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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멋지구나, 나 자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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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혁고의 조리과학부 소속 학생인 김준우는 꽤 인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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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상한 외모에 하얀 피부, 옷을 입었을 때 태가 나는 모델핏 체형에 요리 실력, 집안까지 전부 빵빵한 육각형의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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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인 만큼 누굴 사귀어도 금방 싫증이 났으나, 작년에 한 학생이 유학을 오며 상황이 급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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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워요. 올리비아 램지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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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클급 요리사 고딘 램지의 딸이 학교에 유학을 온 것이다. 그녀는 대단한 요리 실력도 실력이지만, 지금껏 그가 봐온 그 어떤 여자보다 아름다웠다. 그래서 괜한 명분을 대서라도 접점을 만들려 했고, 한국어도 가르쳐 준답시고 최대한 붙어있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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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노력이 빛을 발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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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도 점점 김준우를 꽤 편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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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면 그녀와 특별한 사이까지 나아가는 것은 어렵지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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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 하긴. 그녀에 어울릴 만한 건 나밖에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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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개학한 지금은 3월, 그는 거창한 계획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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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부터 빌드업을 착착 잘 쌓아서 첫 주는 카페, 다음 주는 번화가, 그 다음 주는 벚꽃 아래서 고백을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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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완벽한 계획. 이대로 해서 실패한 여자가 없었던 김준우는 자신만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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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점심시간이 한창일 즈음에 복도를 지나가는 올리비아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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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올리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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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묵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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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테 천생 무관심하던 그녀가 먼저 남의 반을 찾아가 누군가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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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남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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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우는 이 상황 자체가 너무나도 혼란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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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는 심지어 썩 귀찮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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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그녀를 저런 식으로 대하는 사람은 처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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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이 있어요. 따라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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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좋아. 가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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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과 함께 의자에서 일어난 금성묵을 본 김준우는 까무러치게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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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덩치가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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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큰 키인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거 아닐까 싶은 정도로 커다란 키, 반이 꽉 차는듯한 엄청난 떡대. 걸어가며 쓱 접어 올린 팔뚝 부분의 엄청난 근육의 갈라짐까지. 김준우는 진심으로 의문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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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평생 밥만 먹고 운동해도 따라갈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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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금성묵과 함께 걸어가던 올리비아와 김준우의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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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도 밝게 인사를 해준다면 지금의 상황은 사소한 해프닝으로 넘길 수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충분히 친해진 지금이라면 분명 아는 체를 해줄 거라고 생각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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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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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말 없이 다시 뒤돌아서서 금성묵과 함께 사라지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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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우는 인생 처음으로 어떤 남자에게 진한 패배감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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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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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려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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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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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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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이렇게 나올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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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서류를 언젠가 만나면 돌려주려고 하기야 했지만, 대뜸 사람을 끌고 와서 다짜고짜 달라니. 니가 이러면 내 안의 반골 기질이 스멀스멀 올라온단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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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를 말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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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 CCTV를 조회해봤어요. 당신이 주워갔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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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거기까지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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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한테는 중요한 서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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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권력의 힘까지 빌렸다는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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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면 더 발뺌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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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은 할 거예요. 돌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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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려주는 거야 돌려줄 거지만, 나는 그 전에 그녀를 쿡 찔러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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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까지 준다라. 그래 뭐, 나 같은 양아치 놈 손에 자기 약점이 넘어가 있으면 아무래도 곤란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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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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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히 동공이 흔들리는 올리비아. 아마 단순 유학 관련 서류로 알고 있을 줄 안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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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어디까지 아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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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다. 알 만큼은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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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게 정확히 뭐가 문제가 되는진 모른다. 저릿저릿 센서 덕분에 이게 그녀의 약점이란 걸 알 뿐이지. 올리비아는 내 말에 부들부들 떨며 입술을 꽉 깨물더니 물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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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하면 돌려주실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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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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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순순히 돌려주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체념한 듯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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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장에서 지금 요구할만한 건 하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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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많이 고팠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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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입술을 쓱 혀로 핥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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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좀 보자, 올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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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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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만족시켜준다면 비밀로 해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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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고개를 푹 숙이고 부들부들 떠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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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곧 경멸스럽다는 눈으로 날 올려다보며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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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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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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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제 몸에 관심 있던 거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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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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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멸감 어린 목소리로 양팔을 끌어안는 그녀에 대한 내 대답은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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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래냐,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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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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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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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의 이마에 딱밤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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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때렸는 데도 아팠는지 푹 주저앉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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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일어나서는 내게 버럭 화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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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하는 짓인가요! 이런 무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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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한 건 너지. 대뜸 요리 좀 해달랐더니 사람을 변태로 몰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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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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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요리. 너 요리사잖아. 맛 좀 보여달라고, 니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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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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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말의 진의를 깨닫고는 홱 뒤돌아서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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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상당히 쪽팔린 모양이다. 잠깐의 시간 동안 침착함을 되찾았는지 다시 나를 보고 묻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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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무슨 요리를 원하시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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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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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컵밥, 컵라면 등으로 때우던 나날들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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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망할 놈의 사립 학교는 식비까지 비싸서 점심밥도 제대로 먹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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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장한테는 명분상 '야구부를 위해' 돈을 뜯은 터라 '나 밥 먹게 돈 내놔!'라고 하기도 어려운 상황. 이런 빈곤한 나날 속에서 내 머릿속에 항상 떠오른 음식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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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때는 역시 남자의 소울푸드가 답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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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육이나 함 볶아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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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바아는 황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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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한국에 유학 와있긴 하지만, 주전공도 그렇고 배우고 있는 요리의 장르는 어디까지나 프렌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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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한식을 만들어 본 것도 고급 요리 몇 가지만 만들어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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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녀에게 기껏 해달라는 게 분식집에서나 먹을 법한 제육볶음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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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육, 제육 레시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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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황급히 요리사 커뮤니티에 제육 레시피를 서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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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곤 피식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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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는 정도로 쉽고 간단한 요리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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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그녀 나름의 어레인지를 더한다면, 저런 저급한 양아치 따위는 황홀함에 정신을 못 차릴 것이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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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이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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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판에 기름과 돼지고기가 올라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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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실에 불향이 알싸하게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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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분 정도 지났을까. 요리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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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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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에 담아 들고는 자신감 있게 성묵에게 내미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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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라, 한 번 먹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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젓가락을 들어 한 입 야무지게 퍼서 드는 성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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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물오물 씹는 그의 표정이 곧 오묘하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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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저게 곧 환희로 바뀔 거라 확신했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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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올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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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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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제육이 좆으로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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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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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은 달랐다. 그녀의 눈앞에 닥친 것은 뭐 이딴 걸 내왔냐는 듯한 금성묵의 험상궃은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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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좆이라니, 요리하며 천재라는 소리만 듣던 그녀가 받아들이기엔 충격적인 단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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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자기 쪼대로 다 바꿨구만. 소스에는 화이트 와인도 들어가 있고, 얼씨구. 고추기름 대신에 에스플레트 페퍼(Espelette pepper)도 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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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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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목조목 그녀가 어떤 의도로, 어떤 재료를 썼는지 읽어내는 성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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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이 정도로 자신을 철저하게 발가벗기듯이 알아채는 상대는 아버지 이후로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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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 시절에 취미랄 게 먹는 것 뿐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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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은 한국에 있을 때나, 메이저에 있을 때나 온갖 종류의 요리를 다 먹어봤다. 상당히 까다로운 손님이라 셰프가 쩔쩔 매는 일도 많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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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건 제육이 아니야. 게다가 이 접시 한 그릇으로 니가 어떤 사람인지는 대충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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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해요. 고작 그걸로 저에 대해 뭘 알았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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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한식을 우습게 보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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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적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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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밥은 어디 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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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의 일침에 뜨끔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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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들이 고기반찬에 밥을 먹는다는 것은 평소에도 많이 봐왔지만, 이번에는 거기까지 생각이 닿지 못했다. 결국 내뱉을 수 있는 건 궁색한 변명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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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제육만 해달라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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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이 앞뒤가 안 맞잖아. 그럼 옆에 감자 퓨레는 왜 했어? 너도 메인 디쉬 옆에 가니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거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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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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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뭐 대단한 요구 한 것도 아니잖아. 그냥 이건 기본이 안 되어있어. 요리가 선민의식으로 범벅이 되어 있다고. 내 말이 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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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목조목 쏘아붙이는 성묵과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올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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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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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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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곧 치켜든 그녀의 얼굴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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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싶었던 금성묵은 황급히 상황을 수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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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흠, 내 말 한 귀로 듣고 흘려. 한식 전공도 아닌데 이 정도면 꽤 잘한 거야. 자 여기 니 파일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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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을 뒤적이곤 그날 주웠던 파일철을 꺼내서는 올리비아에게 내밀었다. 눈물을 쓱쓱 닦은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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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됐어요. 난 받을 자격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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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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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내걸었던 조건에 실패했잖아요. 당신을 만족시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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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묵은 어이가 없어서 눈을 끔뻑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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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 테니까 가져가라고 해도 거절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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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은 있었거든? 내가 말한 건 구성이 조금 아쉽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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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그거론 부족해요. 다시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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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그럴 필요 없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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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점심에 다시 이곳으로 와요. 그땐 꼭 듣겠어요. 당신이 진심으로 맛있다고 하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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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야! 올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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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할 말만 하고는 쌩 나가는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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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오기가 생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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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말고는 안중에도 없는 듯 파일철은 그대로 두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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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읍. 뭔가 귀찮게 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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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감평이나 하면서 시시덕대기에는 내가 너무 바쁜 몸이었다. 그런데 막상 또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 하니 마냥 나쁜 일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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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이거 식비가 굳을 찬스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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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상거지 수준으로 지갑이 얇은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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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올리비아가 해오는 요리에 태클을 걸어대면서 넙죽넙죽 집어먹는다면, 야구부 담당 조리관이 오시기 전까지 충분히 버틸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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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오해라, 올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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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러 들어온 공짜 밥셔틀? 이거 못 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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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억까의 지옥이 뭔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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