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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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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편성 라이브를 다 같이 모여서 보자고?"

"그래, 그게 더 시끌벅적하고 재밌지 않을까."

쉬는 시간에 성묵에게 류지가 제안을 던졌다.

꽤 괜찮은 방법이라 생각한 성묵은 고개를 끄덕이곤 물었다.

"너네 집 넓냐?"

"아니, 좁지. 그 좁은 거실에 남정네 10명이 모여있는 꼴을 보면 노아가 기겁할 걸."

"오, 끔찍한데."

여동생인 노아랑 같이 살기 시작한 모양인 류지.

아무래도 그의 집에서 보는 건 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석운강, 핫산, 지수용, 리동혁, 얘네들은 다 안될 거고..."

외부 영입조는 기숙사에 살고 있으니 기각.

그다음으로 성묵이 떠올린 사람은 도도진이다.

‘이 녀석, 꽤 멀리서 살았던 거 같은데.

성묵은 도진의 집이 꽤 멀었던 걸로 기억했다. 좀 멀더라도 빌리는 게 어딘가 싶어서 반으로 찾아가 물어봤는데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형, 저 이제 멀리 안 살아요. 학교 근처로 이사했거든요."

"어, 그러냐…?"

"아마 집에 모여서 보는 것도 형 부탁이면 될 거예요. 누나한테 한 번 물어볼게요."

그렇게 도연에게 전화를 걸어 허락을 구하자, 그녀는 흔쾌히 수락했다. 그렇게 조 추첨 방송은 도진의 집에서 다 같이 보는 것으로 결정됐다.

우르르 몰려서 도진을 따라 걷기 시작한 주전 멤버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점점 풍경이 고급스러워지는 것 아닌가.

"여기 부자 동네 아니야?"

"에이, 그냥 지나가는 거겠지."

이쪽은 알부자들이 꽤 많이 사는 동네로 유명했다. 그래서 모두는 그리 큰 집은 아닐 거라 생각했지만.

"여기예요, 들어오세요."

"!!"

"이런 미친…."

족히 50~60평은 될 것 같은 이층집에 멈춰선 도진. 그를 따라 들어간 모두는 고급스럽기 그지없는 집안을 두리번거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성묵은 도진이 이런 곳으로 이사했으리라곤 상상도 못 했기에 놀라서 물었다.

"뭐야, 이런 집으로 이사했었어?"

"형한테 말할까 고민하긴 했었는데, 최근에 많이 바빠 보여서 타이밍을 놓쳤어요."

"크흠…."

최근에 류지를 영입한답시고 팀 훈련도 빼먹고 다닌 성묵이다.

아직 학생인 도진이 돈을 벌었을 리는 없고, 도도연의 돈일 텐데 그 자금 출처가 몹시 궁금해졌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물어볼 수는 없었다.

‘도연 씨, 혹시 토토 했어요?

이렇게 물어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냥 좋은 일이 있었거니- 하고 성묵은 넘어가기로 했다.

“자, 이쪽으로 오시면 돼요.”

도진은 모두를 집 안쪽으로 안내했다.

그 와중에 벽에 걸린 액자를 본 지수용은 진심으로 감탄했다.

"우오옷, 도진! 너희 누나 진짜 이쁘시잖아...!"

평소같으면 그런 식의 누나 칭찬에 썩 기분이 좋지 않을 도진이나, 수용의 바른 인성을 알고 있는 그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응, 그치?"

"당연히 남자친구 분은 있지?"

"아마도 없….“

앞서가는 성묵의 뒷모습을 쓱 쳐다본 도진.

그가 곧 시선을 다시 수용에게 돌렸다.

“…음, 잘 모르겠네.”

“하하, 아무리 가족이어도 사생활까지 다 알기는 어렵지!”

그렇게 다른 선배들과 거실에서 합류한 둘.

야구부원들은 100인치에 가까운 대형 TV 앞에 둘러앉았다. 누군가가 한가지 안을 던졌다.

“중계 보면서 먹을 과자라도 사 올까? 남의 집까지 왔는데 우리가 뭐라도 사는 게 예의지.”

“인정, 가위바위보 해서 진 사람이 다녀오는 걸로….”

“아뇨, 괜찮아요.”

“………?”

기껏 먹을 걸 사 온다는데 말리는 도진.

물론 거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제가 혹시 몰라서 카드 받아뒀거든요. 먹고 싶은 건 이걸로 마음껏 시켜서 드시면 돼요.”

"........!!"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제 편의점 과자 따위는 그들의 뇌리에서 사라졌다.

"…갓도진, 숭배합니다."

“사실 전부터 형님이라고 부르고 싶었습니다.”

한창 먹을 거 많이 먹는 운동부 남자 십여명이 모인 자리다. 이럴 때 먹을 거 사주는 쩐주는 곧 큰형님이나 마찬가지.

조 추첨 직전에 도착한 열가지 종류의 배달 음식을 쿨하게 카드로 긁는 도진의 모습에 부원들은 꽤나 큰 감동을 받았다.

"우오오, 냄새 미쳤다…!!"

"잘 먹겠습니다!!"

일사불란하게 음식들을 펼쳐놓는 부원들.

그 와중에 피자를 싱글벙글 열어본 최아담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아이씨, 어떤 자식이 피자를 하와이안으로 쳐 시켜놨어?"

피자 토핑에 파인애플은 선 넘은 것 아니냐며 바로 정치질에 이니쉬를 걸기 시작한 아담이었으나, 범인은 그가 이 자리에서 범접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아, 선배 죄송합니다. 제가 시켰어요."

조용히 한쪽 손을 들며 사과한 도도진.

그가 호불호 갈리는 메뉴를 시켜 면목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엄…."

말을 잃은 최아담.

평소라면 뭐라고 한두 마디 더 했을 그였으나, 이번에는 상황이 많이 달랐다.

치킨을 씹던 성묵은 조용히 부원들에게 말했다.

"애들아, 족쳐라."

우르르!

쏜살같이 최아담에게 뛰쳐나간 부원들.

퍼버버벅--!

그들은 신과 같은 존재인 쩐주를 모욕한 이단자를 사정없이 밟았다.

"주는 대로 좀 쳐 먹어 임마!!"

"이 맛알못 새끼, 니가 파인애플 맛을 알아?"

"끄아악! 미안, 미안하다……!!"

류지에게 조차 결코 굽히지 않던 깡을 지닌 최아담이 처참하게 밟힌 채로 바닥에 널브러졌다. 그렇게 반동분자를 처분한 뒤 다시 시작된 먹부림. 안 그래도 잘 먹는 부원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리동혁이다.

“야야, 동혁아. 아무도 안 뺏어 먹어….”

걸신이라도 들린 듯이 온갖 배달 음식을 흡입하는 리동혁.

북한에서도 나름 로열패밀리였던 만큼 못 먹고 자란 것은 아니지만, 한국식 배달 음식의 다채로운 맛에 식욕이 터진 듯 보였다. 그러다 결국에 목이 막힌 모양.

“켈록, 켈록!!”

“야야, 체하겠다. 음료수 좀 줘라.”

“아이스크림도 있네, 좀 쉴 겸 가져가서 먹어봐.”

그렇게 음료를 벌컥 마신 뒤, 입가심 겸 아이스크림을 한 입 퍼먹은 리동혁. 지금까지 어떤 음식도 누렁이 마냥 퍼먹던 그의 표정이 싹 굳었다.

“으윽…!!”

“왜 그래, 무슨 일이야!”

“이, 이건…!!”

“…?”

“아이스크림에 치약을 넣다니! 대체 누가 신성한 음식에 이런 장난질을…!”

난생처음 맛보는 민트초코 맛에 경악을 금치 못한 리동혁.

이번에도 범인은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

“…동혁 시주, 제가 시켰습니다. 죄송합니다.”

“아….”

샤이 민초파였던 석운강이 허리 숙여 사과했다.

급속도로 숙연해진 분위기.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조 추첨 라이브가 곧바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오, 시작한다!”

[자, 서울권 봄 대회 조 추첨 진행하겠습니다!]

[우선, 이쪽이 작년 성적순으로 나열한 서울권 고등학교들입니다!]

촤르륵!

펼쳐지기 시작하는 서울권역의 고등학교.

그런데 하나하나 그 이름이 예사롭지 않다.

“우와, 명문고가 대체 몇 개야…?”

“서울 시드 아니랄까 봐 장난 아닌데요.”

'이사장이 이 악물고 야구부 안 만들려 한 이유가 여기 있을지도….'

결국 전국대회에 진출하고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문혁고의 지리 특성상 서울 시드를 뚫어야 하는데, 지방권보다 훨씬 어려운 난이도를 자랑하는 게 서울 시드였다. 물론 다른 지방 역시 상향 평준화가 되어서 어디든 쉽지 않지만, 서울은 그 정도가 꽤 심했다.

“후우, 유독 서울 시드만 빡세 보인단 말이지.”

나는 그냥 서울이 수도고 그만큼 명문 고등학교도 많고 인프라가 좋아서라고 생각했으나,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었다. 여기는 야구에 미친 세계관이라는 것을 말이다.

“역시 근본적인 원인이라 하면, 세종대왕 때문이겠죠.”

"아니, 또 세종이야....!?"

'어, 형이야.' 를 외치며 다시금 등장한 세종대왕.

이 야구 지상주의 세계관에서 뭔가 이상한 설정이 존재할 때, 범인으로 세종을 찍으면 대충 맞는다고 할 정도다. 도진은 곧 게임 속에서는 들을 수 없었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말하기 시작했다.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기록인데요, 거기에 따르면….”

때는 세종 24년, 1442년.

세종대왕은 어전회의에서 신하들에게 한가지 안을 던졌다.

"짐이 야구를 관람하기 위해 먼 곳까지 행차하는 것은 행정력의 심한 낭비가 아닐 수 없소. 궁에서 멀리 행차하지 않고 야구를 보고 싶소만, 경들은 성균관에 야구장과 야구 교습소를 짓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오?"

“……………!!”

눈이 휘둥그레진 신하들.

그들은 바로 땅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전하, 통촉하시옵소서!!"

“아니, 무슨 연유로 반대하는 것이오?”

"성균관은 유학의 도를 세우는 터전입니다. 어찌 야구 관람이라는 사사로운 목적을 위해 그 성스러운 공간을 침범하려 하시나이까...!"

“성균관을 건립하신 태조 대왕의 거룩한 뜻을 부디 잊지 마옵소서…!”

황희를 필두로 한 고위 관료들은 기를 쓰고 반대했다.

거기에는 겉으로 드러난 것과는 아주 다른 이유가 있었다.

‘야구장이 소음이 얼마나 심한데, 이거 통과시켰다간 마누라랑 딸내미한테 죽는다!

‘크윽, 우리 손주 이번엔 장원급제해야 한다고…!

내 아이는 좋은 환경에서 공부시키고픈 철저한 학부모 마인드!

세종 역시 깔끔하게 물러나는 모양새였다.

"좋소, 경들의 뜻이 그렇다면야 포기하겠소."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전하의 용단에 감읍하여 고개를 들지 못하겠나이다!”

평소라면 이렇게 적당한 WWE로 끝났어야 할 상황이지만, 세종의 사명은 자기 대에서 야구를 널리 보급하는 것. 결코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 신하들이 절대 거절할 수 없는 방안을 가져왔다.

“대신 황희 정승과 경들이 올렸던 사직 상소는 다시 한번 진지하게 검토를….”

“체력은 곧 국력!! 지금 당장 야구장 건립안을 통과시키겠나이다!!”

은퇴를 볼모로 잡힌 노대신들은 결국, 눈물을 머금고 야구장 건립안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라는 이야기에요.”

“오호라, 그렇구만.”

그 뒤에 성균관에 야구 교습소가 설치됐고, 거기서 훈련받은 선수들이 국립 성균관 야구장에서 많은 경기를 치르며 양질의 선수가 배출됐다.

자식 교육에 치맛바람이 부는 것은 당시 조선 역시 마찬가지. 많은 학부모가 아이를 성균관 야구학과에 보내기 위해 한양으로 올라왔고, 거기에 아쉽게 떨어진 학생들은 근처의 교습소로 향하며 자연스레 한양의 야구력이 높아졌다고 한다.

그 전통이 그리 쉽게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에, 지금도 서울에 야구 명문교가 많은 이유라고.

[자, 간단한 봄 대회 조 설명이 있겠습니다!]

  1. 서울권의 시드는 총 4개.

  2. 총 256개의 서울권 고교를 4개로 나눠 분배한다.

  3. 각 시드에서 결승까지 진출한 2팀은 여름 대회, 세종기 챔피언십에 출전할 수 있다.

자막으로 간단한 설명을 마친 뒤, 각 고교의 감독들을 하나씩 비춰주는 카메라. 끄트머리쯤에 명신우 감독이 보였다.

“오, 명감독님이다.”

“정장핏 좋으신데?”

그렇게 하나둘씩 나와 조를 뽑기 시작하는 각 팀의 감독들. 시간이 흐르며 조 추첨은 슬슬 극명한 희비가 갈리고 있었다.

A조 - 불지옥

B조 - 보통

C조 - 쉬움

D조 - 매우 쉬움

A조가 서울권 시드의 역대급 헬파티가 열렸다.

각 조마다 고루 퍼져있어야 할 작년 세종기 챔피언십 출전 학교가 무려 4조나 포함된 것이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6경기 중에 4경기를 엄청난 상대와 붙어야 하는 조가 만들어졌다.

“와, 저기 걸리면 2차전부터 금강고 만나네.”

“작년에 세종기 진출한 그 금강고…!?”

세종기 출전학교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전국구라는 의미. 아무리 금강고가 세종기 1라운드에서 탈락했다고 한들, 봄 대회를 박살 내고 전국에 간 강팀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다음은 더 헬파티인데? 기린 고등학교랑 대관령 고등학교도 있어.”

기린고는 세종기 32강, 대관령고는 16강 진출학교다. 점점 강해지는 팀들에 화룡점정을 찍는 학교가 있었다.

“미친, 한청고까지 있네. 역대급 지옥의 조잖아.”

서울의 절대강자 한청고.

작년 세종기 성적인 4강이 살짝 미끄러진 거라고 할 정도로 엄청난 전력을 자랑하는 초강팀이다.

“저기 걸리는 학교 너무 불쌍한데?”

“반대로 저기만 피하면 개꿀이란 거 아니야?”

이제 곧 문혁고의 추첨 차례가 온다.

모두가 ‘에이, 설마!’하며 TV에 시선을 집중했다.

[문혁고의 명신우 감독님, 나와주십시오!]

단상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가는 명 감독.

그가 바구니 안으로 손을 쓱 집어넣었다.

“감독님, 믿습니다…!!”

“드가자……!!!”

몇 번인가 공을 바꾸더니, 곧 하나를 뽑아 드는 명 감독.

카메라에 비춰진 공에는 쓰여있었다.

-A조

“…………….”

순간 사고가 정지한 부원들.

그들은 약 10초간의 뇌 정지가 끝나고, 일제히 비명을 질렀다.

“끄아아아악………!!”

“……이런 미친!!”

그렇게 문혁고는 파란의 A조에 합류했다. 지옥 불이 활활 타오르는, 아주 뜨거운 곳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