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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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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화 괴도 도팽(Dauphin) (20) - 승리의 함성
사르노스 기사단은 강자였다.
그들은 기사로서 사람을 죽이는 기술에 능했다.
그들의 몸은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었으나, 마력으로 강화하는 순간 맹수에 버금가는 성능을 발휘했다.
그들의 장비는 마력으로 강화되어, 안 그래도 강력한 그들의 공격력과 방어력을 극한까지 높여주었다.
─그리고 그 모든 강함이, 달리아의 앞에서는 그 어떤 의미도 지니지 못했다.
부우우우웅!
기사들을 상대하는 달리아의 자세는 기이했다.
본래 양손으로 붙잡고 사용해야 할 창을 한 손으로 잡고 있고, 그마저도 중심이 아닌 창대의 거의 끝부분을 붙잡은 채 휘두르고 있다.
나름대로 창술에 일가견이 있는 이들이 본다면, 달리아의 자세를 엉성하다, 혹은 조잡하다고 표현했을 것이다.
창을 저런 식으로 휘두르면 공격 범위 그 자체는 넓어지겠지만, 그 대신 창에 온전히 힘을 주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창대에 상대의 몸이 툭, 하고 닿을 수는 있겠지만 그것뿐.
도저히 제대로 된 타격 따위는 기대할 수 없다, 오히려 본인의 손목이 박살 나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그렇게 평가할 만한 우행.
“크허어어억!”
허나 그 우행을 몸소 상대해야 하는 사르노스의 기사들은, 달리아를 결코 비웃지 못했다.
전장의 예의고 뭐고 하는 개념이 아니라, 그냥 본인들이 그 엉성한 공격에 벌레처럼 죽어 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창대에 그저 툭하고 닿을 뿐이라고?
그 툭하고 닿은 것만으로 살이 뭉개지고 뼈가 으스러지며, 내장이 진탕되는데 뭘 어쩌란 말인가?
고속으로 달리는 마차와 충돌하는 것과 비슷하다.
몸 전체로 부딪치는 것과 비교하면 팔 한쪽만 부딪치는 게 조금이나마 충격은 덜하겠지만, 그래 봐야 충돌 부위는 확실하게 망가지고, 연결된 다른 신체 부위 역시 멀쩡하지는 않다.
방어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검으로 막으면 검이 부러졌고, 갑옷으로 받아내려 하면 갑옷이 우그러졌으며, 이는 검과 갑옷을 마력으로 강화해도 똑같았다.
허나, 달리아가 뽐내는 그 무시무시한 괴력보다도 기사들을 진정 절망케 하는 것은 따로 있었다.
“어째서! 대체 왜! 검으로 벨 수가 없는 거냐!!”
부단장이 절규했다.
평생 사람과 싸워 본 적 없는 동네 아낙네가 휘두르는 식칼조차, 일반인에게는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
하물며 4위계의 기사가 휘두르는 검이라면, 그 위력은 바위마저 쪼개버릴 수 있을 정도.
헌데 그런 기사단의 참격을 맨몸으로 받아내면서도, 달리아는 그 어떤 상처도 입지 않았다.
온 체중을 더해 어깨를 내리쳐도, 질주의 기세를 담아 등 한복판을 찔러도, 그 모든 공격은 치명상은커녕 생채기조차 내지 못한 채 피부에 가로막힌다.
“이런, 이딴 말도 안 되는….”
두꺼운 갑옷으로 몸을 보호한다면, 갑옷의 틈새를 공격하면 된다.
철저한 방비로 몸을 지킨다면, 다방면에서의 협공으로 그 방비를 무너트리면 된다.
하지만 그 어떤 방어도 하지 않고, 이쪽이 뭘 하든 무시하며 공격을 받아내는데도 상처를 입힐 수 없는 거라면.
‘─검기를 내뿜는 4위계의 기사든, 태어나 처음 칼을 손에 든 1위계의 농민이든, 이 여자 앞에서는 똑같다는 말인가!?
사르노스의 기사는 강하다.
평범한 병사가 상대라면 열 명과 동시에 싸워도 이길 수 있고, 치고 빠지기를 반복한다면 백 명도 능히 감당할 수 있다.
허나 상대의 수가 천을 넘어간다면 병사는커녕, 평범한 농민이 상대여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사람의 체력과 마력, 정신력에는 한계가 있고, 눈먼 화살이나 칼에 맞으면 상처를 입는 건 똑같으니까.
심지어 이는 그들의 대장, 5위계의 강자인 기사단장마저도 예외가 아니다.
오러는 그 절대적인 위력만큼이나 소모 역시 막대한 힘이기에.
하지만 달리아는 다르다.
그녀는 적의 숫자를 따질 필요가 없다.
그녀에게 마력 강화는 호흡처럼 자연스러운 패시브 스킬에 가깝고, 의도적으로 멈추지 않는 이상 1년 내내라도 아무렇지도 않게 유지할 수 있다.
설령 적의 머릿수가 몇백은커녕 몇천, 몇만을 넘는다고 해도, 개중 5위계에 도달한 이가 없다면 상처 하나 입지 않고 모조리 도륙해 버릴 수 있는 것이다.
개인은 다수를 이기지 못한다. 그 명제를 존재 자체만으로 부정해 버리는 듯한 능력.
심지어 이런 힘은 그녀가 후천적으로 단련한 창술과는 관계없이, 그저 태어나 평범하게 살아온 것뿐인데도 자연스럽게 갖춰진 것에 가깝다.
그렇기에, 달리아는 누구보다도 자신을 억누르고 억제해 왔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어도, 가끔은 이거고 저거고 전부 때려 부수고 싶어도, 철저하리만큼 규율과 규칙을 준수했다.
주변에서 우둔하다며 비웃고, 답답하다며 혀를 차도 참고 또 참아냈다.
누구보다도 뛰어난 폭력을 타고난 그녀가, 그저 기분 내키는 대로 힘을 사용한다면, 그거야말로 끔찍한 재앙이 될 테니까.
그녀가 ‘옳다’고 생각해서 저지른 행동이, 돌고 돌아 더 많은 이들을 괴롭히는 결과가 될지도 모른다고 불안해했으니까.
그녀의 아버지가 말했던 것처럼, 이 힘은 누군가를 괴롭히기 위한 것이 아닌, 돕기 위한 것이라고 믿고 싶었으니까.
“…아무리 그래도, 너희는 선을 넘었어. 여기서 참는 게 잘못됐다는 것 정도는, 나도 알아!!”
달리아의 창이 휘둘러질 때마다, 사르노스 백작가에서 애지중지 키워온 기사들이 낙엽처럼 쓸려나갔다.
설령 상대가 범죄자라 하더라도 어지간해선 힘을 조절하는 달리아였지만, 시민들을 상대로 학살극을 벌이려 한 이들을 상대로는 그런 것조차 없었다.
존재 그 자체만으로 그들이 평생에 걸쳐 연마해 온 힘을 정면에서 깔아뭉개는 듯한 상대를 앞에 두자, 사르노스의 기사들은 겁을 먹고 몸을 움츠렸다.
시민들을 상대로 그토록 당당함을 유지하던 이들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변화였다.
“비켜라! 내가 상대하겠다!”
부하들의 그런 낌새를 알아차린 기사단장이 앞으로 뛰쳐나갔다.
이 이상 달리아를 내버려두었다간 사기가 걷잡을 수 없이 바닥을 치리라는 것을 직감한 것이다.
검기로 베어낼 수 없다면, 검강으로 베어낼 뿐.
그리 생각하며 달리아를 향해 나아가려 한 기사단장이었으나, 그 뜻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혹시 나를 잊었나? 그렇다면 서운하군!”
도팽.
이 모든 사건의 원흉이, 기사단장의 앞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도팽의 상태는 빈말로도 멀쩡하다고 하기 어려웠다.
오른쪽 어깨 아래는 휑했고, 잘려 나간 팔의 단면에선 지금 이 순간에도 쉴 새 없이 피가 넘쳐흐르는 중이었다.
안색은 창백했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있었으니, 그야말로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은 중환자의 모습.
허나, 그런데도 도팽의 얼굴에는 뻔뻔하고도 당찬 미소가 맺혀 있었으며, 그 눈빛은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기사단장은 눈을 부릅뜨고 이를 갈았다.
“다 죽어가는 도적놈이 입만 살았구나!!”
기사단장은 자신의 승리를 확신했다.
사지가 멀쩡한 상황에서도 그의 일격을 받아내지 못했던 도팽이다.
하물며 서 있는 것만으로도 불안정한 저 꼴로 그와 싸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 부정하지는 않겠네. 자네의 인성이야 어찌 됐든, 그 힘만큼은 그럭저럭 봐줄 만한 게 사실이니 말이야.”
도팽은 기사단장을 이길 수 없다.
허나, 그것이 도팽이 쓸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자네, 혹여 잊어버린 것 아닌가? 나는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기사가 아니라, 비겁하고 악랄한 괴도라는 것을!”
그리 말하며, 도팽은 홀로 남은 왼손으로 작은 보석 같은 것을 들어 올려 보였다.
기사단장은 흠칫 몸을 떨고는, 제 품을 이리저리 확인했다.
“대체 어느 틈에…!”
그가 도시 전체를 윽박지르는 데 사용했던, 확성(擴聲)과 전파(傳播)의 주문이 담긴 마도구.
그것을 능수능란한 솜씨로 훔쳐낸 도팽은, 주저 없이 마도구를 활성화한 뒤 외쳤다.
《레브루크의 시민들이여, 나 도팽이 그대들에게 묻고자 하니, 부디 대답해 주기를 바라네! ─그대들은, 분하지 않은가!?》
정적이 흘렀다.
도팽의 말을 무시해서가 아니라, 그의 말에 집중하기 위해서.
《이들은 이야기하네, 자네들은 죄인이라고! 나에게 협력하고, 나와 동조했으니 그 죄는 죽음으로 갚는 것이 합당하다고! 정말로 그러한가? 정말로 그대들이 나에게 협력했나? 아니겠지! 그럴 리가 없지! 애초에 내가 협력자를 받은 적이 없는데, 어찌 나에게 공범 같은 것이 존재하겠나!》
도팽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 깨달은 기사단장이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살의를 품은 공격을 어떻게든 회피하면서, 도팽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저들은 자네들을 향해 죄인이라고 말하네!》
《그저 억울함을 호소한 것뿐인데도, 저들은 자네들을 향해 죄인이라고 말하네!》
《하루하루를 필사적으로 살아가는 것뿐인데도, 저들은 자네들을 향해 죄인이라고 말하네!》
《가족을 잃고, 친구를 잃고, 끝없는 고통을 받아 아픔을 호소했을 뿐인데도, 저들은 자네들을 향해 죄인이라고 말하네!》
《내 신경에 거슬리니 죽어라! 내 계획에 방해가 되니 죽어라! 우리들의 높은 뜻에 비하면 너희의 사정 따윈 알 바 아니니, 입 다물고 죽어라!》
누군가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누군가가 왈칵 솟구치는 감정에 눈물을 흘렸다.
누군가가 과거를 떠올리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이미 참을 만큼 참지 않았나! 기다릴 만큼 기다리지 않았나! 그들이 몇 번이나 추태를 보이고, 그런데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힘으로 모든 걸 찍어 누르려 하는 이 광경을 지금 보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도 자네들은 ‘아직’이라고 말할 생각인가!》
《가만히 앉아 기다리면 내가 자네들의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고 여기나? 저기 저 경비병에게 의존하면 모든 것이 잘 풀릴 것 같나? 언제까지고 누군가가 내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그저 기다리고만 있을 텐가?》
《만일 그렇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다면, 감히 말하도록 하지! 헛소리하지 말게! 떠먹여 주는 것에도 정도가 있으니!》
불만이 있다면 자신의 입으로 말해라.
분노를 품었다면 자신의 다리로 일어서라.
원하는 것이 있다면 자신의 손으로 움켜쥐어라.
“헛소리 집어치워라!!”
서걱!
기사단장의 검이 도팽의 몸을 베어내고, 어깨부터 종아리까지 깊은 대각선으로 생겨난 상처에서 피가 솟구친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치명상을 입은 도팽의 손에서 확성용의 마도구가 떨어져 내리자, 기사단장은 분노를 해소하듯 그것을 거칠게 밟아 으깨버렸다.
“네놈이 뭐라고 지껄인들, 저 쓰레기들이 꿈쩍이나 할 것 같으냐!? 남에게 의지하고 애원하는 것밖에 재주가 없는, 저 무지렁이들이, 고작 네 말 몇마디에 용기를 내서 움직인다고? 망상이 과하구나!!”
기사단장의 말에, 도팽이 대답했다.
“그래… 그렇지. 고작 내 말 몇 마디에 그렇게 큰 힘은 없겠지. 기껏해야 잔에 물 한 방울을 떨어트리는 정도일 거야.”
“그렇다면─”
“하지만, 이미 그 잔이 가득 찰 만큼 가득 차 있는 상태라면 어떻겠는가.”
기사단장이 몸을 굳혔다.
다 죽어가는 몰골로, 그런데도 자신의 승리를 의심하지 않는 도팽의 모습에, 본능적인 불길함을 느낀 것이다.
“잔을 가득게 한 건 네놈들이다. 내가 한 건, 그저 마지막 한 방울을 더한 것뿐이야.”
그제야, 기사단장은 주변을 살펴보았다.
경비대.
이 도시에 존재하는 또 하나의 무력 집단이, 완전하게 무장을 갖춘 상태로, 그들 기사단을 포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경비대의 뒤에는, 눈에서 이글거리는 불꽃을 태우는 수천수만의 시민들이 함께했다.
“어, 으어.”
견습 기사나 그 시종, 살아남은 평기사들이 뒷걸음을 치며 점점 한곳으로 모여들었다.
평소라면 평민을 상대로 무슨 추태냐며 그들을 꾸짖었을 기사단장도, 이번만큼은 아무런 말을 내뱉지 못했다.
그의 등이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들었다.
아무리 그가 비르카 왕국에서 가장 강한 기사라고 해도, 저만한 인원을 상대로 승리하는 건 불가능하다.
어쩌면 그것이 가능할지도 모를 유일한 경비병은, 그의 아군이긴커녕 최강의 적이다.
빈틈을 파고든다면 도주 정도는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그 행위 자체가 이미 기사단의 명예를 바닥에 떨어트리는 일.
결국, 그가 할 수 있는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네, 네놈들! 지금 제 정신이냐! 우리 기사단은 사르노스 백작가의 상징이다! 우리에게 손을 댄다면, 백작님께서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으실 터!!”
뒷배의 힘을 빌린 협박과 윽박.
평소 그토록 거들먹대던 이들이 사용하는 수단으로선 너무나 치졸했지만, 그만큼 효과적이긴 했다.
다만.
“다물어, 이 새끼야.”
바로 근처에 달리아가 있다는 걸 망각한 채, 어설프게 군중 상대로 협박질이나 시도한 것은, 그야말로 멍청한 짓거리라고밖에 평가할 도리가 없었다.
하기야, 어쩌면 그렇게 다른 곳에 주의를 돌리게 하는 것이야말로 도팽의 노림수였을지도 모르지만.
퍼어어억!
달리아의 내려치기에 얻어맞고, 기사단장의 몸이 지면에 나자빠진다.
거의 반사적으로 몸 주변에 오러를 둘러 치명상은 피했지만, 자세가 한번 무너진 시점에서 그에게 반격의 기회는 없었다.
어느새인가 기사단장의 발목을 움켜쥔 달리아가, 그를 그대로 바닥에 패대기 쳤기 때문이다.
콰앙!
콰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앙!
정확히 세 번의 땅울림.
아슬아슬 성인 남성 하나를 통째로 묻어버릴 수 있을 법한 크기의 크레이터를 만들어낸 달리아는, 이리저리 뒤틀리고 찌그러진 인간 철퇴를 바닥에 내던졌다.
그리고, 남은 기사단 멤버들을 향해 무덤덤하게 고했다.
“계속할래, 항복할래.”
그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제히 바닥에 고개를 조아리고 목숨을 구걸했다.
그 모습을 보고, 그곳에 모인 이들이 환호의 함성을 내질렀다.
크고, 긴.
레브루크를 넘어 백작가 전체로 전해질 함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