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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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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드에 올라선 금성묵과 타석에 들어선 도도진.

서로에 대해 높은 평가를 하는 둘이지만, 지금은 그저 투수 대 타자로 맞서 싸워야 할 상대였다.

“후우.”

도진은 얕게 심호흡했다.

그리고는 머릿속에 드는 잡생각을 지워냈다.

‘지금은 형과의 승부가 먼저야.

도진은 입부 테스트를 보기 전 있었던 누나와의 트러블 때문에 머릿속이 복잡했다.

그 원인은 금성묵에게서 걸려 온 전화 한 통에서 시작됐다.

자신의 타격폼을 녹화해 둔 영상을 보던 도진은 핸드폰의 진동이 울리자 헐레벌떡 달려가 발신자를 확인했다. 그리고는 기쁜 마음으로 전화를 받았다.

“성묵이 형! 오랜만이에요.”

["그래. 오랜만이다. 도진아, 다음 주 토요일에 입부 테스트 잡혔거든? 부담 가지지 말고 자리만 채워줘."]

"네, 형!"

기다리고 기다리던 성묵의 전화.

혹시나 안 오면 어쩔까 싶었지만 이젠 고민할 것도 없었다.

도진은 집에서 요리하고 있던 도연에게 대뜸 선언했다.

"누나, 나 전학 가려고."

"………!?"

동생의 갑작스러운 선포에 깜짝 놀라 국자를 떨군 도연.

사려 깊던 동생의 급발진에 그녀는 아연실색하여 물었다.

"왜, 갑자기? 요즘 잘하고 있었잖아."

최근 도도진은 물오른 타격 컨디션 덕분에 팀에서 고정 2번 타자로 출전하고 있었다. 한창 그 폼을 유지해 나가야 할 중요한 시기에 전학이라니. 좀 더 좋은 야구부로 전학 가는 건 잘 모르고 보면 좋아 보일지 몰라도, 1년 출장 금지 제한에 걸려 시간을 버릴 확률이 농후했다.

"성묵이 형한테 전화가 왔거든. 나 역시 문혁고로 가야 할 것 같아."

"………!"

또다시 들려온 그 이름.

금성묵.

도연은 전부터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

바로 그의 이름이 돌았던 것은 야구 전문가들만 입장할 수 있는 커뮤니티 내에서였다.

세계 최고 수준의 실력을 자랑하는 한국 야구인 만큼, 거기서 조금이라도 이름을 알리는 건 너무나도 어렵다. 특히 서울권에서 거리가 멀어질수록 전국구 실력 정도가 아니면 더더욱 어려워졌다. 금성묵의 이름이 그녀에게 들리게 된 계기는 절대 좋은 게 아니었다.

제목: 고교 야구 최악의 워크에식의 보유자.jpg

[부산권 1학년 금성묵이라는 투수인데, 진짜 워크에식 최악입니다. 맨날 술 마시고, 담배 피고, 여자 좋아하고, 폭주족들이랑 어울리며 오토바이 타고다니고…

부전고 운동장 구경 가보면 금성묵이 운동 제대로 하는 꼴 본 적이 없습니다. 이렇게 해도 150km는 나오니까 뽑히겠지 싶은 거려나요. 참 한숨만 나옵니다.]

도진의 입에서 그 이름이 나온 순간 저 일화가 기억났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그런 양아치랑 어울리지 마!'라고 하고 싶었지만, 동생을 구해주기도 하고 타격 폼을 제대로 고쳐준 점 때문에 섣불리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다만 이렇게 같은 학교, 같은 야구부로 가는 건 이야기가 달랐다. 부모라는 인간들이 제 노릇을 못 하는 지금, 유일한 가족이자 누나인 도연이라도 도진이 엇나가지 않게 케어해야 했다.

“안 돼…!”

"뭐?"

"안 된다고 했어. 넌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넌 몰라."

단호한 누나의 태도에 눈이 동그래진 도진.

그러나 단호하기로는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누나, 좀 실망인데.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에 대해 그렇게 말하는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

“……………!!”

항상 누나의 말이라면 신뢰하고 따라오던 동생이 처음으로 자신에게 날을 세우며 대립각을 세웠다. 그것도 양아치로 악명이 자자한 녀석의 편을 들면서. 도연은 이 상황이 너무나 낯설었다.

“도진아, 진짜 왜 그래. 너 오늘따라 이상해.”

“성묵이 형 소문은 알아. 형이 전학 오게 된 계기가 궁금해서 이것저것 찾아봤거든. 생긴 것도 솔직히 말하면, 내가 아는 그 어떤 사람보다도 불량하게 생기긴 했어.”

“그런데 나는 그런 성묵 형 덕분에 구원받았어. 누나, 나 최근에 너무 힘들었던 거 알아?”

“뭐…?”

“조금만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거든. 누나 소개해달라고 불러내서 폭행하는 양아치들, 그걸 또 알고도 방관하는 야구부 선배 놈들, 하나도 도움 안 되는 무능한 코치진까지….”

“이대로 2년을 더 버텨야 한다 생각하니 지옥이었어. 모든 걸 놓아버릴까 싶은 정도로.”

“…………!!”

극단적인 선택까지 생각했다는 동생의 발언.

도연은 가슴에 돌덩이가 쿵 하고 내려앉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원작의 도연이 방구석 히키코모리가 되는 이유.

도진을 선수로서 게임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었다.

“다 포기하려고 했을 때 성묵형이 나타나고 모든 게 해결됐어. 형이 물리친 양아치들이 소문을 냈는지 날 건드리는 사람도 없어졌고, 형이 고쳐준 폼 덕분에 야구도 잘 되고 있으니까.”

“이래도 누나, 내가 성묵 형한테 은혜를 갚고 싶어 하는 게 이상한 거야?”

“……….”

도연은 말을 잃었다.

동생이 하는 말에 틀린 게 하나도 없기도 했고, 부끄러웠다. 그 누구보다 도진을 위한다 생각했지만, 동생이 극단적 생각까지 하는 걸 눈치도 채지 못했고 그걸 생판 모르는 사람이 해결한 것도 전혀 몰랐다.

“후우….”

한숨을 내쉰 그녀.

그녀는 곧 동생을 꽉 끌어안았다.

“누나?!”

“미안해, 도진아. 못난 누나라서.”

“아니, 누나 잘못이라는 건 아닌데….”

누나의 진심 어린 사과에 누그러진 도진.

도연은 나름 결심한 듯이 도진에게 말했다.

“전학은 무조건 가자. 문혁고 입부 테스트도 봐도 좋아.”

“정말?”

도진이 말한 게 정말이라면 그런 팀에 있는 것은 더는 실력으로나 멘탈적으로나 동생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량이 오른 지금이라면 명문고 전학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 어느 학교에 가던, 옮기는 게 맞았다.

“그런데 이야기는 한 번 해봐야겠어.”

“성묵이 형이랑?”

“응, 네 말대로 직접 보고 판단할게.”

“만약에 누나 눈에 안 차면?”

“그때는….”

“도진이 너랑 떨어뜨려 놓을 거야. 무슨 수를 써서라도.”

“…………!”

처음 보는듯한 누나의 서늘한 눈빛.

도진은 그게 결코 허언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금성묵…….

모든 타자와의 승부를 지켜본 도연. 일찍부터 구장에 와있었던 그녀는 꽤 많은 것을 알아냈다.

‘아직 부상 회복은 완전치 않아. 방금 연출했던 모습도 그걸 숨기기 위한 책략의 일부분.

이미 여러 타자를 상대하며 몸이 풀리고도 남을 정도의 공을 던졌다. 그런데도 구속이 140Km 초반을 벗어나지 않는다. 거기서 그녀는 그의 어깨가 폼이 다 올라오지 않았음을 포착했다.

당장 테스트를 보는 타자들은 딱 한 타석만 그를 상대하기에 깨닫기 쉽지 않았던 부분이다.

‘놀라운 건 불완전한 몸 상태로 보여주는 저 퍼포먼스. 1학년 때는 피지컬만 믿고 던지는 투수였을텐데, 대체 1년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도진이 이전에 했던 말로 미루어 보면, 야구 자체에 대한 이해도가 고등학생 수준이 아닌 것도 알 수 있다. 도연으로서는 처음 접하는 인물상이다. 이 정도로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은 없었다.

‘아직은 좀 더 봐야겠어.

계속해서 금성묵의 투구에 대해 분석한 걸 메모하던 그녀는 곧 펜을 놓고는 그물망 가까이 다가갔다.

이제는 그녀의 동생, 도진이 타석에 들어서니까.

“후우.”

로진을 손에 탁탁 털고 땅에 던진 금성묵.

석운강과 사인을 교환한 그는 대망의 첫 구를 던졌다.

파앙!

“스트라이크!”

“…!”

커브가 존 한복판에 꽂혔다.

배트를 내려다 움찔한 도진.

성묵은 씩 웃었다.

‘도진이 녀석, 직구 던졌으면 초구부터 후릴 생각이었구만.

이번 테스트에서 대다수의 타자에게 직구를 존에 꽂아 넣으며 초구를 잡고 가는 일이 많았다.

낯선 투수를 만난 상황에서는 일단 공을 좀 지켜보려는 타자들의 성향을 이용한 것이다. 도진은 자신에게도 그렇게 나올 것이라 생각했다.

‘그 도도연 동생인데, BQ가 나쁠 리가 없지.

돌대가리 타자들한테 던지는 것처럼 도진에게 던졌다가는 크게 낭패를 볼 게 뻔했다. 성묵은 평소보다 한 단계 꼬아서 볼 배합을 하기 시작했다.

파앙!

높은 존에 꽂히는 하이 패스트볼.

도진은 부르르 떨며 배트를 내지 않았다.

겨우 참은 건가 생각한 성묵은 혀를 찼다.

금성묵의 직구를 가까이서 본 도진의 몸이 찌르르 떨렸다.

그의 공에 묘한 감동마저 느꼈기 때문이다.

'성묵형, 대단한데. 그 짧은 기간에 이 정도까지 회복할 줄이야!'

양아치를 두드려 패고 도진을 구했던 그날, 120km를 겨우 찍던 그가 여기까지 구속을 복구하는 데 얼마나 노력했을까. 그런 생각에 가슴이 뭉클해지는 도진이었다.

파앙!

"볼!"

제3구는 존을 크게 벗어난 슬라이더.

의도와는 많이 달랐던 모양인지 성묵이 혀를 찼다

'씁, 날 잡고 제구 훈련도 빡세게 해야겠는데.'

아직 제구 스탯이 C+정도밖에 안 되어서 그런지, 힘을 빼지 않으면 노린 코스에 제대로 넣기가 힘들었다.

카운트는 1-2, 스트라이크를 하나 넣어줘야 할 타이밍이다.

'아니, 그거 말고.'

몇 번 운강의 사인에 고개를 저은 성묵이 투구 동작에 들어갔다.

그리고 내던져진 4구.

바깥에서 존 외곽을 파고드는 슬라이더.

절묘한 낮은 코스로 타자가 손대기 쉽지 않은 위치.

배터리는 그걸 치지 못 하리라 봤으나,

따악!

기어코 그걸 따라가 건드린 도도진.

타이밍이 약간 어긋났는지 공은 뒷그물을 때렸다.

"으, 아쉽다."

슬라이더를 기다린 뒤 잡아놓고 후렸지만, 금성묵의 폼에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터라 살짝 타이밍이 엇나갔다.

카운트는 2-2,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듯 금성묵의 5구가 던져졌다.

파앙!

우타자 몸쪽에 꽉 붙는 몸쪽 빠른 공.

도도진이 공을 피해 한 걸음 황급히 물러나며 이제 풀카운트까지 간 상황.

여기서 도진은 생각했다.

'성묵 형이 몸쪽 꽉 찬 직구를 던진 이유.'

투수 못지않게 타자 역시 자극에 민감한 존재.

몸쪽을 파고드는 공을 던지면 자기도 모르게 물러서거나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 바깥쪽 꽉 차는 공을 던진다면?

'꼼짝없이 당하겠지, 보통은.'

도진은 생각을 마쳤다.

그리고는 코스를 바깥쪽으로 좁혔다.

성묵은 운강과 사인을 교환했다.

'오케이, 마지막 공은 바깥쪽으로.'

타자의 노림수와 투수의 코스가 일치했다.

그렇게 뿌려진 마지막 공.

이 한구에 둘의 승부가 결정될 터.

'예상한 대로 바깥쪽...!'

그것도 직구가 확실했다.

뭐라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슬슬 어지간한 변화구들은 구분되기 시작한 그였다.

의심의 여지 없이 배트를 냈다.

코스도 구종도 모두 예상한 대로라 생각했다.

그 순간, 공이 멈췄다.

'…어?'

그리고 맹렬히 꺾여나간다.

이미 직구 궤도에 맞춰 돌기 시작한 배트를 피해 바깥으로 피해 가는 공.

이번 테스트 내내 숨겨온, A등급 써클 체인지업이었다.

파앙!

"스트라이크 아웃!"

존 밖으로 빠져나가는 써클 체인지업에 헛스윙 삼진.

도도진은 어안이 벙벙했다.

설마 이 정도 무기를 아직도 숨기고 있을 줄은 몰랐다.

완전히 당했음에도 그는 기뻤다.

"그걸 내 차례기 되어서야 꺼내실 줄이야."

어엿이 한 명의 선수로서 인정받은 느낌.

도진은 꾸벅 숙여 성묵에게 인사하고는 덕아웃으로 들어갔다.

이로써 타자 응시생 전원 셧다운.

그 누구에게도 1루를 내어주지 않은 채 금성묵은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수고했다. 에이스."

마중 나온 명 감독이 주먹을 내밀며 그를 맞이했다.

씨익 웃으며 그의 주먹을 퉁 친 성묵.

이로써 오늘 그가 할 일은 끝났다.

타자 테스트라는 명목 하에 금성묵이란 존재가 이 팀의 에이스이자, 중심이란 걸 모두에게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뒤부터는 청백전이랬지.'

응시생을 A팀, B팀 두 팀으로 나눠 경기할 예정이라고 한다.

A팀 선발 투수는 핫산.

B팀 선발 투수는 리동혁.

체력 스탯이 C에 불과한 리동혁이 선발에 적합한 인선은 아니지만, 다양한 투수를 테스트 해야 하는 현 상황이니 올리는 모양이다.

"관중석에서 팝콘이나 뜯어볼까."

명 감독에게 허락받은 뒤 어깨에 아이스팩을 둘둘 멘 나는 덕아웃을 나서 경기장 밖으로 나왔다.

'자판기가 이쯤에 있었을 텐데.'

이온 음료가 땡겨서 하나 뽑아먹으려고 돌아다니는데, 멀찍이 누군가가 다가왔다.

"금성묵 씨."

그건 바로 도도연이었다.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그녀가 어느새 날 따라온 것이다.

"안녕하세요, 도진이 누나. 도도연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도진이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미소를 지으며 공손하게 인사를 해오는 그녀였으나,

'묘하게 눈빛이 싸늘한데.'

썩 나를 좋게만은 생각하지 않는 게 느껴졌다.

경계심을 품고 있는 게 보이기도 했고 말이다.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다.

없던 선입견도 절로 만들만한 외모를 가진 게 지금의 나였으니까.

"성묵씨,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무언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 보이는 그녀.

나는 씩 웃으며 고개를 주억였다.

"좋습니다. 가시죠."

요새 미녀와 이야기할 일이 많네-

라고 생각하며 나는 그녀의 뒤를 따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