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2-novel-agent/content/references/novelpia/330404/44.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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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구가 너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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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산이 제구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원래 이렇게까지 날리는 편은 아니다. 다만 모두가 간과한 사실이 있다면, 핫산이 이전까지 팀에 속해서 경기를 치러본 적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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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뜻은 이렇게 관중들 앞에서 마운드에 올라오는 경험이 오늘 처음이라는 것. 그런 그에게 다짜고짜 맡겨진 대회 개막전 선발은 숨쉬기 힘들 정도로 무거운 중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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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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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핫산이 새가슴인 것은 아니다.
 
그는 총알과 폭탄이 빗발치던 파키스탄에서도 날쌔게 도망 다니며 살아남았고, 한국에 와서도 폭탄을 아무렇지 않게 다루며 아버지의 일을 도왔다. 어지간한 깡이 아니면 그렇게 하지도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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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오늘은 뭔가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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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성 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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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 날려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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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응원.
 
기본적으로 수비 때는, 공격 측 관중들의 응원을 투수가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 핫산은 이 처음 겪는 상황에 자기가 홀로 그 많은 사람을 맞서는 기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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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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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산의 공을 받으며 상태를 진단한 석운강. 이건 실력의 문제보다는 멘탈의 문제임을 깨달은 운강이 결국 마운드 위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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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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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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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목이 없다는 듯 고개를 떨군 핫산.
 
이번에는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수긍하고 따를 생각인 핫산이다. 그러나 그의 우려와는 달리, 운강은 종교적으로 해석될 이야기는 전혀 입에 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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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주, 제 미트가 아닌 타자를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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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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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말하자면, 직구를 던진 뒤 상대방의 표정을 한 번 살펴보십시오. 지금 같은 상황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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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님, 그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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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마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운강.
 
핫산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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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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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막 선발이라는 중책은 아직도 무겁다.
 
그래서 운강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다시 제구가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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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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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km의 직구가 몸쪽 깊이 들어갔다.
 
당연히 결과는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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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산은 이번에도 흔들린 제구에 미칠 지경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문득 운강의 조언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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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타자의 표정을 보라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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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산이 공을 던진 직후에 타자가 지은 표정.
 
그건 감출 수 없을 만큼 명확한, 긴장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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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했어, 내 공을 상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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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한 탓에 보이지 않았지만, 한빛고 타자들은 잔뜩 긴장해 있었다. 핫산의 강속구에 위협을 느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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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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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산은 이제야 조금 숨통이 트이는 것을 느꼈다. 그 사소한 심정 변화 하나로도 그의 제구는 훨씬 나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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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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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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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로 연속해서 집어넣었을 뿐인데 대처하지 못하고 삼진당해버린 8번 타자. 그는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으며 전광판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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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아웃만 잡으면…,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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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응원석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것도 공격 중인 한빛고 측이 아닌, 수비자인 문혁고 측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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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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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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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 성묵 선배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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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아가 한창 친구들과 치어리딩 춤을 연습 중인 연습실에 방문했다. 한창 열심히 연습 중이었는지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날 맞이하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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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거 마시면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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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앗, 이런 걸 다 사오시구! 감사해요, 잘 마실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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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수가 여러 개 든 봉투를 건네자 방실대며 감사를 표하는 노아. 사실 야구부 냉장고에서 쓱 가져온 것들이라 양심에 찔리기는 하지만, 그 사실을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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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습은 잘 되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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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순조로워요…! 다들 이런 재밌는 컨텐츠에 목말라 있어서 더 열심히 하는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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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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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반짝이는 걸 보니 꽤 재밌기는 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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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는 곧 경기라 한창 바쁘실 텐데,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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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할 게 있어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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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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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 응원가는 따로 준비 중이라 그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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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아마 늦어도 2차전 정도엔 준비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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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투수용으로도 만들어줄 수 있을까. 삼진 잡았을 때 틀 용도로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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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 좋은 생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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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전을 제압하려면 특색이 있어야 한다.
 
그것도 확 튀는 걸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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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어떤 동작을 하면 좋을까요. 이건 한 번 고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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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봐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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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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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한 번만 보여줄 테니까 집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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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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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걸 다시 하게 될 줄이야.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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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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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아 앞에서 한 춤 동작을 보여줬다.
 
삐걱댈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잘 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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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몸이 기억하는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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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시절 이 춤이 인기가 너무 많은 탓에 구단 유튜브에서 간판선수인 내게 하도 춰보라고 시켜댔다. 너 안 추면 선배들 시킨다 해서 억지로 췄었던 기억이 난다. 썩 좋은 기분은 아니지만 이렇게 써먹을 구석이 생길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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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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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여주는 동작을 지켜보고는 멍하니 서 있는 노아. 그녀는 곧 눈을 반짝이며 내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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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이거 너무 좋아요…! 뭔가 확! 하고 끌리는 느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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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그렇다면 다행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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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봐주세요. 이렇게 하는 거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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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내가 한 동작을 따라 해보는 그녀.
 
한 번 보고도 안무를 다 딴 건지, 상당히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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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하네. 역시 무용과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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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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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장이 아니라 진짜로 잘한다.
 
그냥 춤 관련은 앞으로도 믿고 맡겨도 되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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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르르 웃으며 좋아하는 노아.
 
그 뒤에 그녀는 곧 묘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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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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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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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악만 같은 표정으로 날 계속 쳐다보는 노아.
 
그녀는 갑자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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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선배! 저 갑자기 동작이 막 헷갈리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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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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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잘 해놓고 갑자기 헷갈린다니.
 
이건 또 무슨 해괴한 소리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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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 한 번만 더 보여주시면 알 것 같아요. 딱 한 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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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장난치는 겨었군.
 
한 번 혼쭐을 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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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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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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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헤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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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의 양 볼을 잡고는 죽 잡아당겼다. 비단결 같으면서도, 찹쌀떡 같은 오묘한 느낌이 손에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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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말랑말랑하니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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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중독될 것 같은 느낌.
 
나중에도 또 혼날 짓 하면 잡아당겨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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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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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나고서는 입술을 삐죽 내미는 노아.
 
나는 피식 웃고는 연습 잘하라는 말을 남긴 뒤 그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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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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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고 측의 타자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첫 번째 아웃카운트가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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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혁고 응원단은 그 틈을 파고든다.
 
다음 타자가 들어오는 그 짧은 교대 시간 동안, 공격 측의 응원은 어쩔 수 없이 멈출 수밖에 없다. 바로 그 순간에 문혁고 측 응원석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그것도 치어리더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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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뭐야. 수비 때도 치어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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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 때만 나오는 거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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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단석에 위에 올라간 치어리더들.
 
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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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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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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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반을 튕기며 엄지손가락을 세운 팔을 접었다 폈다 하는 간단한 동작. 그러나 묘하게 눈을 떼기 힘든 그런 마력이 있다. 일명 ‘삐끼삐끼’라 불리는 춤이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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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저거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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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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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안이 벙벙한 남성 관객들.
 
다른 건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일단 몇 번 더 보고 싶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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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음은 응원에도 즉각 반영됐다.
 
카운트는 2-2, 이전이라면 공격 중인 한빛고 측 응원으로 뒤덮여 있었을 경기장이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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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 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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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하산! 후딱 잡고 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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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혁고 측에서도 질세라 삼진콜로 응수했다.
 
호흡을 한 번 고른 뒤, 핫산이 제 5구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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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엉!!
 
​
 
“스트라이크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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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공에 타자의 배트가 헛돌았다.
 
두 타자 연속 삼진.
 
상대 타자들은 그의 공을 전혀 따라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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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아앗………!!!”
 
​
 
그에 맞춰 문혁고 측 관중석에서 터지는 함성. 다시 한번 경기장에 울리는 삼진 전용 음악.
 
두 번째 삼진까지 잡아낸 상황에 든든하게 울리는 관중들의 응원은 핫산의 자신감을 되찾아 주기에 충분했다. 그 뒤의 결과는 어찌 보면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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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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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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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km의 직구로 세 타자 연속 삼진.
 
안도의 한숨을 내쉰 핫산이 마운드를 천천히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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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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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아웃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성묵과 다른 동료들. 핫산은 고개를 푹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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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들, 죄송합니다. 제가 잘 못 던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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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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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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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은 글러브로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시작부터 3점을 주기야 했지만 아직 8이닝이나 남은 만큼 앞으로가 더 중요했다. 이 이상 추가 실점 없이 잘 던져서 이닝을 먹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합격점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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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수는 되찾아오면 그만이야. 지켜보고 있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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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짜식아. 우리만 믿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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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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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오르기 시작한 동료 타자들.
 
그들은 기껏 올라온 봄 대회 무대를 쉽게 끝낼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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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문혁고 타자들이 전의를 불태우며 타석에 들어서는 동안, 뻘쭘하게 덕아웃에 도로 앉은 사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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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나 9번 타자인 거 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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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나도. 작전인 거는 아는데 말이지. 막상 낮은 타순에 쳐박히니까 우울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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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멋있는 말은 다 해놨건만, 팀 차원의 약캐 코스프레로 인해 9번에 쳐박힌 성묵. 그는 8번 타자 류지와 함께 다소 뻘쭘하게 한참 남은 타석을 기다리며 경기를 지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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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투 타자는 유격수 최아담.
 
타격 능력 하나는 믿을 수 있는 타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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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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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구부터 노려서 친 최아담의 타구가 3유간을 타고 흘러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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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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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두타자부터 출루하는 데 성공한 문혁고.
 
타석에는 2번 타자는 도도진이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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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에 들어오는 공들은 끝까지 커트하며,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준 도진. 그는 결국 우전 안타를 뽑아냈고 무사에 주자는 1,3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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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높은 타순을 받을 줄이야. 내래 부담스럽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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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은 3번 타자 리동혁.
 
북한 엘리트 야구 교육으로 타자 훈련 역시 받은 그는 타격에도 재능이 있었다. 애매하다 싶은 볼에는 철저히 배트를 내지 않은 결과, 볼넷으로 1루에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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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빛고 입장에선 가장 피하고 싶던 상황.
 
무사 만루에서 전국구 타자인 석운강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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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윽, 하필이면 석운강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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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파워 스텟은 무려 A+.
 
프로에서도 당장 홈런 타자로 손색이 없는 파워를 가진 석운강의 파워를 경계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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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포수, 코칭진 모두가 마운드로 올라가 상황을 점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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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떡하죠, 거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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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만루 상황이더라도, 밀어내기로 한점주고 피할까 라는 생각을 들게 할 정도로 엄청난 압박감을 주는 게 석운강이라는 타자다. 그러나 감독 코치진은 의견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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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하자, 조금 잘 친다 뿐이지 쟤도 너희랑 똑같은 고등학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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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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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가 고교 최상위권 타자라 한들, 타자란 기본적으로 3타석 중에 2타석은 범타로 물러나는 게 현실이다. 그렇기에 이번 역시 그 확률에 기대해본 한빛고 측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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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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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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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사의 자랑이자 홍콩 국가대표.
 
석운강은 결코 평범한 고등학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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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에 경쾌한 타격음이 울려 퍼졌다.
 
하늘 높이 두둥실 떠오르는 타구.
 
구장 상단에 꽂히는 석운강의 역전 만루홈런이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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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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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감정 표현이 거의 없는 운강이지만, 이번 홈런이 핫산에게 큰 힘이 될 거라 생각한 그는 루를 돌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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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강의 만루 홈런으로 점수는 4:3.
 
문혁고 측 관객들은 점수를 내주자마자 만루 홈런으로 역전시켜버리는 시원한 전개에 열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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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파워 개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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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운강, 석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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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명성이 드높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그의 타격을 처음 보는 문혁고 측 관중들. 대회 첫 타석부터 홈런을 꽂아버리는 그의 호쾌함에 매료된 듯 그의 이름을 외쳐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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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미타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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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응원에 감사하다는 듯 홈인한 뒤 관중석을 향해 합장하며 덕아웃에 들어간 석운강. 그를 맞이하는 건 성묵과 류지, 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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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역시 문혁고 4번 타자. 우린 없어도 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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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나 그냥 운강이한테 다 맡기고 하위 타순에 쳐박혀 있을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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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덜대는 둘의 모습에 피식 웃음 지은 운강.
 
그는 두 손을 모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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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 같은 강타자와 함께 할 때 저 역시 가장 빛나는 법 아니겠습니까. 다음 경기부터는 부디 함께 해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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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냐, 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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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윗 공기 그리워서 죽겠다. 같이 좀 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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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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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과 류지는 운강과 강하게 손을 맞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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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런 한 방으로 막힌 혈은 뚫렸다.
 
이제 경기를 주도하는 것은, 다름아닌 문혁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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