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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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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산과 석운강의 종교 트러블을 떠나서, 어째서 둘이 배터리를 짜게 되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원래 석운강은 이미 문혁고 야구부에 내정된 인물이니만큼, 청백전에는 참여하지 않을 예정이었으나…

슈웅!

“으아악……!!”

테스트에 응시한 포수들이 핫산의 공을 제대로 받아내질 못했다.

150km 중반대의 공이 랜덤 제구로 날아오니 도무지 감당되지 않았던 것.

“…운강아, 네가 받아줄래?”

“예, 알겠습니다.”

일단 경기는 진행해야 했기에 석운강을 투입한 명신우 감독.

기존에 출장한 포수는 경기 후반에 기회를 따로 주기로 했다.

그렇게 급히 포수 자리에 투입된 운강은 핫산의 연습 투구를 몇 차례 받았는데, 공 자체가 뒤로 흐르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제구가 되지 않았다.

‘이건 잠깐 이야기를 해봐야겠구려.

자리에서 일어나 마운드로 향한 운강.

그리고 투수를 달래기 위해 이야기를 시작했다.

“하산 시주, 잠깐 이야기 괜찮겠습니까.”

“아! 네, 저는 괜찮아요.”

“…부처께서 말씀하시길. ‘모든 것은 무상하다. 그것을 깨달으면 고통에서 벗어나리라.’라고 하셨습니다. 지금 공이 제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도 결국엔 큰 흐름에서 무상한 것. 그냥 흘려보내고 다음 공을 던지면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운강이 원래 투수를 달래는 방법.

세상 초연한 표정으로 수행으로 얻은 자신의 깨달음을 상대에게 전달해주는 것으로서, 파트너 투수는 그 평온함에 자기도 모르게 긴장이 풀리는 등 효과가 꽤 괜찮은 방법이다.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이번엔 그 투수가 핫산이라는 점이다.

“…부처?”

“왜, 문제가 있으십니까?”

잠시 멈칫한 핫산. 그는 곧 진지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쓰님, 부처님은 신인가요?”

“………?”

갑작스러운 되물음에 운강은 의아했다.

“부처께선 이 세상의 이치를 깨달은 현인이실 뿐. 신이라고 흔히 칭할 수 있는 존재는 아니지요.”

“아, 그런가요. 그럼 안 되겠네요.”

“예?”

“죄송해요. 저는 알라신보다 낮은 존재가 하는 말은 따를 수 없어요.”

“……!?”

운강에게 ‘느그 부처 알라신보다 아래잖아?’를 시전한 핫산. 사실은 정말 몰라서 물어본지라 ‘부처도 신이다.’라고 말했으면 인정하고 수긍하려던 핫산이었으나, 본의 아니게 그림이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

머리에 스팀이 올라온 운강.

그가 어릴 때부터 절에서 수행하며 자라 온 스님인지라 마냥 인자하고 초연할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역시 아직 한창 수련이 필요한 고등학생 2학년의 나이.

웬만한 일에는 웃으며 넘어갈 수 있으나, 자신의 믿음을 흔들려는 사이한 타 종교인들까지 포용할 정도로 수련이 깊진 않았다.

“하산 시주, 그릇된 종교관을 가지고 계시군요. 경기가 끝난 뒤에 같이 법전이라도 읽으며 공부를 해봅시다. 제가 따로 지도를 해드리지요.”

에둘러 말했지만 ‘이 무지몽매한 놈, 내가 부처님의 가르침을 네 놈 귀에 때려 박아주마. 라는 뜻이다.

그렇게 시작된 둘의 갈등은 말릴 새도 없이 깊어졌다.

다만, 그게 무력적인 충돌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

“능엄경(楞嚴經)에서 이르기를 ‘마음을 비우면 바람조차 흔들 수 없는 나무가 된다’고 했는데, 부처께서는 비움의 미학을 강조한 것으로….”

“아뇨. 알라신께서는 코란 5장 8절에서 ‘신앙을 통해 마음을 채우는 자는 흔들리지 않는다.’라고 하셨어요. 비우는 게 아니라 신앙으로 채우며 흔들리지 않아야….”

싸움은 커녕 랩 배틀 마냥 서로 종교 구절이나 줄줄 읊어대는 둘.

그걸 지켜보던 동료들은 생각했다.

‘저거 싸우는 거 맞냐?

‘…뭔가 많이 잘못된 거 같은데.

원체 심성이 착한 둘이기에 무력을 쓸 생각은 전혀 없었고, 논리로 상대를 격파하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때였다.

금성묵이 마운드에 난입한 것은.

“오호, 참 재밌는 짓거리들을 하고 있네.”

“……!”

그의 등장에 놀란 핫산과 운강.

성묵은 급히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핫산, 너 야구하고 싶은 거 아니었어?”

“네, 성무크 형. 맞아요….”

“너 여기까지 와놓고 짐 싸고 싶어?”

“!!”

눈이 휘둥그레진 핫산.

그의 어깨가 곧 축 처진다.

“…성무크 형, 제가 잘못 했어요.”

핫산이 순순이 사과하며 들어오자 고개를 주억인 성묵이 이번엔 운강에게 한마디 하기 시작했다.

“운강아, 유치하게 뭐 하는 짓이냐, 얘 너보다 1살 어려, 형이 돼가지고 철없는 소리 해도 잘 타일러야지, 같이 싸우고 있어?”

“…면목이 없군요.”

성묵의 말에 묘한 울림을 받은 운강.

불가에 몸을 바친 자로서 ‘더 수행이 높은 자로서 인내하라’라는 생각은 해봤어도, 세상을 더 오래 산 형이니까 이해하라는 시각은 처음이었다.

이건 단지 금성묵이 빙의 전부터 품고 있던 내로남불식 유교 꼰대 마인드에 불과했지만, 의도야 어떻든 운강에겐 큰 인상을 주었다.

“자, 얼른 화해하고 경기 재개하자. 다들 기다린다.”

“죄송합니다. 하산 시주.”

“저도 잘못했습니다. 쓰님.”

꾸벅 허리 숙여 사과한 둘.

운강은 자리로 돌아갔고, 핫산과 성묵만이 마운드에 남았다.

‘흠.

성묵은 생각했다. 이대로 그냥 내려가면 안 그래도 지랄난 핫산의 제구가 더 중구난방이 될 것 같다고.

핫산의 제구 능력치는 C.

좋은 것은 아니지만, 당장 성묵의 제구 능력치도 C+에 불과했다. 파일럿의 멘탈과 컨디션에 따라 충분히 경기를 운용할 수 있는 수준은 됐다.

“야, 핫산.”

“네, 네에. 성무크 형.”

묘하게 위축되어 보이는 핫산.

성묵은 그의 어깨를 툭 치며 말했다.

“핫산, 내가 너한테 뭐라 한 거는 남들이랑 종교때문에 싸워서 그런 거지. 네 믿음이 잘못되어서 그런 게 아니야. 오히려 누군가를 진실하게 믿는 건 굉장히 멋진 일이고.”

“형….”

다시 입에 시동을 걸기 시작한 성묵.

눈앞의 순둥이에게 독기를 불어넣어 줄 생각이었다.

“아직도 생각하지? 알라신이 부처보다 더 위대하다고.”

“………!?”

흠칫 놀란 핫산.

아마도 진짜인 모양이다.

“알라께서 널 지켜보고 있다. 핫산. 이건 타자와 너의 승부가 아니야. 부처와 알라신의 대리인. 누가 더 강한지의 승부라고.”

“앗…!”

“자, 증명해봐. 저기 앉아있는 운강이 놈의 미트를 뚫을 기세로 던져보라고.”

그렇게 핫산의 어깨를 퉁친 성묵.

어느새 핫산의 눈에는 불꽃이 이글거렸다.

“성무크 형, 저 해볼게요!”

불타오르며 마운드에 올라선 녀석.

생각보다 성묵이 한 동기부여의 효과는 대단했다.

퍼엉!!

“스트라이크 아웃!”

미트를 찢어버릴 듯한 파공음이 연신 야구장에 울려 퍼졌고, 타자들은 가운데에 들어오는 공에 손도 대지 못했다.

최고 구속 156km,

문혁고에 알라의 요술봉이 재림했다.

‘캬, 쉽다 쉬워!

순둥이 광신도 아니랄까 봐, 써먹기가 너무 좋다고 생각한 성묵은 비릿하게 웃었다.

명신우 감독도 함박웃음을 짓는 와중에 은근히 심기가 불편해 보이는 사람이 하나 있었다.

“…번뇌퇴산, 번뇌퇴산.”

분명히 아까 잘 마무리된 일일 텐데, 묘하게 몸이 계속 뜨겁다고 느끼는 운강.

아직 조금 전의 심마가 남아있는 탓이라 생각하여, 계속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타석에 들어섰다.

운강의 상대는 리동혁.

그는 오늘 투구에 앞서 한가지 생각해둔 것이 있었다.

‘오늘 나에게 단 하나라도 안타를 뽑아내는 사람이 있다면, 금성묵 동무의 팀에 들어가겠다.

테스트를 보러오긴 했지만, 자신 또한 이 고등학교의 기량을 평가하겠다는 것!

많은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들어가는 학교이니만큼 어느 정도 역량은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시작된 리동혁 챌린지. 지금까지는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그의 싱커에 모두 땅볼을 치거나 헛스윙을 돌려대기 일쑤였으니까.

‘석운강 동무, 얼마나 잘하는 지 한 번 보겠소.

그렇게 생각하며 허리를 젖힌 뒤 던져진 초구. 높은 존으로 솟구치는 하이 패스트 볼이었다.

본래 우완 언더핸드가 우타자에게 강한 것이 본래의 상식이나-,

따악-

“………!!”

망설임 없이 후려버린 석운강.

리동혁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직감했다.

이건 볼 것도 없이 넘어갔다고.

터엉-

한참을 날아가 스크린 최상단에 꽂힌 공.

엄청난 비거리의 홈런이 터졌다.

그걸 지켜보던 성묵은 급하게 운강의 상태창을 켜보았다.

석운강

타자 능력치 (*포텐셜)

/ 우투 우타

파워: A+ -> S (*S)

컨택: C+ -> B

스피드: D

선구: B-> C+

수비: S (*S+)

어깨: S (*S+)

스킬/ 마승(魔僧) (S) [현재 발동 중!]

분노할 시 파워와 컨택이 한 랭크 상승합니다.

선구가 한 랭크 감소합니다.

“와우….”

발동될 일 없어보이던 S랭크 스킬인 ‘마승’이 발동됐다. 일련의 사태로 분노가 치밀어 오른 뒤 가라앉았지만, 한동안은 유지가 되는 모양.

‘이거, 쓸만하겠는데…?

둘에게 종교 문제로 싸우지 말라곤 했지만, 이렇게 스킬을 발동시킬 수 있다는 걸 안 이상 종종 싸움을 붙여야겠다고 생각하는 성묵이었다.

뒤에서 금성묵이 악마 같은 생각을 하는 동안, 경기는 착착 진행되었다.

도도진은 2개의 안타와 2개의 볼넷을 얻어내며 맹활약했고, 최아담은 3안타를 뽑고는 무려 4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물론 석운강이 상대 포수가 아닌 덕분이다.)

핫산은 볼넷을 몇 개 주기는 했으나 무실점. 리동혁은 더 이상 점수를 주지 않은 채 3이닝을 채우고 내려갔고, 농구부 에이스라는 서경수도 나름 안타를 뽑아냈다.

그렇게 성묵 픽이 전부 승승장구하며 감독의 눈에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고, 청백전이 끝나며 테스트가 모두 종료됐다.

“자, 합격자 발표하겠습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는 순간.

긴장감에 가득 찬 선수들의 얼굴에 곧 희비가 갈렸다.

“……유휘결, 서경수, 도도진, 최아담, 박성준. 타자 합격자는 이상 13명입니다.”

“좋아쓰…!!”

“우와악!!”

기쁨에 방방 뛰는 몇 선수와 고개를 떨구는 선수들. 타자 응시생 26명 중에 13명이 합격하며 정확히 절반이 살아남았다.

“자, 다음은 투수.”

투수 응시생은 총 10명.

다만 멀찍이 지켜본 성묵은 대충 결과를 예견했다.

아마 그가 미리 만나본 2명 외에는 전멸할 것이라고.

“하산 이크발, 이동혁.”

‘역시나….

“그리고 박찬준. 투수 합격자는 이상 3명.”

“엥?”

난생처음 듣는 투수가 호명됐다.

이 게임의 고인물 출신인 성묵이 모르는 선수는 도도진같은 케이스가 아닌 이상 흔치 않았다. 그는 궁금증에 박찬준의 상태창을 켜보았다.

띠링!

이름: 박찬준

국적: 대한민국

나이: 20

키: 184 cm

스킬 / 마당쇠 (B)

연투 상황에서 피로도가 감소합니다.

잠재 키워드: 강철 체력(A+)

투수 능력치 (*포텐셜)

/우투 스리쿼터

체력: A (*A+)

제구: B

직구: C

구위: C+

변화구: C

“으음…….”

체력 말곤 뭐 하나 특출난 장기가 없는 그저 그런 투수.

하지만 성묵은 왜 명신우 감독이 그를 뽑았는지 눈치챘다.

‘이닝 먹어줄 투수가 필요하긴 해.

봄 대회와 여름대회를 뛰며 높은 라운드까지 올라간다는 가정하에, 투수들이 소화해야 할 이닝은 막대했다.

크게 이기는 경기나 갑자기 투수가 빵꾸가 난 상황에서 메꿔줄 만한 투수의 존재는 분명히 필요했다. 그런 부분에서 박찬준의 체력이 A라는 부분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자기가 미리 찜해둔 선수 외의 선발은 명 감독에게 일임한다고 했으니 성묵은 더 이상 관심을 껐다.

그렇게 합격자만 남게 된 시립 야구장.

명신우 감독은 모두를 쓱 훑어보며 말했다.

“이렇게 뽑힌 총원 18명 전원, 문혁고 야구부에 온 것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짝짝-!

선수 전원에게서 터져 나온 박수.

명신우 감독은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말을 이어 나갔다.

“우리들은 갈 길이 멀다! 다른 학교들처럼 겨울에 전지훈련을 가지도 못했고, 봄 대회까지 남은 기간도 적다!”

“시간이 없는 우리들이 갈 수 있는 지름길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실전!”

따앙!

손에 든 배트를 강하게 땅바닥에 찍은 명 감독. 그가 씩 웃으며 모두에게 선포했다.

“우리 문혁고는 다음 주, 명문 강호고인 청현 고등학교와 친선전을 갖는다.”

““……………!!””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야구를 좀 하는 놈들 중에 청현고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기 때문. 최근에 주춤한다고는 하나, 그 역사와 전통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모두가 놀라는 와중에 유독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는 자가 있었으니, 그건 역시나 금성묵이었다. 이번 대진 학교 선정에도 그의 입김이 들어갔다.

많고 많은 학교 중에 굳이 청현고를 고른 이유.

내야에 비해 쓸만한 외야 자원이 부족한 문혁고의 약점을 단순에 채워줄 만한, 5툴 중견수 자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팀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그 선수를 살살 꼬셔서는, 문혁고로 전학 오게 만들 생각이다.

‘자, 어디 청현고 선수 좀 뺏으러 가볼까!

남의 것을 탐하는 것은 금태양의 덕목.

그가 입술을 혀로 핥으며 비릿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