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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악!
“오케이, 마이 볼!”
이번엔 충돌 없이 깔끔하게 플라이를 잡아낸 중견수.
임태율의 뒤를 이은 투수가 5번 타자 서경수를 뜬공으로 잡아내며 8회 초가 끝이 났다.
“끄아악, 선배. 정말 죄송하게 됐습니다앗…!!”
특유의 파이팅 넘치는 목소리로 중견수에게 사죄하는 지수용.
“후, 됐으니까 들어가. 태율이한테는 가서 사과하고.”
“넵…!!”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는지 덤덤하게 넘기는 중견수.
지수용은 임태율에게도 사과하기 위해 다가갔다.
평소라면 이미지 관리를 위해서라도 괜찮은 척을 했겠지만, 금성묵에게 잔뜩 긁힌 지금의 임태율은 세상 그 누구보다도 예민한 사람이었다.
“야, 수용아.”
“옙…?!”
“정신머리는 맨날 어디에 쳐 두고 다녀? 응?”
“죄송합니닷……!!”
“야, 야. 니가 개 염병 떨어서 강판당했는데 죄송하다 한마디면 끝이야?”
모두가 속으로 ‘그건 너가 홈런 맞아서...’라고 생각은 했으나, 굳이 입에 담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수용은 그닥 눈치가 빠른 사람이 아니었다.
“그건 선배님이 홈런을 맞, 커헉…!!”
“와, 이 씨발롬. 보자 보자 하니까 선을 팍팍 넘네.”
지수용의 배를 팔꿈치로 찍어버린 임태율.
그 통증에 지수용이 무릎을 꿇으며 꺽꺽댔다.
“빡대가리인 건 알았는데, 싹바가지까지 없네. 한 번 뒤져봐야 정신 차리지?”
“야, 야. 임태율! 지금 뭐 하는…!”
“석호형, 잠깐, 잠깐만요!”
훈계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한 최석호가 나서려고 했으나 그를 뜯어말리는 팀의 후배들. 최석호는 그들을 떨쳐내려 했으나, 한마디에 멈출 수밖에 없었다.
“가, 감독님이 그냥 두래요.”
“감독님이…? 대체 왜….”
“실책으로 빌미를 준 것도 수용이 쪽이고, 대들기도 했으니까 그냥 두라고….”
“…하.”
머리를 탁 짚은 최석호.
감독이 임태율을 싸고도는 게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
고지식하게 감독에게도 할 말은 하는 최석호, 매일 농담도 건네며 살갑게 딸랑이는 임태율. 김대섭 같은 감독이 어느 쪽을 더 이뻐하며 힘을 실어주는지는 불 보듯 뻔했다.
“정 붙일 구석이 하나도 없네. 이 망할 꼰대.”
안 그래도 좋지 않던 팀 분위기를 더욱 망치는 게 감독인 김대섭이라고 전부터 생각해온 최석호가 험상궃은 표정을 지은 채 덕아웃 밖으로 나갔다.
방해꾼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임태율.
그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지수용에게 다가갔다.
“수용아, 진짜로 죄송해?”
“옙, 예엡. 죄송합니다!”
“그럼 한 방 치고 와. 무조건 2루타 이상.”
“그런…!!”
“이거 못 치면, 너 올해 아예 출전 못 한다?”
“........!!”
“내 말이면 감독님 껌뻑 죽는 거 알지. 거짓말 같아?”
툭-!
배트를 거꾸로 잡고는 지수용에게 건네는 임태율.
지수용은 멍하니 배트를 받는 수밖에 없었다.
“후우, 좀 살겠네!”
그가 곧 한 꺼풀 후련하다는 표정으로 자리를 떠났다.
지수용을 온전히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쓴 것이다.
“……….”
그렇게 맞이한 8회 말, 청현고의 공격.
첫 타자는 아이러니하게도 지수용이다.
“후우, 후.”
평소의 화이팅 넘치는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죽상으로 타석에 들어선 지수용.
매사 즐거운 표정을 하던 그의 얼굴엔 어느새 강박감이 가득했다.
방금의 실수를 만회하고, 올해 계속 출장할 기회를 얻기 위해선 지금 쳐야 한다는 강박이. 금성묵이 보기엔 참으로 안타까운 광경이다.
“쯧, 하필이면 저런 데 들어가선.”
종종 저런 팀이 있다.
열심히 하는 사람만 병신이 돼버리는 그런 팀.
금성묵은 생각했다.
역시 지수용은 저딴 팀에 있기엔 아까운 녀석이라고.
지금 녀석이 계속 청현고에 남아있다면, 계속 상처만 받으며 제대로 성장하지 못할 것이 뻔했다.
‘역시 넌 문혁고가 딱이야, 지수용.’
결심을 세운 금성묵이 마운드에서 조용히 읊조렸다.
“스위치.”
[태양신맥太陽神脈(EX) 에 의한 스텟 변화가 초기화됩니다!]
[직구 스텟이 B+-> A로 강화됩니다]
[직구 스텟이 A -> A+로 강화됩니다]
[써클체인지업 스텟이 A-> A+로 강화됩니다]
[써클체인지업 스텟이 A+ ->S 로 강화됩니다]
그의 선택은 직구와 써클체인지업의 강화.
이번 강화로 써클체인지업은 무려 S급에 다다랐다.
‘궁금했단 말이지.’
처음으로 맛보는 S등급의 맛.
그는 천천히 음미해 볼 생각이다.
‘우선 직구 하나!’
금성묵의 손에서 초구가 던져졌다.
맹렬한 속도로 석운강의 미트로 날아가는 공.
뻐엉--!!
“크앗…!”
“스트라이크!”
가슴 높이의 하이 패스트볼에 지수용의 배트가 헛돌았다.
154km의 직구, 평소의 그였다면 내지 않았을 높은 코스였으나 지금 그는 평소와 같은 상태가 아니다.
“…오케이.”
배터리의 선택은 2구 역시 직구다.
터엉-!
지수용의 배트가 밀리며 공은 뒷그물을 때렸다.
이로써 카운트는 0-2.
타자에게 매우 불리한 카운트가 형성됐다.
'후우, 카운트 몰렸네. 비슷한 건 싹 다 커트하자!'
바깥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 정도만 조심하고, 다 걷어내자고 마음먹은 지수용.
그러나 성묵은 그가 치게 둘 생각이 없었다.
‘수용아, 이제 그만 들어가자.’
그의 선택은 써클 체인지업.
무려 S등급에 달하는 그 공이 금성묵의 손을 떠났다.
쐐액-!
“………?!”
지수용에게서 아주 멀리, 존 바깥으로 높이 날아가는 공.
제구가 심하게 빗나간 것이라고 모두가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만큼 존에서 멀리 벗어난 공이었으니까.
하지만 공이 꺾인다.
역회전하기 시작한 공이 존을 향해 찔러 들어온다.
‘설마…?’
한 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물고 하강하듯, 대각으로 떨어져 오는 공은 그 기세를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파앙!
공은 결국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은 채 포수 미트에 다다랐다.
그 아름다운 궤적을 넋 놓고 바라만 본 지수용.
공이 도착한 곳은 정확히 높은 존 모서리였다.
“……스트라이크 아웃!”
깜짝 놀란 심판이 한 템포 늦게 삼진을 선언했다.
그 역시도 금성묵이 던진 써클 체인지업이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올 것이라고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
“하, 하…!”
삼진당한 채로 서서 웃음을 터트린 지수용.
그는 후련한 표정으로 타석을 떠났다.
“와, 이런 투수도 있구나…!”
마치 신기한 것을 보기라도 한 듯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뀐 지수용. 엄청난 공에 당한 것이 상당히 감명 깊었는지, 임태율의 폭언은 이제 아무래도 좋은 듯 기분 좋게 들어가는 그였다.
그다음 타자 역시, 금성묵의 공에 맥을 못 추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카운트는 2-2.
이번에도 금성묵은 S급 써클체인지업을 꺼냈다.
틱!
“큭….”
맞추는데 급급한 나머지, 힘없이 뜬 공.
타자 역시 타구를 보곤 고개를 떨구며 걷는다.
누구든 잡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약한 타구였다.
도도진, 서경수, 우익수까지 잡기 위해 타구를 향해 달려갔다.
“야, 잠깐 이거…?”
“……!?”
그러나 절묘하게도, 그 셋의 삼각지대에 툭 하고 떨어지는 공.
수비진의 맥을 빠지게 만드는 행운의 안타가 나왔다. 본인들의 잘못은 아니지만, 공을 잡지 못한 세 야수가 모두 금성묵의 눈치를 보며 미안하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니미, 오늘 억까란 억까는 다 당하는구먼.’
수비를 탓하기도 애매한 상황.
실제로 이렇게 맥아리 없는 타구가 삼각지대에 툭 떨어져 안타가 되는 경우는 흔하게 있다. 공들여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은 투수만 힘 빠지는 일이지만, 이런 게 또 야구의 묘미였다.
“………크흠!”
이런 어수선한 상황 속에서, 아산 흑호 최석호가 우타자 타석에 들어섰다.
전 타석에서 금성묵에게 홈런을 뽑아낸 타자였다.
“이대로 손도 못 쓰고 지는 건 성미에 안 맞는단 말이지.”
딱히 감독을 위함도 아니고, 임태율을 위함도 아니다.
그는 올해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갈 팀 동료들의 사기를 위해서라도 여기서 해내야 했다.
‘슬픈 현실이지만, 내가 아니면 저놈을 상대로 점수를 뽑을 타자가 없다.’
최석호는 한 가지 방법을 썼다.
금성묵이 승부를 피하지 않게 만들 방법을.
처억-
최석호가 배트를 들고 펜스 쪽을 가리키는 동작을 취했다.
이 동작이 가리키는 바는 명확했다.
“예, 예고 홈런…?!”
“이런 미친, 아무리 전 타석에도 홈런을 쳤다지만…!”
양측 모두를 경악하게 만드는 최석호의 예고 홈런 제스처.
금성묵에게 한 번 더 홈런을 뽑아내겠다는 파격적인 예고.
청현고 측은 한 번도 저런 행동을 취한 적 없던 그가 갑자기 보여준 모습에 놀랐고, 문혁고 측은 이를 금성묵을 향한 강한 도발로 받아들였다.
“이러면 성묵 선배 입장에서 피할 수도 없지 않나요…?”
“그치, 딱 봐도 승부욕 겁나게 센 녀석이잖아. 무조건 맞붙을걸.”
팀메이트들은 성묵이 승부를 피하지 않으리라 봤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오호라…?”
애초에 거를 생각도 없었지만, 설마 자신을 도발할 거라곤 생각 못한 성묵.
그의 입꼬리가 씨익 올라갔다.
“이 돼지 새끼, 뒈지는 게 소원이면 들어주마.”
오늘 아산 흑돼지 맛 좀 보자며 입맛을 다시는 금성묵. 그는 이런 식의 자존심 싸움을 아주 좋아했다.
패배해본 적도 거의 없었고 말이다.
어느덧 막바지에 접어든 경기.
8회 말, 원아웃에 주자는 1루.
문혁고의 태양과 청현고의 호랑이.
둘 사이의 불꽃 튀는 리벤지 매치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