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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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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여기구나.”

학교 근처에 있던 시민구장에 모인 테스트 예정자들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체계적인 관리로 인해 그라운드의 컨디션이 상당히 좋은 이곳이 앞으로 문혁고 야구부가 쓸 구장이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선수단 전용 버스, 피칭 머신을 비롯한 각종 기자재가 문혁고 전용으로 구비되어 있었다.

이곳과 전속계약을 맺는 데에 상당한 돈이 들어 이사장이 피눈물을 흘렸다고 하지만...,

‘내 알바 아니지.

그 계약을 맺게 만든 한 학생은 코를 후비며 그 어떤 죄책감도 품지 않았다고 한다.

“자, 테스트원 총 32명. 문혁고 야구부 입부 테스트에 온 것을 환영한다.”

명신우 감독의 인사와 함께 시작되는 본격적인 눈치 싸움. 테스트를 보러온 인원들은 빠르게 서로를 스캔했다. 같은 문혁교 인원이 대다수였지만, 모르는 사람도 몇몇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좋은 쪽으로 눈에 띈 것은 역시, 자타공인 최강의 포텐셜을 가진 포수인 석운강이었다.

“진짜 피지컬 개 지리긴 한다. 힘으로 붙으면 뼈도 못 추리겠는데.”

“붙기는 왜 붙어. 같은 편 된다 생각하면 든든하기만 하구만.”

반면, 안 좋은 방향으로 눈에 띈 쪽은 누가 봐도 외국인인 핫산이었다.

“누가 테스트 장에 외노자 불렀냐?”

“수준 떨어지게 진짜. 내가 쟤 하나는 무조건 제낀다.”

중동 쪽에는 야구 강팀이 없다고 자연스레 얕보는 몇몇 테스트 희망자들. 현실은 그라운드에 똥을 싸도 합격 예정인 것이 핫산이다.

“야구 동아리 최아담도 왔네. 언제 봐도 진짜 작다.”

“쟤 근데 다리 진짜 빨라. 대주자 롤 필요하면 합격시키지 않을까.”

최아담 역시 동아리원의 응원을 받으며 테스트를 보러왔다. 남들보다 눈에 띄게 작은 키를 가진 그는 괜찮은 척 하고 있었으나, 꽤 긴장한 티가 났다.

“잠깐, 저 녀석 진성고 도도진 아니야? 요즘 시범 리그에서 잘 치던데 왜 여기를...”

“쟤는 좀 버거운데. 감독님이 말한 추가적인 스카우트 학생이 저 녀석인가?”

금성묵의 부름에 응한 채 싱글벙글 대기하고 있는 도도진 역시 있었다. 그는 최근 짧은 기간 내에 눈에 띌 정도의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기에 알아보는 사람이 꽤 있었다.

“저 사람은 인상 사납네. 뭔가 야생동물 같달까.”

“흠, 글쎄 딱히 잘 할 것 같은 관상은 아닌데.”

“.........”

입부 테스트 인원 중에는 리동혁 역시 있었다. 그는 이곳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그 순간까지도 고민했다. 자신이 정말 어느 팀에 속해도 될까 하는 고민을.

하지만 금성묵이 툭 던진 말 몇 마디가 그의 마음을 크게 뒤흔들었다.

‘태어난 건 죄가 아니야, 리동혁.

‘우리 팀은 다를 거다.

그 누구보다 야구를 사랑하는 그였다.

어머니의 유언대로 ‘인민의 싱커’로 세계를 호령하라는 꿈 역시 이대로 포기할 순 없었다.

‘금성묵 동무, 한 번 지켜봐야겠소. 당신이 내게 새로운 길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인지.

그렇게 생각한 리동혁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왜 안 보이지?

금성묵이 어디에도 보이질 않았다.

바로 그때였다.

“코로렁...!”

그전까지는 어수선해서 들리지 않았던, 누군가가 코 골며 자는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가 믿기지 않는 눈으로 소리의 진원지인 우측 덕아웃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있었다.

덕아웃에 쿠션을 깔고 누워서 대차게 자고있는 금성묵의 모습이.

“성묵아, 일어나라.”

“예? 아아, 벌써 테스트 시간인가.”

감독의 부름에 배를 벅벅 긁으며 일어나는 금성묵. 그 자리에 모인 인원들 모두가 어이를 상실한 채 그의 피곤함에 쩔어있는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이 자리에서 태연한 것은 명 감독과 금성묵 본인뿐이었다.

“자, 바로 타자 테스트부터 시작한다. 성묵아, 몸 좀 풀어라.”

“하압, 감독님. 뭐 몸을 풉니까. 저 그냥 바로 던질랍니다.”

하품을 찍찍하며 바로 덕아웃 밖으로 걸어 나오는 금성묵.

“뭐야, 저 자신감은?”

“우리 상대론 몸 풀 필요도 없다는 건가?”

어느덧 독기에 이글거리기 시작한 타자 대기자들.

저 건방진 양아치 투수의 공 따윈 가볍게 때려내어 테스트에 합격하리라고 마음먹었다.

‘계획대로군.

마운드로 향하며 뒤돌아선 금성묵의 얼굴에는, 비릿한 미소가 띠어져 있었다.

#######

입부 테스트 하루 전,

나는 명 감독을 만나 테스트 당일의 계획을 미리 말해두었다.

“그날 야구장 벤치에서 자고 있겠다고? 왜?”

“정확히는 자는 척하는 거긴 한데, 아무튼 이게 다 감독님 탓입니다.”

“내, 내 탓이라고...? 왜?”

명 감독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이유를 물어왔다.

“감독님이 단상에서 제가 엄청난 투수라고 뻥카를 치는 탓에, 제가 허접한 모습을 보여줄 수가 없게 됐거든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한 쪽으로는 스텟창을 켜서 나의 현재 투수 스텟을 살펴봤다.

금성묵

투수 능력치 (*포텐셜)

/좌투 스리쿼터

체력: A+ (*S)

제구: C+

직구: B (*S+)

구위: B (*S+)

변화구: B (*S)

ㄴ커브: B

ㄴ슬라이더: B

ㄴ써클체인지업: A

솔직히 말하자면,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꽤 괜찮다.

투음절맥을 치료하며 변화구 스탯이 2단계나 올랐고, 그동안 쉬느라 많이 굳어있던 어깨도 점점 제 상태를 찾아가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는 것.

처음 이 몸에 빙의했을 때 비하면 상전벽해인 건 맞다.

하지만 현재 스탯은 잘 쳐줘야 강호고 커트라인 수준의 투수. 이 스펙으로 상대를 쓰러트리려면 전략이 필요하다.

“큼, 발표 때 내가 좀 흥분했던 부분은 미안하구나. 근데 그거랑 테스트 날 먼저 와서 자는 척하는 게 무슨 관계가 있는 거니?”

“제가 만약 입부 테스트에 앞서 처음부터 열심히 몸 푸는 모습을 보여준 뒤에, 140km 초반의 똥볼이나 던지는 꼬라지를 보여주면 다들 어떻게 생각할까요?”

“어, 음. 저 양아치 자식, 사실 거품이었구나!”

“그거 감독님 본심이죠?"

"...커흐흠, 나를 뭐로 보고!"

뜨끔한 거 보니 진짜인 거 같은데.

"그래요 뭐, 대충 말하신 거랑 비슷하게 생각하겠죠. 그럼 그 반대 상황이 되면 어떨까요?"

"반대 상황?"

"드러누워서 자고 있다가 몸도 안 풀고 슉슉 던졌는데, 그게 140km 초반을 상회하면?”

“오, 자다 일어나서 몸도 안 풀었는데 저 정도라니. 대단한데?”

“바로 그겁니다.”

이미 감독님이 파이어볼러라는 말을 해두기도 했고, 생긴 것도 천생 양아치 같은 놈이니 이런 식의 기만책을 써도 의심받을 리는 없을 거다.

“음, 납득도 했고 장단도 맞춰줄 건데 괜찮겠어?"

"뭐가요?"

"네가 그래 버리면 얘들도 독기가 바짝 오르지 않겠어? 그 상황에 네가 흠씬 얻어맞아 버리면 앞으로 주장으로서 위신이 안 설지도 모르는데.”

걱정하는 명 감독의 말에 나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맞다, 감독님 아직 저 던지는 거 본 적 없죠?”

“어, 아직 없긴 하지...?”

“한 번 보시죠. 제가 어떻게 던지는지.”

#######

파앙!

“스트라이크, 아웃...!”

“크윽!”

금성묵의 커브에 농구부 에이스 출신인 서경수의 배트가 헛돌며 삼진을 잡아냈다. 스스로의 무력함에 자책하며 덕아웃에 돌아가는 서경수.

입부 테스트를 보는 타자들은 현재까지 올 킬.

모두 금성묵의 피칭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공의 위력도 위력이지만, 금성묵과 석운강의 배터리가 상대의 노림수를 꿰고 있기라도 하듯 날카로운 공으로 타자들의 허를 찔렀다. 아마추어 타자들 정도는 신체의 미묘한 동작만 봐도 지금 뭘 노리는지 대충은 알 수 있었다.

"커브 노리면 직구 날라오고, 직구 노리면 슬라이더가 날아와...!"

"아니, 자다 일어나서 던지는 데 이 공은 반칙이지!"

그렇게 투덜대는 타자들의 목소리가 멀찍이 금성묵의 귀에 들려왔다.

'...휴, 컨셉질은 안 들킨 거 같네.'

현실은 테스트 1시간 전부터 몸을 빡세게 풀어두고 개빡겜을 조지고 있는 금성묵이었으나, 그걸 모르는 테스트 생들의 머릿속에서 그는 '몸도 안 풀고 대충 던져도 상대를 가지고 노는 투수'라는 이미지가 무사히 각인됐다.

"금성묵 시주, 오늘 공이 아주 좋습니다. 저도 역시 타석에 들어서고 싶었습니다만..."

"사람 기죽일 일 있냐. 지금 내 기량으로는 너 못 막아."

자기도 치고 싶다고 어필하는 석운강을 진정시킨 금성묵. 명 감독은 곧 다음에 타석에 들어설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자, 어디 보자. 다음 타석은 최아담.”

“....후우.”

문혁고의 리드오프로서 점찍어둔 최아담의 등장이다.

성묵은 혀를 날름거리며 최아담의 스탯창을 열었다.

‘어디 보자, 이 녀석 스탯이...

띠링!

이름: 최아담

나이: 19세

키: 160 cm

스킬/ 배드볼 히터 (A)

볼 타격 시 안타 확률이 올라갑니다.

잠재 키워드: 질풍(S+), 타격 영재(A+), 수비 영재(A+)

타자 능력치 (*포텐셜)

/ 우투 좌타

파워: D

컨택: B+ (*A+)

스피드: S (*S+)

선구: D+

수비: B+ (*A+)

어깨: B

상당한 컨택 능력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선구 능력.

이런 타자의 공략 방법은 금성묵이 꿰고 있었다.

‘흠, 초구는 이거부터 가볼까.

석운강과 싸인 교환을 마친 금성묵이 초구를 던졌다.

직구가 강렬하게 회전하며 석운강의 미트에 꽂힌다.

파앙!

“볼!”

141Km의 직구,

나름 높은 존에 꽂아넣는 직구를 상정하고 던졌지만 빠진 모양.

최아담의 키가 작아 존이 좁은 것도 한몫했다.

'오케이, 다음 공은 이거.'

금성묵의 2구가 던져졌다.

이번에도 그의 선택은, 하이 패스트볼이었다.

부웅!

"....크윽."

맥없이 돌아가는 최아담의 배트.

탄착군을 조금만 낮추면 배트가 따라 나올 것이라 예상했고, 그대로 적중했다.

'초구에 배트 내고 싶은 거 겨우 참은 게 너무 티 나잖아. 이 친구야.'

이제는 1볼 1스트라이크.

슬슬 변화구를 한 번 보여줄 때가 됐다.

'일단 몸쪽 대처부터 한 번 볼까.'

성묵의 손에서 날아간 공이 최아담의 몸쪽으로 강하게 붙어 날아갔다.

좌타자 입장에서는 간담이 서늘할 만한 그런 공.

마치 몸에 부딪힐 듯 맹렬히 오다 크게 꺾인다.

횡으로 휘어지며 스트라이크 존을 향해가는 공.

어지간한 타자라면 꼼짝도 못 했을 로케이션이었으나,

“...흐읍!”

따악!

엉덩이를 쭉 빼며 기술적으로 당겨친 최아담.

1루 라인 선상으로 날카롭게 뻗어져 나가는 공에 금성묵은 간담이 서늘했다.

"파울!"

아슬하게 파울 라인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공.

저 공이 만약 페어 라인 안쪽을 타고 나갔다면 최아담의 빠른 발을 고려해봤을 때, 최소 2루타에서 3루타까지는 내줘야 했을 것이다.

'캬, 좋은데?'

한 방 얻어맞을 뻔했지만 기분 좋은 웃음이 그의 입가에 뱄다. 이건 어디까지나 테스트. 좋은 동료를 얻는 건 사양할 일이 아닌 거다.

"후우, 할만해. 할만해."

배트를 여러 차례 돌리며 자신에게 암시를 거는 최아담.

그때 금성묵에게 들어온 석운강의 싸인.

둘의 생각이 일치하기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립을 잡았다.

'자, 이 공엔 어떻게 대처하나 볼까.'

카운트는 2스트라이크 1볼.

키킹 자세를 잡은 금성묵의 팔에서 공이 뿜어졌다.

스트라이크 존 좌측 하단을 향해 날아오는 공.

최아담은 드디어 존에 들어오는 깔끔한 공을 향해 입맛을 다시며 배트를 냈다.

"엇.......!"

그 순간 꺾인다.

횡으로 휘는 슬라이더임을 뒤늦게 눈치챘지만, 이미 배트는 돌고 있다.

파앙-!

"스트라이크 ,아웃!!"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슬라이더에 그대로 삼진 아웃.

"아오, 이 븅신같은 놈...!"

분함을 이기지 못했는지 배트로 스스로의 헬멧을 강하게 퉁퉁 두들기며 자책하는 최아담. 성묵은 그런 그의 모습이 꽤 인상 깊었다.

‘승부욕이 지나치게 강한 건 단점이 될 수도 있기야 하지만, 선수로서 가진 장점이 많은 녀석이야.

볼을 고르는 능력, 다소 거친 스윙 등을 고쳐 나가면 든든한 리드오프로서 문혁고의 기둥이 될 존재임을 성묵은 의심하지 않았다.

“자, 다음 타석은 도도진!”

최아담 다음은 성묵이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빙의 이후 처음으로 만난 선수이자, 첫 영입 제안을 던진 사람.

"형, 오랜만이에요."

"오냐."

헬멧을 벗어 꾸벅 인사한 도진이 타석에 들어섰다.

고개를 한 번 까닥하며 인사를 받아준 성묵은 도진의 스탯창을 열어보았다.

도도진

/ 우투 우타

타자 능력치 (*포텐셜)

파워: F

컨택: B+ (*A)

스피드: B

선구: A (A+)

수비: B+ (A+)

어깨: B

‘이런 미친.

그날 코칭 한 번 해준 뒤로 성적이 쭉쭉 올라갔다는 건 들었다.

그런데 컨택 능력치가 무려 2랭크나 올라가고 선구가 A등급을 찍을 줄은 몰랐던 성묵이다.

도진은 BQ까지 좋은 선수라 웬만한 공으로 현혹하기 어려울 터. 그렇게 도도진과 승부할 방안을 생각하던 성묵은 문득 관중석에 있는 누군가에게 시선이 꽂혔다.

"....................."

수첩에 무언가를 끄적이며 이곳을 보고 있는 미모의 여성.

게임 속 일러스트보다 생기있는 얼굴이긴 했지만, 도진의 누나인 도도연이 분명했다.

'잠깐, 도도연이 여기 와있다는 건...'

도진의 전학에 그녀의 의사결정이 상당 부분 들어간다는 뜻.

그렇게 되면 성묵이 당장 해야 할 건 명확했다.

'...무조건 잡아야겠는데.'

약한 생각은 금물이다.

덕분에 성장했으니 그냥 와달라는 약한 소리 따위 할 생각 추호도 없다.

그저 증명할 뿐이다.

네가 얼마나 성장하던지, 나는 네가 앞으로 나아갈 길의 이정표가 되어줄 수 있는 남자라는 것을.

믿는 구석은 있었다.

오늘은 아직 한 번도 던지지 않은 비장의 무기가 있었으니까.

‘써클 체인지업, 해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