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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나는 옥상에서 따로 올리비아와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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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녀를 밥 셔틀에서 해방시켜 주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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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올리비아.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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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깨끗이 청소한 도시락을 올리비아에게 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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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섬주섬 받아드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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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잘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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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경 와준 덕분에 잘했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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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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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들짝 놀라는 올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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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내가 못 알아봤을 거라 생각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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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랑 착각하신 거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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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글라스 쓴 거 너지? 너는 외모가 너무 눈에 띄어. 변장은 더 신경 써서 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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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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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도 얼마 없는데 누가 봐도 눈에 띄는 외모의 그녀가 와 있으면 모를 수가 없다. 들킨 게 부끄러운 듯해서 이 건에 대해 추가로 이야기는 꺼내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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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침묵하더니 도시락에 관해 묻는 올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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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어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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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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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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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뻐하다가 멈칫하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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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한 적 한 번 한 적 없는 내가 갑자기 칭찬하자 무언가를 느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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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방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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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바로, 올리비아와의 첫 만남 때 그녀가 떨궜던 서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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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서류. 이젠 진짜로 돌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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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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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 만족이야. 너는 날 만족시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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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부터 내가 내걸었던 조건은 ‘나를 요리로 만족시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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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이 트집 저 트집 잡으며 과분한 요리를 얻어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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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청현고 전에서 올리비아의 도시락이 원기 회복에 도움이 많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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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도 염치는 있다. 과분한 만큼의 밥을 얻어먹었으면 이 정도까지만 하는 게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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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이 서류가 뭔 내용을 담고 있건 별로 내겐 중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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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감사를 표하며 돌려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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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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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를 빤히 바라보는 올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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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 깊이 생각에 잠긴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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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 너 어디 약점이라도 잡힌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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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이 있다고 부르더니 씩씩대며 묻는 조리과의 동기인 김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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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불러선 이상한 말을 하는 그 의도를 모르겠다는 듯 올리비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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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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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잖아, 갑자기 네가 왜 그런 양아치 자식한테 요리를 만들어주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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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의 요리를 먹을 자격이 있는 건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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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우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기에 금성묵 같이 품격 없는 양아치가 그녀와 자신 사이에 끼어든 것을 도무지 용납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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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우 씨, 잘 모르는 사람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시는 건 좋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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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설마, 그 녀석이랑 사귀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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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올리비이가 미간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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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우의 주제넘은 간섭이 아주 불쾌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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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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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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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한테 요리를 만들어주던 제 자유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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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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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를 말하는 것을 피하는 것을 보니, 분명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 김준우. 그는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 바로 금성묵의 소문을 꺼내어 올리비아가 그를 꺼리게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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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부산 측 흥신소 직원을 고용해 부전고 시절 금성묵의 소문을 잔뜩 캐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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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 질 안 좋기로 유명한 놈이야. 내 지인에게 듣기론, 부산권에서는 유명한 양아치였다고 소문이 자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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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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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네 옆에 있는 것도 널 이용하거나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는 게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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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우 씨는 다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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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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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게 내뱉은 그녀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 듯 되물어오는 김준우. 올리비아는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담긴 욕망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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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 정도가 노골적이진 않아서 모른 척하고 있었을 뿐. 조리과 동기 이상의 관계가 될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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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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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잠깐. 올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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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차게 뒤돌아선 올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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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신을 부르는 김준우를 남겨둔 채 그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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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씨의 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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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치 않는 척했으나 계속 머릿속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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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이 부산권에서 유명한 양아치였으며, 그런 악질에게 약점을 잡힌 게 아니냐 하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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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사실이라고 하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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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소문을 그대로 믿기엔 이상한 점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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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금성묵이 소문대로 흉포한 양아치라면, 올리비아같이 가진 게 많은 사람의 약점을 잡았을 때 돈이든, 몸이든, 그 이상의 것이든 요구할 법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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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현실은 어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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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좀 해달랐더니 사람을 변태로 몰고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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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좀 보여달라고, 네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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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요구한 거라 해봤자 제육을 볶아달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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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조차 올리비아가 개떡같이 만들어왔음에도 쓴소리 한마디하고는 서류를 돌려주려고 했다. 네 약점이 뭐든 별로 내게는 상관없다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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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이 기묘한 관계가 이어진 것도, 순전히 그녀가 성묵의 혀를 만족시키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곧 성묵에게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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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괜찮겠어요? 이렇게 돌려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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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괜찮냐는 건데? 애초에 네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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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약점을 계속 잡아두면 이런저런 것들도 시키실 수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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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넌 나를 대체 뭐로 보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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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벅벅 긁은 성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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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단호하게 올리비아의 손에 서류를 쥐여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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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없다. 요리 한 번 얻어먹고 끝내려 한 게 조금 길어졌을 뿐이야. 애초에 난 이 서류가 뭔지도 잘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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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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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다는 눈을 하는 올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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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그때, 이 서류에 대해 알만큼은 알고 있다고 하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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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그냥 구란데? 너 은근히 순진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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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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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문이 막힌 듯한 올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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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이마를 짚은 그녀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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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지 않아요? 충분히 알아보실 시간도 있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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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궁금해, 알아볼 생각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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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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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추고 싶은 거 한두 개쯤은 다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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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먼 곳을 보며 과거를 떠올린 성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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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긴 기간은 아니었지만, 스타 선수로 살면서 숱하게 카메라에 시달렸다. 기자들과 렉카 유튜버들은 항상 그의 곁에 머물렀다. 마치 뜯어먹을 고기를 찾는 하이에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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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사소한 건덕지라도 주는 순간 미친 듯이 물어뜯기곤 했다. 상심이 컸던 은퇴 직후, 그가 더 피폐해졌던 건 그들의 탓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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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쓰레기들과 같은 족속이 될 수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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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처럼 먼저 약속을 어기고 개짓거리를 하지 않는 이상, 성묵이 남의 약점을 함부로 이용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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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보다 좀 길어지기야 했다만. 그동안 덕분에 즐거웠다, 올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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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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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익 웃는 금성묵의 미소를 보며, 올리비아는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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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는 소문 속의 그 양아치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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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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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한켠 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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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모를 동질감마저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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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 씨도 많이 힘들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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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얼음 공주’따위의 별명으로 불리며 수없이 많은 구설수에 시달린 그녀다. 하지도 않은 행동으로 소문이 퍼지고, 뒤에서 많은 욕을 먹고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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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는 금성묵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단지 저 불량한 외모 탓에 많은 오해를 샀을 뿐이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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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나를 밀어내려 한 것도 분명, 더 이상 상처받기 싫어서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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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자신의 소문을 듣고 실망한 사람들의 표정을 보는 것이 더 이상은 힘들었으리라. 겉은 강인한 야수 같아도, 속까지 그러리란 법은 없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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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제는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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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불량함 속에 감춰진 따뜻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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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팀 동료들한테 보여준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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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현고와의 경기 날, 홈런을 치고 돌아오며 축하하는 동료들에게 지었던 순진무구한 웃음. 악인이라면 절대 지을 수 없는 그런 종류의 웃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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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이란 인간에 대해 결론을 내린 올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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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은 절대로, 남의 약점을 함부로 쥐고 흔들 사람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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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믿는 그녀는 곧 충격적인 발언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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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그토록 숨기려 했던, 자신의 약점에 관한 내용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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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서류, 제 부정 유학에 관련된 서류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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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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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사정이야 있었지만, 유학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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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말은 이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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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학에 오기 위해선 일정 이상의 회화 능력이 필요하나, 아버지의 이름을 빌려 가짜 서류를 낸 올리비아는 일사천리로 한국 유학을 허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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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이 주운 서류는 다름이 아니라, 어학 성적을 조작한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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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자유로운 회화가 가능해진 올리비아는 이런저런 루트를 통해 다시 획득한 원본을 없애버릴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걸 우연히 성묵이 줍게 된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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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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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가 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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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이해했어. 그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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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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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을 삼킨 올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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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난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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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사정이 있어도 잘못된 방식으로 유학을 온 것은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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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성묵이 분명 그걸 걸고넘어지리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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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올리비아 네가 불법체류자라는 소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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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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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가히 상상도 못 한 성묵의 단어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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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비아가 크게 휘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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