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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화 사서 에른스트(Ernst) (13) - 가짜?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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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회가 끝난 뒤, 에리스의 입지는 무척이나 탄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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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의전에서 보여준 활약과 그 과정이 너무나 드라마틱했던 터라, 안 그래도 높았던 주변 사람들의 평가가 더더욱 우상으로 치우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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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에리스도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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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감이 없잖아 있었던 스승과의 관계가 다시 가까워지며 마음에 여유가 생기기도 했고, 학업 측면에서 봐도 대외 평가가 좋아서 나쁠 게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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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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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어느 정도라는 게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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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숙사 개인실에서, 에리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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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이 너무 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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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대마법사의 제자 겸 강습소 내 수석이라는 걸로 제법 높은 평가를 받기는 했지만, 이제는 평가가 높은 걸 넘어 반쯤 숭배의 영역에 닿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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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에 앉아서 가만히 멍만 때리고 있어도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이니, 라벨로시아의 미래를 고민하는 중인 게 틀림없다니 하는 식으로 금칠을 해대고, 다른 학생들 상대로 적당히 맞장구나 치면서 내뱉었던 말은 ‘에리스 님 명언집’ 같은 웃기지도 않은 제목으로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을 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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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미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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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습소에서 좀 피해 있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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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까지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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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습소의 수업도 점점 뜸해져 반쯤 자습에 가까운 형태로 바뀌고 있었고, 학생들은 나날이 학습에 힘쓰기보다는 장래의 일에 대해 수다 떨기로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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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후자의 경우 원래도 그랬던 것 같지만 중요한 건 전에는 몰래 그래야 했던 것이, 이제는 대놓고 그래도 교수 중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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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에리스의 경우 교류회에서 확실한 성적을 내며 천공 학원 입학을 낙점받게 되었으니, 사전에 신청만 해둔다면 강습소에 나가지 않고 다른 곳에서 자습을 한다고 해도 거부당할 것 같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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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방문을 자제했던 스승의 집에 가서 공부하는 것도 좋을 테고, 천공 학원 주변으로 사전 답사를 가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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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이런저런 후보를 떠올려도 결국 마지막에 에리스의 머릿속을 차지하는 장소는 정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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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적막한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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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도서관 한구석에서 손님 응대를 할 생각이 있는지 없는지 모를 얼굴로 차분하게 본인 책이나 읽고 있는 한 사서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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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교류회 뒤로는 얼굴도 못 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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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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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과의 화해라든가, 왕실 높으신 분의 호출이라든가, 한동안은 정말 정신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야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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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래저래 신세 진 것도 있고, 보답으로 매출 정도는 늘려줘도 괜찮겠지. 겸사겸사 그쪽의 취미 생활에 살짝 어울려주는 것도,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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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찾아가서 만나고 싶다’ ‘함께 같은 책을 읽은 경험을 공유하고 싶다’라는 본심을 그럴싸하게 포장한 뒤, 에리스는 내일을 기대하며 침대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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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누우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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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그게 정말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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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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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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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트램펄린에 튕겨 나온 듯한 동작으로 에리스가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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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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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따스하게, 마치 연인끼리 밀회를 즐기며 정담이라도 나누는 듯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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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 자체는 좋다. 솔직히 말해서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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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 목소리가 에리스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소리라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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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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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스는 커튼을 열어젖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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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중으로 단단하게 막혀 있는 창문 너머로, 한 여성과 남성의 뒷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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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럭저럭 훤칠한 키에, 살짝 마른 체격. 가벼운 정장과 곱슬거리는 금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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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쪽은 이렇다 할 특징을 잡기 어렵지만, 도서관에서 에른스트에게 몇 번인가 말을 걸던 이의 모습이라는 것 정도는 떠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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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 정말 재미있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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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재미있는 말은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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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그림자와 함께 목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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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스는 거의 반사적으로 기숙사를 뛰쳐나와, 다급히 주변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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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하게, 시야 끄트머리에서 두 사람의 모습을 발견한 에리스는 거리를 좁혀 두 명을 미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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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나누는 여자는 무척이나 즐거워 보였고, 에른스트는 평소처럼 무덤덤한 얼굴이었지만 그 입꼬리가 아주 살짝 올라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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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스는 왠지 모르게 속에서 울컥하는 기분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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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스 본인도 본 적이 있는 웃음이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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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게 자신을 향한 것과 잘 알지 못하는 다른 여자를 향하는 건 전혀 다른 감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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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스 양은 말입니다,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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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칫, 하고 에리스의 몸이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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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요? 그렇게는 안 보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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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원래 겉보기만으로는 알 수 없는 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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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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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사람은 본래 말투와 뉘앙스만으로도 대개의 느낌은 알아챌 수 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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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의 음모론, 조롱, 비웃음, 악의적인 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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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들을 퍼트리는 이들 특유의 간교함과 무책임함이, 두 명의 목소리에서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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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 모를 배신감에 에리스는 몸을 떨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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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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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어떤 위화감을 깨닫고 발을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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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황 증거는 명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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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만약 그녀가 읽어 왔던 책 속의 이야기라면, 이후에 벌어질 파국을 예감할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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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렇기에 에리스는 냉정함을 되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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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잘 짜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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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그럴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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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누군가의 이야기 소리가 들리고, 그게 하필 아는 사람이고, 심지어 그 상대가 본인 뒷담화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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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 이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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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방음이 뛰어난 기숙사 개인실 안쪽에서, 바깥 거리를 걷는 사람의 말소리가 들릴 리가 없잖아! 창문을 열어둔 것도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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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깨달은 순간, 에리스는 반사적으로 자기 머리를 향해 주문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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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옅은 꿈에서 깨어나는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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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수준 이하의 정신 공격을 해제하고, 그 이상의 공격도 약화하는 힘을 지닌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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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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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이 작렬한 순간, 얇은 유리막을 깨트린 듯한 반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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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스가 재차 앞을 바라보자, 거기에 있는 것은 더 이상 에른스트와 도서관을 방문하던 여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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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비슷한 체격을 지녔을 뿐인, 에리스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생판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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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핏기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그 두 명이, 우뚝하고 발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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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화기애애하게 웃고 있던 방금까지의 모습은 어디에 내다 버렸는지, 차갑게 얼어붙은 얼굴로 에리스를 뚫어져라 응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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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입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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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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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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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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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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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켰다. 들켰다. 들켰다. 들켰다. 들켰다. 들켰다. 들켰다. 들켰다. 들켰다. 들켰다. 들켰다. 들켰다. 들켰다. 들켰다. 들켰다. 들켰다. 들켰다. 들켰다. 들켰다. 들켰다. 들켰다. 들켰다. 들켰다. 들켰다. 들켰다. 들켰다. 들켰다. 들켰다. 들켰다. 들켰다. 들켰다. 들켰다. 들켰다. 들켰다. 들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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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스는 무심코 뒷걸음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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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눈치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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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는 저들의 입에서 새어 나오는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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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귓가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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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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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싹한 혐오감과 공포감에, 에리스는 자기 몸을 감싸듯이 불꽃의 벽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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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곁에서 들려오던 목소리가 멀어지며, 이내 깔깔 웃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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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의 방향을 확인한 에리스는, 눈을 부릅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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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크 그림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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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그녀가 결투로 때려눕혔던 상대가, 광대처럼 히죽거리는 얼굴로 에리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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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싫다 싫어. 눈치가 너무 빠르잖아. 좀 더 이것저것 착각하게 하고, 절망으로 울부짖게 만들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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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이게 대체 무슨 수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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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수작이냐고? 뭘 당연한 걸 묻고 있어. 복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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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크의 두 눈이 크게, 안구가 튀어나오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크고 동그랗게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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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보다는 파충류, 혹은 죽은 생선을 연상케하는 그 모습에, 에리스는 본능적인 혐오감을 느끼고 뒷걸음질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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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물러선 것은 단 한 걸음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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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내 그녀는 이를 악물고, 품에서 지팡이를 꺼내 마리크에게 겨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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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에 맞서려는 용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도 이성을 유지하려는 침착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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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훌륭하다’라고 평가할 만한 그 모습을 보면서, 마리크의 얼굴에 기괴한 뒤틀림이 생겨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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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분노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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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담, 혹은 지루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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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재미가 없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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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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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스가 반문하는 것보다 먼저, 아까까지만 해도 멀리 떨어져 있던 두 명이 기괴한 괴성을 지르며 에리스에게 덮쳐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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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은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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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스는 주문을 사용해 그들을 요격하는 대신, 그대로 몸을 돌려 반대쪽으로 달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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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이를 악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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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방심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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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크의 인성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보복을 시도해도 이상할 게 없었는데, 모든 일이 잘 풀리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을 너무 놓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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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의 목소리가 들렸다는 이유만으로 다짜고짜 집에서 뛰쳐나가 그 뒤를 따라간다니, 지나칠 정도로 무방비하고 어리석은 행동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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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주문 때문에 잠시 홀렸다고 해도 그렇지, 알아차리는 게 너무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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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굳이 변명을 말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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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언제, 어떻게 주문을 건 거지? 그것도 아무런 전조도 못 느끼게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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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로서 기본기가 탄탄한 에리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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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기본기가 탄탄하다는 건, 단순히 주문을 잘 쓰는 걸 넘어 남이 쓰는 주문을 감지하고 대처하는 일에도 능하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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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번에는 그 어떤 전조도, 위화감도 느끼지 못한 채 환영에 걸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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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크의 재능이 뛰어난 건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 짧은 시간에 여기까지 실력이 늘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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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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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가. 같이 가. 같이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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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에서는 기괴한 말소리와 함께 무서운 속도로 쫓아오는 두 남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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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처럼 귓가에서 속삭이는 게 아니라 제대로 본인들 입으로 내는 소리이긴 했지만, 그런다고 소름이 안 돋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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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강화 주문을 통해 전력으로 달리고 있는데도, 거리는 좀처럼 벌어지지를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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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스는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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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격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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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크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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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미처 따라잡지 못한 거라면, 지금은 적의 수를 줄일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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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마리크가 그녀를 따라잡았으면서도 기척을 죽이고 있는 거라면, 요격을 위해 주문을 사용한 순간 등 뒤를 찔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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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무작정 이대로 도망만 치기에는, 이 이상한 골목길이 언제까지 이어지는 건지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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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고민 속에서, 결심을 굳힌 에리스가 옆 골목길로 방향을 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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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 골목을 도는 순간 단숨에 공격을 퍼부으려던 그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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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실례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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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에서 뻗어 나온 팔이, 에리스의 입을 단숨에 덮어 가린 후 끌어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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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스는 경악하며 발버둥 치려 했지만, 손을 입으로 깨물어도, 팔꿈치로 옆구리를 쳐도, 신발로 발등을 짓밟아도 상대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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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잠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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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있어. 어디 있어. 어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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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같이. 나도 같이. 나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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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남녀의 그림자가, 에리스를 스쳐 지나가 엉뚱한 곳으로 달려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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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충분히 떨어진 뒤에야, 에리스를 붙들고 있던 누군가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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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큰 소리는 내지 마십시오. 들키면 골치 아파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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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박한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무덤덤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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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익숙한 그 말투와 태도에, 에리스는 눈을 크게 한 뒤 자신을 붙잡고 있던 상대의 얼굴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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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 에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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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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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당신, 진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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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라면 진짜고 가짜라면 가짜겠지만, 어느 쪽이든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어차피 믿음이라는 건 본인이 믿고 싶으면 믿는 거고 아니면 마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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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책 중 가장 인상 깊은 첫 문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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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좆됐다. 그것이 내가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다. 나는 좆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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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맞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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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리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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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상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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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이 많으신 건 알겠지만, 일단 저를 믿는다면 따라오십시오. 시간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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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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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입니다. 저는 거기가 아니면 제대로 힘을 못 쓰는 터라. 아, 물론 믿지 않으신다면 다른 곳으로 가셔도 됩니다. 강습소 교수에게 의지하는 것도 나름 좋은 방법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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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은 어디까지나 에리스의 몫이라는 듯한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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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반대로 그것이 에리스의 신뢰를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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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방금 전의 조잡한 환영에 비하면, 너무나도 에른스트다운 말이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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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가죠, 도서관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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