왜 가만히 있나 했더니, 다 이유가 있었다.
|
||
|
||
|
||
|
||
“흠, 안전거리를 지키고 밖에만 있으면 눈싸움을 안 해준다고?”
|
||
|
||
|
||
|
||
“그렇습니다. 하지만 이 안으로 들어가면 호랑이의 사정 범위 안인지라 위험할 것인즉,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
||
|
||
|
||
|
||
호랑이가 들어있는 그물망이 닿지 않는 범위, 하얀 선 밖에서는 눈싸움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인가.
|
||
|
||
|
||
|
||
이거, 그냥 개그성 훈련인 줄만 알았는데 꽤 위험할지도 모르겠다.
|
||
|
||
|
||
|
||
‘그렇다고 이 녀석들을 가만히 놀리고 있을 수도 없는데….’
|
||
|
||
|
||
|
||
무조건 한 등급을 올릴 수 있는 만큼, 상위 등급 캐릭터들이 성공했을 때 그 효용이 더 컸다.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다.
|
||
|
||
|
||
|
||
‘내가 몸소 보여줘야겠구만.’
|
||
|
||
|
||
|
||
게임을 플레이할 때 이 훈련으로 다친 사람은 못 봤다. 아마 저 호랑이도 굳이 사람을 공격하진 않지 않을까. 나는 용기내어 암컷 백호에게 다가갔다.
|
||
|
||
|
||
|
||
그르릉…
|
||
|
||
|
||
|
||
적당히 간격을 두고 날 경계하는 암컷 백호. 관리가 잘 된 건지 하얀 털에서 윤기가 흐르고, 꽤나 고급스럽게 생겼다.
|
||
|
||
|
||
|
||
‘지금 선구안으로 붙어봤자 못 이기지.’
|
||
|
||
|
||
|
||
갓 B등급에 오른 선구안으론 이길 수 없다. 하지만 꼼수를 쓴다면 못 할 것도 없다. 내 스킬인 태양신맥으로 스텟을 뻥튀기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
|
||
|
||
|
||
|
||
“흡…!”
|
||
|
||
|
||
|
||
나는 눈앞의 암컷 백호를 ‘적’으로 인식했다. 그러자 곧바로 일어나는 변화.
|
||
|
||
|
||
|
||
불룩!
|
||
|
||
|
||
|
||
중발의 상태에 접어들며 두툼하게 부풀어 오른 하반신. 스텟 강화 알림이 내 귀를 울렸다.
|
||
|
||
|
||
|
||
[태양신맥에 의해 사용자의 스텟이 강화됩니다!]
|
||
|
||
[선구 스텟이 B->B+로 강화됩니다.]
|
||
|
||
[선구 스텟이 B+->A로 강화됩니다.]
|
||
|
||
|
||
|
||
‘자, 어디 한 번 붙어볼까...!’
|
||
|
||
|
||
|
||
그렇게 마음먹었건만.
|
||
|
||
|
||
|
||
끼잉, 낑!
|
||
|
||
|
||
|
||
웬 고양이 소리를 내며 뒤로 후다닥 물러서는 암컷 백호. 마치 나에게 겁이라도 먹은 것처럼 표정이 질려있다. 그때 내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알림 소리.
|
||
|
||
|
||
|
||
띠링!
|
||
|
||
|
||
|
||
[‘암컷 백호’와의 눈싸움에서 승리하였습니다!]
|
||
|
||
[선구 스텟의 숙련도가 대폭 증가합니다!]
|
||
|
||
|
||
|
||
“얼레...?”
|
||
|
||
|
||
|
||
큰맘 먹고 붙어보려 했건만, 날먹으로 이겨버렸다.
|
||
|
||
대체 왜…?
|
||
|
||
|
||
|
||
다들 어리둥절하는 표정을 짓는 와중에, 지수용만 눈을 반짝반짝 빛내고 있다. 내 옆으로 후다닥 달려와서 묻는 녀석.
|
||
|
||
|
||
|
||
“이럴 수가! 호, 혹시 성묵 형님도 퍼리 취향이십니까…?!”
|
||
|
||
|
||
|
||
무언가 큰 기대를 품고 있는 듯한 녀석. 하지만 나는 그게 뭔 소린지 이해조차 못 했다.
|
||
|
||
|
||
|
||
“…퍼리가 뭔데?”
|
||
|
||
|
||
|
||
“아앗….”
|
||
|
||
|
||
|
||
급실망한 채 축 처진 어깨로 돌아가는 지수용. 아니 그러니까 퍼리가 뭔데!
|
||
|
||
|
||
|
||
결국 답은 듣지 못했다.
|
||
|
||
B조 훈련을 마치고 쉬러 내려가는데, 문득 A조가 있는 쪽이 눈에 밟혔다. 하지만 금세 고개를 돌렸다.
|
||
|
||
|
||
|
||
‘저기는 뭐. 깨라고 만들어 놓은 게 아니니까.’
|
||
|
||
|
||
|
||
딱히 아무런 성과도 못 보고 돌아올 거라 생각했다. 저기는 애초에 난이도가 말이 안 되는 곳이거든.
|
||
|
||
|
||
|
||
|
||
|
||
#######
|
||
|
||
|
||
|
||
B등급 조까지 슬슬 성공 소식이 들려오는 시점. 선구안 A 스텟들만 모인 A조는 여전히 감감무소식이다.
|
||
|
||
|
||
|
||
“좀처럼 반응을 안 하네요.”
|
||
|
||
|
||
|
||
“…그러게 말이야.”
|
||
|
||
|
||
|
||
간이침대 형식으로 만들어둔 수풀 더미에 몸을 뉜 시베리아 호랑이. 아무리 소리를 내보고 망 가까이 다가가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
||
|
||
|
||
|
||
“후우, 저희만 아무 소득 없이 돌아가는 걸까요.”
|
||
|
||
|
||
|
||
사실 이 훈련에 대한 불신이 컸던 것은 도진이다. 그러나 성묵이 일단 믿어보자 해서 따라왔고, 누나인 도연이 이런 비과학적인 훈련을 하는 걸 알았다간 거품 물고 기절할 것 같아 이야기도 하지 못했다.
|
||
|
||
|
||
|
||
그런데 하나둘 효과를 보는 동료들이 속속 나오는 것이 아닌가. 이 세상에 정말로 ‘과학 만으론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 도진이다.
|
||
|
||
|
||
|
||
“아래층 호랑이들은 너무 쉽단 말이지.”
|
||
|
||
|
||
|
||
그렇게 말하며 하품을 쩍 내쉬는 류지. 다른 동료들은 수준에 맞는 호랑이를 이겨서 능력치 상승을 경험했지만, 이들에게 일반형과 암컷 백호는 너무 쉬운 상대인지라 미미한 변동조차 없었다.
|
||
|
||
|
||
|
||
결국 어쩔 수 없이 갖게 된 여유 속에서 둘은 사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
||
|
||
|
||
|
||
“아 맞다, 노아가 성묵이 만나러 갔다가 너희 누나 만났다며?”
|
||
|
||
|
||
|
||
“……!”
|
||
|
||
|
||
|
||
흠칫 놀라는 도진.
|
||
|
||
그에게 있어 노아는 성묵과 누나가 이어지는 데 있어 경쟁상대, 결코 얕볼 수가 없었다. 그러나 류지는 그의 어깨를 팡팡 두들기며 웃었다.
|
||
|
||
|
||
|
||
“야야, 그렇게 경계할 거 없어. 네 누나랑 내 동생이 경쟁자일 순 있지. 근데 우린 팀 동료잖아?”
|
||
|
||
|
||
|
||
“……….”
|
||
|
||
|
||
|
||
류지의 말에 피식 웃은 도진.
|
||
|
||
확실히 그 말대로라고 생각한 그다.
|
||
|
||
|
||
|
||
“그러게요.”
|
||
|
||
|
||
|
||
“흠, 그런데 저 녀석. 자는 것 같진 않은데 말이지.”
|
||
|
||
|
||
|
||
“포기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
||
|
||
|
||
|
||
“아니, 잠깐만.”
|
||
|
||
|
||
|
||
우리의 그물망을 뒤적뒤적하더니, 무언가를 찾아낸 류지. 그것은 사람 한 명 정도가 통과할 수 있는 구멍이었다.
|
||
|
||
|
||
|
||
“오호라! 나 잠시 다녀올게.”
|
||
|
||
|
||
|
||
“류지 선배, 그게 무슨…!?”
|
||
|
||
|
||
|
||
말릴 틈도 없이 그물망의 구멍 안으로 쏙 들어간 류지. 그는 이제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호랑이와 같은 공간에 있게 되었다.
|
||
|
||
|
||
|
||
그르르릉…!
|
||
|
||
|
||
|
||
그제서야 관심이 생겼는지, 몸을 일으켜 천천히 다가오는 시베리아 호랑이. 그 모습을 본 도진은 아연실색했다.
|
||
|
||
|
||
|
||
‘덩치가 무슨……!!’
|
||
|
||
|
||
|
||
‘산군’이라는 단어에 딱 알맞은 엄청난 거구의 호랑이. 지금 당장이라도 도망치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도진은 그게 더 호랑이를 자극하는 것일까 싶어 그러지 못했다.
|
||
|
||
|
||
|
||
도진의 걱정과 달리 류지는 기뻤다. 강한 상대 앞에서 가장 큰 쾌락을 얻는 게 류지인만큼, 이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서 줄타기하는 이 순간이 기뻤다.
|
||
|
||
|
||
|
||
크르렁...!!!
|
||
|
||
|
||
|
||
“.........!!”
|
||
|
||
|
||
|
||
엄청난 성량의 포효가 동물원에 울려 퍼졌다. 이래도 가만히 있을 거냐고 말하는 듯했다. 하지만 깡다구 하면 어디 가서도 밀리지 않는 류지. 그는 이미 저번 공사장 3대 50사건 이후 두려움을 느끼는 방법 자체를 잊어버렸다.
|
||
|
||
|
||
|
||
“재밌네, 재밌어…!”
|
||
|
||
|
||
|
||
용혈까지 발동되어 희번득한 눈으로 호랑이를 바라보는 류지. 그렇게 몇 분가량이 지났을까.
|
||
|
||
|
||
|
||
그르르…
|
||
|
||
|
||
|
||
몸을 돌려 다시금 수풀 더미로 돌아가는 시베리아 호랑이. 그리고는 다시금 몸을 뉘었다. 이젠 더 이상 관심이 떨어졌다는 듯이.
|
||
|
||
|
||
|
||
“히야, 장난 아니구만!”
|
||
|
||
|
||
|
||
다시금 그물망 속의 구멍을 통해 복귀하는 류지. 손사래 치며 말하는 그의 목소리엔 여전히 방금 느낀 전율에 대한 여운이 담겨 있었다.
|
||
|
||
|
||
|
||
“류지 선배, 무섭지도 않으신 겁니까. 대체 어떻게 거기까지 들어갈 생각을...”
|
||
|
||
|
||
|
||
“흠? 내 생각?”
|
||
|
||
|
||
|
||
뭔가 생각하는 듯하더니, 류지는 진솔하게 자기 생각을 말했다.
|
||
|
||
|
||
|
||
“별거 없어, 그냥 생각할 뿐이야. 야구를 위해선 목숨을 걸어도 좋다고.”
|
||
|
||
|
||
|
||
“.......!?”
|
||
|
||
|
||
|
||
“안 그래도 좋은 편인 내 눈이 더 좋아지면 어떻게 될까 궁금했기도 하고. 자, 어디 한 번 결과를 받아볼까!!”
|
||
|
||
|
||
|
||
호랑이 울음소리에 뒤이어 달려온 부원들. 그들에게서 비전 고스트를 받아서 든 류지는 결괏값을 재측정했다.
|
||
|
||
|
||
|
||
삐, 삐, 삐익...!
|
||
|
||
|
||
|
||
“헉……!!”
|
||
|
||
|
||
|
||
최상위 스코어를 경신했다.
|
||
|
||
시베리아 호랑이를 꺾으며, 스텟 상 A였던 류지의 선구안이 A+까지 뻥튀기되었다.류지는 기쁜 듯이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훈련은 공식 종료되었다.
|
||
|
||
|
||
|
||
“자, 훈련 종료...!”
|
||
|
||
|
||
|
||
곧 해가 질 시간.
|
||
|
||
대부분의 선수가 스텟 하나씩은 올린 상황에 더 이상 지속할 이유도 없었다.
|
||
|
||
|
||
|
||
처음엔 ‘아니 뭐 이딴 훈련을...’하던 선수들도 ‘어떻게 이런 훈련을!!’ 하는 반응으로 바뀐 지 오래. 급반전된 분위기에 명감독은 꽤나 기쁜 모양이다.
|
||
|
||
|
||
|
||
내가 밀어붙인 탓에 의심 어린 시선도 받았고, 마음고생도 한 것에 대해서 조금 미안한 감정도 있었다. 기왕 잘 마무리된 거, 좀 더 확실히 그의 공적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질문을 던졌다.
|
||
|
||
|
||
|
||
“감독님, 저로선 이해가 안 돼서 그런데 이 훈련의 원리를 한 번만 설명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
||
|
||
내 말에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는 명 감독. 다 짜고 치는 WWE지만, 동료들은 대체 왜 동체시력이 좋아진 것인지 궁금했는지 빠짐없이 귀를 기울였다.
|
||
|
||
|
||
|
||
"예로부터 조선 땅은 호랑이가 많았다고 하지. 호환이 그 시절 가장 무서운 재난이었을 정도니까."
|
||
|
||
|
||
|
||
"그래서 예로부터 장사들은 집에 비치해둔 호신용 나무 방망이로 호랑이들에 대항하곤 했다. 그럼에도 무서웠을 거다. 사람을 물어뜯어 죽이는 야수를 상대로 방망이 하나로 대항하는 공포심. 지켜야 할 것도 많은 그 당시 가장으로선 엄청난 공포였겠지.“
|
||
|
||
|
||
|
||
“.........”
|
||
|
||
|
||
|
||
다들 침을 꿀꺽 삼키며 경청한다. 입 터는 솜씨 하나는 죽여주는 명 감독답게 꽤 그럴듯한 개소리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
||
|
||
|
||
|
||
“선조들이 범에 대하여 품은 공포심은 DNA를 타고 각인, 또 각인 되어 지금도 우리의 몸 안에 내재되어있다. 수백, 수천년간 각인된 공포를 떨쳐내는 것. 그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야.”
|
||
|
||
|
||
|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본능을 억누르고 당당히 호랑이 앞에서 기세에서 밀리지 않는다면!! 그 어떤 공이 날아오던 두려움 없이 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비과학이라고? 맞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 어떤 과학적 훈련보다 너희들의 멘탈을 그 무엇보다도 혁신적으로 개조할 수 있는 거다...!”
|
||
|
||
|
||
|
||
“............!!”
|
||
|
||
|
||
|
||
“제군들, 이해했나...!?"
|
||
|
||
|
||
|
||
"예, 감독님...!"
|
||
|
||
|
||
|
||
우렁차게 답하는 제자들.
|
||
|
||
명 감독은 뿌듯한지 코를 쓱 매만졌다.
|
||
|
||
|
||
|
||
그러나 이 중에서 유일하게 만족하지 못한 한명이 있었다. 도도진은 결국 류지처럼 그물망 안으로 기어들어가는 미친 짓은 하지 못했고, 성과를 얻어내지 못했다.
|
||
|
||
|
||
|
||
“…야구를 위해선, 목숨을 걸어도 좋다인가.”
|
||
|
||
|
||
|
||
도진은 분했다.
|
||
|
||
누군가는 야구를 위해 목숨을 걸고 있는데, 그는 야구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목숨을 끊을 생각까지 하지 않았던가.
|
||
|
||
|
||
|
||
‘나는 아직도 두려워 하는 건가…, 대체 뭘?’
|
||
|
||
|
||
|
||
명 감독의 말과 류지가 했던 말이 뒤섞여 머리가 복잡했다. 크게 숨을 내쉰 도진의 눈이 곧 맑아졌다.
|
||
|
||
|
||
|
||
‘…기필코 이긴다.’
|
||
|
||
|
||
|
||
도진은 다짐했다.
|
||
|
||
이길 때까지, 이곳에 와서 도전하겠다고.
|
||
|
||
|
||
|
||
|
||
|
||
|
||
|
||
|
||
|
||
######
|
||
|
||
|
||
|
||
똑똑-
|
||
|
||
|
||
|
||
“총재님,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
||
|
||
|
||
|
||
“들어오게.”
|
||
|
||
|
||
|
||
벌컥-
|
||
|
||
|
||
|
||
비서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책상에 앉아 사무를 보던 한 중년의 남성이 보인다.
|
||
|
||
|
||
|
||
정장을 꽉 채우는 탄탄한 근육질 몸매, 정갈하게 기른 수염, 지적인 인상을 완성해주는 안경까지. 문무겸비란 이런 것일까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외모였다.
|
||
|
||
|
||
|
||
“도학훈 총재님, 내일 일정은 그대로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
||
|
||
|
||
|
||
“............”
|
||
|
||
|
||
|
||
잠시 달력으로 시선을 옮기는 도학훈.
|
||
|
||
바로 다음 날에 동그란 표시가 되어있다.
|
||
|
||
|
||
|
||
잠시 고민하던 그는 고개를 저었다.
|
||
|
||
|
||
|
||
“내일은 좀 보러 가고 싶은 경기가 있어서 말이야. 저녁 일정은 좀 미뤄주게.”
|
||
|
||
|
||
|
||
“혹시, 아들분 경기십니까? 이름이 분명 도진….”
|
||
|
||
|
||
|
||
“자네.”
|
||
|
||
|
||
|
||
“…!!”
|
||
|
||
|
||
|
||
툭, 툭
|
||
|
||
|
||
|
||
항상 젠틀한 그에게서 좀처럼 들을 수 없는 극 저음의 목소리. 게다가 일정한 템포로 책상까지 두들긴다. 심기가 굉장히 불편한 때만 들을 수 있는 소리들이기에 비서는 극도의 긴장 상태에 빠졌다.
|
||
|
||
|
||
|
||
“불필요한 것엔 관심을 끄는 것을 추천하지. 자네가 굳이 알 필요 없는 것들에 관해서는 특히.”
|
||
|
||
|
||
|
||
“죄, 죄송합니다…!! 일정은 잘 조율해서 비워두겠습니다!”
|
||
|
||
|
||
|
||
헐레벌떡 집무실에서 나간 비서.
|
||
|
||
그가 나간 것을 확인한 도학훈은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책상 위에 엎어진 한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
||
|
||
|
||
|
||
“그 아이들은 잘 있으려나….”
|
||
|
||
|
||
|
||
사진 속에는 해맑게 웃고 있는 어린 시절의 도연, 그리고 도진의 모습이 담겨있다.
|
||
|
||
|
||
|
||
세계의 중심이라 불리는 한국 야구에서도, 가장 높은 곳에 군림 중인 한국 야구 협회의 57대 총재. 도학훈은 오늘도 깊게 한숨지었다.
|
||
|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