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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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이쪽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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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뛰다 보니 길을 잃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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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찾아가는 피칭 센터가 꽤 외진 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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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 금성묵 이놈 왜 이렇게 쪼들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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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나올 곳을 다 뒤져봤는데 나온 돈은 고작해야 3만원가량. 한숨이 절로 나올 만큼 빈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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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공 받아줄 선수도 없이 공을 던지는 건 나름의 시설이 필요하니, 돈이라도 아낄 겸 외진 곳에 있는 저렴한 피칭 센터를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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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당장은 구속만 측정할 수 있으면 되니까. 나중엔 더 싼 곳으로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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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며 걷는데, 골목 한 편에서 꽤 공격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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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도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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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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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가 하는 말이 그렇게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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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그런 건 아닙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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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 정도 되는 양아치 무리가 학생 하나를 둘러싸고 있다. 둘러싸인 한명은 꽤 준수한 외모에 날렵한 체형의 학생인 반면, 세 명 쪽은 하나같이 팔에 문신이 가득하고 뱃살이 낀 돼지계 양아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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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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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학생이었던 시절 종종 볼 수 있었던 광경을 오랜만에 두 눈으로 보게 되자 상당히 신기한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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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인마. 머리도 좋은 놈이 뭘 그렇게 빼고 있어. 너희 누나 남친도 없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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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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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야~ 그럼 됐네. 나한테 누나 소개해주면 되겠다. 그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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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하지만 그건 안 되겠…, 커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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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치가 내지른 주먹이 사정없이 소년의 배에 꽂혔다. 숨을 쉬기 어려운지 꺽꺽대며 무릎을 꿇는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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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씨벌. 야, 도도새! 자꾸 나 배신감 들게 할 거야?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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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리 누나는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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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냐, 마음 바뀔 때까지 좀 맞자 이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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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억! 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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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가차 없이 발길질을 날리기 시작하는 양아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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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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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집단린치의 현장을 지켜보던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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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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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치 않고 그들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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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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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한마디에 이 자리에 있는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그리고 흠칫하는 양아치들. 아마도 압도적인 피지컬 차이에 놀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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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cm에 근육질 거구인 나와 달리, 녀석들은 기껏해야 170 후반대의 물렁살 돼지놈들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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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끼리 쑥덕거리던 녀석들은 이내 긴장감 가득한 표정으로 내게 물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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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뭔데 너. 우리한테 볼일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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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녀석은 식은땀까지 흘리는 걸 보니, 가급적이면 엮이고 싶어 하지 않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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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담담하게 녀석들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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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켜봐, 좀 지나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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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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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길에 4명이나 꽉꽉 들어차 있으니 지나갈 수가 없었다. 내 말에 얼빠진 소리를 내던 녀석들은 벽 쪽에 쓱 붙어서 공간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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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리고는 별 관심을 두지 않고는 그들을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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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한데, 내 코가 석 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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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줄 능력이 있고 없고를 떠나, 오지랖 넓게 정의의 사도 노릇이나 할 여유 따윈 없었다. 좀 무리하면 구할 수야 있겠지만 다대일 전투는 늘 변수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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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몸뚱이에 뭔 부상이 있는지도 모르는데 눈먼 돌덩이에라도 맞으면 어떡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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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그렇게 지나치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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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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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양아치가 소년을 불렀던 명칭이 문득 신경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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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새…, 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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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런 게 본명일 리는 없겠지만, 이름과 분명 무언가 관계가 있다. 거기에 양아치가 탐낼 만큼 매력적인 누나를 가졌다는 사실까지 더해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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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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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번개가 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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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인에 관심이 없어 대부분을 유기하고 달리던 나조차도 아는 특이한 이름이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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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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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의 히로인 언급에서 항상 최상위권을 다투던 여자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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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략하는 데 성공한다면, ‘분석력’ 스킬을 통해 주인공을 서포트하는데 그 성능이 가히 1티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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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인기있는 건 다른 이유인 것 같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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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상반신에 달고 계신 수박만 한 무언가가 그 이유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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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점 만드는 게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라고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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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 기피증이 심해 집 밖으로 여간 나오는 일이 없어 만나는 게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어렵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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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뺄 수 없는 이유가 생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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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야 굳이 필요 없으니 유기했지만, 지금 내게 히로인들이란 이 거지 같은 난이도를 통과시켜줄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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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립트가 정해진 게임 속에서야 히로인의 도움을 받는 데에는 호감도가 중요했겠지만, 여기는 나름 자유롭게 소통이 가능한 현실과 유사한 세계. 동생을 구해준 남자를 매몰차게 내치지는 않을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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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다시 뒤를 돌아 열심히 발길질하는 양아치들에게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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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동작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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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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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다시 나타난 내가 뜬금없이 멈추라 하니 어이가 없다는 듯 나를 바라보는 양아치들. 나는 귀를 한 번 후비고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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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걔한테 갑자기 볼 일이 좀 생겼거든? 미안하지만 오늘은 내가 좀 빌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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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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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어디서 또 용기가 샘솟았는지, 양아치들이 바닥에 침을 쫙 뱉으며 내게 붙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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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 새끼는. 왜 갑자기 남의 먹잇감에 갑자기 침을 바르고 지랄이야.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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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도 그냥 넘어가 줬더니 살살 기어오르네. 뒤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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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내심 쫄았던 것에 대한 반동이라도 있는 것일까. 광배근을 과하게 부풀리며 나를 에워싸기 시작하는 녀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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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우스운 꼬라지와는 별개로, 나는 상황을 마냥 긍정적으로 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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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대 1인가. 쉽지는 않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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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싯적에 킥복싱을 배워서 싸움 자체는 자신 있었지만, 아직 익숙지 않은 몸으로 3:1로 싸우는 건 영 쉬운 일이 아닐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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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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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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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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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아랫도리에 묵직한 진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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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본능에 몸을 맡기라고 말하는 듯한, 목적성이 담긴 그런 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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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감각이 가리키는 곳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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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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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웨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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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양아치1의 옆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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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발차기가 가차 없이 녀석의 옆구리에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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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으로 들어갔을 때의 묵직한 감각이 내 다리를 타고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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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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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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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묵직하고도 시원한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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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가 된 이후, 종종 있던 벤치 클리어링에서만 맛볼 수 있었던 그 짜릿한 감각이 온몸을 타고 흘러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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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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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 얻어맞았을 뿐인 양아치 1은 골목 뒤편에 있던 철판에 그대로 처박혔고, 기절한 듯 축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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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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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가 나를 충동질하는 느낌이었다. 마치 많고 많은 부위 중에 굳이 굳이 오른쪽 옆구리를 때리는 게 꼴렸다고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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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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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이건 말이 안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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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황한 녀석들은 척 봐도 약점투성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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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릿, 저릿, 저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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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아랫도리에 강렬한 진동들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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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흐름을 그대로 타고 상대방의 약점을 속절없이 후벼파라는 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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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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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악, 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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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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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 한 방, 턱에 한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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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에 가드가 약해진 상대들 따윈 한방이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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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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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샷 원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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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 다 한방에 기절시키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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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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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속에 솟구치는 아드레날린을 진정시키고 있는데, 무언가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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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바로 양아치 중 한명이 떨군 담배 한 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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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은 지 꽤 되기는 했지만, 작금의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는 저 한 까치가 굉장히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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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적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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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주머니에서 라이터를 찾은 나는 불을 붙이고는 크게 한 입 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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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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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만에 느끼는 기분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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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해방감에 나는 드디어 긴장이 풀리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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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방금의 그 요상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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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일반적으로 몸에서 일어날 수 있는 반응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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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스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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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태창을 켰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내 스킬을 읽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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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저릿저릿 센서 (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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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으로 타고난 대물을 가지고 태어난 당신, 발달한 아랫도리의 감각을 통해 상대방의 약점을 파악합니다. 경기 중에는 사용이 불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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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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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중에 사용이 불가능한 건 아무리 봐도 큰 페널티다. 그래도 그 외의 상황에선 꽤 쓸만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잠겨있던 때에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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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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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브러져서 얻어맞고 있던 소년이 일어나 넙죽 허리를 숙이며 내게 감사를 표한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얘를 까먹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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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뭐냐,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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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진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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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넙죽 숙이는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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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한 공손함이 어색해 머리를 긁적이는데, 시스템 안내창이 눈앞에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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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진 님의 스테이터스를 열람할 수 있습니다. 열람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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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es / N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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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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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까지는 안 뜨던 것이 갑자기 뜬 걸보니, 이름을 알게 되는 것이 상태창이 열리는 트리거인 모양이다. 나는 'yes'를 누르고는 녀석의 스탯을 감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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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도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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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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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만 17세 (고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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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74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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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진성 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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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작전 수행 능력(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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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 중 작전 상황에서, 수행 능력이 향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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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 키워드: 타격 영재(*A) , 호크 아이(*A+), 수비 영재(*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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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 능력치 (*포텐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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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투 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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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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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택: C+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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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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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구: B+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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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 B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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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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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포지션: 2루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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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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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때문에 구해준 도도진은 꽤나 쓸만한 녀석이었다. 재능이 개화된다면 고교야구에서 왠만한 강호고에서 주전을 먹는 건 물론이요. 프로에서도 적당히 밥값은 할 수 있을 만한 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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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얘 이름 진짜 처음 듣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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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기로 진성고가 나름대로 야구부가 있기야 하지만 잘하는 학교까진 아닌 걸로 알고 있다. 도도진이 주전을 못 먹을 만한 학교는 아니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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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플레이하면서 눈에 안 띈 걸 보면 뭔가 다른 사정이 있는 듯 보인다. 그건 아무래도, 누나와 관련된 것일 확률이 높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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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캐치볼은 할 줄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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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면서도 물어봤다. 그러자 조금 놀라는 듯하더니 맹렬히 고개를 끄덕이는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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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할 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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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따라와. 잠깐 볼 좀 받아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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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진 녀석과 이야기를 나누며 피칭 파크를 향해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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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깍듯하게 대하려는 녀석이 불편해 그냥 편하게 형이라고 부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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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아까 그 돼지 놈들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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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 3학년 양아치들이에요. 우리 야구부 선배 무리와도 친해서 제가 뭐 어쩔 도리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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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하며 볼을 긁적이는 도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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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괴롭히는 게 그 누나라는 분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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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저희 누나가 제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많이 예쁘거든요. 그래서 좀 똥파리가 많이 꼬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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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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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도 그 여자랑 어떻게 접점을 만들어 보려고 다가온 똥파리인지라 내심 찔렸지만, 씩 웃고는 피칭 센터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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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생각보단 나쁘지 않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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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치들의 주머니까지 뒤져 짭짤한 부수입까지 얻은 나는 기분 좋게 ‘명성 피칭 센터’라 쓰인 건물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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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 내기를 하는 학생들이 몇몇 보였고, 우리는 빈자리를 찾아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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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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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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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놓여있던 허름한 포수 미트를 던지자 녀석이 탁 잡아냈다. 수비력이 B나 되는 녀석이니 전문 포수가 아니어도 잠깐 공 받아 주는 데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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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5분 정도 몸을 이리저리 푼 나는 이내 투구 자세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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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리그를 씹어먹고, 메이저리거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던 전성기 시절의 투구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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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성, 디셉션, 파괴력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은 나의 투구폼이 지금 새로운 몸으로 펼쳐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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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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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오십쇼! 성묵 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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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러브를 팡팡 두들기며 쪼그려 앉은 도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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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정도의 힘을 담아 던져진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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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포수 머리 위에 전광판에 뜬 구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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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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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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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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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을 잃게 만드는 숫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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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진은 나름 힘을 담아 던진 것 같은 직구 구속이 이 정도밖에 나오지 않은 것에 충격을 받은 것 같지만, 다시 미트를 팡팡 치며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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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괜찮아요! 다시 한번 가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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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마음을 다잡고 강하게 키킹 동작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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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100%의 힘을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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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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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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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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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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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진은 뭐라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쩔쩔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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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없이 공을 계속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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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구, 10구, 15구, 20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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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대략 30구 쯤 던졌을 때 나는 투구를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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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무언가를 깨달아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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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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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부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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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통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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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박감에 근육이 경직되어 공을 제대로 던지지 못하게 되는 문제인 ‘입스(yips)’ 역시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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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 스텟과 어깨 스텟이 뜨지 않았던 내 몸의 문제는 바로 최악의 가능성, 모든 유저가 기피하는 ‘그 증상’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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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음절맥(投陰絕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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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음절맥(絕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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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맥은 무협지에나 등장하는 가상의 병이지만, 이 게임 속에도 드물게 발병하며 그 악명을 떨쳤다.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어깨 부위의 혈맥이 막혀 피가 잘 통하지 않게 되는 치명적인 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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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해서는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극히 희귀한 케이스이지만 운 없게 걸리게 된다면 아무리 몸을 풀어도 어깨가 달궈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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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ㅠㅠ 제 애정캐 투음절맥 걸린 거 같은데, 이거 답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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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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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 없습니다. 그냥 새로 키우세요. 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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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지로 공 계속 던져봤자 부상만 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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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포텐 괜찮으면 타자 컨버젼 진지하게 고민해보세요. 어깨 덜 쓰는 2루, 1루, 지명타자 정도는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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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게임 속 의사들 다 만나봤는데, 이유를 모르겠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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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의 반응 역시도 부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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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투수 생명은 끝이라고 보는 게 맞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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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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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이 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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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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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려고 했지만 그만 너털웃음이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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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은 내가 공 던지다 말고 웃어젖히니 굉장히 당황한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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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어떻게 참을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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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역시 그냥 죽으란 법은 없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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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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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진이 날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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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기쁜 걸 어떻게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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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알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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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게임의 고인물인 난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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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음절맥에 걸렸을 때 완치는 기본이요. 단물까지 쪽쪽 빨아먹을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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