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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상태가 투음절맥(投陰絕脈)임을 깨닫고 갑자기 실소를 터트리자, 도도진은 날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형, 괜찮아요?”
“아아, 괜찮아. 부상이 생각보다 훨씬 괜찮아져서 말이야. 원래는 아예 못 던질 정도였거든.”
“아, 그런 거에요…?”
녀석에게 대충 내 히스토리를 설명해줬다. 1학년 말에 부상을 당해 장기간 재활을 하다 야구부가 없는 현재의 학교로 전학 왔다는 대략적인 이야기를.
내 이야기에 그러면 그럴 수 있겠다며 납득하는 듯한 도도진. 녀석은 내가 명문고 출신 투수였다는 것에 조금은 놀란듯했다.
아무튼 상태는 체크했으니, 이제는 치료받으러 갈 차례.
‘그 전에, 호감작 좀 해두고 갈까.’
“야, 도진아. 나만 연습 도움받기가 좀 그런데 온 김에 토스 배팅 정도는 하고 가.”
“저야 좋긴 한데. 그래도 돼요?”
“한 번 봐줄게. 쳐봐.”
피칭 센터마다 차이가 있는 듯했지만 여기는 가벼운 타격 연습 정도는 허락하는 듯했다.
따악!
내가 옆에서 토스를 올려주면 도도진의 배트가 돌아간다. 약 10개 정도를 올려준 뒤 나는 꽤 놀랐다.
‘뭐야, 따로 흠잡을 데가 없는데..?’
타격폼 하나만큼은 웬만한 프로 선수 뺨치게 완성도가 높았다. 나는 궁금증을 이기지 못하고 물었다.
“폼 좋은데? 너희 팀 코치가 봐줬어?”
“아뇨, 다른 사람이 봐줬어요. 저희 팀 타격 코치는 워낙 무능하거든요.”
“무능이라, 어떻게 무능한데?”
“무조건 어퍼스윙! 발사각 올려서 쳐! 이런 구닥다리 이론 신봉자예요.”
“거 최악이구만. 그럼 봐줬다는 사람은….”
“…아, 저희 누나가 봐줬어요.”
다소 쑥스러워하는 눈치다. 하긴, 고등학생쯤 되어서 코치 말 무시하고 배웠단 사람이 친누나면 좀 말하기 그럴 수도 있겠다.
“누나 분 능력이 대단하신데.”
이것만큼은 점수 따려고 하는 아부 따위가 아니다. 앞과 뒤의 무게 배분, 힙 힌지, 스윙 궤적 등 다양한 부분들이 흠잡을 데 없이 깔끔한 동작이었다.
분석의 천재인 만큼 최신 야구 이론도 꿰고 있는 그녀이기에 도도진을 이렇게 교정해준 것도 이상한 사실은 아니긴 하다.
“하하, 그렇죠…?”
“그래서 도진이 너, 작년 고교 리그 성적 어떻게 돼?”
“윽..”
헤실거리며 좋아하다가 정곡을 찔린 듯한 녀석.
“아… 타율은 2할 3푼 정도에, 안타 13개 삼진 7개요…”
가진 재능에 비해 상당히 아쉬운 성적이다. 저 성적에 기회를 꽤나 받은 것도 도진이 녀석이 수비나 주루 능력은 괜찮고, 팀이 강하지 않은 덕분일 거다.
그나마 삼진이 적고 볼삼비가 좋은 건 긍정적이지만, 그건 그다지 임팩트를 남기기가 쉽지 않다. 아마 이대로 가만히 두면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사라지는 선수 중 하나가 될 확률이 농후하다.
‘폼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면, 으음….’
여러 가능성을 떠올려봤을 때, 얼추 짐작이 가는 부분이 있었다.
“…테이크백.”
“네..?”
“테이크백을 좀 더 간결하게 줄여봐.”
테이크백, 투수가 공을 던지는 순간에 맞춰 타자가 팔을 뒤로 쭉 빼는 일종의 준비동작이다. 나는 얼추 이게 문제라고 확신했다.
“더 줄여.”
“이 정도요?”
“더!”
“형, 이러면 힘이 안 실리지 않을까요…?”
“너 지금도 아웃되는 타구 대부분이 힘 안 실린 비실비실한 타구가 대부분 아니야?”
“엇, 그걸 어떻게…!”
“넌 배트 스피드가 빠른 편이 아니라 좀 더 간결하게 갈 필요가 있어. 명심해. 맞추는 게 최우선이야. 불필요한 동작을 줄여서 스윗스팟에만 맞추면 공은 충분히 내외야를 빠져나가게 되어있어.”
“그건 생각을 못 해봤어요.”
“타격폼이든 스윙이든 사람마다 다른데, 테이크 백만 일괄적으로 뒤로 쭉 빼는 것만 정답이라는 것도 웃기잖아. 이쪽이 네 재능을 더 살리는 길이야. 한 번만 믿고 해봐.”
“형….”
이렇게까지 콕 짚어서 칭찬해주고 알려준 사람이 없었는지 감동받은 표정을 짓는 녀석. 나는 머쓱하여 시선을 돌렸다.
“킁, 이거만 신경 써서 다시 한번 쳐보자.”
“네, 형…!”
그렇게 다시 토스배팅이 시작됐다.
따악!
딱!
그리고 한 구 한 구, 도도진의 표정이 희열로 물들어갔다.
내 조언으로 아주 약간의 포인트를 바꿨을 뿐인데, 큰 변화를 느낀 모양이다.
“형, 이거 미쳤어요! 어떻게 그걸 잠깐 보고 단번에 알아채요?”
“내가 좀 야잘알이긴 하지.”
“진짜 고마워요. 이 은혜는 꼭 갚을게요…!”
다시 한번 허리를 푹 숙이며 감사를 표하는 도도진. 물론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하하, 괜찮아!’ 하면서 넘어가겠지만.
“오, 그래?”
“……네?”
“꼭 은혜를 갚고 싶다면야, 어쩔 수 없지.”
나는 일반적인 사람이 아니다.
원래도 그랬지만, 금태양이 된 지금은 더욱더.
나는 긴장한 도도진에게 아주 간단한 부탁을 하나 남기고 헤어졌다.
‘곧 문혁고에 야구부가 생길 거야. 그때 테스트 한 번만 보러와.’
‘아, 진짜 그거면 돼요?’
‘당연하지. 그냥 다른 학교 구경한다 치고 놀러 와.’
전학을 오건 그냥 원래 학교에 다니건 그건 자유라고 확실히 못 박아놨다. 그냥 나는 테스트만 보러 오라고 부채질만 해뒀을 뿐이다.
믿는 구석은 있다.
아마 정식 야구부 창설을 확정받고, 테스트를 볼 때쯤에는 녀석의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선수도 한명쯤은 데려왔을 것이다. 그러면 아마 녀석도 크게 흔들리겠지.
‘그때 전학 안 오고 배기겠어? 넌 그냥 우리 학교 2루수 확정이다. 도도진.’
벌써 쓸만한 녀석을 하나 손에 넣은 셈 치고 있는 난 종로3가역 쪽으로 향하고 있다.
‘12번 출구에 ‘그 사람’이 있었지.‘
내 투음절맥을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 그곳에 있다. 그렇게 종로를 향해 가는 와중에, 거대 전광판에서 한창 광고가 흘러나왔다.
[청백 요리사]
‘최고의 셰프들의 요리 대격돌! 넷플렉스에서 만나보세요.’
“쩝, 괜히 배고파지네.”
한때는 최고급 식당만 다닐 정도로 미식에 정통했던 나이지만, 지금은 상거지 그 자체.
얼마 전 양아치들 주머니에서 쌈짓돈을 털어온 덕에 당분간 그럭저럭 버틸 순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쫄쫄 굶어서 죽는 게 아닐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정도였다.
‘씁, 일할 시간 따위 없는데.’
금성묵은 친부모가 있기는 하지만, 어릴 적 버림받아 연락이 닿지 않는 모양이라 손 벌릴 사람도 없다.
남는 시간을 모조리 수련에 때려 박아도 모자랄 판국에 알바 따위에 시간을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인지라 고민이 더욱더 깊어진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덧 목적지에 가까워졌다.
“이쪽이구먼.”
내가 알고 있는 정보대로 종로3가 12번 출구에 도착. 그리고 바로 알아챘다. 어느 한구석에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며 앉아있는 중년 남성이 내가 찾던 그 사람이 분명하다.
"실례합니다. 서혁준 선생님 되십니까?"
"맞습니다만, 누구십니까?"
이 남성은 맹인.
눈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다. 하지만 동시에, 내 투음절맥을 치료할 유일한 사람이다.
나는 서혁준에게 다소 예의를 갖추고 물었다.
"금성묵이라고 합니다. 선생님."
"그렇군요. 저를 어떻게 찾아오셨습니까?"
"선생님, 혹시 아직도 침을 놓으십니까?"
서혁준의 침 실력은 꽤 유명하다.
그의 눈이 멀기 전까지는 말이다.
“난 침을 손에서 놓은 지 오래됐습니다. 이 두 눈을 잃는다는 것은 사람을 치료하는 일에 아주 치명적이니까요.”
“음, 확실히 그렇겠네요.”
역시 쉽지않다.
하지만 여기서 물러날 수는 없다.
“하지만 더 많이 보이게 된 것이 있으시지 않습니까.”
“.........”
잠깐 말을 잃었지만, 곧 고개를 가로젓는 서혁준.
"나 말고도 실력 좋은 사람은 많으니 그 사람들을 찾아간다면...."
"선생님이 아니면 안 됩니다."
"...........?"
"진심입니다. 제 어깨에 상태를 한 번 보시게 된다면 아실 겁니다."
"허어...."
내 간절함을 느낀 것일까.
머뭇대던 서혁준은 작게 고개를 주억였다.
“상태를 한 번은 보겠습니다만, 상체를 탈의해야 합니다.”
“…그럼 화장실로 가시죠.”
여기서 그런 짓을 하기엔 보는 눈이 너무 많아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철컥-
우린 역 내의 화장실에 들어가 대변 칸 중 빈 곳에 들어가 문을 잠갔다. 그리고 난 별 고민 없이 상반신을 탈의했다. 서혁준은 곧 가방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손에 주욱 짜기 시작했다.
“그건 뭡니까?”
“몸 안의 기운과 맥을 좀 더 잘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액체입니다. 자, 시작하겠습니다.”
찹!
그의 양손이 내 상반신에 착 달라붙었다. 그리고는 어깨를 기준으로 이곳저곳을 살펴보는 그.
“흐으음......”
시각을 잃은 대신 극도로 발달한 감각을 통해, 보이지 않는 많은 것을 들여다보는 것이리라.
뭔가가 내 안을 휘젓는 기묘한 느낌이 계속됐다.
그는 내 상태를 살펴보던 도중, 깜짝 놀란 반응을 보였다.
“천투지체...! 게다가 천타지체까지...! 이 정도 재능의 소유자는 처음 봅니다."
진심으로 흥미를 보이는 그의 반응에 내심 어깨가 으쓱해졌지만, 그건 오래가지 않았다.
“금성묵 씨는 반성을 좀 해야겠군요. 이런 엄청난 재능을 그렇게 형편없이 관리하다니.”
“엇, 저요?”
"예,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맥이 꽉 막힌 사람도 처음 봅니다. 정말 작정하고 관리를 안 해도 이 정도는 되기 쉽지 않은데 말입니다.”
“혹시 어떤 부분들이 가장 문제였을지...?”
“일단 추정되는 것만 말해보자면 준비 동작 없이 무리한 운동의 반복, 과도한 음주와 흡연, 불규칙한 수면, 몸속의 양기가 자주 급변하는 상황 정도일까요. 이런 행동을 계속 반복했다면 투음절맥에 걸린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크흠...."
그 어려운 걸 금성묵이 해냈다는 건가.
'이 개양아치 자식. 대체 뭔 짓거릴 하고 다닌 거냐.'
“과거에 어떻게 살았든 나를 찾아온 그 간절한 마음은 알겠습니다. 이만한 재능을 그냥 땅속에 묻히게 두는 것도 한국 야구에 큰 손실이겠죠.”
“그 말씀은...?”
“제가 당신을 치료하겠습니다. 금성묵 씨.”
“오.....!!”
나는 쾌재를 내질렀다.
여기서 협력을 못 받았으면 난 그냥 어깨 병신 금태양으로 1년 살다가 요단강을 건너는 거였다. 반대로 이것만 치료하면, 내 성장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렇게 기뻐하고 있는 와중에,
똑똑-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문 좀 열어주시죠!”
역무원의 고압적인 목소리가 문 너머로 들려왔다. 나는 별생각 없이 열라니까 문을 열었는데.
‘뭐여 시벌…?’
우리가 들어간 화장실 칸 쪽에 많은 사람의 이목이 쏠려 있었다.
“공연음란 행위를 했다는 신고를 받고 왔습니다. 남성분들끼리 들어간 칸에서 이상한 신음소리가 들린다던데.”
“에헤이, 공연음란은 무슨. 저는 그런 사람이 아닌, 어?”
그러고 보니 진료를 위해 벗었던 상의를 아직도 입지 않았다. 게다가 땀도 뻘뻘 흘리고 있었고. 아까 등에서 느껴진 요상한 느낌에 신음 비슷한 소리도 가끔 냈던 것 같다.
역시 그럴 줄 알았다는 시선이 나에게 쏠렸다.
“…오햅니다.”
나는 억울했다.
시발 진짜로.
나와 서혁준 선생은 역무원에게 엉망진창 혼났다. 다시는 오해받을 일을 벌이지 말라며 말이다.
“괜한 오해를 받았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나는 서혁준 선생과 헤어지기 전, 치료 D-day인 3주 뒤의 그날까지 변화구 수련을 하고 싶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자 서혁준은 고개를 주억이고는 가방을 뒤지더니, 한 물건을 내게 건넸다. 처음엔 기쁘게 받았던 나는 곧 그 물건의 흉물스러움에 기겁했다.
“아니, 잠깐만요. 이거 그, SM플레이 할 때 쓰는 거 아닙니까?”
내가 받아든 것은 입에 무는 재갈이었다.
그 외형이 특이 취향자들을 위한 성인용품괴 아주 닮았다는 게 문제였지만.
“겉보기엔 그렇게 생겼지만, 그거만큼 효과적인 게 없습니다. 그걸 입에 물고 투구하시면 기가 흘러나가는 걸 막을 수 있을 겁니다.”
“…미치겠네.”
이런 걸 매고 피칭 센터에서 훈련하고 있으면 얼마나 비웃음을 살까. 하지만 지금은 가오 따질 때가 아니었다.
이 꽉물고 받아든 나는 물건을 받고는 선생에게 감사를 표하며 작별했다.
어느덧 밖에 늬엇늬엇 해가 졌다.
‘가서 좀 쉴까.’
내일 하드 트레이닝을 다짐하며 걸어가던 그때. 멍 때리며 코너를 돌던 나는-,
퍼억!
“아읏…!!”
누군가와 성대하게 부딪혔다.
나는 살짝 휘청한 정도였지만, 상대측은 방아를 찍으며 넘어졌다.
“괜찮으세요?”
일단 그렇게 말하며 상대방을 확인하는데, 상당히 놀랐다.
‘오…?’
나랑 나이가 엇비슷해 보이는 백인 여성이었는데, 그 미모가 상당했다. 베이지 색의 포니테일 머리에 엄청난 볼륨감을 자랑하는 몸매까지.
다만 인상이 상당히 차가운 것이, 관심 없는 사람은 뭔가 투명인간 취급할 것 같은 느낌이랄까. 어린 나이부터 묘한 아우라를 풍기는 여자였다.
그런데, 처음 만나는 사람인데 뭔가 낯이 익었다.
‘아, 방금 본 전광판!’
넷플렉스에서 방영중이라는 청백요리사 광고판, 거기에서 주인공 까진 아니지만 중간 정도 급 크기로 붙어있는 얼굴이 딱 눈앞의 소녀와 똑같았다.
이름은 올리비아 뭐시기였던 거 같은데,기억은 잘 안 난다.
“..........!”
소녀는 손을 내민 나를 보고 흠칫 놀랐다.
감출 수 없이 흘러넘치는 이 양아치 끼 때문에 상당한 경계심을 품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일단 허리 숙여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잘 보고 다녔어야 했는데.”
내가 먼저 꾸벅 숙이며 사과하자 다소 안심하는 표정을 짓는 그녀.
“…아뇨. 저도 죄송합니다.”
다소 외국인 티는 나지만, 거의 완벽한 한국어로 사과해오는 그녀.
아까 충돌 과정에서 서로의 물건이 바닥에 떨어진지라 서로 주워주려고 허리를 숙이는데, 무언가 쎄한 감각이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아 시발, 맞다 그거...!’
내 손에 있어야 할 재갈이 보이질 않았다.
“자, 잠깐……!”
“이건?”
어느 모로 봐도 SM 플레이 도구처럼 생긴 재갈을 주워든 그녀의 표정이 썩어들어갔다.
터벅터벅-
탁!
“………받아요.”
새빨개진 얼굴로 내게 척척 접근해와서는 떠넘기듯 물건을 홱 넘긴 그녀는 내가 주워든 물건을 황급히 받아서는 도망치듯 가버렸다. 나는 사무치는 쪽팔림에 머리를 탁 짚었다.
“하, 씨. 이게 웬 쪽이냐.”
그때였다.
저릿!
하반신에서 반응이 왔다.
갑자기 성욕이 올라왔다던가, 그런 느낌이 아니라…
‘이거, 저릿저릿 센서의 그…?’
저번에 양아치들을 족칠 때 느꼈던, 사람의 약점이 느껴질 때의 그 기묘한 감각. 그때보다 생생한 감각이 땅 쪽에서 느껴졌다. 나는 감각이 향하는 대로 시선을 내렸다.
“………뭐야, 이건?”
거기에는 한 파일철이 떨어져 있다.
그것도 빽빽한 종이가 여러 장 들어있는.
“없어, 도대체 왜…?”
올리비아 램지는 당혹스러웠다.
이 세상에서 기록 자체를 지워버리려고 했던 서류가 도무지 보이질 않았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가능성은 단 하나였다.
“설마…?”
아까 만난 금발의 양아치 남과 부딪혔을 때 서로의 물건을 주워줬었다. 그때 변태적인 물건을 만지게 되어 당황한 탓에, 차마 그 서류까지 신경 쓰지 못했다.
까득…
“…찾아야 해.”
그녀의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 서류에 담긴 것은 그녀 자신의 치명적인 치부. 이게 잘못되면 가족의 명예에까지 먹칠할 지 모른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걸 가진 것으로 예상된 그 남자를 찾아야 했다.
그리고 찾은 뒤에는…
‘어떻게 하면 조용히 해줄까.’
입막음할 예정이다.
그것도 아주 평화적인(?) 방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