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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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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화 마검 포르테(Forte) (9) - 타락에 대처하는 방법
누군가와 친해지기 위한 방법 중 가장 쉬운 것은, 그 상대와 함께 행동하는 것이다.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어떤 작업을 함께 수행하거나, 고난과 기쁨을 함께 나눔으로서 사람은 친밀해질 수 있으니까.
반대로 말하자면.
친해지고자 하는 상대의 곁에 달라붙어 있을 수 없다면 친목이고 나발이고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그허어어억…!”
《와아….》
화장실에서 토사물을 쏟아내는 계약자의 모습을, 디바나는 떨떠름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녀가 청년을 계약자로 선택한 이유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바로 그 준수한 용모였는데, 뭇 여성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훈남 페이스도 이 순간만큼은 별다른 의미가 없었다. 청년의 외모가 뛰어나긴 해도 인과역전의 레벨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지간하면 어디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저 시각 테러 장면을 회피하고 싶은 디바나였지만, 지금은 달리 방법이 없었다.
천공 학원의 입구를 통과하기 전이라면 몰라도, 통과한 뒤에는 항상 몸가짐을 조심해야 한다.
임시 거주 공간으로 삼은 장신구의 바깥으로 빠져나가는 순간 학원의 시스템은 곧바로 디바나의 존재를 감지할 테고, 그 정보는 곧바로 교수들에게 넘어갈 테니까.
“허억, 허억. 죄, 죄송합니다. 디바나 님. 추한 꼴을 보였습니다.”
《뭐, 됐어.》
오해를 막기 위해 단언해 두자면, 디바나가 딱히 상냥한 성격이라서 위로의 말을 건넨 건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뿐이다.
밥 먹고 잠자는 시간 빼고 하루 종일 미로에서 사냥만 하는 미치광이가 이상한 거지, 거기에 못 따라가는 놈이 이상한 건 아니라고.
실제로 청년은 다른 동료들에 비하면 그나마 오래 버틴 편이었다.
《하지만 골치 아프네. 던전에 틀어박혀서 칼질만 하는 년을 무슨 수로 꼬신다?》
준수한 용모가 있으면 무얼 하나, 상대가 적만 보고 있는데.
빼어난 화술이 있으면 무얼 하나, 대화를 나누지를 않는데.
잠깐 고민하던 디바나는, 이내 청년에게 명령했다.
《너, 본래 여기 다니던 학생 놈들 중 아는 녀석들이 있다고 했지?》
“예. 저희 가문의 가신 출신이나, 친족들 몇몇이 선배로 재학 중입니다. 개중에는 이곳에서 힘을 얻을 생각으로 의도적으로 졸업을 늦춰 십 년 이상 버티고 있는 이들도 있지요.”
《그럼 됐네. 그놈들에게 물어봐. 검사랑 상성이 좋은 몬스터가 출현하는 구역이나, 강력한 함정이 있는 구역 같은 거.》
디바나의 뜻을 이해한 청년의 얼굴에 음흉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에게 아픈 꼴을 보게 하실 생각이시군요.”
《결국 힘이 있으니까 날뛰는 거잖아? 팔다리가 뭉개져서 거동조차 불가능해지면 그럴 수도 없겠지. 그 뒤에 간호라는 명목으로 가까워질 수도 있고.》
“알겠습니다. 헌신적으로 그녀를 보필해야겠군요.”
그로부터 이틀 후.
쿠웅. 쾅!
쿠웅. 쾅!
육중한 체구를 거침없이 드러내며, 묵직한 발걸음을 옮기는 거대한 강철 거인의 모습에, 일행들이 경악의 목소리를 높였다.
“아, 아이언 골렘!? 검기도 안 먹힌다는 괴물이잖아!”
“저런 거랑은 못 싸워! 4위계 이상의 마법사가 없으면 흠집도 못 낸다고!”
대 골렘전에 있어서, 전사는 그리 큰 활약을 하지 못한다.
골렘 중 가장 급이 낮은 우드 골렘조차도 온몸이 나무로 이루어져 있는데, 장작 좀 패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나무라는 건 무르면서도 단단한 존재다.
날붙이로 흠집을 내거나 찍어내는 건 가능해도, 단숨에 ‘베는’ 행위는 어렵다.
하물며 그 재질이 바위나 금속 같은 것으로 올라가면, 그때는 존재 그 자체가 그냥 전사의 천적이 된다.
RPG적으로 따지자면 물리 방어력이 더럽게 높다는 뜻이다.
그나마 마법사의 주문은 좀 먹히는 편이지만, 이것도 그나마 효율이 좋을 뿐이지 무슨 약점처럼 때릴 수는 없다.
아무리 봐도 학생들이 때려잡을 만한 수준의 적이 아니지만, 그것도 당연하다.
애초에 때려잡으라고 만든 게 아니니까.
‘학생들이 한 계층에서만 지나치게 오래 머물며 반복 작업하듯이 부활하는 몬스터를 학살할 때, 그걸 막는 존재라고 했었지.
황태자가 들었더라면 ‘영파 방지’라는 단어를 떠올렸겠지만, 계약자 청년은 그것까지 알지는 못했다.
그가 아는 것은 미궁의 일정 계층부터는 저런 ‘정상적으로는 쓰러트릴 수 없는 몬스터’가 존재하고, 그런 몬스터를 상대할 때는 도주하거나 혹은 특정 아이템 같은 걸 사용해야 한다는 것뿐.
경악하는 동료들과 달리 피나는 검을 든 채 아이언 골렘과 싸울 태세를 갖추었고, 그런 피나를 보며 청년은 내심 환호했다.
물론, 겉으로는 미리 떡밥을 던져두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안 됩니다! 피나 양! 지금은 물러서야 합니다!!”
퀘스트를 클리어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한곳에 눌러앉아 골렘의 출현을 유도한 건 청년 본인이지만, 피나의 원한이 자신을 향하게 해서는 안 된다.
청년은 말렸지만, 피나가 이를 무시하고 억지로 전투를 이어갔다.
그런 구도가 성립되어야 나중에 피나를 간호할 때도 타당성이 생길 터.
적절한 순간에 개입하여 피나의 명줄만 붙들어낼 수 있도록 청년은 준비를 갖추었고.
서걱!
아이언 골렘의 튼튼한 몸뚱이를 두부 썰듯 썰어버리는 피나의 모습에 그대로 굳어버렸다.
옆에서 열심히 아이언 골렘의 강함과 무서움을 설명하던 다른 동료들도 굳은 건 마찬가지였다.
꿈이라고 부정하고 싶은 그들의 기분을 무시한 채, 메시지창이 낭랑하게 울려 퍼졌다.
【아이언 골렘을 쓰러트렸습니다!】
【1000p를 획득했습니다!】
본래 쓰러트리지 말라는 보스를 쓰러트리면 보상이 짭짤하다.
현실이라면 죽어라 강한 주제에 쓰러트려 봐야 별 이득도 없는 적들도 수두룩하지만, 적어도 천공의 현자가 탄생시킨 이 영역에서는 그렇다.
물론, 시스템은 노력하지 않는 자에게는 가혹했다.
【골렘 토벌의 공헌도가 낮습니다!】
【990p를 회수합니다!】
청년이 눈만 끔뻑거리고 있는 와중, 피나가 아무렇지도 않게 검을 회수했다.
그리고 굳어 있는 동료들의 모습을 보고 고개를 갸웃하더니, 이내 뭔가 허둥대기 시작했다.
“죄, 죄송해요. 혹시 뭐라고 말씀하셨나요? 전투에 집중하다 보니까 못 들어서.”
정확히는 마검과의 대화에 몰두하느라 그런 거지만, 지금 상황에 중요한 건 아니었다.
청년은 필사적으로 태연한 안색을 유지하며 대답했다.
“아,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그나저나 놀랍군요. 아이언 골렘은 검강이라도 쓰는 게 아닌 이상, 홀로 토벌이 불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만….”
너 혹시 5위계인 거 아니냐는 의미가 담긴 청년의 말에, 피나는 격렬히 고개를 흔들었다. 긴 머리카락이 꼬리처럼 퍼덕댔다.
“거, 검이 좋아서 그래요! 제 실력은 그냥 그런 수준이라, 네.”
“그렇군요.”
“…….”
“…….”
“…다음 계층으로 갈까요?”
“…예.”
***
청년과 디바나는 다시금 계획을 준비했다.
“아무래도 상대를 잘못 고른 것 같습니다. 그녀는 공격력이 압도적으로 강한 듯하니, 방어력을 앞세우는 건 별 의미가 없는 듯하군요.”
《그래, 차라리 이쪽도 공세로 나가는 게 좋겠어. 아무리 검이 예리해 봐야, 그걸로 공격을 막는 건 한계가 있을 테니까.》
“독침 계열의 함정이 잔뜩 나오는 곳으로 유도해 봐야겠습니다. 본래는 전사가 당한 뒤, 그걸 다른 동료들이 치유해 주는 걸 전제로 하는 곳이라고 하니, 이쪽에서 치료 정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좋네! 칼 한 자루로 사방팔방에서 쏘아지는 독침을 어떻게 막겠어?》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파바바바바밧!
피나의 몸 주변으로 생겨난 구체형의 방어막이, 주변에서 쏘아진 온갖 침들을 전부 튕겨냈다.
그 모습을 보며, 청년이 입가를 파르르 떨며 물었다.
“괴, 굉장하신 능력이로군요. 혹시, 그게 말로만 듣던 오러 아머입니까?”
마력을 물질화하여 갑옷처럼 두르는 5위계의 비기를 사용했냐는 청년의 질문에, 피나는 손을 내저었다.
“아, 아뇨! 마검님의 능력이에요! 전 그런 거 못 해요!”
“그렇군요. 하하, 정말 굉장합니다. 네, 정말로.”
***
“물리적인 공격은 통하지 않는 듯합니다. 독가스 계열의 함정으로 유도해야겠습니다.”
《그런 거라면 너도 무사하지는 못할 텐데?》
“미리 해독 포션을 준비하면 괜찮을 겁니다. 포션의 배합을 살짝 조절해서, 그녀만 부작용이 남도록 하면 되니까요.”
《후후, 좋아. 그래 봐야 칼 한 자루로 독가스를 어떻게 막겠어?》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수, 숨이 안 쉬어, 져, 흑!”
“쿨럭! 쿨럭! 커허억!”
“모, 몸이 저려…!”
“우와아아아아, 여, 여러분 괜찮으세요!? 어쩌지, 어떻게 하지!?”
다른 파티들은 죄다 쓰러져서 바들대는 와중, 혼자 다른 의미로 파닥거리는 피나를 보며, 청년이 질문했다.
“어, 어떻게, 멀쩡하신, 겁니, 까?”
“거, 검의 효과예요! 들고만 있어도 독에 어느 정도 내성을 부여해 주거든요! 아니,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피나는 동료들을 들어 올려 하나하나 가스 범위 바깥으로 이동시킨 뒤 포션을 먹였다.
그리고 왠지 손끝을 바들바들 떠는 청년에게는 본인 몫의 포션까지 같이 먹였다.
“크허어어억!”
“치, 침착하세요! 포션을 먹였으니 좀 있으면 괜찮아질 거예요!”
***
“…치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디바나 님의 은총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부작용으로 서 있는 것조차 힘들었을 겁니다.”
《…아니, 뭐, 됐어.》
“이번에는 그 빌어먹을 년…이 아니라 용사의 후손을 확실히 매장할 수 있을 겁니다. 상자를 여는 순간 강제로 안에 있는 저주의 장비를 착용하게 하는 함정이 있다고 하니까요.”
《좋긴 한데, 매장은 안 된다? 걔는 다른 곳에 쓸 일이 있으니까.》
“…어흠, 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빠각!
“후우, 다행이네요! 마검님에게 붙어 있는 저주 감지 기능이 아니었으면 함정인지 모르고 열 뻔했어요!”
“이런 개….”
“네?”
“…선식을 열어도 될 것 같은 활약이라고 말하려 했습니다. 정말로 굉장한 실력이십니다. 피나 양.”
“아, 아니에요! 여러분이 도와주신 덕분이죠!”
***
“물리적으로 그걸 어찌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알았습니다. 허나 공격에는 물리적 공격만이 있는 법이 아니지요. 사회적으로 그녀의 악평을 쏟아내서 고립시키고, 정신력을 갉아내는 겁니다!”
《걔 그런데 원래 너희 말고는 이야기하는 상대가 없지 않니?》
“…아마도?”
《교류하는 상대가 없는데 남들이 욕하는 걸 들을 수가 있나?》
“…….”
《…….》
“다른 방법을 찾겠습니다.”
《그래.》
작전이 폐기 되었기에 시간은 흐르지 않았다.
***
쾅!
청년이 테이블을 주먹으로 쾅 내려쳤다.
그 눈에는 핏발이 잔뜩 서 있었고, 눈가는 판다를 연상케 할 만큼 퀭했다.
돈과 인맥과 외모로 끌어들인 동료들이 더는 못 따라가겠다며 떨어져 나가는 와중, 꿋꿋하게 피나의 미치광이 스케쥴을 함께한 대가였다.
“휴일을 노리는 겁니다! 휴일 동안 어떻게든 달라붙어서 그 마음을 저의 것으로 만든다면, 물리적인 강함 따위가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좋긴 한데, 가능하겠어? 여태까지도 휴일이 없던 건 아니었지만, 하루 종일 자는 것만으로도 바빴잖아?》
“효과 좋은 각성제를 준비했습니다. 야근 따위는 두려울 게 없습니다!”
디바나는 휴일 중에 깨어 있는 걸 야근이라고 말하는 게 옳은지를 지적하지 않았다.
그걸 지적하기에는 청년의 눈이 이미 갈 데까지 가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래, 잘 해보렴.》
“맡겨만 주십시오!!”
그리고 작전 당일.
청년은 피나의 방문을 노크하려다가 문득 문 앞에 걸려 있는 팻말을 보았다.
[적절한 휴식을 위해 소음차단 마도구를 사용 중입니다. 용건이 있으신 분은 쪽지를 붙여주시길 바랍니다.]
“쯧.”
청년은 혀를 찼지만, 이내 호흡을 가다듬었다.
《어쩌려고?》
“괜찮습니다. 아침에 너무 빨리 와서 문제일 뿐, 시간이 좀 흐르면 그녀도 밖으로 나올 테니까요.”
아침 시간이 지났다.
“늦잠을 자는 모양이로군요. 뭐 평소에 그렇게나 험하게 몸을 굴리니, 그럴 수도 있습니다.”
점심시간이 지났다.
“1일 1식이라도 하는 모양입니다. 그래도 저녁에는 나올 겁니다.”
저녁 시간이 지났다.
“…방에 없는 건가? 아니, 아니야. 지인들에게 그녀를 보면 곧바로 알려달라고 했으니, 어디에 있든 곧바로 연락이 왔을 터.”
밤이 되었다.
“…….”
“거기, 학생! 늦은 시간에 여학생 방문 앞을 서성이는 건 좋지 않네! 돌아가!”
“…예.”
청년은 죽고 싶어졌다.
***
《검을 훔쳐야겠어.》
“검을 빼앗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