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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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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히나 노아를 처음 본 건 게임 중후반부쯤이다.

노아는 일본계 야쿠자 출신 선수를 영입하는 미션에서 등장하는데, 그 선수가 소속한 집단이 그녀가 2인자로 있는 무영회였다.

그 미션은 토가 나올 정도로 어렵다. 대부분의 유저는 실패한 뒤에 타카히나 노아를 보게 된다. 그 순간인 게임 속 유일한 등장인 그녀는 조직 탈출에 실패해 밧줄에 꽁꽁 묶인 부하를 상대로 모습을 드러낸다.

"달콤한 꿈은 잘 즐기셨나요?"

"조직을 떠나 새 출발 하고픈 그 마음은 이해하지만, 사람이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살 수는 없잖아요?"

"다른 길을 갈 수 있었음에도 굳이 이 조직을 선택했던 건 당신이에요. 이제 와서 갈팡질팡하며 조직의 기강을 해친 당신이 져야겠죠?"

“…읍, 으읍, 읍!”

그 일본인 조직원이 나중에 어떻게 됐는지 자세하게 나오지는 않지만, 아마 드럼통에 풍덩 빠지지 않았을까.

이렇게 임팩트 있는 한 장면만 등장한 일회용 캐릭터가 타카히나 노아다. 하지만 그 귀여운 미모에 세상만사 다 겪은 듯한 특유의 퇴폐미가 보여주는 갭에 적지 않은 팬을 보유했던 그녀다. 그런데…,

“꺄아, 어떡해…!!”

“꼭 한번 뵙고 싶었어요! 성묵 선배님…!!”

눈앞의 이 청순발랄한 여고생은 대체 누구인가.

아무리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지만, 너무 많이 바뀐 거 아니냐고...?

진심으로 기쁜 듯 방방 뛰는 이 모습은 절대 연기일 수가 없다. 어느 정도의 억지 텐션까지는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이런 목소리 톤, 행동, 눈빛 등등 여러 부분에서 이 모습이 진짜 지금의 그녀임을 드러내고 있다.

아무래도 10년 전과 후의 그녀는, 하늘과 땅 수준으로 성격이 다른 모양이다.

‘뭐, 순진한 여고생이면 나야 좋지.

지금 최우선은 타카히나 류지의 영입.

그녀가 고분고분 착한 성격이라면 오빠를 찾는 데도 쉽게 도움을 줄 테니 나한테는 좋은 일이다.

“난 왜 만나고 싶었던 거야?”

우선 나는 기본적인 것부터 물어보았다. 말 한 번 섞어본 적 없는 서로에게 용건이 있는 특이한 상황. 그녀가 날 만나고 싶은 이유가 류지와 관련된 무언가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나, 그런 쪽은 아니었다.

“엄청 인상 깊었거든요. 그날의 발표!”

“발표? 야구부 창단 발표닐?”

“네, 그 유명한 석운강 선수를 감탄시킨 특기생이라니. 한명의 고교야구팬으로서 어떤 선수일까 궁금했어요!”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그녀. 아무래도 다른 의도는 없고, 그냥 선수로서의 내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전부터 야구를 엄청 좋아했거든요! 원래 직접 응원단에 들어가려다 아빠가 반대해서 문혁고에 왔는데, 여기에 야구부가 생길 줄은 몰랐어요…!"

“어어, 그러냐….”

신나서 재잘대는 노아. 뭔가 여고생의 하이텐션은 따라가기 참으로 쉽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한창 기가 빨리는 와중에 그녀가 아차 싶었는지 땀을 삐질삐질 흘렸다.

"아, 죄송해요! 너무 제 이야기만 했죠. 그래서 선배, 저는 왜 찾으신 걸까요…!?"

이제서야 내 용건을 물어봐 주는 노아.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네 오빠, 타카히나 류지랑 연락할 수 있을까?"

"…!"

흠칫 놀라는 타카히나 노아.

시종일관 환한 미소로 대화하던 그녀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하, 오라버니를 찾으시는군요…. 그런데 어떡하죠."

“?”

"저도 연락이 닿지는 않아요. 최근엔 학교조차 잘 나오시지 않거든요."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다.

동생이랑도 연락을 끊고 산다니.

일단 만날 수 있어야 영입 제안이든 뭐든 할 거 아닌가.

그때, 희망의 빛 한줄기가 내려왔다.

"대신 오라버니를 만날 수 있을 법한 장소는 알아요!"

"그게 어딘데?"

내 질문에 다급함이 섞인 걸 눈치챘는지, 이내 소악마스러운 표정을 짓는 그녀.

"후훗, 알려드리는 대신 조건이 있어요!"

"조건?"

"저도 들어가게 해주세요, 야구부에!"

"뭐…?"

예상치 못한 역제안에 나는 놀랐다.

여자가 야구부에 들어와서 할 수 있는 것들은 대부분이 선수들의 뒷바라지다.

미래에는 무슨 일이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험악한 야쿠자 그룹 안에서도 험한 꼴은 보고 자라지 않은 게 확실했다. 그 안에서 공주대접 받으며 자랐을 그녀가 과연 선수들 뒷바라지를 제대로 할 수 있을까?

“ 혹시 선배님, 곱게 자랐을 텐데 운동부에 무슨 도움이 될까, 같은 생각 하신 건 아니죠?”

“ …크흠.”

“자, 한 번 들어봐 주세요. 제가 어떻게 야구부에 기여할 수 있는지!”

와서 여왕벌 놀이나 할 거라면 들이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하지만, 일단 한 번 자기어필의 기회는 줘보기로 했다.

“한 번 읊어봐.”

“우선은 응원! 무용 전공이라 춤 하나는 자신 있어요. 대회 때 제가 직접 치어리딩 할게요!”

이게 가장 큰 로망인지, 반짝반짝 눈을 빛내는 그녀. 나는 작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무용이랑 응원용 춤은 많이 다를 텐데?”

“괜찮아요, 유행하는 댄스에도 빠삭해요. 친구들이랑 릴스 찍으면서 다 춰봤거든요!”

“.....오호.”

미래에 암흑가에서의 모습 때문에 다른 타입일 줄 알았는데, 사실은 응원계 히로인 속성을 가졌을 줄이야.

‘응원계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상대팀에게 뒤지지 않는 응원이 선수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는 입 아프게 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응원단은 그렇게 뜨거운 팀 응원의 선봉장이다.

응원단에 에이스 치어리더 하나 있고 없고는 남성 관중들의 열기에 어마어마한 차이를 낸다. 이 외모에 춤 실력까지 갖췄다? 직관을 간 문혁고 남정네들은 경기 끝나고 밤에 잠을 못 이룰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모든 상황에 응원단이 필요한 건 아니잖아요? 그럴 때는 매니저로서 팀에 기여할게요!”

관중이 입장 않는 상황인 일반 훈련이나 연습 경기 등에서는 매니저로서 돕겠다는 의사를 밝히는 노아.

어릴 때 부터 집안의 마당에서 훈련하는 오빠나 조직원들을 케어하는 게 일상이라 어려울 것도 없다고.

놀랍게도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요즘은 SNS 시대잖아요? 만약 홍보 목적으로 문혁고 야구부의 유튜브나 인스타를 만들게 되면, 제가 관리해드릴게요…!”

슬쩍 자기 인스타 계정을 보여주는 그녀. 팔로워 숫자에 3만명 정도를 뜻하는 30K 글자가 붙어있는 걸 보면, 이쪽에도 소질이 있는 모양이다.

그녀 말대로 요즘은 자기 PR의 시대. 안 그래도 눈에 띄기 힘든 판국에 이렇게라도 홍보 수단이 있다면, 스카우커들에게 내 이름을 알리는데 나쁠 건 없다.

‘뭐야, 왜 이렇게 능력 있는데…?

다시 봤다. 혼자서 무려 3인분을 할 수 있을 줄이야. 생각보다 더 유능한 그녀가 이 정도까지 열의를 보였으면 고민할 것도 없이 붙여주는 게 맞다.

‘지금은 그냥 평범한 여고생이기도 하고.

아무리 미래에 뒷세계의 거물이 되는 미래가 걱정된다 해도, 무려 강산도 바뀐다는 10년 뒤의 이야기다. 지금 당장 탈이 날 걱정은 안해도 될 것 같다.

무엇보다, 그녀가 야구부에 있으면 그 오빠인 류지도 한층 영입이 한층 쉬워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조금이지만 있긴하다.

“그래, 야구부에 들어오는 걸 허락….”

“......?”

말을 하다가 마는 내 모습에 갸우뚱하는 그녀.

‘실수할 뻔했다.

애초에 나는 대외적으로는 일개 선수단 소속의 학생, 누구를 들이고 말고를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누구에게도 티 내선 안 된다.

“…하는 건 내 마음대로 못 해. 감독님에게 이야기해둘 건데, 내 이야기면 아마 수락하실 거야.”

“후후, 그런가요? 몰랐네요.”

묘한 미소를 짓는 그녀.

그런데 뭔가가 이상하다. 누구를 받아들이고 말고가 감독의 권한인 건 당연한 사실. 그런데 그걸 몰랐다니?

“뭘 몰랐다는 거지?”

“아! 별 건 아니구요.”

“.....?”

“야구부의 방향성을 정하는 최종 결정권이, 성묵 선배한테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

“앗, 제가 혹시 지레짐작한 걸까요...?! 그럼 죄송해요...!"

자기가 헛다리 짚은 건가 싶어 급격히 어쩔줄 몰라하는 표정을 짓는 그녀.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이야기가 샜나?

그녀를 호위하는 병력이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고, 그 눈이 많은 부분에 닿을 테지만 나와 이사장, 그리고 명 감독의 기묘한 관계를 아는 것은 쉽지 않을 터. 어떻게 알아차린 건지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데?"

잠깐 고민하던 그녀는 다시금 미소 지으며 그 이유를 말해주었다.

“으음, 그냥 느낌인데요. 이사장님도, 감독님도 선배의 눈치를 보는 게 느껴졌어요. 마치 상사를 모시는 느낌이랄까...”

‘그걸 그냥 눈치로 알았다고?

아버지 곁에서 조직 속에서 벌어지는 권력관계의 역학을 가까이서 봐온 덕분인지, 그녀는 겉으로 보이는 지위 외에도 누가 실질적으로 위아래인지를 판별하는 눈이 생긴 모양이다.

이미 들켰는데 더 잡아뗄 수도 없는 노릇. 나는 픽 웃고는 그녀의 입부를 허락했다.

"그래, 야구부에 들어와. 내가 말은 다 해둘테니까."

"꺄하~! 감사해요!"

깡충 뛰며 좋아하는 노아.

그녀는 벅찬 감정이 진정됐는지 약속한 정보를 말해주었다.

“약속은 지킬게요! 오라버니는 말이죠, 요즘….”

“……뭐?”

속닥대며 노아가 말해준 곳은, 굉장히 의외의 장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