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4 KiB
Raw Permalink Blame History

석운강의 홈런 한 방으로 경기를 뒤집는 데 성공한 문혁고. 그 뒤부터는 경기가 술술 풀리기 시작했다.

뻐엉-!!

“스트라이크 아우웃…!!”

긴장이 풀린 핫산이 제 진가를 뽐내기 시작했다. 그는 한빛고 타자들을 허수아비로 만들며 삼진 쇼를 보여주었다.

♪ ♫ ♬~

그에 맞춰 문혁고 측에서 흘러나오는 삼진 테마송.

치어리더의 안무까지 더해지자 한빛고 측 관중들은 묘하게 열을 받았지만, 타자들이 족족 삼진당하는 판국에 손가락 빠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게 어느덧 경기는 5회에 접어들었다.

타석에 들어선 건 지수용.

명감독은 지수용에게도 실력을 숨기라고 말할까 싶었지만, 결국 그냥 두었다.

‘수용이한테 그런 거 시켰다간 괜히 타격 밸런스만 깨질 것 같단 말이지….

최아담이나 도도진 같은 단타 위주의 타자는 오히려 적들이 의식해주는 게 더 좋으니 놔뒀고, 석운강은 이미 유명해 감출 필요가 없어서 하던 대로 하라고 놔뒀다.

장타력 있는 타자는 다 실력을 숨기려고 했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차후 경기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 다음 경기에 방해가 될 거라면 차라리 마음껏 치게 놔두는 게 나았다. 지금처럼 말이다.

따악!

“오오오………!!”

다시 한번 터진 큼지막한 타구.

관중석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투웅!

점수 차를 크게 벌리는 지수용의 투런 홈런.

어느덧 점수는 8대 3까지 벌어졌다.

“우오오, 이 맛이지……!!”

주먹을 불끈 쥐고는 베이스를 도는 지수용.

그는 관객들에게 인사하며 싱글벙글 덕아웃에 들어갔으나,

“........”

“.......”

정작 팀의 동료들은 감감무소식.

다들 묵언수행 중이다.

“어어…?”

분명 자신의 첫 홈런을 따뜻하게 축하해줬어야 할 동료들이다. 무슨 사정이라도 있는 건가 싶어 주변을 얼쩡거리지만, 동료들은 계속 시선을 피하며 경기장만 하염없이 바라봤다.

“저기….”

“……….”

“어흐흑, 형님들, 친구들…. 저 홈런 쳤는데….”

안절부절못하며 두리번대던 지수용.

결국 그의 목소리에 물기가 맺혔다.

“쩝….”

“수용이는 저럴 거 같더라.”

보는 이에게 동정심을 일으키는 지수용 특유의 쭈글쭈글한 모습. 결국 팀원들은 무관심 세리머니를 종료하기로 했다. 대표로 일어난 성묵이 그에게 다가가 헬멧을 툭 쳤다.

퍼억!

“악!”

“얌마, 홈런 쳐놓고 왜 울려고 그러냐.”

“어, 성묵 형님…?”

지수용의 표정이 밝아졌다. 드디어 축하받을 수 있는 것인가 싶은 그였지만, 성묵은 악마 같은 웃음을 지을 뿐이다.

“그래, 기어코 우리들의 축하가 받고 싶다 이거지.”

뿌드득!

뼈 소리를 우렁차게 내며 손을 풀기 시작하는 선수들. 지수용은 무언가가 잘못됐음을 느꼈다.

“지수용 시주, 축하받을 일에 제가 가만히 있을 수 없지요.”

“이야, 미리 말하지 그랬어. 마음껏 축하해 줄 수 있는데!”

“혀, 형님들…!?”

문혁고 클린업 3인방을 필두로, 서서히 지수용의 곁으로 모여들기 시작하는 선수들. 곧 지수용이 바라고 바랐던 축하 시간이 다가왔다.

“축하한다 인마…!!”

투다다다닥!!

“형님들 잠시만, 끄아아악……!!!”

그의 헬멧 위로 쏟아지는 동료들의 무차별적인 폭격. 지수용은 본인이 원했던 것 이상으로 축하를 받는 데 성공했다. 그것도 아주 듬뿍.

그렇게 화목한 축하 시간이 끝나고, 문혁고는 다시 수비에 돌입했다.

따악!

“아웃...!”

타석에 들어선 타자가 땅볼로 물러나며 3아웃. 기세에 오른 핫산이 금세 이닝을 끝내 버렸다.

“핫산, 나이스 피칭이다. 짜식.”

“아, 성무크 형! 감사합니다…!”

성묵은 흡족한 표정으로 핫산의 등을 미트로 두들기고는 덕아웃으로 돌아왔다.

다시금 공격은 문혁고의 차례.

이제는 8번 타자, 타카히나 류지가 타석에 들어섰다.

“…아, 심심하다~.”

그는 명감독의 지령대로 철저하게 장타력을 숨기고 있었다. 팀이 1회에 밀릴 때만 해도 그냥 제대로 칠까 싶었지만, 석운강을 비롯한 앞 타자들이 알아서 폭발해주니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번 경기에서 그가 의도적으로 숨기는 것은, 장타력뿐만이 아니었다.

부웅!

“아이고~!”

“스트라이크…!”

류지의 배트가 크게 헛돌았다.

얼토당토않은 공에 돌아간 배트.

한빛고는 그가 선구안이 부족한 타자라고 여길지 모르지만, 현실은 달랐다.

류지는 지금 자신이 가진다 가장 큰 장점인 눈.

즉 뛰어난 선구안마저 감추고 있었다.

꽤 벗어난 공에도 스윙을 붕붕 해대는 모습은 그런 의도를 포함하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마냥 대충 한다는 소리는 절대 아니다.

“영차.”

딱!

그러다가 존 밑으로 떨어지는 공을 간결하게 맞힌 류지. 중견수 앞에 뚝 떨어지는 안타가 나왔다.

상대 배터리는 그가 떨어지는 공을 운 좋게 맞춰서 출루했다 생각하는지 꽤나 아쉬워했다.

‘사실 너희가 아쉬워할 건 아닌데 말이지.

류지 같은 강타자에게 그런 허접한 공으로 단타를 맞고 끝났다면 감사해야 할 일이다. 물론 한빛고 측이 그걸 알아차릴 일은 없겠지만.

9번 타자인 성묵이 타석에 들어섰다. 오늘 기록은 1타수 1안타 1볼넷. 그가 오늘 잡은 컨셉은 얍삽한 똑딱이 타자였다.

‘힘을 숨기는 건 숨기는 거고, 내 타율 망가지는 꼴은 못 보지!

졸렬한 스탯 관리라고 욕해도 어쩔 수 없다.

그의 목표 중에는 1라운드 지명 또한 있기에 스탯 관리는 아주 중요했다. 약팀 상대로 쉽게 스텟을 쌓을 찬스를 그냥 보낼 성묵이 아니다.

‘장타력만 숨기면 되는 거잖아?

태양신맥 스킬은 이런 상황에 사치인데다, 1단계인 약발조차도 발동되지 않을 정도로 상대 투수가 약했다. 그는 방망이를 짧게 잡고 안타 생산에 주력했다.

이번에도 그럴 생각이었다.

그래서 그냥 몸쪽 직구를 가볍게 툭 밀어 쳤다.

정말 그뿐이었는데.

따악…!!

“…어?”

공이 너무 잘 맞았다.

쭉쭉 뻗어나가는 타구.

성묵은 어안이 벙벙해진 채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거 왜 이렇게 멀리 날아가냐!?

괜히 경계 대상으로 찍혀 낱낱이 분석 당하고 싶지 않은 성묵이다. 무엇보다 전 타석까지 이 악물고 컨셉질한 게 억울해서라도 넘어가면 안 됐다.

“아오, 제발!”

그의 간절함이 효과가 있었을까.

강한 역풍이 불어오며 타구 속도가 다소 줄어들었고,

투웅!

공은 펜스 아랫부분을 맞고 큰 바운드로 퉁겨졌다. 공을 따라가던 중견수가 타구의 행방을 놓칠 정도로 말이다.

“후욱, 후우…!”

이제 막 2루에 도달한 성묵.

그는 지금 공이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그저 3루 쪽에서 주루 코치 역할을 수행 중인 도도진이 시키는 대로 뛸 뿐. 그가 성묵에게 보낸 신호는 3루까지 달려!’였다.

‘뛰라고…?

그 정도 타구는 아니었을 텐데, 수비 과정에서 무언가 이상이 있음을 깨달은 성묵. 속도를 늦추지 않고 가속을 붙인 성묵이 3루를 향해 내달렸다.

‘오케이, 3루타…!

성묵이 3루에 거의 도착했고, 도진은 빠르게 상황을 판단했다. 중견수는 이제 막 공을 던지려 하고 있다. 덩치에 비해 날렵한 성묵의 발이면, 충분히 할만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형, 뛰어요!!”

‘또…!?

여기서 더 뛰면 홈이다.

아무리 그래도 그건 좀 아니지 않나?

그런 생각에 제동이 걸고 싶어지는 성묵이였지만, BQ가 높은 도진이 괜한 판단을 내렸을 리도 없다.

‘에라 모르겠다…!

그렇게 내달린 홈.

성묵이 도착까지 10%가량을 남기고 있을 즈음, 포수에게 공이 도착했다.

“비켜 임마…!!”

“……!”

사자후를 빽 지르며 달려오는 성묵에게 놀라 흠칫한 포수. 금세 포수를 들이받기라도 할 것 같은 기세로 성묵은 내달렸지만….

촤아악!

그것은 어디까지나 페이크.

그는 급격히 몸을 낮추더니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으로 촥 미끄러졌다. 아차 싶은 포수는 뒤늦게 태그를 시도했지만, 성묵은 그의 글러브를 피해 홈플레이트를 손으로 쓱 훑었다.

“세잎, 세잎…!!”

심판의 세잎 판정에 덕아웃과 관중석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담장을 넘기지 않고 모든 루를 돌아 홈으로 들어와 버린 성묵. 그는 이번 해 공식 경기의 첫 홈런을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으로 장식해버렸다.

“치사한 자식, 자기 혼자 쏙 홈런 치고 말야.”

“쩝, 이건 예상 못 했지.”

짜악!

먼저 홈에 들어와 기다리던 류지와 하이파이브를 한 성묵은 이내 덕아웃에 돌아가 성대한 환영을 받았다. 성묵은 기쁘면서도 속이 복잡했다.

‘눈에 안 띄려고 했는데 말이지.

물론 일반적인 홈런은 아니니만큼 분석 대상에 들어가지 않을 가능성도 있지만, 일단은 기록상 똑같은 홈런. 금강고 측에서 어떻게 볼지는 모르는 일이다.

‘몰라, 이미 쳤는데 뭐 어떡해.

성묵은 그냥 될 대로 되라며 덕아웃에 몸을 뉘었다. 그의 그라운드 홈런으로 2점을 추가하며 어느덧 경기는 10대 3. 문혁고 측으로 완전히 기울어버린 경기. 이를 뒤집기는 여러모로 쉽지 않다.

문혁고는 계속 야금야금 추가점을 냈고, 한빛고는 8회에 등판한 박찬준에게서 점수를 뽑기는 했지만, 판도에 영향을 주기는 힘들었다.

따악!

“오케이, 1루!”

2루 쪽으로 온 타구를 잘 처리해내며 1루로 송구한 도도진.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올리며 경기는 끝이 났다.

스코어 14대 5.

문혁고가 기분 좋은 승리를 올리며 다음 라운드로 진출했다.

“다들, 수고했다…! 크흑!”

“흐윽, 흑…. 감독님….”

한빛고 측에선 감독과 선수 모두 눈물을 흘리며 아쉬워했다. 저들은 이제 다시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선 1년을 기다려야 하리라.

단 한 번의 패배에 1년이 끝나버린다는 것은 참으로 잔인한 사실이지만, 야구가 초인기 스포츠인 한국에서 그 수많은 학교가 다 대회에 참가하려면 어쩔 수 없었다.

“요, 수고했다.”

“나이스 플레이!”

그와 반대로 문혁고 측은 축제 분위기.

선수들이 각자 하이파이브를 하며 대회 첫 승리를 자축했다.

만족스러운 것은 관중들 역시 마찬가지.

1회에 핫산의 화끈한 불쇼로 쫄깃하게 만들어주더니, 공격 때 바로 시원한 사이다를 콸콸 들이부으며 관객들의 가슴을 뻥 뚫리게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한 치어리더의 응원 역시 빼놓을 수 없었다.

“오늘 치어리더 예쁘던데, 특히 그 분홍 머리.”

“걔 무용과 2학년이잖아. 귀여운데다가 춤선도 느낌 있더라.”

재방문 의사가 충만한 남성 관객 콘크리트 층의 확보는 전적으로 그녀들의 덕이라고 볼 수 있었다. 그 외에도 문혁고 측이 이번 승리를 기쁘게 여기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음, 이 정도면 계획대로다! 성묵아.”

“그러게요, 감독님.”

“네가 홈런만 안 쳤다면 말이지.”

“…크흠.”

예상치 못한 타구가 나오긴 했지만, 힘을 어느 정도 숨긴 채 이기는 데 성공했다. 금강고는 류지가 홈런 타자인 것도, 리동혁의 본업이 투수인 것도, 금성묵이 대단한 투수인 것도 전혀 알지 못한다.

아마 경기 당일에는 예상과는 사뭇 다른 형태의 라인업을 만나게 될 것이다. 자신들이 뒤통수를 맞았음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한 방 얻어맞은 뒤일 것이 분명하다.

‘자, 어디 거인 한 번 잡으러 가볼까.

타도 금강고!

무지막지 어려운 상대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충분히 할만했다.

문혁고의 시선은 이제 2차전에 맞붙게 될 강적을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