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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여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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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근처에 있던 시민구장에 모인 테스트 예정자들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체계적인 관리로 인해 그라운드의 컨디션이 상당히 좋은 이곳이 앞으로 문혁고 야구부가 쓸 구장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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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만 아니라 선수단 전용 버스, 피칭 머신을 비롯한 각종 기자재가 문혁고 전용으로 구비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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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과 전속계약을 맺는 데에 상당한 돈이 들어 이사장이 피눈물을 흘렸다고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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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알바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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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계약을 맺게 만든 한 학생은 코를 후비며 그 어떤 죄책감도 품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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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테스트원 총 32명. 문혁고 야구부 입부 테스트에 온 것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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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신우 감독의 인사와 함께 시작되는 본격적인 눈치 싸움. 테스트를 보러온 인원들은 빠르게 서로를 스캔했다. 같은 문혁교 인원이 대다수였지만, 모르는 사람도 몇몇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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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 가장 좋은 쪽으로 눈에 띈 것은 역시, 자타공인 최강의 포텐셜을 가진 포수인 석운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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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피지컬 개 지리긴 한다. 힘으로 붙으면 뼈도 못 추리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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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기는 왜 붙어. 같은 편 된다 생각하면 든든하기만 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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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안 좋은 방향으로 눈에 띈 쪽은 누가 봐도 외국인인 핫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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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테스트 장에 외노자 불렀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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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 떨어지게 진짜. 내가 쟤 하나는 무조건 제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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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쪽에는 야구 강팀이 없다고 자연스레 얕보는 몇몇 테스트 희망자들. 현실은 그라운드에 똥을 싸도 합격 예정인 것이 핫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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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 동아리 최아담도 왔네. 언제 봐도 진짜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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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 근데 다리 진짜 빨라. 대주자 롤 필요하면 합격시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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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담 역시 동아리원의 응원을 받으며 테스트를 보러왔다. 남들보다 눈에 띄게 작은 키를 가진 그는 괜찮은 척 하고 있었으나, 꽤 긴장한 티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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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저 녀석 진성고 도도진 아니야? 요즘 시범 리그에서 잘 치던데 왜 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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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는 좀 버거운데. 감독님이 말한 추가적인 스카우트 학생이 저 녀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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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의 부름에 응한 채 싱글벙글 대기하고 있는 도도진 역시 있었다. 그는 최근 짧은 기간 내에 눈에 띌 정도의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기에 알아보는 사람이 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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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람은 인상 사납네. 뭔가 야생동물 같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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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글쎄 딱히 잘 할 것 같은 관상은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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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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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부 테스트 인원 중에는 리동혁 역시 있었다. 그는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그 순간까지도 고민했다. 자신이 정말 어느 팀에 속해도 될까 하는 고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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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금성묵이 툭 던진 말 몇 마디가 그의 마음을 크게 뒤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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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건 죄가 아니야, 리동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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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팀은 다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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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보다 야구를 사랑하는 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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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유언대로 ‘인민의 싱커’로 세계를 호령하라는 꿈 역시 이대로 포기할 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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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 동무, 한 번 지켜봐야겠소. 당신이 내게 새로운 길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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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한 리동혁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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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안 보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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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이 어디에도 보이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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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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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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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전까지는 어수선해서 들리지 않았던, 누군가가 코 골며 자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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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믿기지 않는 눈으로 소리의 진원지인 우측 덕아웃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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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곳에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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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아웃에 쿠션을 깔고 누워서 대차게 자고있는 금성묵의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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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아, 일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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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아아, 벌써 테스트 시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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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의 부름에 배를 벅벅 긁으며 일어나는 금성묵. 그 자리에 모인 인원들 모두가 어이를 상실한 채 그의 피곤함에 쩔어있는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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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자리에서 태연한 것은 명 감독과 금성묵 본인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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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바로 타자 테스트부터 시작한다. 성묵아, 몸 좀 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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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압, 감독님. 뭐 몸을 풉니까. 저 그냥 바로 던질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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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품을 찍찍하며 바로 덕아웃 밖으로 걸어 나오는 금성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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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저 자신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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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상대론 몸 풀 필요도 없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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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독기에 이글거리기 시작한 타자 대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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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건방진 양아치 투수의 공 따윈 가볍게 때려내어 테스트에 합격하리라고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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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대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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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드로 향하며 뒤돌아선 금성묵의 얼굴에는, 비릿한 미소가 띠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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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부 테스트 하루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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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명 감독을 만나 테스트 당일의 계획을 미리 말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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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야구장 벤치에서 자고 있겠다고?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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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자는 척하는 거긴 한데, 아무튼 이게 다 감독님 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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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내 탓이라고...?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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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 감독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이유를 물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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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이 단상에서 제가 엄청난 투수라고 뻥카를 치는 탓에, 제가 허접한 모습을 보여줄 수가 없게 됐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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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렇게 말하며 한 쪽으로는 스텟창을 켜서 나의 현재 투수 스텟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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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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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투수 능력치 (*포텐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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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투 스리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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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 A+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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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구: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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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 B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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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위: B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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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구: B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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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커브: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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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슬라이더: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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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써클체인지업: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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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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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오히려 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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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음절맥을 치료하며 변화구 스탯이 2단계나 올랐고, 그동안 쉬느라 많이 굳어있던 어깨도 점점 제 상태를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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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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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몸에 빙의했을 때 비하면 상전벽해인 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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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재 스탯은 잘 쳐줘야 강호고 커트라인 수준의 투수. 이 스펙으로 상대를 쓰러트리려면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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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 발표 때 내가 좀 흥분했던 부분은 미안하구나. 근데 그거랑 테스트 날 먼저 와서 자는 척하는 게 무슨 관계가 있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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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만약 입부 테스트에 앞서 처음부터 열심히 몸 푸는 모습을 보여준 뒤에, 140km 초반의 똥볼이나 던지는 꼬라지를 보여주면 다들 어떻게 생각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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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음. 저 양아치 자식, 사실 거품이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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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감독님 본심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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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흐흠, 나를 뭐로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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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끔한 거 보니 진짜인 거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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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뭐, 대충 말하신 거랑 비슷하게 생각하겠죠. 그럼 그 반대 상황이 되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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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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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누워서 자고 있다가 몸도 안 풀고 슉슉 던졌는데, 그게 140km 초반을 상회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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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자다 일어나서 몸도 안 풀었는데 저 정도라니. 대단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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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그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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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감독님이 파이어볼러라는 말을 해두기도 했고, 생긴 것도 천생 양아치 같은 놈이니 이런 식의 기만책을 써도 의심받을 리는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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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납득도 했고 장단도 맞춰줄 건데 괜찮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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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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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그래 버리면 얘들도 독기가 바짝 오르지 않겠어? 그 상황에 네가 흠씬 얻어맞아 버리면 앞으로 주장으로서 위신이 안 설지도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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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는 명 감독의 말에 나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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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감독님 아직 저 던지는 거 본 적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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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아직 없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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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보시죠. 제가 어떻게 던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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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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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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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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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의 커브에 농구부 에이스 출신인 서경수의 배트가 헛돌며 삼진을 잡아냈다. 스스로의 무력함에 자책하며 덕아웃에 돌아가는 서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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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부 테스트를 보는 타자들은 현재까지 올 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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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금성묵의 피칭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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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의 위력도 위력이지만, 금성묵과 석운강의 배터리가 상대의 노림수를 꿰고 있기라도 하듯 날카로운 공으로 타자들의 허를 찔렀다. 아마추어 타자들 정도는 신체의 미묘한 동작만 봐도 지금 뭘 노리는지 대충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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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브 노리면 직구 날라오고, 직구 노리면 슬라이더가 날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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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자다 일어나서 던지는 데 이 공은 반칙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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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투덜대는 타자들의 목소리가 멀찍이 금성묵의 귀에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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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컨셉질은 안 들킨 거 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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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테스트 1시간 전부터 몸을 빡세게 풀어두고 개빡겜을 조지고 있는 금성묵이었으나, 그걸 모르는 테스트 생들의 머릿속에서 그는 '몸도 안 풀고 대충 던져도 상대를 가지고 노는 투수'라는 이미지가 무사히 각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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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 시주, 오늘 공이 아주 좋습니다. 저도 역시 타석에 들어서고 싶었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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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기죽일 일 있냐. 지금 내 기량으로는 너 못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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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도 치고 싶다고 어필하는 석운강을 진정시킨 금성묵. 명 감독은 곧 다음에 타석에 들어설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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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어디 보자. 다음 타석은 최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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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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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혁고의 리드오프로서 점찍어둔 최아담의 등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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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은 혀를 날름거리며 최아담의 스탯창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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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보자, 이 녀석 스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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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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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 최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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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19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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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 160 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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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배드볼 히터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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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볼 타격 시 안타 확률이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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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 키워드: 질풍(S+), 타격 영재(A+), 수비 영재(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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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 능력치 (*포텐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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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투 좌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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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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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택: B+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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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S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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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구: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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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 B+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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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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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한 컨택 능력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선구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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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타자의 공략 방법은 금성묵이 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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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초구는 이거부터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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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운강과 싸인 교환을 마친 금성묵이 초구를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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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가 강렬하게 회전하며 석운강의 미트에 꽂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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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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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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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Km의 직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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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높은 존에 꽂아넣는 직구를 상정하고 던졌지만 빠진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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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담의 키가 작아 존이 좁은 것도 한몫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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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 다음 공은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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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의 2구가 던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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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그의 선택은, 하이 패스트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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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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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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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맥없이 돌아가는 최아담의 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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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착군을 조금만 낮추면 배트가 따라 나올 것이라 예상했고, 그대로 적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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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구에 배트 내고 싶은 거 겨우 참은 게 너무 티 나잖아. 이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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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1볼 1스트라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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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변화구를 한 번 보여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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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몸쪽 대처부터 한 번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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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의 손에서 날아간 공이 최아담의 몸쪽으로 강하게 붙어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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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타자 입장에서는 간담이 서늘할 만한 그런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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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몸에 부딪힐 듯 맹렬히 오다 크게 꺾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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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으로 휘어지며 스트라이크 존을 향해가는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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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지간한 타자라면 꼼짝도 못 했을 로케이션이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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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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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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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를 쭉 빼며 기술적으로 당겨친 최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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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루 라인 선상으로 날카롭게 뻗어져 나가는 공에 금성묵은 간담이 서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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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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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하게 파울 라인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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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공이 만약 페어 라인 안쪽을 타고 나갔다면 최아담의 빠른 발을 고려해봤을 때, 최소 2루타에서 3루타까지는 내줘야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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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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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방 얻어맞을 뻔했지만 기분 좋은 웃음이 그의 입가에 뱄다. 이건 어디까지나 테스트. 좋은 동료를 얻는 건 사양할 일이 아닌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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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할만해. 할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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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를 여러 차례 돌리며 자신에게 암시를 거는 최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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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금성묵에게 들어온 석운강의 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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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의 생각이 일치하기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립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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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 공엔 어떻게 대처하나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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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트는 2스트라이크 1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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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킹 자세를 잡은 금성묵의 팔에서 공이 뿜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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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 존 좌측 하단을 향해 날아오는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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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담은 드디어 존에 들어오는 깔끔한 공을 향해 입맛을 다시며 배트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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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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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순간 꺾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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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으로 휘는 슬라이더임을 뒤늦게 눈치챘지만, 이미 배트는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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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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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이크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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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에 그대로 삼진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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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오, 이 븅신같은 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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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함을 이기지 못했는지 배트로 스스로의 헬멧을 강하게 퉁퉁 두들기며 자책하는 최아담. 성묵은 그런 그의 모습이 꽤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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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욕이 지나치게 강한 건 단점이 될 수도 있기야 하지만, 선수로서 가진 장점이 많은 녀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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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을 고르는 능력, 다소 거친 스윙 등을 고쳐 나가면 든든한 리드오프로서 문혁고의 기둥이 될 존재임을 성묵은 의심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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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다음 타석은 도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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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아담 다음은 성묵이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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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의 이후 처음으로 만난 선수이자, 첫 영입 제안을 던진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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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오랜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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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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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멧을 벗어 꾸벅 인사한 도진이 타석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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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한 번 까닥하며 인사를 받아준 성묵은 도진의 스탯창을 열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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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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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투 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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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 능력치 (*포텐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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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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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택: B+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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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드: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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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구: A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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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 B+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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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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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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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코칭 한 번 해준 뒤로 성적이 쭉쭉 올라갔다는 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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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컨택 능력치가 무려 2랭크나 올라가고 선구가 A등급을 찍을 줄은 몰랐던 성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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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은 BQ까지 좋은 선수라 웬만한 공으로 현혹하기 어려울 터. 그렇게 도도진과 승부할 방안을 생각하던 성묵은 문득 관중석에 있는 누군가에게 시선이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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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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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에 무언가를 끄적이며 이곳을 보고 있는 미모의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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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속 일러스트보다 생기있는 얼굴이긴 했지만, 도진의 누나인 도도연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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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도도연이 여기 와있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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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진의 전학에 그녀의 의사결정이 상당 부분 들어간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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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되면 성묵이 당장 해야 할 건 명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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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잡아야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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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생각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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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성장했으니 그냥 와달라는 약한 소리 따위 할 생각 추호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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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증명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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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얼마나 성장하던지, 나는 네가 앞으로 나아갈 길의 이정표가 되어줄 수 있는 남자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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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는 구석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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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직 한 번도 던지지 않은 비장의 무기가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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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클 체인지업, 해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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