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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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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화 괴도 도팽(Dauphin) (19) - 도적이 풀어 놓은 것
“기사단이 미쳤다! 기사단이 우리를 다 죽이려고 한다!!”
“에일린! 막스! 어디에 있어!! 대답 좀 해봐!!”
“도, 도망쳐!! 여기에 있으면 다 죽어!!”
레브루크 전역에 울려 퍼진 선전포고 뒤.
겁에 질린 빈민가의 시민들은 앞다투어 도망치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그들이 살던 구역을 빠져나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려고 한 것이다.
허나, 누구보다 먼저 빈민가 외곽으로 나선 이들은, 이내 당혹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기, 길이 막혀 있잖아…?”
잡동사니, 무너진 건물 잔해, 혹은 마차까지.
온갖 종류의 방해물들이 빈민가의 시민들이 바깥으로 빠져나오는 걸 막고 있었다.
작정하고 장애물을 올라탄다면 한두 명쯤은 도주할 수도 있겠지만, 빈민가에 있는 인원 전부가 탈출하는 건 도저히 불가능한 일.
주요 통행로에는 완전 무장 상태의 평기사들과 견습 기사, 보조병들이 진형을 이루고 있었는데, 그들의 눈빛에는 기이한 흥분과 열광이 가득 차 있었다.
“전진하라.”
“예!!”
쿵!
사르노스 기사단이 일제히 앞으로 발을 내디딜 때마다, 땅이 크게 울리며 주변 일대에 묵직한 충격음을 퍼트렸다.
“어, 으어, 으아아아아!”
겁에 질린 시민들은 기사단의 반대편으로 도주하기 시작했지만, 기사단은 구태여 그들을 붙잡기 위해 애쓰지 않았다.
현재 기사단은 빈민가를 포위하는 듯한 모양새로 전개된 상황.
포위망 그 자체를 빠져나가지 못하는 이상, 저들은 점점 도망칠 곳을 잃은 채 한곳에 몰릴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기사단이 얌전히 길을 걷기만 했다는 뜻은 아니었다.
콰직! 으득! 와장창창!
그들은 길거리에 널린 좌판대를 발로 걷어찼고, 문을 때려 부쉈으며, 건물 내부를 난장판으로 만들거나, 혹은 아예 건물 그 자체를 무너트렸다.
명목상으로는 건물 내부에 숨어 있을지도 모르는 도팽을 찾아낸다는 이유였으나, 그것이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은 누가 봐도 뻔한 일이었다.
과시.
도팽에게, 그리고 레브루크의 시민들에게, 기사단이 어떤 존재인지, 어떤 폭력을 보유한 집단인지를 다시금 각인시키기 위한 행동.
그 행동은 실제로 효과가 있어서, 오늘 오전까지만 해도 기사단을 비난하거나 분노의 시선을 향하던 시민들은 어느새인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진 상태였다.
빈민가 안쪽에 있는 이들뿐만이 아니라, 포위망 바깥에서 그 모습을 구경하는 이들까지도 그러했다.
사람의 몸으로 건물을 문자 그대로 ‘해체’하며 잔해더미로 만드는 기사들의 모습은, 평범한 사람들이 본능적인 두려움을 느끼기에 충분한 것이었으니까.
기사들 역시 그런 분위기를 눈치챈 것인지, 그들의 행동은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보다 난폭해지고, 더욱 강렬해졌다.
안 그래도 최근 이래저래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기사들이었기에, 닥치는 대로 뭔가를 때려 부수는 활동은 그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상쾌함을 안겨주었다.
비명을 지르며 어떻게든 그들로부터 도망치려고 발버둥 치는 시민들의 모습을 보며, 그들은 저마다 입가에 미소를 띠고 눈에 광기를 번뜩였다.
그렇다.
이것이야말로 옳게 된 풍경이었다.
한낱 천한 것들이 감히 주제도 모르고 강하고 존귀한 그들에게 비난과 분노를 터트리는 지금까지가 비정상이었던 것이다!
“으아아아앙!”
“안 돼, 막스!!”
도주하던 시민 중, 어린 소년 한 명이 넘어져 울음을 터트렸다.
소년의 아버지로 보이는 자가 소년을 일으켜서 함께 도망치려고 했지만, 이미 한쪽 팔에 또 한 명의 소녀를 안고 있는 탓인지 그 움직임은 무척이나 굼떴다.
기사들의 눈에 유열의 빛이 깃들었다.
일부러 보란 듯이 건물이나 가구 따위를 때려 부수며 사람들을 겁주는 건 제법 즐거운 일이었지만, 슬슬 붉은 피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높이 치켜든 검이, 아래로 내리쳐졌다.
“─실수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군.”
허나 그 검이 가족에게 닿기 전, 어디에선가 날아든 그림자가 기사의 몸을 힘껏 차 날렸다.
퍼어어억!
기사 중 한 명이 뒤로 나뒹굴고, 마네킹을 닮은 인형들이 남자와 아이들을 붙잡고 대피시킨다.
도주하는 인형과 기사단 사이를 가로막듯이 당당히 선 남자는, 음울함마저 느껴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무리 그래도 최소한 ‘기사’의 이름을 자칭하는 이들이, 설마 이 정도까지 저열하고, 무식하고, 염치가 없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네.”
포도주색의 정장. 챙이 넓은 모자. 오른쪽 어깨 아래로 팔을 덮은 반 망토.
트레이드 마크나 다름없는 익살스러운 미소는 어디에 사라졌는지, 지극히 차가운 눈빛을 품은 도팽의 모습을 발견하고, 사르노스 기사단의 눈이 돌아갔다.
“도팽이다! 도팽이 나타났다!!”
“이 개같은 도둑놈! 네놈 때문에, 우리가 어떤 치욕을 겪었는지 알기나 해!?”
“저번엔 기습으로 허무하게 당했지만, 이번엔 다를 거다!!”
콰앙!
세 명의 기사가 동시에 땅을 박차자, 그들의 몸이 화살처럼 앞으로 쏘아졌다.
인간이라기보다도 맹수에 가까운 속도와 몸놀림.
허나 도팽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들이 휘두른 검을 회피하며, 동시에 그들의 갑옷에 여러 장의 트럼프 카드를 박아 넣었다.
파지지직!
카드에서 흘러나온 강렬한 전격이, 기사들의 움직임을 강제로 멈추고 그들의 무릎을 바닥에 닿게 만든다.
언뜻 완벽하게 제압한 것처럼 보이는 상황이지만, 카드를 직접 만든 도팽은 알고 있었다.
일반인을 기절시키기에는 충분한 공격이라고 한들, 4위계의 기사를 상대론 일시적인 무력화가 한계라는 것을.
마무리 공격을 가하려 한 도팽이었으나, 이내 그는 행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평기사들이 당하는 모습을 본 견습 기사들이, 후방에서 도팽을 향해 일제히 석궁을 쏘아댔기 때문이다.
파바밧!
회피에 소모된 시간은 아주 잠시뿐이었으나, 그 잠깐을 틈타 어디에선가 나타난 또 다른 기사가 도팽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것을 대처하면 다음.
다음을 대처하면 또 새로운 적.
도팽을 노리는 이들의 수는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늘어나기만 했고, 제아무리 도팽이라고 해도 그들 모두를 단숨에 제압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겁먹지 마라! 놈은 도주에 능할 뿐 화력 자체는 그리 높지 않아!!”
“마력을 아끼지 말고 강화를 최고 상태로 유지해라! 자잘한 공격 따윈 몸으로 버틴다고 생각해!!”
만약 도팽이 특기인 기습과 기만, 치고 빠지기로 기사단의 전력을 야금야금 갉아먹었더라면, 그에게도 승산은 존재했다.
굳이 멀리 갈 것도 없이, 이미 대저택에서 한데 모여 있는 사르노스 기사단을 농락한 전적이 있으니까.
이는 반대로 말해서, 아무리 도팽이라고 한들 이런 전면전으로 기사단과 맞서 싸우는 건 무모한 일이란 뜻이었다.
허나, 그런 상황에서도 도팽은 도주를 택할 수 없었다.
지금 그가 다시금 모습을 감추는 순간, 사르노스 기사단은 주저 없이 시민들을 상대로 학살을 벌이고도 남을 놈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도팽은 포기하지 않았다.
모아두었던 마도구의 스톡이 빠른 속도로 감소해도.
언제나 깔끔했던 정장이 피와 먼지로 더러워져도.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 멀쩡한 곳을 찾아보기 힘들어도.
하나라도 더 많은 기사를 쓰러트리고, 조금이라도 더 사람들이 도주할 시간을 벌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오래 찾았다. 드디어 그 낯짝을 마주하는구나.”
도팽의 그런 발버둥을 비웃듯이, 기사단장이 휘두른 검이 도팽의 오른팔을 베어냈다.
서걱!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오고, 도팽의 반신을 뒤덮고 있던 망토가 바닥을 나뒹군다.
검기조차 막아내는 망토도, 신체를 강화해 주는 특제 정장도, 온갖 것들을 두부처럼 썰어내는 5위계의 검강 앞에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잃어버린 한쪽 팔의 상처를 움켜쥔 채, 도팽이 말했다.
“나를 끌어내겠다는 의도는 알겠네. 허나, 그렇다면 그저 위협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나. 굳이 이렇게 사람들에게 실제로 검을 겨누지 않더라도, 언제까지 나타나라는 요구사항만 전달했어도 나는 기꺼이 모습을 드러냈을 걸세!”
“그래, 그랬을지도 모르지. 헌데, 내가 왜 굳이 그래야 하지?”
“뭐?”
기사단장은 분노에 가득 찬 눈으로 도팽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 도시에는 경고가 필요하다. 감히 이 사르노스 기사단을 우습게 여기고, 기사단의 행동에 불만과 반감을 드러낸 행동에 대한 경고가. 시민 전체를 죽이는 건 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본보기 정도는 필요할 터.”
그 목소리에는 지독할 정도로 흔들림이 없었다.
사르노스 기사단의 이름은 너무나도 무겁다.
고작 빈민 몇 명쯤 잡아 죽이는 걸로 기사단을 향한 경외를 되돌려 놓을 수 있다면 망설일 이유는 조금도 없다고, 그는 진심으로 믿는 듯했다.
“─그렇게, 놔둘 것 같아?”
그리고 이 도시에는, 그런 기사단장의 논리를 절대로 인정할 수 없는 누군가가 있었다.
부우우우웅!
달리아가 휘두른 창이, 기사단장을 향해 쇄도했다.
몸을 살짝 비트는 것만으로 공격을 회피한 기사단장은, 난입자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눈썹을 꿈틀거렸다.
“탈옥. 상관을 향한 공격. 흉악 범죄자를 향한 조력. 대체 뭘 먼저 지적해야할지 모르겠군. 마침내 돌아버리기라도 한 건가? 아니면, 도팽의 공범이었다는 걸 솔직히 인정하러 온 것인가? 대답해라. 8소대장.”
“어느 쪽도 아닙니다. 나는 이 도시의 경비병으로서, 시민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도적’을 막으러 온 것뿐입니다.”
“그렇다면,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군. 도적이라면 바로 네년의 등 뒤에 있지 않나.”
“아뇨, 이 남자는 확실히 범죄자지만, 적어도 지금 제가 잡아야 할 도둑은 아닙니다.”
저벅.
갑옷 차림이 아닌 일상복 모습으로.
평소처럼 면갑으로 얼굴을 감추지 않고, 그저 창 하나만을 움켜쥔 채.
달리아는 조금의 거리낌도, 망설임도 없이 단언했다.
“─기사단장. 아니, 사르노스 기사단. 당신들이야말로, 기사단을 자칭하는 도적 무리니까요.”
누군가가 숨을 삼켰다.
일개 영지의 경비병이, 가문 전체를 대표하는 기사단에게 ‘도적 무리’라고 힐난하는 그 광경에, 모두가 눈을 의심했다.
그리고 그 당사자들은 어땠는가 하면.
“…편히 죽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마라. 계집.”
격노.
아니, 극대노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상황이었다.
기사단장도, 부단장도, 기사단의 다른 구성원들도, 모두가 달리아의 발언에 발끈하며 흉흉한 살기를 드러냈다.
허나, 그런 상황에서도 달리아는 조금도 두려워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을 불쾌하게 느꼈는지, 평기사 중 한 명이 앞으로 나섰다.
“단장님! 단장님께서 직접 손을 더럽히실 필요도 없습니다! 저 계집은 저에게 맡겨주십시오!”
기사단장은 기사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본 뒤, 이내 툭하고 말했다.
“허가하지. 단, 시간을 너무 끌지 마라.”
“감사합니다!”
허가를 받은 기사는 이내 이글거리는 눈으로 달리아를 노려보았다.
달리아의 체포 과정에서 그녀에게 힘으로 밀렸던 것에 앙심을 품은 그는, 이번에야말로 그때 느낀 굴욕을 되갚아 줄 생각이었다.
-팟!
아무리 달리아의 완력이 강하다고 해도, 그런 건 공격에 맞지 않으면 어떤 의미도 없는 법.
기사의 몸이 지그재그로 움직이며, 달리아에게 쇄도했다.
변칙적인 움직임에 대응하지 못한 듯 멍하니 서 있는 달리아의 모습에, 기사는 입가에 회심의 미소를 띠었다.
‘멍청한 년 같으니. 갑옷조차 입지 않고 전장에 나선 그 오만을 후회하게 해주마!
사르노스 백작이 기사단에게 선사한 최고급 장검을, 마력으로 한층 더 강화해서 휘두르는 일격.
거대한 통나무조차 버터처럼 베어 가를 수 있는 참격이, 달리아의 어깨에 명중했고─
우뚝.
─그대로, 기사의 검이 멈춰섰다.
“?”
기사의 머릿속을, 순간 물음표가 가득 채웠다.
허나 그가 그 의문을 온전히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보다 먼저, 달리아가 휘두른 창이 그의 옆구리를 후려갈겼다.
그것은 비유도 뭣도 아니고, 차라리 마차에 치이는 편이 나을 것 같은 광경이었다.
기사단의 자랑이었던 갑옷이 얇디얇은 깡통처럼 우그러지고, 그 안에 있던 살점과 뼈, 내장이 그런 갑옷의 형태에 맞춰 짓눌러졌다.
너무나 강한 충격을 온전히 해소하지 못한 기사의 몸은 물수제비처럼 바닥을 두세 번 튀어 올랐고, 그때마다 그의 팔다리가 기괴한 방향으로 꺾였다.
콰아아앙! 우르르르!
기사단이 몇 번이나 팔과 다리를 놀리며 요령껏 ‘해체’해야 했던 목조 건물이, 기사와 충돌한 것만으로 단숨에 무너졌다.
그 어처구니없는 광경에 모두가 말을 잃은 도중.
달리아가 담담히 선언했다.
“도시 내에서 범죄자를 제압할 때는, 가능한 생포를 원칙으로 한다. 단, 경비병 자신, 혹은 다른 시민들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 살해하더라도 문제 삼지 않는다.”
누구보다도 폭력을 타고났으면서, 누구보다도 질서와 규율로 자신의 폭력을 억제해 온 선천적 강자가, 폭력에 도취한 이들에게 선언했다.
“알아들었으면 덤벼. 도적 새끼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