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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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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혁고는 야구부의 첫 경기를 앞두고 매우 들뜬 분위기. 거기에는 이유가 다 있었다.

‘야구를 보러 가면 출석 인정!

문혁고에 전례가 없었던 파격 정책!

물론 여기에는 성묵의 입김이 들어가 있었다.

"휴교는 무리네, 휴교만큼은!"

“흠….”

첫번째로 꺼낸 휴교안은 대차게 거절당했다.

사실 휴교 후 단체관람이 고교 야구 관중 동원에는 최고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세종기에 진출한 강호 야구부나 쓸만한 방법인데다, 수업 진도가 왕창 꼬이는 학교 측 입장에선 절대 달가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이사장도 반대한 것이지만 성묵은 사실 거기까진 바라지도 않았다.

"휴교는 힘들다 이거죠?”

“어어, 그렇네만….”

"그동안 신경 써주신 거 아니까 이번엔 제가 많이 양보하겠습니다. 야구장 오는 학생들 출석 인정만이라도 해주시죠."

선심 썼다는 듯 대안을 제시하는 성묵.

이사장은 처음부터 그걸 꺼냈다면 반대했겠지만, 전체 휴교 같은 극단적인 방안으로 한 번 머리가 얼얼해진 상태이기에 성묵의 대안이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이 기간에 수업 빼고 야구나 보러 가는 놈들 대부분이 허수겠지...?'

똑똑한 문혁고 학생들이라면 수업을 빼먹고 야구를 보러 가는 사람이 많이 없을 거란 계산도 있었다. 흔쾌히 승낙한 이사장. 그러나 그는 머지않아 그 결정을 후회하게 된다.

"와, 문혁고 야구부 봄 대회 진짜로 나오네."

"출석 인증해준다는데, 같이 갈래?"

"아무리 그래도 수업 진도 따라가야지."

우리나라는 더더욱 수업을 빠지는 것에 거부감을 가진 학생이 많다. 그래서 관중 동원이 어려울 상황이었으나, 홍보 담당인 타카히나 노아가 교묘하게 소문을 퍼트리고 다녔다.

"문혁고는 첫 참가교라 탈락할 확률이 되게 높다는데, 다음 경기 보려면 또 1년 기다려야 되잖아…?"

“………!!”

대다수 학교 고등학생들의 청춘 콘텐츠가 바로 자기 학교 야구부를 대회에서 응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껏 남들 다 즐기는 컨텐츠를 우리도 인제야 즐기게 됐는데 1차전 광탈로 올 해는 더 이상 볼 기회도 없다?

‘딱 한경기 본다고 별 일 안 생기겠지…?

어차피 하루 정도라면 큰 차이는 없지 않을까 하는 감정이 문혁고 학생들의 머릿속에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 결과, 상당히 많은 학생의 발걸음을 옮기게 만드는 데 성공했다.

“나는 갈래, 난 3학년이라 학교 소속으로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아씨, 너 가면 나도 간다.”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며 경기 티켓을 구매한 문혁고 학생들.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수의 관객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문혁고 야구부였다.

경기 당일,

타카히나 노아의 무용과 친구들이 경기장을 방문했다.

“여기가 국립 성균관 구장…!!”

봄 대회가 시작했음을 알리기라도 하듯, 벚꽃이 만개 한 경기장 주변 풍경 속에 상당히 많은 관객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그녀들 중에 야구팬은 적지 않게 있었지만, 성균관 구장에 와본 사람은 적었다.

“여기는 아무래도 자기 학교 응원하러 오는 느낌이니까….”

“맞아, 재학생 할인 없으면 굳이? 라는 느낌이지.”

본인의 학교 경기면 무려 경기 관람료 80% 세일! 비싼 돈 주고 남의 학교 경기를 굳이 관람하는 사람은 적었다. 물론 세종기까지 진출하면 그건 그것대로 이야기가 달라지지만 말이다.

“우와, 진짜 커!”

600년 전 건축물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웅장하고 정교한 모습의 성균관 구장. 그 모습을 처음 본 몇몇 학생은 자연스럽게 한 가지 의문을 가졌다.

“우와, 여긴 그럼 안에 모든 시설이 다 600년 전 거야…!?”

“당연히 아니지. 겉만 그렇고 안에는 다 최신식 설비래.”

세계 유산에도 등재된 역사적 건물에 무슨 짓이냐며 반대 시위가 들끓기도 했지만, 어찌 잘 통과되어 아마추어 야구장으로 잘 쓰이고 있다.

일본 문화청이 국립 성균관 구장을 롤모델로 삼아서 ‘좋은 한국 문화 받아들이자.’라며 오사카성을 짬뽕식 건물로 지어놓은 것은 아주 유명한 이야기다.

“앗! 장영실 동상이다. 저기로 가면 되겠네!”

“야구장 설계하느라 세종한테 지독하게 갈려 나갔다던데, 불쌍해….”

구장을 설계하며 건축을 총괄한 장영실은 하필 처음 지은 구장부터 너무 잘 지은 탓에, 그 뒤에도 야구장을 짓느라 숱하게 갈려 나갔다는 후문이다.

티켓을 제출한 뒤 야구장 안에 들어간 무용과 소녀들. 그녀들은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 응원단석을 향했다. 그리고는 곧 볼 수 있었다. 경기 시작을 앞두고 최종 점검 중인 타카히나 노아를 말이다.

“여러부운, 와줬군요……!!”

깡총 뛰며 반 친구들을 맞이하는 타카히나 노아. 그녀는 푸른색 계열의 응원복을 입고 있었는데, 의외로 노출도가 상당했다.

“꺅! 노아, 너무 예뻐……!!”

“내 말이…! 오늘 남자 관중들 노아 때문에 경기에 집중 못 하겠는 거 아니야?”

“헤헤, 감사해요!!”

친구들의 칭찬 폭격에 어쩔 줄 몰라 하는 노아. 그녀의 친구들은 운동장 쪽을 쓱 둘러보더니, 노아에게 질문을 던졌다.

“오늘 노아네 오빠도 나오시는 거지? 그 류지 선배님?”

“아, 맞아요! 3루수로 출장하실 거예요.”

류지의 출전 소식을 듣고 ‘오오’하며 고개를 주억이는 그녀들. 아무래도 친구의 오빠니만큼 어느 정도 관심이 갔던 것이다.

“오늘 선발은 당연히 그 사람이겠지? 금발에 태닝한 사람.”

“아, 맞네! 그 개학식 날에 앞에 나왔던 사람.”

그날의 임팩트가 꽤 강했던 것인지, 그녀들은 성묵에 대해 어느 정도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당연히 이번 경기에 선발 투수로 나올 것이라 예상했다.

[곧 경기가 시작됩니다. 1회초 공격은 한빛고부터 시작되겠습니다.]

“앗, 곧 시작한대요…!!”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경기장에 시선을 집중한 노아. 곧 그녀가 기다리고 기다려온 청춘의 한 페이지가 시작된다.

그런데, 뭔가가 이상하다?

“후, 후우….”

마운드를 향하는 투수의 피부가 까무잡잡하긴 했지만, 머리색은 금색이 아닌 갈색이다.

그리고 이 상황이 긴장되는지, 부르르 떠는 모습이 관중석까지 보인다.

“…핫산!?”

노아가 놀라서 외쳤다.

대망의 봄 대회 개막전 선발은 놀랍게도 금성묵이 아닌 핫산이었다. 믿기지 않는 눈으로 전광판으로 눈길을 돌린 노아.

그녀는 곧 더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 문혁고 라인업

  1. 최아담 SS

  2. 도도진 2B

  3. 이동혁 RF

  4. 석운강 C

  5. 서경수 LF

  6. 지수용 CF

  7. 하산 이크발 P

  8. 타카히나 류지 3B

  9. 금성묵 1B

“에에에에엣……!!?”

전혀 이길 생각이 없어 보이는 개막장 타선의 라인업. 노아는 앳된 비명을 질렀다.

#######

라인업이 개판 5분 전인 데에는, 아주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

“성묵아, 우리 전력을 숨기자.”

장고 끝에 명 감독이 내린 결론.

바로 1차전에 전력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자세히 설명해보시죠.”

도도연 표 레포트를 든 채 페이지를 넘기는 명 감독. 그가 그린 큰 그림이 내 앞에 시연되기 시작했다.

“우선 첫 번째 이유부터 말해 보자면, 널 선발로 내보냈을 때의 승률은 자그마치 99%야.”

“압도적이네요.”

“그리고 핫산을 내보냈을 때의 승률은….

“85%. 여전히 높네요.”

“맞아,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약팀 상대로 널 내보내는 건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쓰는 격이란 말이지.”

확실히 한빛고는 봄 대회 1~2차전에서 탈락하는 게 어울리는 약한 팀. 굳이 나를 내보내지 않고 이길 수 있다면 아끼고 넘어가는 게 맞다.

“두 번째 이유, 2차전을 생각 안 할 수가 없어. 핫산이 분명 포텐셜이 좋은 투수긴 하지만….”

“아직 많이 서툴죠.”

“그래, 금강고의 강력한 타선을 상대로 버텨낼 재간이 없을 거다. 아직은 쉬운 고교를 상대하면서 경험치를 쌓을 필요가 있어.”

결국은 1차전부터 날 썼다간 2차전이 감당이 안 된다는 소리다.

전체적으로 나와 비슷한 그림을 그리는 명감독의 말에 고개를 주억였다. 금강고는 게임 속에서 여러 차례 상대해본 바가 있지만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

‘타선도 타선이지만, 그쪽 에이스의 멀대같이 큰 키에서 떨어지는 폭포수 커브는 악몽이지.

강호는 강호인 것일까.

도연의 레포트에서 금강고를 상대로 한 문혁고의 승률은 33%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서로 아무것도 모른 채 붙었을 때의 이야기. 확률을 가지고 노는 데이터 귀신이 있는 이상, 우리는 절대로 적들과 공평한 필드에서 싸우지 않는다.

명감독은 2차전 상대인 금강고 레포트 속에서 어느 문장 하나를 내게 들이밀었다.

“성묵아, 이 부분 재밌지 않냐.”

“어디 보자, 1차전에서 ‘전력을 감췄을 때’의 승률…?”

이전부터 도도연 레포트에서는 여러 상황별 승리 확률을 제공했지만, 이제는 더욱더 다양한 경우의 수 제공했다.

그리고 이번엔 가장 큰 변수를 창출할 수 있는 항목은 ‘힘을 숨길 시’였다. 문혁고의 전력을 제대로 숨겨서 금강고 측에 혼선을 준다면, 승률은 무려 50%까지 올라간다.

‘그러고 보니, 금강고가 방심을 잘한다는 설정이 있었지.

별 볼 일 없는 선수겠다 싶으면 분석 대상에서 제외하고 주력 선수만 집중 분석해 공략하는 게 금강고 스타일인데, 그러다 보니 상대 팀에 갑툭튀 선수가 나오면 손도 못 대고 당하는 일도 많았다.

아마 우리가 팀 전력을 제대로 숨긴다면, 문혁고 선수 중에는 석운강 정도만 집중 견제할 게 분명하다. 이런 부분까지 파악한 것을 보면, 역시 도도연의 분석 능력은 자타공인 1티어다.

“좋은 계획이네요. 그대로 하셔도 될 것 같아요.”

그렇게 명 감독은 약팀인 한빛고를 상대로 나, 류지, 리동혁을 감추는 것을 택했다. 그렇다고 경기에 내보내지 않는 건 아니다.

“너랑 동혁이는 타자로서만 쓸 건데, 큰 스윙은 최대한 자제해. 류지한테도 말해둘 거다.”

“옙, 그러죠.”

한방이 있다는 걸 굳이 보여줘서 경계심을 키울 필요는 없지.

오랜만에 똑딱질이나 해야겠구만.

“아, 하나 걱정되는 게 있는데요.”

“뭔데?”

“개막전 선발, 그거 고작 1학년 투수가 맡기에는 상당히 떨리는 자리거든요. 한 해를 여는 첫 경기에 처음 선발로 나간다는 부담감은….”

“성묵이 너, 부전고에서 개막전 선발 나간 적 있었나?”

“……커흠, 그냥 전해 들은 거죠.”

나도 모르게 빙의 전 이야기를 해버렸다. 잽싸게 꺼낸 변명 거리가 다행히 먹힌 듯 명 감독은 고개를 주억였다.

“물론 떨리겠지. 그런데 투수라는 게 그렇잖냐. 첫 번째 아웃 카운트만 잡으면….”

“긴장이 꽤 풀리죠, 아무래도.”

“그래, 핫산 그 녀석 탈삼진 능력 하나는 끝내주잖아. 믿고 한번 지켜보자고.”

핫산은 양민 학살 하나만큼은 탁월한 효과를 자랑한다는 강속구 원툴 투수!

그래서 한빛고 같은 약팀 정도는 쉽게 제압해줄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

“…얼레리요?”

한빛고 : 문혁고

3 : 0

1회가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점수가 왜 이 모양인가. 나는 마운드로 시선을 옮겼다.

“후우, 후우…!”

범인은 역시나 핫산.

녀석은 엄청난 기세로 볼을 난사해대며 상대팀에게 점수를 헌납했다.

‘뭐야, 무사 만루…?

심지어 아웃 카운트 하나 잡지 못했다. 게다가 나와 리동혁이 모두 야수로 나와 있어 다른 투수가 몸을 풀 수도 없는 상황.

‘…이거 수습되나?

낭떠러지로 천천히 밀리고 있는 문혁고.

시발, 아무래도 이거 힘을 너무 숨긴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