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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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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구가 너무 안 되는데.

핫산이 제구가 좋은 편은 아니지만 원래 이렇게까지 날리는 편은 아니다. 다만 모두가 간과한 사실이 있다면, 핫산이 이전까지 팀에 속해서 경기를 치러본 적 없다는 것이다.

그 뜻은 이렇게 관중들 앞에서 마운드에 올라오는 경험이 오늘 처음이라는 것. 그런 그에게 다짜고짜 맡겨진 대회 개막전 선발은 숨쉬기 힘들 정도로 무거운 중책이었다.

“후우, 하아….”

결코 핫산이 새가슴인 것은 아니다.

그는 총알과 폭탄이 빗발치던 파키스탄에서도 날쌔게 도망 다니며 살아남았고, 한국에 와서도 폭탄을 아무렇지 않게 다루며 아버지의 일을 도왔다. 어지간한 깡이 아니면 그렇게 하지도 못한다.

그런데 오늘은 뭔가가 달랐다.

“김준성 안타…!!”

“한 방 날려버려…!!”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응원.

기본적으로 수비 때는, 공격 측 관중들의 응원을 투수가 오롯이 감당해야 한다. 핫산은 이 처음 겪는 상황에 자기가 홀로 그 많은 사람을 맞서는 기분을 느꼈다.

“음…….”

핫산의 공을 받으며 상태를 진단한 석운강. 이건 실력의 문제보다는 멘탈의 문제임을 깨달은 운강이 결국 마운드 위로 올라갔다.

“하산 시주.”

“………쓰님.”

면목이 없다는 듯 고개를 떨군 핫산.

이번에는 그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수긍하고 따를 생각인 핫산이다. 그러나 그의 우려와는 달리, 운강은 종교적으로 해석될 이야기는 전혀 입에 담지 않았다.

“시주, 제 미트가 아닌 타자를 보십시오.”

“네?”

“정확히 말하자면, 직구를 던진 뒤 상대방의 표정을 한 번 살펴보십시오. 지금 같은 상황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쓰님, 그게 무슨…?”

그 말을 마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운강.

핫산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후우….”

개막 선발이라는 중책은 아직도 무겁다.

그래서 운강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다시 제구가 흔들렸다.

뻐엉!!

154km의 직구가 몸쪽 깊이 들어갔다.

당연히 결과는 볼.

핫산은 이번에도 흔들린 제구에 미칠 지경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문득 운강의 조언이 떠올랐다.

‘상대 타자의 표정을 보라고 했지.

핫산이 공을 던진 직후에 타자가 지은 표정.

그건 감출 수 없을 만큼 명확한, 긴장감이었다.

‘…긴장했어, 내 공을 상대로.

긴장한 탓에 보이지 않았지만, 한빛고 타자들은 잔뜩 긴장해 있었다. 핫산의 강속구에 위협을 느끼면서 말이다.

“후우…!”

핫산은 이제야 조금 숨통이 트이는 것을 느꼈다. 그 사소한 심정 변화 하나로도 그의 제구는 훨씬 나아졌다.

뻐엉--!!

“스트라이크 아웃!!”

가운데로 연속해서 집어넣었을 뿐인데 대처하지 못하고 삼진당해버린 8번 타자. 그는 송골송골 맺힌 땀을 닦으며 전광판을 바라봤다.

‘이제 2아웃만 잡으면…, 응?

그때 응원석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것도 공격 중인 한빛고 측이 아닌, 수비자인 문혁고 측에서 말이다.

‘에엣……?

“꺄~ 성묵 선배님!”

나는 노아가 한창 친구들과 치어리딩 춤을 연습 중인 연습실에 방문했다. 한창 열심히 연습 중이었는지 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날 맞이하는 그녀.

“자, 이거 마시면서 해.”

“아앗, 이런 걸 다 사오시구! 감사해요, 잘 마실게요!!”

음료수가 여러 개 든 봉투를 건네자 방실대며 감사를 표하는 노아. 사실 야구부 냉장고에서 쓱 가져온 것들이라 양심에 찔리기는 하지만, 그 사실을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진 않았다.

“연습은 잘 되어가?”

“완전 순조로워요…! 다들 이런 재밌는 컨텐츠에 목말라 있어서 더 열심히 하는 중이에요!”

“오, 그래?”

눈을 반짝이는 걸 보니 꽤 재밌기는 한 모양이다.

“선배는 곧 경기라 한창 바쁘실 텐데,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제안할 게 있어서 말이야.”

“제안이요?”

“타자 응원가는 따로 준비 중이라 그랬지?”

“네, 아마 늦어도 2차전 정도엔 준비될 것 같아요!”

“혹시 투수용으로도 만들어줄 수 있을까. 삼진 잡았을 때 틀 용도로 말이야.”

“우아, 좋은 생각이에요…!”

응원전을 제압하려면 특색이 있어야 한다.

그것도 확 튀는 걸로 말이다.

“으음, 어떤 동작을 하면 좋을까요. 이건 한 번 고민을…”

“자, 봐봐.”

“네…?”

“딱 한 번만 보여줄 테니까 집중해.”

“……??”

내가 이걸 다시 하게 될 줄이야.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다.

“와아…!”

나는 노아 앞에서 한 춤 동작을 보여줬다.

삐걱댈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잘 춰진다.

‘씁, 몸이 기억하는구만.

신인 시절 이 춤이 인기가 너무 많은 탓에 구단 유튜브에서 간판선수인 내게 하도 춰보라고 시켜댔다. 너 안 추면 선배들 시킨다 해서 억지로 췄었던 기억이 난다. 썩 좋은 기분은 아니지만 이렇게 써먹을 구석이 생길 줄이야.

“…….”

내가 보여주는 동작을 지켜보고는 멍하니 서 있는 노아. 그녀는 곧 눈을 반짝이며 내게 다가왔다.

“선배, 이거 너무 좋아요…! 뭔가 확! 하고 끌리는 느낌이에요…!”

“후, 그렇다면 다행인데.”

“한 번 봐주세요. 이렇게 하는 거 맞죠?”

어느덧 내가 한 동작을 따라 해보는 그녀.

한 번 보고도 안무를 다 딴 건지, 상당히 잘한다.

“잘하네. 역시 무용과구나.”

“앗, 감사해요…!!”

과장이 아니라 진짜로 잘한다.

그냥 춤 관련은 앞으로도 믿고 맡겨도 되겠구만.

꺄르르 웃으며 좋아하는 노아.

그 뒤에 그녀는 곧 묘한 표정을 지었다.

“흐흣…….”

“…?”

소악만 같은 표정으로 날 계속 쳐다보는 노아.

그녀는 갑자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앗, 선배! 저 갑자기 동작이 막 헷갈리는 것 같아요….”

“뭐?”

그렇게 잘 해놓고 갑자기 헷갈린다니.

이건 또 무슨 해괴한 소리란 말인가.

“춤 한 번만 더 보여주시면 알 것 같아요. 딱 한 번만!”

역시 장난치는 겨었군.

한 번 혼쭐을 내줘야겠다.

“까분다.”

꼬집!

“뿌헤엥…!!”

나는 그녀의 양 볼을 잡고는 죽 잡아당겼다. 비단결 같으면서도, 찹쌀떡 같은 오묘한 느낌이 손에 전해진다.

‘오, 말랑말랑하니 좋은데?

뭔가 중독될 것 같은 느낌.

나중에도 또 혼날 짓 하면 잡아당겨 봐야겠다.

“힝….”

혼나고서는 입술을 삐죽 내미는 노아.

나는 피식 웃고는 연습 잘하라는 말을 남긴 뒤 그 자리를 떠났다.

“스트라이크 아웃...!!”

한빛고 측의 타자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첫 번째 아웃카운트가 잡혔다.

문혁고 응원단은 그 틈을 파고든다.

다음 타자가 들어오는 그 짧은 교대 시간 동안, 공격 측의 응원은 어쩔 수 없이 멈출 수밖에 없다. 바로 그 순간에 문혁고 측 응원석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그것도 치어리더와 함께.

“오, 뭐야. 수비 때도 치어리더?”

“공격 때만 나오는 거 아니었어?”

응원단석에 위에 올라간 치어리더들.

한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 ♫ ♬~

“오…?!”

골반을 튕기며 엄지손가락을 세운 팔을 접었다 폈다 하는 간단한 동작. 그러나 묘하게 눈을 떼기 힘든 그런 마력이 있다. 일명 ‘삐끼삐끼’라 불리는 춤이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와, 저거 뭐냐…?”

“…좋은데?”

어안이 벙벙한 남성 관객들.

다른 건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일단 몇 번 더 보고 싶다는 것!

그 마음은 응원에도 즉각 반영됐다.

카운트는 2-2, 이전이라면 공격 중인 한빛고 측 응원으로 뒤덮여 있었을 경기장이었으나….

“삼진, 삼진…!!”

“어이, 하산! 후딱 잡고 들어가자!!”

문혁고 측에서도 질세라 삼진콜로 응수했다.

호흡을 한 번 고른 뒤, 핫산이 제 5구를 던졌다.

뻐엉!!

“스트라이크 아웃!!”

높은 공에 타자의 배트가 헛돌았다.

두 타자 연속 삼진.

상대 타자들은 그의 공을 전혀 따라오지 못했다.

“와아아앗………!!!”

그에 맞춰 문혁고 측 관중석에서 터지는 함성. 다시 한번 경기장에 울리는 삼진 전용 음악.

두 번째 삼진까지 잡아낸 상황에 든든하게 울리는 관중들의 응원은 핫산의 자신감을 되찾아 주기에 충분했다. 그 뒤의 결과는 어찌 보면 뻔했다.

뻐엉!!

“스트라이크 아웃!!”

156km의 직구로 세 타자 연속 삼진.

안도의 한숨을 내쉰 핫산이 마운드를 천천히 내려갔다.

“아…….”

덕아웃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성묵과 다른 동료들. 핫산은 고개를 푹 숙였다.

“선배님들, 죄송합니다. 제가 잘 못 던져서….”

툭!

“아냐, 잘했어.”

성묵은 글러브로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시작부터 3점을 주기야 했지만 아직 8이닝이나 남은 만큼 앞으로가 더 중요했다. 이 이상 추가 실점 없이 잘 던져서 이닝을 먹어준다면, 그것만으로도 합격점을 줄 수 있다.

“점수는 되찾아오면 그만이야. 지켜보고 있으라고.”

“그래, 짜식아. 우리만 믿어.”

“선배님들….”

불타오르기 시작한 동료 타자들.

그들은 기껏 올라온 봄 대회 무대를 쉽게 끝낼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그렇게 문혁고 타자들이 전의를 불태우며 타석에 들어서는 동안, 뻘쭘하게 덕아웃에 도로 앉은 사내가 있었다.

“…시발, 나 9번 타자인 거 까먹었다.”

“하하, 나도. 작전인 거는 아는데 말이지. 막상 낮은 타순에 쳐박히니까 우울하네….”

기껏 멋있는 말은 다 해놨건만, 팀 차원의 약캐 코스프레로 인해 9번에 쳐박힌 성묵. 그는 8번 타자 류지와 함께 다소 뻘쭘하게 한참 남은 타석을 기다리며 경기를 지켜봤다.

선투 타자는 유격수 최아담.

타격 능력 하나는 믿을 수 있는 타자다.

딱!!

초구부터 노려서 친 최아담의 타구가 3유간을 타고 흘러나갔다.

“아자아앗...!!”

선두타자부터 출루하는 데 성공한 문혁고.

타석에는 2번 타자는 도도진이 들어섰다.

존에 들어오는 공들은 끝까지 커트하며,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준 도진. 그는 결국 우전 안타를 뽑아냈고 무사에 주자는 1,3루.

“이렇게 높은 타순을 받을 줄이야. 내래 부담스럽소만….”

그 다음은 3번 타자 리동혁.

북한 엘리트 야구 교육으로 타자 훈련 역시 받은 그는 타격에도 재능이 있었다. 애매하다 싶은 볼에는 철저히 배트를 내지 않은 결과, 볼넷으로 1루에 걸어 나갔다.

한빛고 입장에선 가장 피하고 싶던 상황.

무사 만루에서 전국구 타자인 석운강이 등장했다.

“크윽, 하필이면 석운강이라니....”

그의 파워 스텟은 무려 A+.

프로에서도 당장 홈런 타자로 손색이 없는 파워를 가진 석운강의 파워를 경계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이야기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포수, 코칭진 모두가 마운드로 올라가 상황을 점검했다.

“어떡하죠, 거를까요…?”

아무리 만루 상황이더라도, 밀어내기로 한점주고 피할까 라는 생각을 들게 할 정도로 엄청난 압박감을 주는 게 석운강이라는 타자다. 그러나 감독 코치진은 의견이 달랐다.

“승부하자, 조금 잘 친다 뿐이지 쟤도 너희랑 똑같은 고등학생이다!”

“…넵!”

아무리 그가 고교 최상위권 타자라 한들, 타자란 기본적으로 3타석 중에 2타석은 범타로 물러나는 게 현실이다. 그렇기에 이번 역시 그 확률에 기대해본 한빛고 측이지만….

따악-!!

“……!!”

소림사의 자랑이자 홍콩 국가대표.

석운강은 결코 평범한 고등학생이 아니다.

야구장에 경쾌한 타격음이 울려 퍼졌다.

하늘 높이 두둥실 떠오르는 타구.

구장 상단에 꽂히는 석운강의 역전 만루홈런이 터졌다.

“…흠!”

본래 감정 표현이 거의 없는 운강이지만, 이번 홈런이 핫산에게 큰 힘이 될 거라 생각한 그는 루를 돌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운강의 만루 홈런으로 점수는 4:3.

문혁고 측 관객들은 점수를 내주자마자 만루 홈런으로 역전시켜버리는 시원한 전개에 열광했다.

“와, 진짜 파워 개 미쳤다!”

“석운강, 석운강……!!”

전국에 명성이 드높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그의 타격을 처음 보는 문혁고 측 관중들. 대회 첫 타석부터 홈런을 꽂아버리는 그의 호쾌함에 매료된 듯 그의 이름을 외쳐댔다.

“아미타불.”

그 응원에 감사하다는 듯 홈인한 뒤 관중석을 향해 합장하며 덕아웃에 들어간 석운강. 그를 맞이하는 건 성묵과 류지, 둘이었다.

“이야, 역시 문혁고 4번 타자. 우린 없어도 되겠는데?”

“그러니까, 나 그냥 운강이한테 다 맡기고 하위 타순에 쳐박혀 있을까 봐.”

투덜대는 둘의 모습에 피식 웃음 지은 운강.

그는 두 손을 모으며 나지막이 말했다.

“두 분 같은 강타자와 함께 할 때 저 역시 가장 빛나는 법 아니겠습니까. 다음 경기부터는 부디 함께 해주시죠.”

“오냐, 인마.”

“안 그래도 윗 공기 그리워서 죽겠다. 같이 좀 치자.”

짜악!

성묵과 류지는 운강과 강하게 손을 맞잡았다.

홈런 한 방으로 막힌 혈은 뚫렸다.

이제 경기를 주도하는 것은, 다름아닌 문혁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