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63 lines
13 KiB
Markdown
263 lines
13 KiB
Markdown
|
||
#151화 음악가 하멜(Hamel) (11) - 뒤로 미룬 기회
|
||
|
||
렌스터 몬태규의 장례식은, 몬태규 가문의 위세를 생각하면 다소 기이할 정도로 조용히, 그리고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
||
|
||
몬태규 가주는 가족끼리 조용히 추모를 끝마치고 싶어서라고 설명했지만, 이를 진지하게 믿는 이는 드물었다.
|
||
|
||
렌스터가 죽은 바로 그날, 도시를 탐문하며 누군가를 찾거나 몬태규 가문에 들이닥쳤던 조직원들의 모습을 본 수많은 목격자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
||
|
||
몬태규 측의 입장은 렌스터가 계단을 오르던 도중 발을 헛디뎌 실족사했다는 것이었지만, 사람들은 모두 조직에서 렌스터를 죽였다며 수군거렸다.
|
||
|
||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
||
|
||
어째서 렌스터 몬태규는 죽어야만 했는가.
|
||
|
||
그가 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기에 조직이 단호하게 그를 처형했는가.
|
||
|
||
그리고 그런 사람들에게 답을 알려주기라도 하듯이, 또 하나의 은밀한 소문이 도시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
||
|
||
“치정 싸움이라고 하더군. 조직 간부의 여자를 건드렸다는 모양이야.”
|
||
|
||
“허어. 그것참 겁도 없군. 아무리 몬태규 가문의 장남이라지만, 건드려도 될 상대가 있고, 아닌 상대가 있는 법인데.”
|
||
|
||
“설마 알고 그러기야 했겠나. 독 가시를 숨긴 꽃인지 모르고 만졌다가 된통 당한 거지.”
|
||
|
||
“그거야 모를 일이지. 혹시 또 아나? 위험을 감수하고도 손을 댈 만큼 아름다운 여자였을지.”
|
||
|
||
실족사라는 공식 발표를 누구도 믿지 않은 것에 비해, 이쪽 소문은 많은 이들에게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
||
|
||
그 내용이 너무 그럴듯한 나머지, 당일 직접 움직였던 조직원들조차 그게 그거였구나 하고 수긍할 정도였다.
|
||
|
||
자연스레, 이번 사건의 계기가 되었던 어느 악사의 이야기는 조용히 파묻혔다.
|
||
|
||
“말씀하신 대로 처리했습니다. 이걸로 시민들이 그 악사와 우리 조직의 연관성에 대해 수군대는 일은 없을 겁니다.”
|
||
|
||
조직의 거점 중 하나.
|
||
|
||
진중한 태도로 보고를 올리는 레오를 향해, 마녀 헤카테는 담담히 수긍했다.
|
||
|
||
“몬태규 쪽 감시도 한동안 늦추지 마. 당장은 겁에 질려 있을지 몰라도, 시간이 흐르면 딴 생각을 하게 되는 게 사람이니까.”
|
||
|
||
“예.”
|
||
|
||
“네 체면이 깎이게 된 건 나중에 보상해 줄게. 원하는 게 있니?”
|
||
|
||
“전쟁 당시 수많은 피를 뒤집어써야 했던 거에 비하면, 겨우 치정극 정도는 얼룩 축에도 끼지 않습니다. 신경 쓰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
||
|
||
“그래. 생각이 바뀌면 나중에라도 말하렴.”
|
||
|
||
잠시 대화가 끊어졌다.
|
||
|
||
레오는 이 말을 꺼내도 될지 어떨지 고민하듯이 고민하는 기색이었지만, 이내 입을 열었다.
|
||
|
||
“…그 악사가 정 신경 쓰이신다면, 차라리 곁에 두시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
||
|
||
헤카테의 시선이 레오의 얼굴을 향했다.
|
||
|
||
“보스께서 무리해서라도 사람을 풀지 않으셨다면, 그래서 범인이 누군지 알아내고 개입하는 게 조금만 늦었더라면 그 악사는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겁니다. 그자는 보스에게 빚을 진 것이지요.”
|
||
|
||
“내가 원해서 한 일이야. 대가를 바란 적도 없고.”
|
||
|
||
빚이라는 표현이 거슬렸는지, 헤카테의 목소리에 미묘한 날카로움이 뒤섞였다.
|
||
|
||
레오 역시 그 사실을 알아챈 듯이, 면목이 없다는 것처럼 고개를 숙였다.
|
||
|
||
허나 말을 멈추지는 않았다.
|
||
|
||
“하지만 그를 보호하실 거라면, 좀 더 제대로 된 방식을 택하시는 게 좋습니다. 이번에는 어찌어찌 운 좋게 넘어갔다지만, 다음에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
||
|
||
지금껏 그녀는 하멜을 소중히 여기면서도, 그의 주변에 사람을 풀거나 호위를 붙이는 등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
|
||
|
||
하멜의 자유를 억누르고 싶지 않다, 하멜을 조직과 엮이게 하고 싶지 않다는 심정의 발로였지만, 그런 애매함이 이번 위기를 자처한 것 또한 사실.
|
||
|
||
그러니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태도를 정하라고, 레오는 권하고 있는 것이다.
|
||
|
||
“…….”
|
||
|
||
그것이 호의에 가까운 조언이라는 걸 알았기에, 헤카테는 레오에게 험한 말을 내뱉을 수 없었다.
|
||
|
||
“…피곤하네, 이만 물러가렴.”
|
||
|
||
제 몸 상태를 빌미로 삼은 가벼운 축객령 정도가 그녀가 할 수 있는 전부였다.
|
||
|
||
“예. 편히 쉬십시오.”
|
||
|
||
할 말은 다 했다는 듯이, 레오는 정중하게 인사를 남기고는 그대로 떠나갔다.
|
||
|
||
홀로 남겨진 헤카테는 멍하니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
||
|
||
“틀린 말은, 아니네.”
|
||
|
||
하멜의 안전을 생각한다면, 그에게 호위를 붙이는 것이 옳은 일이다.
|
||
|
||
하지만 하멜 본인의 생각은 어떨까. 그걸 속박이라고 여기지는 않을까?
|
||
|
||
아니, 그 이전에.
|
||
|
||
헤카테가, 아니, 히스티아가 조직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에 그는 어떻게 반응할까?
|
||
|
||
-쏴아아아아아.
|
||
|
||
비가 많이 내리는 시기여서일까.
|
||
|
||
하늘에서 내리는 폭우는 이전보다도 격렬했다.
|
||
|
||
빗소리 속에서 그녀는 답이 나오지 않는 고민을 계속했다.
|
||
|
||
***
|
||
|
||
“오랜만입니다, 히스티아 양. 그동안 평안하셨습니까?”
|
||
|
||
다음 약속 날.
|
||
|
||
히스티아의 거처에 찾아온 하멜의 모습은 무척이나 멀쩡했다.
|
||
|
||
눈에 띄는 상처라고는 없었고, 옷 역시 구매한 지 얼마 안 되는 듯한 새것 티가 났다.
|
||
|
||
하지만 정작 그런 것보다도 히스티아의 눈을 사로잡은 건 하멜의 얼굴이었다.
|
||
|
||
난폭한 불량배들에게 끌려가 생명의 위협을 겪은 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하멜의 얼굴은 지극히 태연자약했다.
|
||
|
||
히스티아의 입술이 달싹였다.
|
||
|
||
얇은 카드로 탑을 쌓아 올리는 듯한 신중함으로, 그녀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
||
|
||
“나야 뭐, 멀쩡하지. 하멜, 너는 어떠니?”
|
||
|
||
“음, 안타깝게도 그리 좋지는 못합니다.”
|
||
|
||
“뭐? 어디 아픈 거니?”
|
||
|
||
히스티아는 눈을 휘둥그레 떴다.
|
||
|
||
겉보기로는 너무나 멀쩡해 보이는 데, 설마 보이지 않는 곳에 상처라도 남아 있는 걸까.
|
||
|
||
“예. 마음이 아픕니다.”
|
||
|
||
하멜이 대답했다.
|
||
|
||
너무나 진중한 얼굴. 쓸데없이 호소력이 짙은 목소리였다.
|
||
|
||
“불의의 사태로 인해 예정되어 있던 공연을 펑크내고 말았지 뭡니까? 실로 자존심 상하고도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군요.”
|
||
|
||
“그, 그래.”
|
||
|
||
“이 영혼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아름다운 음악뿐! 자, 오늘도 연습을 시작해 보지요.”
|
||
|
||
본인이 내뱉은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듯이, 하멜의 연주는 오늘따라 유달리 격한 면모가 있었다.
|
||
|
||
히스티아는 하멜이 주도하는 대로 이리저리 휘둘려야만 했지만, 그것이 그리 불쾌하지는 않았다.
|
||
|
||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그녀는 생각했다.
|
||
|
||
‘조직의 대외적인 이미지가 나쁜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하멜은 이번에 도움을 받았으니까. 한 번쯤은 이야기를 들어줄지도 몰라.’
|
||
|
||
‘나쁜 일을 하려는 것도 아니잖아. 하멜을 보호하기 위해서야. 그처럼 순수한 이가 홀로 살아가기에, 세상은 너무 위험하니까.’
|
||
|
||
‘나는 여태껏 그에게 나쁜 일을 한 적이 없어.’
|
||
|
||
‘그러니까, 그에게 사실을 밝혀도…’
|
||
|
||
「히스티아 양. 이게 당신의 본성입니까?」
|
||
|
||
순간 떠오른 악몽 속 풍경에, 히스티아는 저도 모르게 손끝을 떨었다.
|
||
|
||
활과 현이 불규칙하게 맞물리고, 본래 나선 안 될 소음과 함께 연주가 흐트러졌다.
|
||
|
||
“거기까지.”
|
||
|
||
하멜의 정지신호에, 히스티아는 불안한 기색으로 그의 눈치를 살폈다.
|
||
|
||
악사는 손수건으로 그녀의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준 뒤 말했다.
|
||
|
||
“바이올린 소리에 히스티아 양의 불안함과 망설임이 함께 들려오는 듯하군요. 혹시 무언가 고민하고 계신 일이 있습니까?”
|
||
|
||
“어….”
|
||
|
||
히스티아는 말을 머뭇거렸다.
|
||
|
||
사실을 고백하고 싶었다.
|
||
|
||
당신을 위해서 내가 이렇게나 노력했노라고 설명하고 싶었다.
|
||
|
||
계속해서 당신을 지킬 테니, 앞으로도 옆에 있어 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
||
|
||
하지만, 악몽 속에 봤던 피투성이가 된 그의 모습이, 경멸에 가득 차 있던 그의 눈빛이 히스티아의 입을 자꾸만 가로막았다.
|
||
|
||
“…아니, 아냐. 요즘 날씨가 안 좋은 날이 많아서 그런가 봐.”
|
||
|
||
결국, 히스티아가 내뱉은 건 본심과는 전혀 관계없는 딴소리였다.
|
||
|
||
하멜은 그런 히스티아를 물끄러미 바라보았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
||
|
||
“확실히 날씨는 사람의 기분에 많은 영향을 끼치지요.”
|
||
|
||
“그러게. 빗소리를 좋아하는 나도 이렇다면, 다른 사람들은 더 심할지도 몰라.”
|
||
|
||
“흠, 그렇다면 다음 듀엣곡은 우중충한 기분을 날려버릴 청량한 녀석으로 선정하는 게 좋겠군요.”
|
||
|
||
“듀엣?”
|
||
|
||
“예에, 합동 연주. 하기로 했었잖습니까.”
|
||
|
||
히스티아의 눈이 크게 뜨였다.
|
||
|
||
확실히 그런 이야기를 나누긴 했었다. 하지만.
|
||
|
||
“너무, 이른 것 아닐까? 내 실력은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은데.”
|
||
|
||
“하하, 원래 이 세계에 ‘완벽’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어쩌다 한번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왔다고 한들, 시간이 지나고 다시 보면 문제점이 수도 없이 있지요. 반대로 나쁘다고 생각했던 게 다시 확인할 땐 좋게 느껴질 때도 있고요.”
|
||
|
||
어느 정도 기초는 필요하지만, 그 기초를 넘어서 성장하기 위해서는 실전을 경험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며 하멜은 그녀를 격려했다.
|
||
|
||
“거기에 뭐, 어지간한 실수쯤이야 전부 제가 커버할 수 있으니 안심하십시오. 제 실력은 아시잖습니까?”
|
||
|
||
그리 말하며 소년처럼 웃는 하멜의 모습에, 히스티아 역시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
||
|
||
그리고, 생각했다.
|
||
|
||
그래, 이번 합동 연주까지만 비밀로 하자.
|
||
|
||
본격적인 호위에는 하멜 본인의 협동이 필요하지만, 하멜 몰래 사람을 붙여서 보호하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다.
|
||
|
||
조금만.
|
||
|
||
아주 조금만 더, 마녀 헤카테가 아니라, 평범한 히스티아로서 그의 곁에 있자.
|
||
|
||
히스티아는 그런 마음을 품으며 지난 사건에 대한 화제를 피했고, 하멜 역시 그것을 구태여 입에 담지 않았다.
|
||
|
||
하지만.
|
||
|
||
당사자들이 서로 모른 척을 한다고 한들, 정말로 그것만으로 모든 게 없었던 일이 될 리는 없었다.
|
||
|
||
***
|
||
|
||
“─하멜, 하멜이라. 그래, 이놈을 지키기 위해 보스가 애들을 풀고, 정부와 끈이 있는 가문의 장남을 대뜸 매달아버렸다, 이거지?”
|
||
|
||
렌스터 몬태규의 사망에 관한 일화는, 대외적으로 ‘렌스터가 레오의 여자를 건드렸고, 그 결과 보복당했다’라는 식으로 마무리되었다.
|
||
|
||
하지만 이는 조직원들 내부에서는 그리 먹히는 소문은 아니었다.
|
||
|
||
당시 악사 하멜을 찾아 도시 곳곳을 이 잡듯이 뒤집고 다녔던 조직원들이 분명히 존재했기 때문이다.
|
||
|
||
분명 악사를 찾는 임무를 받아 실행했는데, 정작 완성된 스토리에 악사에 관한 내용은 빠져 있으니 그야 의문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
||
|
||
헤카테나 레오 역시 이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으나, 당장 하멜의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는 느긋하게 수단을 선택할 여유가 없었다.
|
||
|
||
애초에 그게 가능한 상황이었다면 헤카테는 조직의 힘조차 빌리지 않은 채 오직 본인의 능력만으로 사건 해결에 나섰을 것이다.
|
||
|
||
이것저것 급조하다 보니 공개된 커버 스토리에 허점이 생기기는 했으나, 헤카테는 이것이 큰 문제라고 여기지 않았다.
|
||
|
||
마녀에 의한 철권통치로 돌아가는 조직 내에서, 부하들이 위화감이나 의문을 느꼈다고 한들 그걸 대놓고 떠들고 다닐리는 없었으니까.
|
||
|
||
허나, 애초에 헤카테의 뒤통수를 칠 생각이 만만한 이들에게는 달랐다.
|
||
|
||
“그래, 마녀니 뭐니 해도 결국 계집은 계집이지. 한번 사랑에 눈이 돌아가면 뵈는 게 없어지는 법.”
|
||
|
||
드롤 역시 하멜의 신변만 확보하면 조직을 뜻대로 다룰 수 있다는 망상에 빠진 건 아니었다.
|
||
|
||
하지만 본래 그들 일당이 준비하던 계획을 보충하는 패로서는 충분할 터.
|
||
|
||
그동안 느껴온 굴욕을 되돌려줄 시간이라며, 그는 폭소를 터트렸다.
|