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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화 괴도 도팽(Dauphin) (20) - 승리의 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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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노스 기사단은 강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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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기사로서 사람을 죽이는 기술에 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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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몸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으나, 마력으로 강화하는 순간 맹수에 버금가는 성능을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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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장비는 마력으로 강화되어, 안 그래도 강력한 그들의 공격력과 방어력을 극한까지 높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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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모든 강함이, 달리아의 앞에서는 그 어떤 의미도 지니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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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우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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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들을 상대하는 달리아의 자세는 기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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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양손으로 붙잡고 사용해야 할 창을 한 손으로 잡고 있고, 그마저도 중심이 아닌 창대의 거의 끝부분을 붙잡은 채 휘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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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대로 창술에 일가견이 있는 이들이 본다면, 달리아의 자세를 엉성하다, 혹은 조잡하다고 표현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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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을 저런 식으로 휘두르면 공격 범위 그 자체는 넓어지겠지만, 그 대신 창에 온전히 힘을 주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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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대에 상대의 몸이 툭, 하고 닿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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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제대로 된 타격 따위는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본인의 손목이 박살 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그렇게 평가할 만한 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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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허어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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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 우행을 몸소 상대해야 하는 사르노스의 기사들은, 달리아를 결코 비웃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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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의 예의고 뭐고 하는 개념이 아니라, 그냥 본인들이 그 엉성한 공격에 벌레처럼 죽어 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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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대에 그저 툭하고 닿을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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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툭하고 닿은 것만으로 살이 뭉개지고 뼈가 으스러지며, 내장이 진탕되는데 뭘 어쩌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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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으로 달리는 마차와 충돌하는 것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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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전체로 부딪치는 것과 비교하면 팔 한쪽만 부딪치는 게 조금이나마 충격은 덜하겠지만, 그래 봐야 충돌 부위는 확실하게 망가지고, 연결된 다른 신체 부위 역시 멀쩡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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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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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으로 막으면 검이 부러졌고, 갑옷으로 받아내려 하면 갑옷이 우그러졌으며, 이는 검과 갑옷을 마력으로 강화해도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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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달리아가 뽐내는 그 무시무시한 괴력보다도 기사들을 진정 절망케 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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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대체 왜! 검으로 벨 수가 없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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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단장이 절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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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사람과 싸워 본 적 없는 동네 아낙네가 휘두르는 식칼조차, 일반인에게는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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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물며 4위계의 기사가 휘두르는 검이라면, 그 위력은 바위마저 쪼개버릴 수 있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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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그런 기사단의 참격을 맨몸으로 받아내면서도, 달리아는 그 어떤 상처도 입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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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체중을 더해 어깨를 내리쳐도, 질주의 기세를 담아 등 한복판을 찔러도, 그 모든 공격은 치명상은커녕 생채기조차 내지 못한 채 피부에 가로막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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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딴 말도 안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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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갑옷으로 몸을 보호한다면, 갑옷의 틈새를 공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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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방비로 몸을 지킨다면, 다방면에서의 협공으로 그 방비를 무너트리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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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어떤 방어도 하지 않고, 이쪽이 뭘 하든 무시하며 공격을 받아내는데도 상처를 입힐 수 없는 거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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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기를 내뿜는 4위계의 기사든, 태어나 처음 칼을 손에 든 1위계의 농민이든, 이 여자 앞에서는 똑같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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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노스의 기사는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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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병사가 상대라면 열 명과 동시에 싸워도 이길 수 있고, 치고 빠지기를 반복한다면 백 명도 능히 감당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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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상대의 수가 천을 넘어간다면 병사는커녕, 평범한 농민이 상대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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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체력과 마력, 정신력에는 한계가 있고, 눈먼 화살이나 칼에 맞으면 상처를 입는 건 똑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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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이는 그들의 대장, 5위계의 강자인 기사단장마저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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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러는 그 절대적인 위력만큼이나 소모 역시 막대한 힘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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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달리아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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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적의 숫자를 따질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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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마력 강화는 호흡처럼 자연스러운 패시브 스킬에 가깝고, 의도적으로 멈추지 않는 이상 1년 내내라도 아무렇지도 않게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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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적의 머릿수가 몇백은커녕 몇천, 몇만을 넘는다고 해도, 개중 5위계에 도달한 이가 없다면 상처 하나 입지 않고 모조리 도륙해 버릴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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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은 다수를 이기지 못한다. 그 명제를 존재 자체만으로 부정해 버리는 듯한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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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이런 힘은 그녀가 후천적으로 단련한 창술과는 관계없이, 그저 태어나 평범하게 살아온 것뿐인데도 자연스럽게 갖춰진 것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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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달리아는 누구보다도 자신을 억누르고 억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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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어도, 가끔은 이거고 저거고 전부 때려 부수고 싶어도, 철저하리만큼 규율과 규칙을 준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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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우둔하다며 비웃고, 답답하다며 혀를 차도 참고 또 참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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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도 뛰어난 폭력을 타고난 그녀가, 그저 기분 내키는 대로 힘을 사용한다면, 그거야말로 끔찍한 재앙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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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옳다’고 생각해서 저지른 행동이, 돌고 돌아 더 많은 이들을 괴롭히는 결과가 될지도 모른다고 불안해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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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아버지가 말했던 것처럼, 이 힘은 누군가를 괴롭히기 위한 것이 아닌, 돕기 위한 것이라고 믿고 싶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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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래도, 너희는 선을 넘었어. 여기서 참는 게 잘못됐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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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아의 창이 휘둘러질 때마다, 사르노스 백작가에서 애지중지 키워온 기사들이 낙엽처럼 쓸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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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령 상대가 범죄자라 하더라도 어지간해선 힘을 조절하는 달리아였지만, 시민들을 상대로 학살극을 벌이려 한 이들을 상대로는 그런 것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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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그 자체만으로 그들이 평생에 걸쳐 연마해 온 힘을 정면에서 깔아뭉개는 듯한 상대를 앞에 두자, 사르노스의 기사들은 겁을 먹고 몸을 움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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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을 상대로 그토록 당당함을 유지하던 이들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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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켜라! 내가 상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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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들의 그런 낌새를 알아차린 기사단장이 앞으로 뛰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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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상 달리아를 내버려두었다간 사기가 걷잡을 수 없이 바닥을 치리라는 것을 직감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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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기로 베어낼 수 없다면, 검강으로 베어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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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생각하며 달리아를 향해 나아가려 한 기사단장이었으나, 그 뜻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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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나를 잊었나? 그렇다면 서운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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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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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사건의 원흉이, 기사단장의 앞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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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팽의 상태는 빈말로도 멀쩡하다고 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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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어깨 아래는 휑했고, 잘려 나간 팔의 단면에선 지금 이 순간에도 쉴 새 없이 피가 넘쳐흐르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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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색은 창백했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있었으니, 그야말로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중환자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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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런데도 도팽의 얼굴에는 뻔뻔하고도 당찬 미소가 맺혀 있었으며, 그 눈빛은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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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은 눈을 부릅뜨고 이를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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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죽어가는 도적놈이 입만 살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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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은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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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지가 멀쩡한 상황에서도 그의 일격을 받아내지 못했던 도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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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물며 서 있는 것만으로도 불안정한 저 꼴로 그와 싸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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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부정하지는 않겠네. 자네의 인성이야 어찌 됐든, 그 힘만큼은 그럭저럭 봐줄 만한 게 사실이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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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팽은 기사단장을 이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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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것이 도팽이 쓸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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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혹여 잊어버린 것 아닌가? 나는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기사가 아니라, 비겁하고 악랄한 괴도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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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말하며, 도팽은 홀로 남은 왼손으로 작은 보석 같은 것을 들어 올려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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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은 흠칫 몸을 떨고는, 제 품을 이리저리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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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느 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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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도시 전체를 윽박지르는 데 사용했던, 확성(擴聲)과 전파(傳播)의 주문이 담긴 마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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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을 능수능란한 솜씨로 훔쳐낸 도팽은, 주저 없이 마도구를 활성화한 뒤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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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브루크의 시민들이여, 나 도팽이 그대들에게 묻고자 하니, 부디 대답해 주기를 바라네! ─그대들은, 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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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적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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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팽의 말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그의 말에 집중하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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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이야기하네, 자네들은 죄인이라고! 나에게 협력하고, 나와 동조했으니 그 죄는 죽음으로 갚는 것이 합당하다고! 정말로 그러한가? 정말로 그대들이 나에게 협력했나? 아니겠지! 그럴 리가 없지! 애초에 내가 협력자를 받은 적이 없는데, 어찌 나에게 공범 같은 것이 존재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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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팽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 깨달은 기사단장이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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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의를 품은 공격을 어떻게든 회피하면서, 도팽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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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저들은 자네들을 향해 죄인이라고 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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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억울함을 호소한 것뿐인데도, 저들은 자네들을 향해 죄인이라고 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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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를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것뿐인데도, 저들은 자네들을 향해 죄인이라고 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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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잃고, 친구를 잃고, 끝없는 고통을 받아 아픔을 호소했을 뿐인데도, 저들은 자네들을 향해 죄인이라고 말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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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신경에 거슬리니 죽어라! 내 계획에 방해가 되니 죽어라! 우리들의 높은 뜻에 비하면 너희의 사정 따윈 알 바 아니니, 입 다물고 죽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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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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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왈칵 솟구치는 감정에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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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과거를 떠올리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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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참을 만큼 참지 않았나!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그들이 몇 번이나 추태를 보이고, 그런데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힘으로 모든 걸 찍어 누르려 하는 이 광경을 지금 보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자네들은 ‘아직’이라고 말할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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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앉아 기다리면 내가 자네들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여기나? 저기 저 경비병에게 의존하면 모든 것이 잘 풀릴 것 같나? 언제까지고 누군가가 내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그저 기다리고만 있을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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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그렇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감히 말하도록 하지! 헛소리하지 말게! 떠먹여 주는 것에도 정도가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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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이 있다면 자신의 입으로 말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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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를 품었다면 자신의 다리로 일어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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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것이 있다면 자신의 손으로 움켜쥐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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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리 집어치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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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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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의 검이 도팽의 몸을 베어내고, 어깨부터 종아리까지 깊은 대각선으로 생겨난 상처에서 피가 솟구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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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할 여지가 없는 치명상을 입은 도팽의 손에서 확성용의 마도구가 떨어져 내리자, 기사단장은 분노를 해소하듯 그것을 거칠게 밟아 으깨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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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놈이 뭐라고 지껄인들, 저 쓰레기들이 꿈쩍이나 할 것 같으냐!? 남에게 의지하고 애원하는 것밖에 재주가 없는, 저 무지렁이들이, 고작 네 말 몇마디에 용기를 내서 움직인다고? 망상이 과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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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의 말에, 도팽이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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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렇지. 고작 내 말 몇 마디에 그렇게 큰 힘은 없겠지. 기껏해야 잔에 물 한 방울을 떨어트리는 정도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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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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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미 그 잔이 가득 찰 만큼 가득 차 있는 상태라면 어떻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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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단장이 몸을 굳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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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죽어가는 몰골로, 그런데도 자신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는 도팽의 모습에, 본능적인 불길함을 느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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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을 가득게 한 건 네놈들이다. 내가 한 건, 그저 마지막 한 방울을 더한 것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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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기사단장은 주변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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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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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도시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무력 집단이, 완전하게 무장을 갖춘 상태로, 그들 기사단을 포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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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들 경비대의 뒤에는, 눈에서 이글거리는 불꽃을 태우는 수천수만의 시민들이 함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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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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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습 기사나 그 시종, 살아남은 평기사들이 뒷걸음을 치며 점점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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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라면 평민을 상대로 무슨 추태냐며 그들을 꾸짖었을 기사단장도, 이번만큼은 아무런 말을 내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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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등이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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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그가 비르카 왕국에서 가장 강한 기사라고 해도, 저만한 인원을 상대로 승리하는 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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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그것이 가능할지도 모를 유일한 경비병은, 그의 아군이긴커녕 최강의 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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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을 파고든다면 도주 정도는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그 행위 자체가 이미 기사단의 명예를 바닥에 떨어트리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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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가 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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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네놈들! 지금 제 정신이냐! 우리 기사단은 사르노스 백작가의 상징이다! 우리에게 손을 댄다면, 백작님께서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으실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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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배의 힘을 빌린 협박과 윽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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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그토록 거들먹대던 이들이 사용하는 수단으로선 너무나 치졸했지만, 그만큼 효과적이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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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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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물어, 이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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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근처에 달리아가 있다는 걸 망각한 채, 어설프게 군중 상대로 협박질이나 시도한 것은, 그야말로 멍청한 짓거리라고밖에 평가할 도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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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야, 어쩌면 그렇게 다른 곳에 주의를 돌리게 하는 것이야말로 도팽의 노림수였을지도 모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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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어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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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아의 내려치기에 얻어맞고, 기사단장의 몸이 지면에 나자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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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반사적으로 몸 주변에 오러를 둘러 치명상은 피했지만, 자세가 한번 무너진 시점에서 그에게 반격의 기회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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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인가 기사단장의 발목을 움켜쥔 달리아가, 그를 그대로 바닥에 패대기 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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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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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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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아아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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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세 번의 땅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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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슬아슬 성인 남성 하나를 통째로 묻어버릴 수 있을 법한 크기의 크레이터를 만들어낸 달리아는, 이리저리 뒤틀리고 찌그러진 인간 철퇴를 바닥에 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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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남은 기사단 멤버들을 향해 무덤덤하게 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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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할래, 항복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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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제히 바닥에 고개를 조아리고 목숨을 구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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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보고, 그곳에 모인 이들이 환호의 함성을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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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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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브루크를 넘어 백작가 전체로 전해질 함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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