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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혁고 측 클린업 타자 세 명이 전부 커브를 노려 홈런을 만들어 냈다. 이게 의미하는 바는 한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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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쿠세가 노출됐잖아…! 태산이 내리고 진호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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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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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작에 바꿀 걸 후회해봐도 이미 3점이나 준 뒤다. 뒤이어 타석에 올라선 지수용이 담장을 맞추는 2루타를 뿜어내며 기세를 이어간 문혁고지만, 또 한 번 투수 교체를 감행한 금강고의 결단에 추가점을 뽑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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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경기는 8회, 금성묵이 노히트 노런을 달성하는 데까지 아웃카운트는 단 6개만을 남겨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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츄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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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도리를 불룩 세운 채로, 상대 타자를 먹잇감을 보는 것 마냥 혀로 입술을 쓱 핥는 금성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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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투수! 라는 느낌보다는 정체불명의 괴생명체와 맞붙는 느낌에 가깝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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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 타자 박철훈의 머릿속에 스멀스멀 한가지 생각이 올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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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정신 나간 놈한테 안타 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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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양이란 남의 약점을 지독하리만치 파고드는 족속. 그의 앞에서 그런 약해빠진 생각을 품는다면 결과는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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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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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 아우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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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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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스위퍼에 박철훈의 배트가 헛돌았다. 11번째 삼진을 잡아내며 포효하는 성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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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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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뭔가가 이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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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려야 할 무언가가 들리지 않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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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삼진 테마곡 왜 안 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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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부끄러움을 감수하고 삐끼삐끼를 가르쳐줬는데 틀지 않다니. 성묵은 이를 가만히 넘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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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 투수, 응원단석 쪽을 향해 뭔가 신호를 보냅니다!! 저건 무슨 뜻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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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자들의 의문은 곧 해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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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단 멤버들이 화들짝 놀라더니, 곧바로 응원단상에 올라가 삼진송을 틀고 춤을 추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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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진 일동이 입을 떡 벌리며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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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설마 했는데…, 금성묵 선수, 응원단에 직접 음악을 다시 틀라고 지시한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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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 선수의 피칭에 방해가 될까봐 틀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대기록에 도전하는 와중에도 음악을 신경 쓰다니. 살면서 이런 강심장은 처음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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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친놈 ㄷㄷ 이 상황에 음악 신경 쓸 겨를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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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ㅋㅋㅋ 기록은 기록이고 음악 다시 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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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wwwwwwwwwwwwwww 우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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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또라이 캐릭터는 첨 본다 ㄹ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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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너는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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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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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을 질린 눈으로 바라보는 동료들. 물론 상황을 전혀 모르는 입장에선 어리둥절할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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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꺼진 거 같아서 알려줬는데 왜 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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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다시 생각해보니, 수많은 관중이 보는 앞에서 실수를 지적하는 건 조금 야박했던 건가까지 생각이 든 성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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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기가 끝난 뒤 조용히 사과하기로 마음먹은 그는 이내 다시 피칭을 시작했다. 그것도 여전히 압도적인 모습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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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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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 아우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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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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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잌 아우우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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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역동적인 제스쳐와 함께 덕아웃으로 돌아가게 된 7, 8번 타자. 성묵은 8회 역시도 완벽하게 막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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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마운드를 내려오는 성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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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슬그머니 명신우 감독에게 다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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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 슬슬 동혁이 준비시킬 때 되지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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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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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 감독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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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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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성묵아. 너 부상이라도 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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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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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투수 준비 안 시키냐 물어봤더니, 뜬금없이 부상 당했냐는 명 감독의 말. 성묵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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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부상입니까. 저 멀쩡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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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왜…. 아,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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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의 반응으로 무언갈 깨달은 명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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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성묵의 어깨에 손을 툭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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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아, 아직 체력 좀 남지 않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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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좀 남기야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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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혁이, 한 번만 더 숨겨보자.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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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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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 감독의 제안은 일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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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금강고를 삼연타석 홈런으로 혼쭐 내며 핵타선을 보유 중이라는 걸 만천하에 알린 문혁고지만, 핵 잠수함까지 숨겨둔다면 다음 경기에서도 전략적 이점을 가질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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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다음 경기 선발은 핫산일 테니 내가 던지진 않을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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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왕 이렇게 된 거 한 이닝 더 던지고 완투 한번 조져보자고 생각하는 성묵. 그가 고개를 주억이며 명 감독의 말에 수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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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까짓거 한번 던져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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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생각했다. 성묵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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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를 척 세우는 명 감독. 그는 성묵이 돌아가자 이태정 코치에게 슬그머니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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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정아. 성묵이 쟤, 아무래도 모르는 것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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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백프로 모르는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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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마운드에 올라선 성묵. 그는 이번 이닝에 무언가 공기가 다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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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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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장이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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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이상하리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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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막바지라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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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기를 지켜보는 모든 이의 시선은 오롯이 성묵의 기록에 쏠려있다. 그리고 거기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일반 관중뿐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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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스카우터, 빨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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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헉, 한청고 경기 보던 중이었는데 대체 무슨 일이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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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 냄새를 풍기는 좌완 파이어볼러 소식을 듣고 달려온 스카우터들 역시 하나씩 성균관 구장에 운집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인터넷 중계를 보는 수많은 야구팬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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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부담감을 받아야 정상인 상황 속에서, 성묵은 그저 씩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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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금성묵 선수. 또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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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4회 초에도 금성묵 선수가 웃은 뒤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데, 또다시 무슨 일이 생기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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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웃었냐고 묻는다면,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성묵은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미친 짓을 한 번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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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타자 1스위치, 언제 이런 짓을 해보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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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타자마다 태양신맥 설정값을 바꾸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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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체력 소모가 따르는 만큼 평소 같으면 엄두도 못 내겠지만, 지금은 체력 도핑과 초반의 절약 피칭 덕분에 체력이 꽤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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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성묵은 자신 있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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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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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신맥에 의한 스텟 변화가 초기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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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클 체인지업이 A->A+로 강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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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클 체인지업이 A+->S로 강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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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위 스텟이 A->A+로 강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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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석에 들어선 9번 타자의 몸이 부르르 떨리고 있다. 대기록의 희생양이 되는 순간이 임박했음을 깨달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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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타격 능력이 부족한데, 투지조차 꺾인 자가 금성묵의 S급 써클 체인지업을 건드리는 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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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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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잌 아우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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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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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구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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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써클 체인지업에 타자는 배트를 붕붕 돌리다가 삼진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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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란한 변화각에 스카우터들은 입을 떡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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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미친, 저 써클 체인지업은 대체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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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이 저 정도 완성도의 써클 체인지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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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프로에 가도 상급이라고 할 수 있는 써클 체인지업. 그러나 아직 놀라기는 이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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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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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신맥에 의한 스텟 변화가 초기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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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퍼가 B+->A로 강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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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퍼가 A-> A+로 강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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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위 스텟이 A->A+로 강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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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보여줄 것은 스위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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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도 훌륭한 구종이었지만, 태양신맥에 의해 강화된 스위퍼는 그 궤를 달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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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초반 보여준 그 각도를 생각하고 배트를 돌려보지만, 타자의 배트는 헛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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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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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잌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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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효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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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역시, 스카우터들은 난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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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냐…! 스위퍼 저 정도 아니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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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9회에 들어서 갑자기 강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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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말이 되냐 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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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스카우터는 ‘저 녀석 존재 자체가 말이 안 됩니다….’라고 말하려다 참았다.이 경기를 지켜보는 전문가들은 다들 같은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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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녀석, 공의 위력을 숨기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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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에서도 먹힐 강력한 스터프를 일부러 숨겼다가, 필요할 때만 살짝살짝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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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급조절이란 게 완숙한 프로 선수의 덕목이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저 어린 선수가 보여주는 힘 조절은 가히 경지에 도달해 있다. 스카우터들은 분주하게 여기저기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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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종료까지 남은 아웃 카운트는 단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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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대기록의 달성, 그리고 금강고라는 거인을 때려잡는 문혁고의 승리를 지켜보기 위해 숨죽이고 금성묵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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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은 조용히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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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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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신맥에 의한 스텟 변화가 초기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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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스텟이 B+ -> A로 강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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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스텟이 A-> A+로 강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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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위 스텟이 A->A+로 강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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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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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순간 보여줄 것은 역시 투수의 알파이자, 오메가인 직구. 성묵은 장전이 끝나게 무섭게 공을 뿌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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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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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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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한복판에 강속구가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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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세에 눌려 움찔한 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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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위원들은 구속을 보고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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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156km!! 금성묵 선수, 108구나 던졌음에도 여전히 구속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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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요. 오늘 여러모로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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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성묵은 정말 많은 걸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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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실력과, 그걸 보여주는 과정에서 동반되는 하체의 묵직함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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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것이 심히 호불호가 갈릴 것임은 분명했지만, 압도적인 실력이 있다면 그것 또한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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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성묵에게서 기괴, 공포 등의 단어를 떠올리던 관객들은 점점 성묵에게서 경이, 신비 같은 단어까지 연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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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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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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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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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높이로 들어가는 하이 패스트볼에 타자의 배트가 헛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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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공 2개로 금성묵 선수가 스트라이크를 잡습니다. 카운트는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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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카운트는 단 하나! 대기록을 앞둔 성균관 구장은 도서관보다도 조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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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은 숨 쉬는 것조차 잊고 이 순간을 지켜봤다. 경기를 끝내는 데 필요한 공은 단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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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의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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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이 9회에 보여준 공들은 다들 엄청난 위력을 자랑했기에, 뭐 하나를 콕 집어서 가기가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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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직구가 올까? 아니야, 카운트에 여유가 있으니 써클 체인지업도 가능성 충분해. 아니면 스위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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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와 달리 성묵은 명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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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하나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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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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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의 오른 다리가 크게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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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채찍처럼 휘어지는 그의 왼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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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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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렬하게 미트를 향해 날아가는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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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르르 떨리며 솟구치는 공은, 그 어떤 저항도 없이 포수의 미트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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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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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잌 아우우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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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우렁찬 외침과 함께, 해설위원들도 날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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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 삼진!! 158km! 금성묵 선수가 6타자 연속 삼진을 잡으며 금강고를 박살 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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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대회 첫 등판에서 노히트 노런 달성! 첫 등판부터 금성묵 세글자를 팬들에게 똑똑히 각인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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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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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기의 승자는 문혁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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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효오오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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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마지막 우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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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을 불끈 쥔 성묵이 하늘을 향해 포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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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드를 향해 동료들이 우다다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것도 어째 하나같이 벅찬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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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악, 금성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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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이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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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 시주, 정말 대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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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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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은 어안이 벙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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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기뻐할 이유가 바뀐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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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강팀 이겨서 기뻐하면 기뻐하는 거지, 굳이 왜 다들 내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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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의 모습이 무언가를 축하하는 모양새라는 걸 성묵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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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오늘 그는 뭔가를 한 기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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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냥 대놓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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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너희들 왜 이렇게 난리냐. 고작 완봉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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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 완봉이요? 그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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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개소리…, 잠깐, 너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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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로 뇌 정지가 온 동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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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들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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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이 아무것도 모른단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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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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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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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만 보는 동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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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이 사실을 알려줘야 하기에, 오늘 쭉 호흡을 맞춘 석운강이 동료들의 시선을 받고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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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 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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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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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판을 한 번 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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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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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봐달라니까 시선을 돌리는 성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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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우선 이닝별 스코어의 나열이 쓰여있다. 팽팽하게 0의 행진이 이어지다가, 7회 말에 3점을 낸 뒤 스코어가 굳어져 3:0으로 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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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봤는데,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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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옆에도 한 번 봐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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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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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 개수가 적힌 칸이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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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문혁고 4, 금강고 0이라는 숫자가 버젓이 띄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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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뭐야. 금강고 놈들 안타 수가 왜 이렇게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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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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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뭔가 눈치챈 성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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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 0이 의미하는 바는, 실로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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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미친, 실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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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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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 후 공식 대회 첫 등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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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구 16삼진 1볼넷 0피안타 0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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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히트 노런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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