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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좌를 틀어 앉은 난 내 몸속의 흐름에 집중했다. 서혁준 선생이 투음절맥을 치료할 때의 감각대로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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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이렇게 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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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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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속에 흩어진 기운들이 응축되는 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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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꽉 틀어막힌 하반신의 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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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우선 한 번 부딪혀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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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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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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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아득해질 정도의 충격이 하반신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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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선수에게 급소를 풀파워로 차인다면 이런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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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겪어본 그 어떤 충격보다도 더한 고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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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 아직은 견딜 만 해. 한 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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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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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흐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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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보다 더 강력한 충격에 정신이 아득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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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버텨야 하는데, 점점 눈앞이 흐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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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여기서 정신을 놓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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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적으로 버티려 했지만, 이내 내 시야는 완전히 암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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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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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화장실에 갔다고 들었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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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신우 감독의 부탁으로 금성묵을 찾아 나선 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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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그냥 두긴 뭐 했는지, 자책하고 있으면 위로해주라는 것이 그 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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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강아, 네가 문혁고의 안방마님 아니냐. 좀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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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마님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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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강은 한국에서 흔히 포수를 ‘안방마님’이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것을 알고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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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이 부탁한 역할을 충실히 해내리라 마음먹은 운강. 금성묵이 좌절해있다면 보듬어주리라 마음먹은 그는 이내 화장실을 찾아냈다. 그리곤 문을 열고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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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 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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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좌를 틀어 앉은 금성묵의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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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을 잃은 듯 고개는 푹 떨궈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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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강은 바로 알아챘다. 그의 몸에서 기가 폭주하고 있단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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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에 대해 알만큼은 알고 있는 운강은 지금 그의 상태가 얼마나 위험한지 깨달았다. 이대로 둔다면 폐인이 된다는 것 또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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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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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의 등에 손바닥을 올리고는 눈을 감은 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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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몸 상태를 들여다본 운강은, 이미 중지하긴 늦었음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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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신의 맥이 꽉 막혀있군. 이걸 뚫으려 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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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근 방식 자체는 좋았지만, 너무 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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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약 조절이 중요한 부위에 다짜고짜 거칠게 들이박는 식으론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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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금성묵이 정신을 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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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큭, 운강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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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드리겠소. 정신을 잃으면 아니 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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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강은 서둘러 성묵의 기의 통제권을 잡고 방향을 유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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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급상제(緩急相濟), 느림과 빠름의 오묘함이 금 시주에게 필요한 길을 열어줄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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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거칠던 기운의 흐름이 느려지기 시작하더니, 다시 한번 맥에 쾅 부딪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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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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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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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이 입에서 피를 왈칵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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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운강은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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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다행인 것은, 세밀한 컨트롤을 함과 동시에 고통도 참아야 했던 때와 달리 이젠 몸속에 번지는 통증을 참기만 하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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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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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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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꽉 깨물고 견뎌내는 성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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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겁과도 같던 고통의 순간도 결국 끝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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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맥을 두들기던 어느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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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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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의 머릿속에 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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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몸을 감싸던 모든 속박이 풀려나가는 듯한 그런 소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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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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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의 치료가 끝났음을 깨달은 성묵은 그대로 바닥에 드러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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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진짜 죽을 뻔했네. 고맙다 운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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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그저 금 시주에게 별일이 없어서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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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운강이 없었다면 아마 높은 확률로 폐인이 됐을 것이기에 성묵은 더욱 감사함을 느꼈다. 그는 문득 떠오른 궁금증을 꺼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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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잠깐. 기는 어떻게 다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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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림사에서 직접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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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소림사…. 거기서 막 허공을 날아다니고, 바위도 부수는 그런 무공도 배우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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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 시주가 흔히 아는 그런 무공은 역사 속에 총기류가 등장한 순간 전부 사라졌습니다. 현재는 그저 몸을 조금 더 건강하게 만들어주는 형태로만 남아있을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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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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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기(氣)는 일반인의 범주에서 조금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게 해주거나, 치료 목적으로만 쓰인다는 설명을 덧붙이는 운강. 심지어 효율이나 범용성 모두 나쁜 편이라 더더욱 다룰 줄 아는 자가 적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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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아무리 정신 나간 세계관이지만 무협지 수준까지 가면 밸런스 붕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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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던 성묵은 갑자기 픽 웃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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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보상을 받을 시간이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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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밸런스 변화 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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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의 몸에 큰 변화가 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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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은 스텟 보상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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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이 뚫리기 무섭게 스탯 상승 알람이 울려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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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 스텟이 Bㅡ>B+ 로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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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위 스텟이 Bㅡ>B+ 로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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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스탯이 Bㅡ>B+ 로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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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스탯이 Bㅡ>A 로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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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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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제대로 오르지 않은 스탯이 한 번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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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속에 쌓인 훈련치가 헛수고가 아닐 것이란 것은 그의 예상대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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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 것이 구속을 회복하기 위해 한 훈련들이 대부분인 만큼, 전부 그쪽 관련된 스텟이 올랐다. 야수로서 송구할 때 반영되는 스킬인 어깨는 무려 두단계가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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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엄청난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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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금성묵의 다른 무언가도 같이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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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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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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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듯 잠잠했던 ‘그곳’이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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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스킬이 발동하는 동안은 계속 화가 나 있을 것 같은데, 그에 따라 당연히 우려되는 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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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커져 있으면 던질 때 불편한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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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구심에 곧바로 손을 넣어본 성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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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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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크기로 부풀어 오른 것과 별개로, 신기할 정도로 유연해서 움직임에 제약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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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수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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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게임적인 보정이 좀 들어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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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라면 타격 동작과 투구에도 지장은 전혀 없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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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심하고 다시 바지춤에서 손을 뺀 성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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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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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곧 의미심장한 눈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석운강과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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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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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둘 뿐인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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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갑자기 벌떡 일어선 아랫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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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은 이걸 대체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막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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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운강아. 오해하지 말고 들어. 내가 그동안 좀 쌓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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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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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여지책으로 뱉은 성묵의 말은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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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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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에 초연한 편인 운강은 이내 식은땀까지 흘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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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금성묵과 눈을 피하며 말을 더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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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금시주. 저는 불도에 몸을 담은지라 그런 욕망에는 응해드릴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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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야…! 그런 거 아니야 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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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은 꽤 오랜 시간동안 오해를 풀기 위해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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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전우애를 탐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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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이해했습니다. 맥을 뚫고 난 뒤의 반동 효과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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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추 이해해준 듯한 석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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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강에게 곧 있을 수비 때 공이 몰라보게 좋아져도 놀라지 말라는 언질을 남기고, 성묵은 그를 먼저 덕아웃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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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크고 달콤한 보상은 혼자 만끽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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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어디 한 번 확인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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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은 침을 꿀꺽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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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그 무엇보다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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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텟이 저만큼 오른 것도 미친 보상이지만, 당장 저것만으로 경기에 유의미한 변화를 줄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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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가 원하는 것은 제대로 된 게임 체인저, 사기급 스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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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릿저릿 센서(F) 스킬이 진정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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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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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대박 스킬, 가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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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한 뒤에 한 번 더 하게 된 스킬 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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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뿐인 리세마라의 결과는, 가히 엄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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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신맥太陽神脈(EX) 스킬을 획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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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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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S등급을 넘어선 EX등급 스킬이 뽑혔다. 그는 흥분 속에 스킬 설명을 읽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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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태양신맥 太陽神脈(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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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반신에서 끓어오르는 태양과도 같은 양기가 온몸의 힘을 강화합니다. 강렬한 충동을 느꼈을 시, 그 흥분도에 따라 스텟이 최대 3단계까지 상승합니다. 시전자는 상승할 스텟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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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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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말할 것도 없는 초대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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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좋은 스킬이 뜰 줄은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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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정도로 개사기 스킬이 뜰 줄은 상상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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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운강처럼 특정 조건 달성 시 스텟을 2단계 올려주는 스킬들이 보통 S등급 판정을 받으며, 사기 스킬 취급을 받는다. 그런데 최대 3단계가 오르는 데다 선택까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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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블로 안 내놓고 퇴장시킨 이유가 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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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뚱이에 있는 치명적인 결함들만 해결하면 행성파괴급 캐릭터가 나와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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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결함들 치료하다가 병신이 될 확률이 훨씬 더 높다는 게 함정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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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 보너스로 양기의 폭발력이 강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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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가능 횟수가 일시적으로 3회-> 4회로 향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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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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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라고 보너스 강화 횟수까지 주는 새로운 스킬에 성묵은 웃음이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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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고민할 필요도 없다는 듯, 바로 강화할 스텟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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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라면 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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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 스텟이 B-> A로 강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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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 스텟이 B+->A+로 강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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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위 스텟이 B->A로 강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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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위 스텟이 B->A+로 강화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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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로 펌핑된 뻥스텟이긴 하지만, 성묵은 그야말로 엄청난 무기를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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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졌다고 복창해라. 이 씹새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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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은 도무지 그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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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패배한다는 미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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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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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 청현고의 벤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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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석호, 저 양아치 공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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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권이 벤치에서 오예스를 흡입 중인 석호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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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국가대표 좌익수로 그 이름을 떨치는 중인 그는 다음 이닝에 첫 타자로 들어설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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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저 금발? 나쁘진 않아. 근데 니가 못 칠 공은 아닐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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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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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도 구위도 평범해. 커맨드가 좋긴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우리한테 힘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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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먹은 오예스 봉지를 구기고는 쓰레기통에 팽 던진 최석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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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힘입어 의기양양 이성권은 의기양양하게 좌타자 타석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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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금성묵과 마주친 이성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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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그는 호흡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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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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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그는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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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본능을 자극하는 원초적인 공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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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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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어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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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뚝 서있는 금성묵의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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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커지면 안 될 무언가가 성이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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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같은 인종이 맞는 건가 의심이 될 정도의 존재감을 과시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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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친, 설마 나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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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대 인간으로서 공포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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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느낌은 살아생전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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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아냐! 집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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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하긴 했으나, 금성묵이 평균 구속이 140km 초반에 불과한 평범한 투수란 건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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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공에 집중하고 때려내면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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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그럴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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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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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트라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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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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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예상보다 훨씬 강력한 직구가 존에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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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권은 혼비백산하며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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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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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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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구속보다 무려 10km 가까이 뻥튀기된 구속. 타자는 제 두 눈을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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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한 것은 심판 역시 마찬가지. 급히 무전을 쳐서 스피드 건의 오류가 있는지 확인해보았으나, ‘이상이 없다’는 답변만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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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투수에서 갑자기 발딱 서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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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에 강속구 투수로 변해버린 금성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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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한국 야구가 최강이라곤 하지만, 여기서도 150km를 던지는 고등학생은 절대 흔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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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성권은 명문 청현고의 주전 타자이자 차기 국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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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공이라 하더라도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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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km 초반…? 빨라지긴 했다만 못 칠 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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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속구 투수가 많은 건 아니나, 고교 여름 리그에 가면 발에 채이는 게 150km를 던지는 투수였다. 그래서 금성묵의 공도 별 무리 없이 공략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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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의 제 2구가 던져졌고, 이성권이 그에 맞춰 배트를 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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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이 궤도면 무조건 정타...! 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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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은 기본적으로 투수의 몸에서 던져진 순간부터 점점 더 하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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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란 그 궤도에 맞춰 스윙하는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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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권 역시 그렇다. 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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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이 안 가라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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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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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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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스윙 궤적보다도 더 위쪽에 꽂힌 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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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권은 당황한 채로 전광판을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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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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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빨라졌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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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이 빨라진 것도 빨라진 거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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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금성묵이 던진 직구의 심상치 않은 무브먼트. 이성권은 그걸 지칭하는 용어를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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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 패스트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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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직구보다 훨씬 덜 가라앉아 오히려 떠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효과를 낸다는 패스트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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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백스핀을 만들어내야 하는 만큼, 구위가 엄청 좋은 투수가 아니고선 비슷하게 재현할 엄두도 못 내는 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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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고 소속으로서 많은 투수를 상대해본 이성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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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볼을 뿌리는 투수는 전국에서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희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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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딴 볼을 뿌리는데 좌완…? 미치겠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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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자체는 경쾌하게 던지는데, 던지고 나면 돌덩이가 날아오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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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디셉션도 좋은 편이라 좌타자 입장에선 볼이 잘 보이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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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카운트는 투 스트라이크 노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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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의 머리가 한창 복잡해지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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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상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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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은 전에 없이 붕 뜬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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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현재 직구 스텟, 구위 스텟은 모두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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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스텟의 펌핑으로 만들어진 라이징 무브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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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그의 현역 시절 퍼포먼스를 얼추 흉내라도 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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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가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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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수 미트에 뻥뻥 꽂히는 강속구를 뿌려대는 이 기분은 세상 그 어떤 것과도 비교하기 힘든 쾌감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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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금 그 앞의 무슨 타자가 와도 잡아낼 자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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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 수 있으면 쳐봐. 이 새끼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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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압도적인 자신감이 공에 깃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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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km 초반의 공으로도 어떻게든 온몸을 비틀어 타자를 잡아내던 성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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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에게 쥐어진 갑자기 150km 대의 공을 쥐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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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들에게는 악몽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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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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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운강과 싸인을 주고받은 성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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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바로 투구동작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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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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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타격 예비 동작에 들어가는 이성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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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야말로 때려내겠다고 다짐했다. 차기 국가대표 타이틀은 딱지치기로 딴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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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징 패스트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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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떠오르는 각도까지 계산에 넣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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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그렇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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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이번에는 타이밍이 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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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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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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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의 배트는 그저 허공을 가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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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고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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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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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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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를 피해 나간 공은 그대로 석운강의 미트에 빨려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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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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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스윙 삼구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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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당해버린 타자는 허망하게 전광판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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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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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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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권은 입을 쩍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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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더 강한 볼을 던질 수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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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녀석은 대체, 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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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을 쳐다보려던 그는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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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마운드에 우뚝 서 있는 ‘그것’의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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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금성묵과 눈을 마주쳐선 안 될 것 같은 기분마저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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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평범한 인간이 맨눈으로 태양을 올려다보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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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눈을 땅바닥에 고정한 채 조용히 청현고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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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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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대표급 타자를 직구만으로 삼구삼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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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엄청난 퍼포먼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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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은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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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야구장에서 온전히 자신에게 몰리는 뜨거운 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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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워서 데이겠어 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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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악, 감탄, 혼란 등 다양한 감정이 느껴졌으나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지금 금성묵의 뇌리에는 한가지 생각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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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레머니 함 갈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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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의 세레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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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들에게는 강력한 도발을, 팀에게는 다시 한번 해보자는 힘을 불어넣을 수 있는 아주 직관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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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내가 언제 그런 거 의도하고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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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의도고 자시고 그냥 갈기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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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성묵은 그 누구보다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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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세레머니를 하는가 마는가가 중요한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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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하느냐에 관해서는 고민할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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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밖에 없겠지,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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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이라는 투수를 알게 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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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동시에 좋아하게 된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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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 자신이 금성묵임을 모두에게 외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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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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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주먹을 불끈 쥔 금성묵이 포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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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곳에, 새로운 태양이 강림했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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