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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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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읍, 후우….”

“…후욱, 훕.”

그렇게 얼마나 치고받았을까.

우리 둘은 결국 우위를 가르지 못했다.

나나 타카히나 류지나, 숨을 헐떡이며 대치하고 있지만 모두가 알고 있다. 서로에게 더 이상 싸움을 계속할 기운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을.

“하하, 금성묵. 너 왜 이렇게 강하냐…?”

“내가 할 말이다, 자식아.”

“난 약하면 안 되지. 명색이 야쿠자 집안 아들인데.”

“…맞네.”

그렇게 서로를 바라보여 아무 말 없이 있던 와중.

“푸핫……!!”

“푸하핫…!”

우리는 웃음을 터트렸다.

긴 싸움은 승자를 가리지 못한 채 끝이 났고,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 딱히 다친 곳은 없지만, 밀도 높은 싸움으로 다리에 힘이 풀렸다.

“덕분에 개운해졌어. 고맙다, 금성묵.”

“그러냐? 고마우면 야구부 들어오던가.”

“아, 그건….”

다시 심각한 표정으로 뒤바뀌는 타카히나 류지. 나는 녀석의 말을 들을 것도 없다는 듯 다리를 퉁퉁 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피곤해서 오늘은 더 못 있겠다. 내일 오후 5시에 온유 강변길, 나 볼 거면 거기로 와라.”

대뜸 약속을 잡아버리고는 일어나자 당황한 눈으로 쳐다보는 녀석. 뭐 이런 놈이 다 있냐는 표정이다.

“야야, 잠깐만. 내가 왜 굳이 널 보러 거길….”

“강요한 적 없다. 오든지 말든지 알아서 해.”

이 녀석 같은 타입은 강압적으로 뭘 하면 안 된다. 평생을 권력과 힘으로 찍어 누르는 환경에서 자란 터라, 나까지 그렇게 나가면 무조건 반발심리가 생기기 마련. 시간차를 두고 서서히 공략하는 게 맞으리라.

“……으음.”

나는 그렇게 바닥에 앉아 고민하는 녀석을 두고 폐공장을 떠났다. 아오 씨, 다리 아파.

“왔냐?”

“그래.”

온유 강변길에서 5시에 보자고 던진 내 말 그대로 현장에 나타난 타카히나 류지. 뭔가 내 장단에 놀아나는 것 같은지 마땅찮은 표정을 지은 녀석이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그래서 뭐 하려고 부른 건데?”

“일단 좀 가볍게 뛸까.”

“뭐…?”

부른 이유를 물어봤더니 대뜸 뛰자고 할 줄은 몰랐는지 놀란 눈을 짓는 녀석. 뭔가 의도가 있나 생각하는 듯하더니, 순순히 고개를 주억였다.

“뭐, 어려운 것도 아니니까. 일단은 네 장단에 좀 맞춰볼까.”

그렇게 첫날은 가벼운 운동을 같이했다.

시시콜콜한 사담은 나누지 않았다.

특히, 야구의 야자도 녀석 앞에선 꺼내지 않았다.

“내일도 5시, 나올 거면 나와라.”

그저 다음에 만날 날짜를 고지했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힌 땀을 슥 닦은 녀석은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한번 생각해보고~”

팔을 휘적 저으며 가버린 타카히나 류지.

전혀 나올 생각 없는 듯이 대충 답하고 가버린 녀석이었으나….

“…여어, 안녕.”

내일도 녀석은 같은 장소에 등장했다.

그건 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마찬가지.

“벌써 다 마셨네, 나 물 좀 빌려주라.”

“자, 옛다.”

“오, 땡큐!”

러닝 하다 쉬는 시간에 내게 마실 물을 타가는 녀석. 매일 이 시간쯤에 만나 강변을 뛰는 게 일정에 굳어진 우리들.

그렇게 매일 보면서도 내가 오히려 야구 관련된 말은 안 하니 애가 탔는지, 달리는 와중에 녀석 쪽에서 질문을 던져왔다.

“야, 금성묵. 너는 야구 왜 하냐?”

“……….”

대뜸 이런 걸 물어올 줄이야.

나는 잠깐 생각을 정리하고는 녀석에게 답했다.

“살고 싶어서.”

“엥…?”

난생처음 듣는 답변이라는 듯, 요상한 표정을 짓는 녀석.

“몸에 이상이 생겨서 야구를 손에서 놨었거든. 진짜 죽겠더라고. 매사 무기력하고, 내 삶이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그러냐.”

생각이 많아진 듯한 타카히나 류지.

다소 중의적인 표현이다. 이전에는 못하게 된 야구를 다시 하며 살아있음을 느끼고 싶었고, 지금은 말 그대로 죽기 싫어서 열심히 야구를 하는 중이다.

‘최근엔 무기력함을 느낀 적이 딱히 없는 것 같네.

은퇴 이후 나를 늘 괴롭히던 감정은 금성묵에 빙의한 뒤 씻겨나간 것처럼 사라졌다. 목숨을 위협받는 미친 악조건 속에서도, 쌩쌩한 몸으로 다시 야구를 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가 내게 힘을 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럼 너, 목표는 뭔데?”

“여름 대회 우승.”

“……!?”

여름 대회, 그동안 나는 그렇게 부르곤 했지만 이 세계관에는 이걸 부르는 명칭이 따로 있다.

‘…세종대왕기 여름 챔피언십.

세종대왕기, 또는 세종 챔피언십이라 부르는 대회다.

세계화를 위해 영어 표기를 더 자주 쓰긴 하지만, 야구를 만든 위대한 왕 세종이 직접 창안한 대회로서 그 역사가 600여년에 달한다.

조선의 4번 타자 이순신 역시, 세종대왕기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선조에게 삼도수군통제사번타자로 임명을 명받았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라고 한다. 시스템이 내세운 ‘전국대회 우승’이 바로 이 대회를 의미했다. 그에 앞서 하는 봄 대회는 세종 챔피언십에 갈 64개의 학교를 뽑는 지역 예선에 지나지 않는다.

그야말로 고교 야구 선수들이 키워온 꿈과 실력을 맞부딪히는 무대. 야구를 제일 잘하는 한국에서도 기라성 같은 학교들을 뽑아서 진행하는 대회인 만큼, 세계의 시선이 쏠리는 데다 거기서 우승한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 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류지는 내 말을 딱히 진담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모양이다. 빵긋 웃으며 내 어깨를 팡팡 치는 녀석.

“이야, 농담도 참. 센스 좋은데?”

“농담 같아?”

“………?”

녀석의 표정이 싹 굳었다.

“너 진짜로…?”

“어, 진짜로.”

“……….”

입술을 꽉 깨물더니 내 시선을 피하는 녀석.

그 뒤로 우리는 그저 달렸다.

아무런 대화도 없이 아주 조용히.

야구를 개발한 걸로 그 이름을 널리 알린 세종대왕. 그는 세계로 시선을 넓혀봐도 모르는 사람을 찾기 힘든 위인이지만, 동아시아권에서는 특히 그 존재감이 컸다.

“아빠, 저는 세종기에서 우승할래요!”

이제 막 야구를 배우기 시작한 타카히나 류지에게 큰 꿈을 품게 할 정도로 말이다. 아들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는 타카히나 류켄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허허, 이 아비도 못한 걸 하겠다니. 우리 아들은 장차 나보다 위대한 선수가 되겠구나.”

야구 최강국인 한국에서도 핵심 선수로 자리 잡으며, 대활약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늘 류지에게 큰 이정표였다.

그러나 행복한 순간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그가 잠시 휴가차 일본에 돌아왔을 때였다.

“너 이 새끼, 무영회의 핏줄이 분명하렷다…!”

푸욱!

그는 그저 야쿠자 두목의 아들이라는 죄로, 적대 조직원의 칼에 어깨를 깊숙이 찔리고 말았다. 어찌저찌 자리에서 도망쳐 병원에 가보았지만, 의사는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일상생활에는 지장이 없겠지만, 선수 생활은 끝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야구선수로서의 삶을 택하며 핏줄의 저주에서 겨우 벗어났다고 생각했건만, 지독한 운명이 타카히나 류켄을 다시금 야쿠자로서의 삶으로 이끌었다.

빠악…!!

그는 자신의 용혈을 잠재우기 위해 종횡무진 적대 조직들을 휩쓸었다. 그리고 항상 그의 손에는 검은색 야구 배트가 들려있었다. 전문적으로 칼을 다루는 킬러조차 그가 야구 배트를 휘두르면 추풍낙엽처럼 쓸려나갔다.

야구공 대신 적대 조직원들의 골통을 깨부순 류켄은 피를 슥 닦아내며 류지에게 선포했다.

“류지, 야구 따위를 업으로 삼을 생각 말거라. 네 뜨거운 핏줄은 이 길이 아니면 감당할 수 없으니.”

“………….”

변해버린 아버지의 모습.

야구 선수로서 아들의 든든한 이정표가 되어주던 아버지는 이미 없었다.

처음에는 싫다고 반발해보았지만, 아버지의 그 한마디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네가 물려받지 않겠다면, 조직은 노아에게 맡길 수밖에.”

“…………!!”

세상 발랄하고 주변 사람들을 모두 웃게 만드는 노아.

하나뿐인 소중한 여동생을 이런 깊은 어둠에 물들게 만들 수는 없다. 그 때부터 류지는 야구를 포기하기로 마음먹었다.

분명히 그랬을 터다.

‘…젠장, 왜 그 말에 가슴이 뛰는 거지.

세종대왕기에서 우승하겠다는 금성묵의 말.

얼토당토않은 그 말에 류지의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그 꿈에 동참할 수 없다.

노아에게 그 자리가 가는 것만큼은 안 된다.

나 하나 꿈을 억누른다면, 동생은 행복하게 자기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수 있다. 그렇게 머리로는 생각함에도 가슴이 진정되질 않았다.

‘…일단 오늘도 녀석이랑 다시 이야기를 해볼까.

아마 봄 대회가 시작되면 자주 만나지 못하게 될 터. 금성묵과 이야기를 해보면 이 복잡한 심경이 정리되지 않을까 생각하는 류지다.

그런데 그가 크게 실수한 것이 있다.

본래 신출귀몰하게 치고 빠지며 폭력 서클들을 물 먹인 그다.

하지만 금성묵과 고정적으로 약속을 잡으며 너무 오랫동안 같은 장소에서 본모습을 노출했고, 그 소식은 류지를 호시탐탐 벼르고 있던 서클들의 레이더망에 포착됐다.

심지어 평소라면 알아차렸을 터인, 각목을 든 조직원들이 살금살금 다가오는 것조차 눈치채지 못했다.

잊고 있던 꿈에 순간 눈이 흐려진 탓이리라.

“찾았다. 이 새끼.”

퍼억!!

“이 자식, 왜 시간 됐는데 안 나와?”

분명 보기로 한 시간이 지났는데 코빼기도 안 보인다. 연락하기에는 전화번호도 모르는 데다, 설령 알았다 한들 제 여동생 문자도 씹는 놈이 답장은 하려나 모르겠다.

“어, 잠깐….”

흙바닥에 묘한 흔적이 보인다.

검붉은색으로 무언가 튀어있는 흔적.

나는 이게 뭔지 알고 있다.

“피…!?”

심지어 흘린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약속 장소에서 하필이면 혈흔이 발견되고, 류지 녀석은 보이지 않는 상황. 나는 어떻게 된 상황인지 이해했다. 그리고 극도로 분노했다.

“이 새끼들이……!!”

좀만 더하면 넘어오게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감히 내가 침발라 놓은 걸 뺏어가?

뚜둑!

나는 목을 풀며 혈흔이 이어진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금태양은 빼앗을 뿐, 빼앗기지 않는다.

그 법칙에 거스르려는 놈은 철저히 단죄한다.

“…모조리 도륙을 내주마.”

누군가는 말할 수도 있겠다.

야구 선수가 무슨 쌈박질이냐고.

그런 건 경찰한테나 맡기라고 말이다.

‘뭘 모르고 하는 소리지. 이거야말로 진정한 야구 선수의 소양인데 말이야.

내가 지금부터 하려는 것은 벤치 클리어링 훈련일 뿐, 절대 싸움이 아니다.

빈볼 맞히고 느낌 쎄하면 바로 선빵 갈기기, 상대 투수 달팽이관 쪽에 뺨싸다귀 날려서 제구 흐트러뜨리기, 상대방 눈에 흙 뿌리고 심판 몰래 낭심 갈기기 등등.

이런 훌륭한 기술들은 절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로지 실전, 실전 경험만이 진정한 야구 선수를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훈련’을 하러 떠났다.

겸사겸사 내 소중한 3루수도 구할 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