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503 lines
12 KiB
Markdown
Raw Permalink Blame History

This file contains invisible Unicode characters
This file contains invisible Unicode characters that are indistinguishable to humans but may be processed differently by a computer. If you think that this is intentional, you can safely ignore this warning. Use the Escape button to reveal them.
This file contains Unicode characters that might be confused with other characters. If you think that this is intentional, you can safely ignore this warning. Use the Escape button to reveal them.
금성묵과 이야기를 해보겠다는 도연의 말에, 도진은 그녀에게 신신당부했다.
“누나, 하나만 약속해줘.”
“어떤 건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최대한 성묵 형을 지금 있는 그대로 봐줘.”
“으음….”
“누나가 왜 주저하는지 알아. 그치만 내가 본 성묵 형은 소문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어. 누나도 알잖아? 소문이라는 게 꼭 진실된 것만 돌지는 않는다는 걸.”
“…맞아.”
당장 도연의 과거만 돌아봐도 그랬다.
‘어휴, 저 불여시년. 잘하는 거라고는 남자한테 꼬리치는 거밖에 없지 아주.
상대 남자가 먼저 그녀의 관심을 끌려고 다가오는 것은 그녀가 헤프게 꼬시고 다닌 게 됐고,
‘저거 봐, 누가 천박한 년 아니랄까 봐 맨날 야한 옷만 입지.
평범한 티셔츠나 청바지를 입어도 특유의 발육 탓에 야한 옷만 입는단 소리를 들었다.
비단 어릴 때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녀가 재학 중인 서울대에서도 마찬가지.
지성인들만 모인 그곳에서는 다를 거라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현실은 남자 손 한 번 잡아본 적 없는데….
눈이 굉장히 높은 그녀는 남성과 교제는커녕 썸 조차 타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그동안 당해온 모진 억까에 한숨을 푹 쉰 도연. 그녀는 도진의 말에 수긍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알겠어. 선입견 없이 있는 그대로 판단할게.”
그렇게 분명히 다짐했던 그녀였건만-,
“반갑습니다. 도진이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아…….
인간이란 데이터를 쌓는 동물이다.
‘관상은 싸이언스’라는 명언도 있지 않은가.
사람을 압도하는 근육질의 장신, 샛노랗게 염색한 듯한 금발 머리, 양아치 끼가 좔좔 흘러넘치는 눈매까지.
가까이서 보니 더욱 잘 느껴졌다. 그녀가 살아오며 쌓은 관상학 데이터가 그녀에게 말했다. 이 남자가 양아치가 아니라면 한국에 양아치는 다 죽은 거나 마찬가지일 거라고.
‘…도진아, 노력은 해볼게.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
아직 청백전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시간이 조금 남아있다. 적당히 그늘진 벤치를 발견한 둘은 그곳에 마주 보고 앉았다.
“………….”
“………….”
다소간 흐르는 정적.
먼저 깬 쪽은 성묵이었다.
“저보다 연상이실 텐데, 말 편하게 하시죠.”
“그래도 될까요?”
“예, 당연하죠.”
고개를 주억인 성묵, 도연은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일단은 고맙다고 해주고 싶어. 도진이를 구해준 거 말이야.”
“아, 별거 아닙니다. 누구라도 했을 텐데요.”
“아니, 별거 맞아.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동생을 잃을 뻔했어. 그랬으면 나는 살 의미를 잃어버렸을지도 몰라.”
“……!”
다소 놀란 표정을 짓는 성묵.
그 역시도 게임 속의 도진을 왜 찾을 수 없는지, 도연이 왜 그렇게 피폐해졌는지 깨달았다.
“그 부분은 고맙다는 말을 백번 해도 모자라. 그런데….”
“그런데?”
“그 아이를 도와주고 팀에 들어오도록 권하는 데에 다른 꿍꿍이가 있다면 당장 관뒀으면 좋겠어.”
“………….”
“도진이, 정말 힘들게 자란 아이야. 걔가 더 이상 힘들어하는 모습은 볼 수 없어.”
결연한 눈빛으로 금성묵을 마주 보는 도연.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보이던 성묵은 손에 든 이온 음료를 쭉 들이켜고는 말했다.
“잘됐네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인데.”
“뭐…?”
“야구 외적인 문제로 야구를 제대로 못 하게 되는 건 더 이상 보고 싶지 않거든요. 그게 노력하는 녀석이라면 더더욱.”
투웅!
쓰레기통에 다 마신 음료수병을 던진 성묵.
그가 천천히 도연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발에서 하체를 거쳐 코어, 상체, 팔, 배트로 완벽하게 전달되는 인상적인 배팅 키네틱 체인 시퀀스(Batting Kinetic Chain sequence).”
“…!”
“자연스러운 힙 힌지(Hip Hinge)를 통한 뛰어난 하체 활용, 백스핀 타구 양산에 효과적인 손목 활용, 이것 말고도 많긴 합니다만….”
“그걸 다 어떻게…!”
“제가 도진의 폼을 살짝 고쳐준 건 완성된 케이크에 딸기를 하나 얹은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대단한 건 이런 최신 이론들을 충돌 없이 이식하는 데 성공한 도연 씨와, 그걸 믿고 따른 도진이 쪽이죠.”
도연은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어떤 인물의 폼을 하나하나 뜯어보고 그 의도를 파악한다는 것은, 웬만한 타격 지식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이 현역 고등학생이라면 더더욱 그렇고 말이다.
“아마 저에 대해 들으신 안 좋은 소문들이 있는 걸로 압니다.”
“…응, 맞아.”
“의심은 다 털고 가는 게 좋겠네요, 어떤 걸 들으셨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도연은 잠시 머뭇거렸다.
이미 그녀의 마음 한구석에 이런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아이도 나처럼 잘못된 소문에 시달렸을 뿐, 사실은 착한 사람 아닐까?
도진에게 건너 들었을 때도 느꼈지만, 성묵이 가진 야구 지식은 진짜다. 소문대로 펑펑 놀러 다니며 쌓을 수 있는 그런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순간 말하기 꺼려졌으나, 솔직하게 말해달라는 듯한 성묵의 눈빛에 도연은 이내 자신이 커뮤니티에서 봤던 그에 관한 악소문을 전부 말하기 시작했다.
“…………….”
잠자코 듣고 있던 성묵.
그는 생각했다.
‘아니, 썅. 전부 다 진짜 있었던 일 같은데…?
빙의할 때 금성묵의 과거에 대한 기억이 깡그리 날아간지라 진짜 한 건지는 알 수 없지만, 이놈이라면 그러고도 남는다고 생각했다.
서혁준 선생이 투음절맥에 걸린 이유를 역추적할 때 했던 말들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으니까.
성묵은 식은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치인식 화법으로 가자.
100%의 거짓말보다는 1%의 진실과 99%의 거짓을 조합하는 게 효과가 더 좋은 법.
“과장된 부분이 꽤 많군요.”
“정말?”
사실 과장은커녕 그 실제 모습을 차마 다 담아내지 못했을 거라 생각하지만, 일단은 두루뭉술한 말로 성묵은 말을 시작했다.
환한 표정으로 바뀐 그녀의 표정이 다시 바뀌는 덴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다만 사실인 부분도 더러 있습니다. 부끄러운 과거지요.”
“………!!”
성묵이 순순히 그 소문을 일부 인정하자 다시 충격에 물드는 도연. 하지만 성묵은 그녀를 실망한 채로 둘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도연 씨, 이것 하나만 알아주십쇼.”
“그게 뭔데…?”
“저는 저를 버렸습니다.”
“…!?"
“예전의 저는 없습니다. 제겐 오직 야구뿐입니다.”
타악!
“………………!!!”
도연에게 조금씩 다가온 성묵이 이내 그녀의 두손을 확 잡았다. 그것도 전에 없는 진중한 눈빛과 함께.
“도진이는 믿고 맡겨 주십시오. 그 녀석이 웃으며 야구 할 수 있는 팀. 제가 꼭 이끌겠습니다.”
“아으, 그, 잠깐…. 너무 가깝….”
“그러려면 도연 씨의 도움도 필요합니다.”
“도움? 무슨 도움…?”
“예, 지금 현대 야구는 데이터가 절반 이상. 아니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신생이라 많은 부분이 걸음마 단계인 문혁고에는 도연 씨 같은 전문가가 꼭 필요합니다.”
“내가, 필요해?”
“예, 도연 씨가 아니면 안 됩니다.”
“…아으.”
얼굴에서 후끈 김이 피어오르기 시작한 도연.
이 순간까지도 그녀의 두 손을 꽉 잡은 채 놔주지 않는 성묵의 눈빛은 지금까지 봐온 그 어떤 사람보다 웅대한 열망을 품고 있었다.
“…알겠어, 최대한 도와줄게.”
결국 밀어붙이는 성묵에게 도움을 약속한 도연.
성묵은 천군만마를 얻은 듯한 기분에 표정이 환해졌다.
이로써 도진을 팀에 넣는 것뿐만 아니라, 추후 타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한 순간에 도연의 도움 또한 받을 수 있게 됐다.
연신 감사를 표하며 손을 붕붕 저은 성묵.
이제 슬슬 도연의 상태가 점점 한계에 다다랐다.
“그으, 나 잠깐만 쉬다가 갈 테니까 먼저 돌아갈래?”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요. 먼저 경기장에 돌아가 보겠습니다.”
어느덧 청백전이 시작할 시간.
성묵은 그녀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한 뒤 후다닥 야구장 안으로 다시 돌아갔다.
“………하아!”
성묵이 사라지자 모아둔 숨을 내뱉은 도연.
처음으로 맞잡은 건장한 남성의 손이란, 그녀에게 너무나도 자극적이었다.
‘왜 자꾸 기억나지. 그것도 땀 냄새가….
그것보다 더 그녀를 자극한 것이 바로 성묵의 땀 냄새였다.
투구를 마친 뒤 씻지 못하고 도연에게 불려온 탓에 풍기게 된 것이었는데, 그녀 주변에 널려있는 공부만 하는 샌님들에게서는 맡을 수 없는 진짜 수컷의 냄새였다.
“…어지러워.”
일생 접해본 적 없는 자극에 극심한 현기증을 느낀 도연. 그녀는 꽤 오랫동안 야구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
“뭐야…?”
내가 관중석으로 복귀하자 웅성웅성한 분위기의 구장. 그런데 일반적인 상황이 아닌 것 같다.
“핫산이랑 석운강?”
둘이 마운드 위에서 꽤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마치 싸우는 것 같달까.
‘그럴 리가 없는데…?
핫산은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노력하는 순박한 파키스탄 청년 그 자체.
석운강은 어떤가. 정신 수양하면 저리가라인 스님 출신 아닌가. 절대로 누군가와 싸울 위인이 아니었다.
“명 감독님! 쟤네 뭔 일 있어요?”
내가 위쪽에서 부르자 뒤돌아본 명신우 감독. 그가 곧 머리를 탁 짚으며 말했다.
“아, 성묵이냐…. 하아, 골때린다 진짜.”
“예?”
내가 묻자 한숨을 푹 내쉰 명 감독.
그 대답이 참으로 가관이었다.
“둘이 알라신이 더 위대하다, 부처가 더 위대하다 이러면서 싸우고 있다는데.”
“…이런 썅.”
그냥 착한 애들이니까 괜찮겠지 싶었는데, 가까운 곳에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발작 버튼이 존재할 줄이야.
야구부 시작부터 지랄이 난 모습에 진심으로 때려치우고 싶었지만, 일단은 말려야 할 거 아닌가.
"​아오, 시발 애들아 좀!!"
나는 후다닥 그물망을 타고 경기장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진짜 이놈의 망겜. 쉽게 가는 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