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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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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화 음악가 하멜(Hamel) (11) - 뒤로 미룬 기회
렌스터 몬태규의 장례식은, 몬태규 가문의 위세를 생각하면 다소 기이할 정도로 조용히, 그리고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몬태규 가주는 가족끼리 조용히 추모를 끝마치고 싶어서라고 설명했지만, 이를 진지하게 믿는 이는 드물었다.
렌스터가 죽은 바로 그날, 도시를 탐문하며 누군가를 찾거나 몬태규 가문에 들이닥쳤던 조직원들의 모습을 본 수많은 목격자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몬태규 측의 입장은 렌스터가 계단을 오르던 도중 발을 헛디뎌 실족사했다는 것이었지만, 사람들은 모두 조직에서 렌스터를 죽였다며 수군거렸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어째서 렌스터 몬태규는 죽어야만 했는가.
그가 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기에 조직이 단호하게 그를 처형했는가.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 답을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또 하나의 은밀한 소문이 도시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치정 싸움이라고 하더군. 조직 간부의 여자를 건드렸다는 모양이야.”
“허어. 그것참 겁도 없군. 아무리 몬태규 가문의 장남이라지만, 건드려도 될 상대가 있고, 아닌 상대가 있는 법인데.”
“설마 알고 그러기야 했겠나. 독 가시를 숨긴 꽃인지 모르고 만졌다가 된통 당한 거지.”
“그거야 모를 일이지. 혹시 또 아나? 위험을 감수하고도 손을 댈 만큼 아름다운 여자였을지.”
실족사라는 공식 발표를 누구도 믿지 않은 것에 비해, 이쪽 소문은 많은 이들에게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그 내용이 너무 그럴듯한 나머지, 당일 직접 움직였던 조직원들조차 그게 그거였구나 하고 수긍할 정도였다.
자연스레, 이번 사건의 계기가 되었던 어느 악사의 이야기는 조용히 파묻혔다.
“말씀하신 대로 처리했습니다. 이걸로 시민들이 그 악사와 우리 조직의 연관성에 대해 수군대는 일은 없을 겁니다.”
조직의 거점 중 하나.
진중한 태도로 보고를 올리는 레오를 향해, 마녀 헤카테는 담담히 수긍했다.
“몬태규 쪽 감시도 한동안 늦추지 마. 당장은 겁에 질려 있을지 몰라도, 시간이 흐르면 딴 생각을 하게 되는 게 사람이니까.”
“예.”
“네 체면이 깎이게 된 건 나중에 보상해 줄게. 원하는 게 있니?”
“전쟁 당시 수많은 피를 뒤집어써야 했던 거에 비하면, 겨우 치정극 정도는 얼룩 축에도 끼지 않습니다. 신경 쓰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그래. 생각이 바뀌면 나중에라도 말하렴.”
잠시 대화가 끊어졌다.
레오는 이 말을 꺼내도 될지 어떨지 고민하듯이 고민하는 기색이었지만, 이내 입을 열었다.
“…그 악사가 정 신경 쓰이신다면, 차라리 곁에 두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헤카테의 시선이 레오의 얼굴을 향했다.
“보스께서 무리해서라도 사람을 풀지 않으셨다면, 그래서 범인이 누군지 알아내고 개입하는 게 조금만 늦었더라면 그 악사는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자는 보스에게 빚을 진 것이지요.”
“내가 원해서 한 일이야. 대가를 바란 적도 없고.”
빚이라는 표현이 거슬렸는지, 헤카테의 목소리에 미묘한 날카로움이 뒤섞였다.
레오 역시 그 사실을 알아챈 듯이, 면목이 없다는 것처럼 고개를 숙였다.
허나 말을 멈추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를 보호하실 거라면, 좀 더 제대로 된 방식을 택하시는 게 좋습니다. 이번에는 어찌어찌 운 좋게 넘어갔다지만, 다음에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지금껏 그녀는 하멜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그의 주변에 사람을 풀거나 호위를 붙이는 등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
하멜의 자유를 억누르고 싶지 않다, 하멜을 조직과 엮이게 하고 싶지 않다는 심정의 발로였지만, 그런 애매함이 이번 위기를 자처한 것 또한 사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태도를 정하라고, 레오는 권하고 있는 것이다.
“…….”
그것이 호의에 가까운 조언이라는 걸 알았기에, 헤카테는 레오에게 험한 말을 내뱉을 수 없었다.
“…피곤하네, 이만 물러가렴.”
제 몸 상태를 빌미로 삼은 가벼운 축객령 정도가 그녀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예. 편히 쉬십시오.”
할 말은 다 했다는 듯이, 레오는 정중하게 인사를 남기고는 그대로 떠나갔다.
홀로 남겨진 헤카테는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틀린 말은, 아니네.”
하멜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그에게 호위를 붙이는 것이 옳은 일이다.
하지만 하멜 본인의 생각은 어떨까. 그걸 속박이라고 여기지는 않을까?
아니, 그 이전에.
헤카테가, 아니, 히스티아가 조직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에 그는 어떻게 반응할까?
-쏴아아아아아.
비가 많이 내리는 시기여서일까.
하늘에서 내리는 폭우는 이전보다도 격렬했다.
빗소리 속에서 그녀는 답이 나오지 않는 고민을 계속했다.
***
“오랜만입니다, 히스티아 양. 그동안 평안하셨습니까?”
다음 약속 날.
히스티아의 거처에 찾아온 하멜의 모습은 무척이나 멀쩡했다.
눈에 띄는 상처라고는 없었고, 옷 역시 구매한 지 얼마 안 되는 듯한 새것 티가 났다.
하지만 정작 그런 것보다도 히스티아의 눈을 사로잡은 건 하멜의 얼굴이었다.
난폭한 불량배들에게 끌려가 생명의 위협을 겪은 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하멜의 얼굴은 지극히 태연자약했다.
히스티아의 입술이 달싹였다.
얇은 카드로 탑을 쌓아 올리는 듯한 신중함으로, 그녀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나야 뭐, 멀쩡하지. 하멜, 너는 어떠니?”
“음, 안타깝게도 그리 좋지는 못합니다.”
“뭐? 어디 아픈 거니?”
히스티아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겉보기로는 너무나 멀쩡해 보이는 데, 설마 보이지 않는 곳에 상처라도 남아 있는 걸까.
“예. 마음이 아픕니다.”
하멜이 대답했다.
너무나 진중한 얼굴. 쓸데없이 호소력이 짙은 목소리였다.
“불의의 사태로 인해 예정되어 있던 공연을 펑크내고 말았지 뭡니까? 실로 자존심 상하고도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군요.”
“그, 그래.”
“이 영혼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아름다운 음악뿐! 자, 오늘도 연습을 시작해 보지요.”
본인이 내뱉은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하멜의 연주는 오늘따라 유달리 격한 면모가 있었다.
히스티아는 하멜이 주도하는 대로 이리저리 휘둘려야만 했지만, 그것이 그리 불쾌하지는 않았다.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그녀는 생각했다.
‘조직의 대외적인 이미지가 나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하멜은 이번에 도움을 받았으니까. 한 번쯤은 이야기를 들어줄지도 몰라.
‘나쁜 일을 하려는 것도 아니잖아. 하멜을 보호하기 위해서야. 그처럼 순수한 이가 홀로 살아가기에, 세상은 너무 위험하니까.
‘나는 여태껏 그에게 나쁜 일을 한 적이 없어.
‘그러니까, 그에게 사실을 밝혀도…’
「히스티아 양. 이게 당신의 본성입니까?」
순간 떠오른 악몽 속 풍경에, 히스티아는 저도 모르게 손끝을 떨었다.
활과 현이 불규칙하게 맞물리고, 본래 나선 안 될 소음과 함께 연주가 흐트러졌다.
“거기까지.”
하멜의 정지신호에, 히스티아는 불안한 기색으로 그의 눈치를 살폈다.
악사는 손수건으로 그녀의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준 뒤 말했다.
“바이올린 소리에 히스티아 양의 불안함과 망설임이 함께 들려오는 듯하군요. 혹시 무언가 고민하고 계신 일이 있습니까?”
“어….”
히스티아는 말을 머뭇거렸다.
사실을 고백하고 싶었다.
당신을 위해서 내가 이렇게나 노력했노라고 설명하고 싶었다.
계속해서 당신을 지킬 테니, 앞으로도 옆에 있어 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악몽 속에 봤던 피투성이가 된 그의 모습이, 경멸에 가득 차 있던 그의 눈빛이 히스티아의 입을 자꾸만 가로막았다.
“…아니, 아냐. 요즘 날씨가 안 좋은 날이 많아서 그런가 봐.”
결국, 히스티아가 내뱉은 건 본심과는 전혀 관계없는 딴소리였다.
하멜은 그런 히스티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날씨는 사람의 기분에 많은 영향을 끼치지요.”
“그러게. 빗소리를 좋아하는 나도 이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더 심할지도 몰라.”
“흠, 그렇다면 다음 듀엣곡은 우중충한 기분을 날려버릴 청량한 녀석으로 선정하는 게 좋겠군요.”
“듀엣?”
“예에, 합동 연주. 하기로 했었잖습니까.”
히스티아의 눈이 크게 뜨였다.
확실히 그런 이야기를 나누긴 했었다. 하지만.
“너무, 이른 것 아닐까? 내 실력은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은데.”
“하하, 원래 이 세계에 ‘완벽’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쩌다 한번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왔다고 한들, 시간이 지나고 다시 보면 문제점이 수도 없이 있지요. 반대로 나쁘다고 생각했던 게 다시 확인할 땐 좋게 느껴질 때도 있고요.”
어느 정도 기초는 필요하지만, 그 기초를 넘어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실전을 경험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며 하멜은 그녀를 격려했다.
“거기에 뭐, 어지간한 실수쯤이야 전부 제가 커버할 수 있으니 안심하십시오. 제 실력은 아시잖습니까?”
그리 말하며 소년처럼 웃는 하멜의 모습에, 히스티아 역시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그래, 이번 합동 연주까지만 비밀로 하자.
본격적인 호위에는 하멜 본인의 협동이 필요하지만, 하멜 몰래 사람을 붙여서 보호하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다.
조금만.
아주 조금만 더, 마녀 헤카테가 아니라, 평범한 히스티아로서 그의 곁에 있자.
히스티아는 그런 마음을 품으며 지난 사건에 대한 화제를 피했고, 하멜 역시 그것을 구태여 입에 담지 않았다.
하지만.
당사자들이 서로 모른 척을 한다고 한들, 정말로 그것만으로 모든 게 없었던 일이 될 리는 없었다.
***
“─하멜, 하멜이라. 그래, 이놈을 지키기 위해 보스가 애들을 풀고, 정부와 끈이 있는 가문의 장남을 대뜸 매달아버렸다, 이거지?”
렌스터 몬태규의 사망에 관한 일화는, 대외적으로 ‘렌스터가 레오의 여자를 건드렸고, 그 결과 보복당했다’라는 식으로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이는 조직원들 내부에서는 그리 먹히는 소문은 아니었다.
당시 악사 하멜을 찾아 도시 곳곳을 이 잡듯이 뒤집고 다녔던 조직원들이 분명히 존재했기 때문이다.
분명 악사를 찾는 임무를 받아 실행했는데, 정작 완성된 스토리에 악사에 관한 내용은 빠져 있으니 그야 의문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헤카테나 레오 역시 이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으나, 당장 하멜의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는 느긋하게 수단을 선택할 여유가 없었다.
애초에 그게 가능한 상황이었다면 헤카테는 조직의 힘조차 빌리지 않은 채 오직 본인의 능력만으로 사건 해결에 나섰을 것이다.
이것저것 급조하다 보니 공개된 커버 스토리에 허점이 생기기는 했으나, 헤카테는 이것이 큰 문제라고 여기지 않았다.
마녀에 의한 철권통치로 돌아가는 조직 내에서, 부하들이 위화감이나 의문을 느꼈다고 한들 그걸 대놓고 떠들고 다닐리는 없었으니까.
허나, 애초에 헤카테의 뒤통수를 칠 생각이 만만한 이들에게는 달랐다.
“그래, 마녀니 뭐니 해도 결국 계집은 계집이지. 한번 사랑에 눈이 돌아가면 뵈는 게 없어지는 법.”
드롤 역시 하멜의 신변만 확보하면 조직을 뜻대로 다룰 수 있다는 망상에 빠진 건 아니었다.
하지만 본래 그들 일당이 준비하던 계획을 보충하는 패로서는 충분할 터.
그동안 느껴온 굴욕을 되돌려줄 시간이라며, 그는 폭소를 터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