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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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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나는 옥상에서 따로 올리비아와 만났다.
이제 그녀를 밥 셔틀에서 해방시켜 주기 위해서.
"야, 올리비아. 잘 먹었다."
나는 깨끗이 청소한 도시락을 올리비아에게 돌려줬다.
주섬주섬 받아드는 그녀.
"경기는 잘하셨나요?"
"구경 와준 덕분에 잘했지, 고맙다."
".........!!"
화들짝 놀라는 올리비아.
아마 내가 못 알아봤을 거라 생각한 모양이다.
"다른 사람이랑 착각하신 거 아니죠?"
"선글라스 쓴 거 너지? 너는 외모가 너무 눈에 띄어. 변장은 더 신경 써서 하는 게 좋겠다."
“앗….”
관중도 얼마 없는데 누가 봐도 눈에 띄는 외모의 그녀가 와 있으면 모를 수가 없다. 들킨 게 부끄러운 듯해서 이 건에 대해 추가로 이야기는 꺼내진 않았다.
잠시 침묵하더니 도시락에 관해 묻는 올리비아.
"…맛은 어땠나요?"
"맛있더라."
"정말요?"
기뻐하다가 멈칫하는 그녀.
칭찬한 적 한 번 한 적 없는 내가 갑자기 칭찬하자 무언가를 느낀 듯하다.
나는 가방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냈다.
그건 바로, 올리비아와의 첫 만남 때 그녀가 떨궜던 서류다.
"자, 서류. 이젠 진짜로 돌려줄게."
"......."
"조건 만족이야. 너는 날 만족시켰어."
애초부터 내가 내걸었던 조건은 ‘나를 요리로 만족시키는 것.
그동안 이 트집 저 트집 잡으며 과분한 요리를 얻어먹었다.
물론 청현고 전에서 올리비아의 도시락이 원기 회복에 도움이 많이 됐다.
하지만 나도 염치는 있다. 과분한 만큼의 밥을 얻어먹었으면 이 정도까지만 하는 게 맞았다.
이젠 이 서류가 뭔 내용을 담고 있건 별로 내겐 중요치 않다.
그냥 감사를 표하며 돌려줄 뿐.
"......."
서류를 빤히 바라보는 올리비아.
무언가 깊이 생각에 잠긴 표정이다.
####
"올리비아, 너 어디 약점이라도 잡힌 거 아니야?"
할 말이 있다고 부르더니 씩씩대며 묻는 조리과의 동기인 김준우.
갑자기 불러선 이상한 말을 하는 그 의도를 모르겠다는 듯 올리비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이상하잖아, 갑자기 네가 왜 그런 양아치 자식한테 요리를 만들어주는 건데!"
올리비아의 요리를 먹을 자격이 있는 건 나다.
김준우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기에 금성묵 같이 품격 없는 양아치가 그녀와 자신 사이에 끼어든 것을 도무지 용납할 수가 없었다.
“김준우 씨, 잘 모르는 사람에 대해 함부로 이야기하시는 건 좋지 않아요.”
“너 설마, 그 녀석이랑 사귀는 거야…?”
그 말에 올리비이가 미간을 찌푸렸다.
김준우의 주제넘은 간섭이 아주 불쾌했기 때문이다.
“아뇨,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그러면 왜…!”
“누구한테 요리를 만들어주던 제 자유 아닌가요?"
“크윽…!”
이유를 말하는 것을 피하는 것을 보니, 분명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한 김준우. 그는 전략을 바꾸기로 했다. 바로 금성묵의 소문을 꺼내어 올리비아가 그를 꺼리게 만드는 것이다.
그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 부산 측 흥신소 직원을 고용해 부전고 시절 금성묵의 소문을 잔뜩 캐냈다.
“그 녀석 질 안 좋기로 유명한 놈이야. 내 지인에게 듣기론, 부산권에서는 유명한 양아치였다고 소문이 자자해!”
“……….”
“분명 네 옆에 있는 것도 널 이용하거나 어떻게든 해보려고 하는 게 분명…!!"
"준우 씨는 다른가요?"
"뭐?"
작게 내뱉은 그녀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 듯 되물어오는 김준우. 올리비아는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담긴 욕망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다.
다만 그 정도가 노골적이진 않아서 모른 척하고 있었을 뿐. 조리과 동기 이상의 관계가 될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럼 이만."
“자, 잠깐. 올리비아!”
매몰차게 뒤돌아선 올리비아.
그녀는 자신을 부르는 김준우를 남겨둔 채 그 자리를 떠났다.
######
‘성묵씨의 과거.
개의치 않는 척했으나 계속 머릿속에 남아있다.
금성묵이 부산권에서 유명한 양아치였으며, 그런 악질에게 약점을 잡힌 게 아니냐 하는 말.
‘…으음, 사실이라고 하기에는.
그 소문을 그대로 믿기엔 이상한 점이 많았다.
정말로 금성묵이 소문대로 흉포한 양아치라면, 올리비아같이 가진 게 많은 사람의 약점을 잡았을 때 돈이든, 몸이든, 그 이상의 것이든 요구할 법도 했다.
그런데 현실은 어땠는가?
‘요리 좀 해달랐더니 사람을 변태로 몰고있어.
‘맛 좀 보여달라고, 네 요리.
기껏 요구한 거라 해봤자 제육을 볶아달라는 것.
그것조차 올리비아가 개떡같이 만들어왔음에도 쓴소리 한마디하고는 서류를 돌려주려고 했다. 네 약점이 뭐든 별로 내게는 상관없다는 듯이.
애초에 이 기묘한 관계가 이어진 것도, 순전히 그녀가 성묵의 혀를 만족시키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곧 성묵에게 질문을 던졌다.
“정말 괜찮겠어요? 이렇게 돌려줘도.”
“뭐가 괜찮냐는 건데? 애초에 네 거잖아.”
“…제 약점을 계속 잡아두면 이런저런 것들도 시키실 수 있잖아요.”
“하아, 넌 나를 대체 뭐로 보는 거냐.”
머리를 벅벅 긁은 성묵.
그는 단호하게 올리비아의 손에 서류를 쥐여주며 말했다.
“일 없다. 요리 한 번 얻어먹고 끝내려 한 게 조금 길어졌을 뿐이야. 애초에 난 이 서류가 뭔지도 잘 모르고.”
“네...?”
믿을 수 없다는 눈을 하는 올리비아.
“분명 그때, 이 서류에 대해 알만큼은 알고 있다고 하셨잖아요.”
“그거 그냥 구란데? 너 은근히 순진하구나.”
“………….”
말문이 막힌 듯한 올리비아.
잠시 이마를 짚은 그녀가 다시 질문을 던졌다.
“궁금하지 않아요? 충분히 알아보실 시간도 있었을 텐데."
"안 궁금해, 알아볼 생각도 없고."
"왜죠?"
"감추고 싶은 거 한두 개쯤은 다 있을 테니까."
잠시 먼 곳을 보며 과거를 떠올린 성묵.
그리 긴 기간은 아니었지만, 스타 선수로 살면서 숱하게 카메라에 시달렸다. 기자들과 렉카 유튜버들은 항상 그의 곁에 머물렀다. 마치 뜯어먹을 고기를 찾는 하이에나처럼.
그들에게 사소한 건덕지라도 주는 순간 미친 듯이 물어뜯기곤 했다. 상심이 컸던 은퇴 직후, 그가 더 피폐해졌던 건 그들의 탓이 컸다.
‘그런 쓰레기들과 같은 족속이 될 수는 없지.
이사장처럼 먼저 약속을 어기고 개짓거리를 하지 않는 이상, 성묵이 남의 약점을 함부로 이용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예상보다 좀 길어지기야 했다만. 그동안 덕분에 즐거웠다, 올리비아."
“.............”
씨익 웃는 금성묵의 미소를 보며, 올리비아는 확신했다.
이 남자는 소문 속의 그 양아치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임을.
“후후…….”
마음이 한켠 편해졌다.
왠지 모를 동질감마저 들었다.
‘…성묵 씨도 많이 힘들었겠지.
그동안 ‘얼음 공주’따위의 별명으로 불리며 수없이 많은 구설수에 시달린 그녀다. 하지도 않은 행동으로 소문이 퍼지고, 뒤에서 많은 욕을 먹고는 했다.
올리비아는 금성묵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다. 단지 저 불량한 외모 탓에 많은 오해를 샀을 뿐이라 생각했다.
‘처음엔 나를 밀어내려 한 것도 분명, 더 이상 상처받기 싫어서였겠지.
뒤늦게 자신의 소문을 듣고 실망한 사람들의 표정을 보는 것이 더 이상은 힘들었으리라. 겉은 강인한 야수 같아도, 속까지 그러리란 법은 없는 법.
그러나 이제는 안다.
그 불량함 속에 감춰진 따뜻함을.
‘그날, 팀 동료들한테 보여준 미소.
청현고와의 경기 날, 홈런을 치고 돌아오며 축하하는 동료들에게 지었던 순진무구한 웃음. 악인이라면 절대 지을 수 없는 그런 종류의 웃음이었다.
금성묵이란 인간에 대해 결론을 내린 올리비아.
‘이 사람은 절대로, 남의 약점을 함부로 쥐고 흔들 사람이 아니야.
그렇게 믿는 그녀는 곧 충격적인 발언을 내뱉었다.
그동안 그토록 숨기려 했던, 자신의 약점에 관한 내용을 말이다.
"그 서류, 제 부정 유학에 관련된 서류에요."
"……?!"
"여러 사정이야 있었지만, 유학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어요."
전말은 이랬다.
한국 유학에 오기 위해선 일정 이상의 회화 능력이 필요하나, 아버지의 이름을 빌려 가짜 서류를 낸 올리비아는 일사천리로 한국 유학을 허가받았다.
성묵이 주운 서류는 다름이 아니라, 어학 성적을 조작한 증거.
이제는 자유로운 회화가 가능해진 올리비아는 이런저런 루트를 통해 다시 획득한 원본을 없애버릴 예정이었다고 한다. 그걸 우연히 성묵이 줍게 된 것이고.
"아하."
"이해가 되시나요."
"응, 이해했어. 그러니까…."
꿀꺽.
침을 삼킨 올리비아.
‘비난하려나…?
아무리 사정이 있어도 잘못된 방식으로 유학을 온 것은 사실.
그녀는 성묵이 분명 그걸 걸고넘어지리라 생각했다.
"그러니까, 올리비아 네가 불법체류자라는 소리잖아?"
"………!?!"
그녀가 가히 상상도 못 한 성묵의 단어 선택.
올리비아가 크게 휘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