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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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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화 음악가 하멜(Hamel) (13) - 배신의 칼날

“마약 공급의 근원지를 찾았다고?”

“예, 보스. 미스트헤븐 북서쪽에 작은 마을이 하나 있잖습니까? 놈들이 그곳 주민들을 돈으로 구워삶아 자기네 전진기지로 만들었더군요. 겉으로는 평범하게 공예품 같은 거나 만들며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뒤에서는 마약을 유통하고 있었습니다.”

헤카테가 가면 아래에서 얼굴을 찡그렸다.

그녀의 불쾌한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조직의 대간부 드롤은 굽실거리는 태도로 입을 열었다.

“아예 평범한 마을이라면 몰라도, 다른 조직의 손이 닿은 이상 무력 충돌이 벌어질 겁니다. 저 혼자 감당하기에는 큰 일이라, 부디 보스의 실력을 보여주셨으면 하고….”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헤카테가 대답을 내놓기도 전, 마지막 대간부.

조직 내의 몇몇 이들에게선 사이비 교주라며 까이는 안토니오가 특유의 무해한 것만 같은 얼굴에 우려를 띄운 채 앞으로 나섰다.

“시장 쪽에서 보스를 만나 뵙고 싶어 합니다. 혁명 정부 측에서 새로운 시장을 파견하려는 조짐을 보인다는데, 반드시 보스와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며 고집을 피우더군요. 언제든 없앨 수 있는 전진기지보다는 이쪽이 더 시급한 사안 아니겠습니까?”

“언제든 없앨 수 있다니? 저건 우리 도시를 노리는 창끝이야! 이미 준비는 다 끝난 거나 마찬가지니, 저 유통로를 통해 병력만 보내면 그대로 우릴 찌를 수 있는 거라고! 지금 당장 없애야 해!”

“현 미스트헤븐 시장은 선대 시절부터 우리 조직과 인연이 깊은 인물입니다. 하지만 새로운 시장이 우리와 좋은 관계가 되리라는 보장은 없지요. 그 대책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입니다.”

“하, 마음에 안 드는 놈이 오면 묻어버리면 될 일이지.”

“멍청한 소리는 하지 마십시오. 지금의 정부는 예전의 그 어리바리한 놈들이 아니란 말입니다.”

“그만하렴.”

점점 목소리를 키워나가던 드롤과 안토니오가, 헤카테의 한마디에 입을 다물었다.

“드롤. 네 부하들로 마을을 정리할 수는 없니?”

“놈들의 전력이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가 없습니다. 피해를 최소화하고 상대를 생포해서 정보를 수집하려면, 정예들을 투입해서 단숨에 제압하는 게 효과적일 겁니다.”

“안토니오. 시장에게 약속을 미루자고 하는 건?”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닐 것 같습니다. 당장 내일 정부에서 시장 교체를 선언할지도 모르는 판이니, 가능한 서둘러야 대책을 세우기도 좋겠지요.”

“…좋아, 그러면 이렇게 하자.”

헤카테의 시선이 레오에게 향했다.

“레오, 네가 드롤을 도와서 마을을 정리하렴. 어설프게 가면 피해가 커질 수 있으니까, 네가 믿는 애들로 선별해서 단숨에 끝내고 와.”

“예, 보스.”

“안토니오. 시장과 약속 자리를 준비하렴.”

“알겠습니다, 보스.”

헤카테의 지시에, 대간부들을 비롯한 조직원들이 곧바로 행동을 개시했다.

얼핏 보면 아무런 문제 없이, 모든 게 그녀의 손아귀 위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실제로는 그 선택마저 누군가에게 유도되었다는 걸 깨닫지 못한 채.


첫 위화감은,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 시작되었다.

“오늘은 이렇게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미스트헤븐의 지배자시여. 오늘 이렇게 자리를 마련한 것은 다름이 아니오라 차기 시장 선별에 대해 현지 여론을 움직여주십사 하고….”

시장이 꺼낸 이야기에 큰 모순이 있던 것은 아니었다.

그가 노골적으로 시선을 피하려 들거나, 식은땀을 흘리는 등 수상한 반응을 보인 것도 아니었다.

조직의 통치를 수긍하고 뒷돈을 받아먹는 대가로 협력자가 된 미스트헤븐의 명목상 통치자는, 늘 그렇듯이 정중하고도 장황한 어조로 자신이 얼마나 곤란한지, 어떤 노력을 했는지, 또 어떤 도움을 필요로하는지를 헤카테에게 설명했다.

그렇다.

‘늘 그렇듯이’라는 부분이 헤카테의 신경을 건드렸다.

안토니오의 말에 따르면, 시장은 현재 매우 다급한 상황이었다.

언제 후임자에게 밀려 시장 자리에서 쫓겨날지도 모르고, 만약 후임자가 조직을 적대하는 과정에서 전임 시장의 비리를 파헤친다면 그 역시 끝장일 테니까.

그러니 조직을 암중에서 지배하는 보스에게 다급히 도움을 요청하고, 이후의 일을 상담하기 위해 만남을 요청했다.

그런데, 그런 자리에서 평소와 똑같은 태도인 것이 자연스러운 것일까?

“…….”

물론 이것만으로는 명백한 증거라고는 할 수 없다.

정치 쪽으로 몸을 담은 인물이, 상대와의 교섭에서 제 속내를 숨기는 것쯤이야 그리 드문 일도 아니니까.

다만 두 번째 위화감부터는 이야기가 달랐다.

‘…하인의 구성이 꽤 바뀌었네.

예외가 없는 건 아니지만, 어떤 사람이 무슨 직업을 가졌는지 구분할 때 그 사람의 몸을 관찰하는 건 꽤 유용한 수단 중 하나다.

행정 작업을 주로 하는 이들은 비교적 가녀린 신체와 하얀 피부를 지니게 되고, 육체 작업을 주로 하는 이들은 비교적 근육질인 몸에 그을린 피부를 지니게 되니까.

그런 면에서, 현재 그녀가 있는 건물에 있는 이들은 하나 같이 육체파 쪽에 가까운 신체 조건을 지니고 있었다.

행정 작업의 수장인 시장의 곁에, 정작 먹물 냄새 나는 문관이나 차를 내올 메이드 등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아이러니.

헤카테는 시장이 내온 와인을 잠시 바라보다가, 이내 몸을 일으켰다.

“잠시 기다려.”

“예? 아, 예.”

시장은 그녀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순간 당황한 기색이었지만, 그녀를 붙잡지는 않았다.

헤카테는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고 복도로 나왔고, 이내 커튼이 쳐진 창가로 다가가 바깥을 확인했다.

바깥은 짙은 안개에 휩싸여 있었다.

하지만 헤카테의 예리한 감각은, 그 안개에 몸을 숨긴 채 건물 주변으로 몰려드는 이들을 정확히 감지했다.

조직원들이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헤카테는 그런 명령을 내린 적도, 보고를 받은 적도 없었다.

“안토니오.”

“예?”

“안토니오는 지금 어디에 있지?”

헤카테의 질문에, 그녀의 곁을 지키던 호위들의 반응은 둘로 나뉘었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이들과 딱딱하게 얼굴을 굳힌 이들로.

전자는 레오가 남겨두고 간 이들이었고, 후자는 안토니오가 새롭게 붙여둔 호위들이었다.

“안토니오 님께서는 현재 1층에서 대기 중이십니다.”

“안내해.”

“…….”

안토니오가 붙여둔 호위는 곧장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망설임, 불안, 곤혹.

여러 가지 감정을 눈빛에 품은 그는, 이내 이런 말을 내뱉었다.

“보스, 지금은 시장과의 대화에 집중하시는 것이 좋지 않으실─”

호위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헤카테가 뽑아 든 나이프가, 가차 없이 그의 목을 겨누었기 때문이다.

“보, 보스?”

주변 사람들이 일제히 당황하는 가운데, 헤카테는 담담하게 질문했다.

“배신을 권한 게 누구인지, 배후를 말하렴. 그러면 너 하나 정도는 봐줄 수도 있으니까.”

호위의 눈동자가 크게 떨렸다.

다른 호위 중 일부는 곧장 경악했고, 나머지는 한 박자 늦게 헤카테의 말뜻을 깨닫고 경악했다.

그 반응 차이를 통해 그녀가 피아를 구분하는 사이, 호위가 그녀의 질문에 답했다.

말이 아니라, 칼날에서 도망치려는 행동을 통해서.

푸슉!

헤카테의 나이프가 피 분수를 자아낸 직후, 호위 중 누군가가 소리쳤다.

“젠장! 시작해!!”

한때 헤카테의 호위였던 이들이, 사방팔방에서 그녀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커헉!”

“윽!!”

그들의 칼날은 헤카테를 해하지 못했지만, 헤카테의 칼날은 그들을 가차 없이 유린했다.

상황을 파악한 레오 측 호위들도, 헤카테와 함께 적들과 맞서 싸웠다.

그중 한 명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보스, 피하셔야 합니다. 안토니오 님, 아니 안토니오 그 작자가 배신한 거라면 이 건물 자체가 함정입니다!”

“제길, 하필 레오 형님이 다른 곳에 계실 때…!”

헤카테는 성큼성큼 응접실 쪽으로 나아가 문을 걷어찼다.

안쪽을 확인한 그녀를 내심 혀를 찼다.

방금까지만 해도 시장이 있었던 그곳이 텅 비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어딘가에 뒷문 같은 걸 따로 만들어뒀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녀에겐 그걸 느긋이 수색할 여유가 없었다.

“마녀를 죽여라!”

“조직을 다시 위대하게!!”

“겁먹지 마라! 이미 독을 먹었으니, 평소처럼 움직이지 못해!!”

이미 다 들킨 거 정보의 은폐보다도 사기 진작을 노리는 쪽이 낫다고 판단했는지, 제멋대로 여러 가지를 떠들며 몰려드는 조직원들.

헤카테의 시선이 아까 마시지 않고 내버려두었던 와인잔을 향했다.

그들의 기대와 다르게 독은 마시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승산이 있냐고 묻는다면, 글쎄.

헤카테는 나이프의 손잡이를 꽉 움켜쥐었다.


미스트헤븐을 감싼 하얀 안개 속.

고성과 비명이 어지러이 울려 퍼졌다.

“찾아라! 어떻게든 그년을 찾아내!!”

“아직 그리 멀리 못 갔을 거다! 서둘러!”

조직원들은 눈에 흉흉한 살의를 품은 채 거리를 활보했고, 시민들은 그런 조직원들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몸을 사렸다.

“야, 거기! 망토랑 가면을 뒤집어쓴 여자 본 적 있냐? 대답해!”

“모, 모릅니다! 아무것도 모릅니다!”

“시발 수상한데. 야! 엎어!”

우당탕탕!

개중 일부는 수색을 빌미로 가게나 집에 난입하거나 시민들을 상대로 폭력을 휘두르는 이들도 있었지만, 시민 중 누구도 그들에게 감히 반항하거나 항의의 목소리를 높이지 못했다.

치안을 지켜야 할 경찰들조차 주둔소에 틀어박힌 채 혼란을 나 몰라라 하는 판에, 평범한 사람들에게 맞서 싸우는 걸 요구하는 건 너무나 잔혹한 일이었다.

“하아, 하아….”

히스티아는 골목길에 숨은 채 거친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녀의 몸 곳곳에는 베인 상처가 가득했고, 특히 옆구리에서는 계속해서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곁을 지키던 충직한 호위들은 모두 고인이 되었고, 그녀 본인 또한 백을 넘는 적을 베었지만, 그 대가로 마력과 체력은 바닥에 가까웠다.

괜찮아, 하고 그녀는 소리 없이 중얼거렸다.

다행히 오늘은 안개가 짙은 날이다.

숨어서 돌아다니기에 유리하고, 그렇게 시간을 끌다 보면 레오와 드롤이 돌아올 터였다.

설령 안토니오가 시장과 손을 잡고 그녀를 배제하려고 했다고 한들, 남은 두 간부가 귀환하기만 한다면 상황은 얼마든지 역전할 수 있다.

‘…정말로?

낙관적인 쪽으로 도피하려고 하는 히스티아를 향해, 마녀 헤카테가 질문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니?

‘애초에 레오가 너의 곁에서 떨어지게 된 이유가 뭐였지?

‘드롤과 안토니오 두 사람이 네 앞에서 서로 언쟁을 벌인 건 진심이었을까?

‘안토니오와 시장이 바보도 아니고, 남은 간부가 귀환했을 때의 일을 대비하지 않았을까?

‘만약 드롤까지도 한 패거리라면 어떻게 할 거니?

‘뒤통수를 맞은 레오와 그 부하들이 자칫 제거당한다면? 아니, 설령 살아남는다고 해도 분명 큰 피해를 입을 텐데, 그들이 과연 너를 도울 여유가 있을까?

‘외부의 지원이 없다고 한다면, 그런데도 네가 과연 살아 남을 수 있을까? 정말로 그렇게 믿는 건 아니겠지? 응?

듣고 싶지 않은 비관적인 이야기에, 히스티아는 도망치고 싶은 기분을 느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왜냐면 그 비관적인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그녀 자신이니까.

그렇기에, 히스티아는 헛웃음을 흘렸다.

“…그래, 악당의 끝은 이런 거지.”

자신이 죄인이라는 걸 알았다.

알고서도 다른 삶의 방식을 찾지 못했다.

그렇다면 그 최후가 변변치 못한 것도 당연한 일이라고, 그녀는 자조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결말도 아니지 않은가.

그동안 쌓은 업보를 받는다고 생각하고, 더 이상 발버둥 치지 말고 받아들이자.

그리 생각하며, 히스티아는 나이프로 제 목을 겨누었다.

칼날 끝이 하얀 피부에 닿으며 붉은 핏방울을 맺었다.

이대로 힘을 주면, 그걸로 마지막.

더 이상 자신의 추함에 괴로워하는 일도, 죄를 쌓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삶에 고민하는 일도 없어진다.

틀림없이 그녀가 바라왔던 결말. 기다려왔던 끝.

그럴 텐데.

왜 찌를 수가 없는 걸까.

“…싫어.”

추하다는 걸 안다.

이것이 자신의 마지막을 더 비참하게 만들 선택이라는 것도 안다.

알지만, 그래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약속했는데, 열심히 연습했는데.”

하멜과 연주를 하고 싶었다.

그와 나란히 서서, 사람들 앞에서 공연을 하고 싶었다.

더러움에서 태어나 더러움을 흩뿌리기만 했던 삶에서, 누군가의 더러움을 씻어내는 존재가 되고 싶었다.

하멜이 괜찮다고 인정해 주었는데, 앞으로 조금이었는데.

여기서 포기하기에는─ 너무나, 아쉬웠다.

이를 악물며, 히스티아는 몸을 일으켰다.

그녀가 다시 한번 삶의 의욕을 불태운 그 순간.

“헤카테! 당장 나와라! 지금 당장 분수대 쪽으로 나오지 않는다면, 네가 그토록 소중히 여기는 악사가 처참한 꼴을 보게 될 거다!!”

절망을 고하는 소리가, 가차 없이 그녀를 꿰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